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558화 (557/853)

제 558장. 사람으로 연단하는 거야

이때, 양준 관저의 한쪽에서는 사람들로 떠들썩했다.

관저의 사람들은 대부분 이곳에 모여 있었다. 심지어 신유 경지의 무인들도 수련하지 않고 목을 빼고 구경하기 바빴다. 그들의 얼굴에는 초조감과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 달 전, 창운사지가 대거 쳐들어왔을 때, 그들은 당황하고 절망했다. 양준이 그들을 데리고 떠나려고 했지만 엽신유와 봉신전 태상장로들의 방해로 결국 남게 되었다. 사람들은 곧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몽무애의 천행궁으로 안정을 되찾고 불안한 마음을 내려놓게 되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해 그들은 여전히 망연한 기분이 들었다. 세상에서 양준 관저를 제외하고 안전한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 무인들은 또다시 흥분한 얼굴로 기쁜 미소를 떠올렸다. 그들은 하나같이 기운이 넘쳐 자신의 미래를 희망 가득한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그들에게서 더는 한 달 전의 침울한 표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이 모여 있는 곳과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 거대한 못 두 개가 있었다. 못에는 알 수 없는 액체가 가득했다. 각종 진귀한 약재가 못에 둥둥 떠 있었는데 거기에서 풍기는 약 향기가 양준 관저 전체에 퍼질 정도였다. 사람들은 약 향기에 마음이 편안해지고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두 개의 못에는 모두 사람들이 앉아 가부좌를 틀고 수련하고 있었다. 그들이 공법을 운행하자 못 속에서 신기한 힘이 솟아나며 무인들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가 불순물을 씻어냈다. 못 바닥에는 은은하게 진법의 문양과 흔적이 보였다. 진법은 미약한 빛을 내뿜고 있었는데 그 작용으로 못 속의 약 기운이 끊임없이 무인들에게 흡수되고 있었다.

못 속에서 수련하는 무인들은 빠르게 경지를 돌파했다. 그들이 경지를 돌파할 때마다 당사자는 물론, 구경하던 사람들도 연이어 환호를 터뜨렸다.

양준 관저에서 많은 사람들이 연속으로 경지를 돌파하자, 전성의 천지 영기는 혼란스러운 조짐을 보였다.

“저게 바로 능소각의 하 낭자가 만들어낸 못인가? 내가 듣기론 양씨 가문의 화룡지보다 효과가 더 좋대. 자질과 상관없이 벌모세수의 효능이 있어서 며칠만 몸을 담그면, 몸속의 불순물을 모조리 배출해 낼 수 있다더군!”

깡마른 젊은이가 흥분에 겨운 얼굴로 옆사람에게 말했다. 주먹을 꼭 쥔 것이 마음속의 흥분을 겨우 억누르는 것같이 보였다.

“소문이 아니라 진짜 그런 효능이 있어.”

옆에 있던 동료는 확신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경지를 돌파하는 장면을 본 적 있어? 나는 관저의 현단으로 우리 자질이 이미 충분히 뛰어나게 바뀌었다고 생각했는데 더 좋은 일이 있을 줄이야.”

“양씨 가문의 화룡지 말이야, 얼마나 신기한 곳인지 알아? 양씨 가문에서도 자질이 뛰어나고 가문을 위해 큰 공헌을 한 사람만 그곳에 들어갈 수 있대. 그래도 양씨 가문 사람들은 앞다퉈 그곳에 들어가려고 하잖아. 하지만 우리 관저의 못과 비교했을 때, 화룡지가 다 뭐야? 이것이 바로 진정한 화룡지지.”

다른 사람도 흥분한 얼굴로 떠들어 댔다.

“그거 알아? 양준 공자도 어렸을 때 화룡지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양씨 가문이 여러 번 거절했다고 하잖아. 양씨 가문 사람들은 죄다 안목이 없고 식견도 좁아. 양준 공자 같은 사람을 거절하다니 말이야.”

“양씨 가문 얘기는 하지 마. 남들이 들으면 좋지 않아. 양씨 가문에서 양준 공자를 아무리 냉대해도 양준 공자는 양씨 가문 사람이야. 우리가 뒤에서 함부로 말할 게 아니라고.”

“맞아, 맞아.”

“우린 이곳에서 못에 들어가는 순서나 기다리자. 영월문의 무인이 사흘 동안 몸을 담그고 있었는데 진원 경지 7단계에서 바로 진원 경지 정상을 돌파했잖아. 지금은 폐관하고 신유 경지를 돌파할 준비를 하고 있대. 우리도 뒤떨어져서는 안 되지!”

“흐흐, 다음이 우리 비우각 차례다. 정말 기대되는군. 천원성 멍청이들은 쓸데없이 그쪽에 붙어서는 이런 것도 못 해보고 억울하게 죽었잖아.”

