소설리스트

무련전봉-557화 (556/853)

제 557장. 엄청난 이득

선경라가 정말 배신한다면 그녀의 행궁 여인들, 그리고 표향성의 사람들은 틀림없이 보복당할 것이다. 창운사지 무인들의 일 처리 방식으로 보았을 때, 복수는 분명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잔혹하고 처참할 것이 분명했다.

선경라는 다른 사왕들과 달리 냉혈한이 아니었다. 그녀는 걱정하는 것이 있어 양준의 요구에 따를 수 없었다. 그렇게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너희는 그냥 하루빨리 여기서 벗어나. 아니면 영원히 여기 숨어 있든가.”

선경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으로서는 그게 가장 안전해.”

말을 마친 그녀는 슬픈 눈빛으로 양준을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벽락을 데리고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양준이 무심결에 심어 놓은 씨앗은 그녀의 마음속에서 싹을 틔우고 성장해 얼마 뒤에는 완전히 자랄 터였다. 그때가 되면 독과부 체질의 폐단이 폭발할 것이다. 그녀는 물불 가리지 않고 양준을 가지려 할 것이고, 일단 그녀와 몸을 섞으면 양준은 독과부의 체질 속성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선경라는 양준의 옆에 오래 머무를 수 없었다. 자주 만날수록 씨앗은 더 빠르게 자랄 테니까. 그녀는 반드시 이곳을 떠나 양준과 멀리해야 했다.

몽무애도 그녀를 난감하게 하지 않고 결계를 열어 그녀가 나가게 해주었다.

선경라가 떠난 뒤,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녀의 말대로 지금 선택지는 두 개뿐이었다. 하나는 천행궁의 결계에 숨어 나가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주와 다른 사왕들이 없는 틈을 타 이곳을 떠나는 것이었다.

“떠날 것이냐?”

몽무애가 양준에게 물었다.

“제가 어디 가겠습니까?”

양준은 쓴웃음을 지었다. 중도가 망가지면 이 세상에서 안전한 곳이 없게 될 터였다. 그렇다고 초상집 개처럼 도망 다니고 싶지도 않았다.

“그럼 남아야지. 허나 관저 안에 있는 이들의 실력은… 얼른 더 올려야겠다.”

몽무애는 고개를 돌려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양준 관저의 실력은 계승 싸움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창운사지의 습격을 막아 내기엔 이 정도 힘은 너무나도 약했다. 많은 사람들이 사왕들의 강한 전투력과 현묘한 초식, 엄청난 실력을 직접 보았다. 그들은 열정이 끓어올라 하루라도 빨리 자신의 실력을 높여 사왕과 겨루고 싶어 했다.

“8대 세가와 중도의 상황이 어떻든 우리는 자신을 지킬 힘을 키워야겠습니다.”

양준도 머리가 맑아지기 시작했다. 망연함에 차 있던 눈빛도 단호함으로 차올랐다.

“그럼 수련이나 하죠.”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천행궁의 결계가 방어를 하고 있으니 그들은 걱정 없이 자신의 실력을 키울 수 있었다.

“이 대협, 이번에 난관을 돌파하면 바다 건너 각 문파의 물건들은 반드시 돌려드리겠습니다. 허나 한동안은 이곳에 계셔 주셨으면 합니다.”

양준은 고개를 돌려 이원순을 바라보며 말했다.

멍해 있던 이원순은 내키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지.”

그는 바다 건너에 오래 있으면서 내륙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지금, 이전까지 들어 보지도 못한 비보를 본 데다, 바다 건너에서 본 적 없는 고수도 만났다. 그도 자연스레 남아서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는 흔히 있는 기회가 아니었다. 그는 특히 몽무애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몽무애는 어딘가 남다르게 느껴졌다.

관저는 신속하게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폐허 속에서 오직 양준 관저만 온전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들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수련에 몰두했다. 재난이 닥친 후의 우울함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양준은 하응상에게 연단할 때 필요한 대량의 만약영액을 주었다. 그리고 관저의 모든 혈시들을 불러 그들에게 만약영고를 한 조각씩 나누어 주었다.

몽무애는 만약영고에 신기한 천도 법칙이 들어 있어 이것이 있다면 사람들이 쉽게 천도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영고는 귀중하고 그에게도 얼마 없었지만, 지금은 믿는 사람에게 나누어 줄 때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미 신유 경지 정상에 오른 혈시들이 만약영고로 신유 경지 이상의 오묘함을 깨닫고 경지를 돌파하기 바랐다. 성공한다면 혈시들은 그의 가장 강한 필살기가 될 터였다. 그때가 되면 몽무애의 천행궁이 없어도 양준 관저는 창운사지의 습격 속에서 자신을 보호할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하루 뒤, 영구가 중도에서 양준이 놀랄 만한 소식을 가지고 돌아왔다.

창운사지의 무인들과 요수들은 중도의 서북 성문으로 들어가 사방 몇십 리의 생명을 전멸시켰다. 그쪽에 자리를 잡고 있던 고씨 가문의 손해가 가장 막대했다. 신유 경지 이상의 태상장로 한 명이 사주에게 죽임을 당했고, 가문의 고수들도 사상자가 많았다. 지금 그들은 가문 전체가 중도 북쪽에 있는 강씨 가문으로 피난을 갔다고 했다.

창운사지가 강한 기세와 엄청난 실력으로 쳐들어와 모든 사람들이 무방비 상태로 당했다. 나머지 6대 세가는 지원군을 보내 강씨 가문의 땅에서 창운사지와의 결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영구가 떠날 때만 해도 대치 중이었지만 지금은 결과가 어떤지 알 수 없었다.

“양씨 가문의 상황은 어때?”

양준이 다급히 물었다.

“가문은 무탈합니다. 창운사지가 남문 쪽으로 가진 않았으니 당분간은 괜찮을 겁니다. 넷째 나리와 부인께서는 모두 안전하시고 가문에서도 출전을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부모가 출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양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보다 부모님께 전성에 오셔서 우리 쪽과 합세하자고 얘기해 보지 그랬어?”

영구는 고개를 저었다.

“중도에선 이쪽 전성의 상황을 파악할 수 없어서 섣불리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나리와 부인께서 공자님 걱정을 많이 하고 계셨습니다.”

양준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은 양준 관저를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이 죽어서 중도에 소식을 전할 길이 없었다.

“알았어. 가봐.”

양준은 말하면서 만약영고 한 조각을 건넸다. 영구는 만약영고를 받고 신속하게 물러갔다.

잠깐 생각해 본 양준은 금우응을 불러 중도 양씨 가문에 서신을 보냈다. 부모님께 무사하다는 소식을 알리는 한편, 전성으로 모실 생각이었다. 하지만 양응봉의 성격상 쉽게 가문을 떠날 것 같지는 않았다.

창운사지 사람들이 서북쪽에서 중도로 들어갔으니 양씨 가문은 당분간 괜찮을 것이다. 게다가 8대 세가도 만만치 않아서 창운사지가 그렇게 쉽게 함락할 수 없을 터였다.

모든 것을 처리한 양준은 다급히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 그는 방 안에서 숨을 가다듬고 가부좌를 틀었다.

곧이어 신식이 식해에 들어가서 신혼 영체로 나타났다. 그는 멍한 얼굴로 식해의 위쪽에 서서 떠돌아다니는 거대하고 순수한 신식을 바라보았다. 거대하고 순수한 신식은 황금빛 눈동자, 금인독안(金仁獨眼)이 엽씨 가문 태상장로의 신혼 영체를 죽인 뒤에 남은 것이었다. 이미 이삼 일이 지났으나 그는 아직까지 고작 빛 한 줄기로 신유 경지 이상의 신혼 영체를 없앴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서야 양준은 엽씨 가문의 태상장로가 죽은 뒤에 남긴 순수한 기운을 살펴볼 여유가 생겼다. 자세히 느껴보니 놀랍게도 기운은 엄청나게 강했다. 순수할 뿐만 아니라 기묘한 법칙을 담고 있었다. 그 법칙은 엽씨 가문의 태상장로가 수년간 얻은 무도와 천도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신혼 영체가 금인독안에 의해 소멸된 뒤, 모든 생각이 깨끗이 정화되어 그의 깨달음을 담은 순수한 기운밖에 남지 않았다. 이것을 알아차린 양준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금인독안이 자신에게 이렇게 큰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신유 경지 이상 고수의 신식은 몇십 년, 심지어 백 년 이상 수련해야 얻을 수 있는 성과였다. 하지만 지금 그것이 그의 식해 안에 있지 않은가. 양준의 신혼 영체는 기운 앞으로 다가가 앉았다. 그리고 의념을 발동하자 방대하고 순수한 기운이 끊임없이 흡수되었다.

순간, 그는 더없이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며칠 굶다가 배불리 먹은 느낌이었다. 그의 신혼 영체는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빠르게 강해지고 커졌다. 아래쪽의 식해도 심경의 변화와 함께 파도가 일었다. 양준이 기운을 흡수할수록 오색 온신련이 만들어 낸 섬도 화려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양준은 식해의 순수한 기운을 전부 흡수하고 천천히 눈을 떴다.

한차례 감지해 본 그는 깜짝 놀랐다. 이번 한 번의 폐관으로 그는 작은 경지를 하나 돌파했던 것이다. 이미 신유 경지 3단계를 돌파하고 4단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신유 경지 이상이 죽은 뒤에 남긴 순수한 기운으로 이 정도까지 오를 수 있다니. 신유 경지 이상의 고수를 몇 명만 더 죽여서 신식을 얻을 수 있다면 내 실력은 더 빠른 속도로 오르겠지?’

이런 생각이 들자 양준은 흥분을 참을 수 없었다. 그의 얼굴에는 사악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 생각을 힘들게 억누르고 나서야 그는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지난번에 엽씨 가문의 태상장로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은 금인독안이 갑자기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금인독안을 어떻게 조종할 수 있는지 지금도 알지 못했다. 만약 그것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면 이런 생각도 그저 황당한 것은 아니었다.

양준은 더는 지체하지 않고 얼른 신식을 펼쳐 금인독안에 침투시켰다. 그것을 흡수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는 것이었다. 금인독안은 신혼 비보인 것 같았다. 누가 만들어 냈는지 단번에 신유 경지 이상의 고수를 죽일 수 있는 걸로 봐서는 현급을 뛰어넘는 게 분명했다. 이런 신혼 비보는 몽무애의 천행궁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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