사람들은 비웃으며 고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천원성의 류비생은 창운사지의 무인들이 오기 전에 천원성 사람들을 데리고 양준 관저를 떠나 엽신유의 밑으로 들어갔다. 이에 관저의 사람들은 천원성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두 사왕의 공격에 전멸당하고 말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모든 이들의 얼굴은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양준은 폐관을 마치고 걸어 나왔다. 그는 오랫동안 폐관했지만 금인독안을 흡수하지 못했다. 양준은 그것이 신혼 비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인독안은 마치 사람이나 요수의 눈 같았다. 다만, 흡수는 하지 못했어도 양준의 신식은 그것과 많이 융합되어 있었다. 그저 그것을 어떻게 조종하고, 사용하는지 모를 뿐이었다.

관저에 퍼지는 약 향기를 맡은 양준은 멍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찾을 수 없었다. 곧이어 신식을 펼쳐 감지하다가 그제야 이상함을 느끼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무슨 일이야?”

그는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다급히 물었다.

양준의 목소리를 듣고 두 못과 멀지 않은 축대에 있던 추억몽이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양준, 여기야.”

양준은 몸을 날려 축대에 도착했다. 주변을 둘러본 그는 어안이 벙벙했다.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있었다. 옆에는 많은 약재를 담근 못이 있었고, 못에는 사람들이 가득 앉아 있었다. 자세히 보니 모두 혈전방의 사람들이었다.

추억몽 옆에 서 있던 젊은 세대의 통솔자들이 모두 감격에 찬 눈빛으로 양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게 다 뭐야?”

양준은 이해할 수 없었다.

혈전방 사람들의 진원이 불안정한 것을 보니, 아마 곧 경지를 돌파할 것 같았다.

“하 낭자에게 물어봐. 하 낭자가 해낸 거야. 나도 대단하다는 것 말고는 잘 몰라.”

추억몽은 생글생글 웃으며 하응상을 떠밀었다.

“사저, 어떻게 한 건가요?”

양준이 하응상을 바라보며 물었다.

하응상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한테 영액을 잔뜩 줬잖아? 연단할 때 그렇게 많이 쓰진 않거든. 관저의 약재도 다 쓰려면 멀었고. 그래서 연단방에서 요 며칠간 연단하지 않고 저들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봤어.”

“무슨 원리예요?”

양준은 만약영액을 장기적으로 복용하면 벌모세수의 작용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효과가 너무 빨랐다.

“사람으로 연단하는 거야.”

“사람으로 연단을 한다고요?”

양준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네가 나한테 준 영진에서 찾아낸 방법이야. 영액과 다른 진귀한 약재를 배합하면 가장 짧은 시간 안에 약재의 약효가 작용을 발휘해 사람 몸속의 불순물을 배출해 낼 수 있대. 그래서 연단하는 방식으로 저들을 제련하는 거지.”

하응상이 설명했다.

하응상은 이제 단순히 연단하는 단계를 뛰어넘어 사람으로 연단하는 법도 깨달은 것이다. 이 점에서 그녀의 자질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었다.

양준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나지막하게 물었다.

“무슨 사고가 생기거나 하진 않겠죠?”

“걱정할 거 없어.”

하응상이 고개를 저었다.

“다만 몸을 담그면 효과는 빠르지만 장기적으로 영액을 복용하는 것보단 못해.”

“그 정도면 충분해요.”

양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관저의 사람들은 이 정도에도 크게 만족하며 감격할 것이다. 양준도 하응상이 만약영액으로 이 정도까지 해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관저 사람들의 실력이 빠른 속도로 강해지고 자신을 보호하는 능력 또한 크게 증가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연이어 작은 경지를 돌파하고 체질을 개선함으로써 그들에게 사기를 북돋아 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양준은 무인들의 얼굴에서 더는 망연함과 절망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흥분하여 기운이 넘쳤다.

두 사람이 얘기를 마치자, 추억몽이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혈전방 사람들은 벌써 이틀째 담그고 있고, 내일이 되어야 다른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어. 사흘에 한 번씩 사람이 바뀌는 거지. 관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제법 걸릴 거야.”

곽성진은 옆에서 후회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에휴, 우리 아버지는 왜 가문 사람들을 데려가서 이런 혜택도 못 받게 하냐고. 안 그랬으면 우리 가문도 더 강해졌을 텐데.”

“그러게. 우리 추우당 사람들도… 휴.”

추억몽도 안타까워했다.

추우당의 사람들은 계승 싸움에서 양준 관저에 큰 공헌을 했지만, 결국 마지막에 추수성에 의해 가문에 불려 갔다. 만약 지금까지 남아 있었더라면 같은 대우를 받았을 것이다.

“아버지는 역시 가주를 할 그릇이 아니었어.”

곽성진은 사나운 표정을 지으며 아버지를 원망했다.

“여기 이렇게 모여 있지 말고 순서를 정해 줄 몇 사람만 남기고 볼일들 봐. 그리고 저녁에 내 방으로 와. 줄 게 있어.”

양준이 짧게 지시했다.

이제 만약영액의 존재는 비밀이 아니었다. 관저의 젊은 세대의 통솔자들은 계승 싸움이 시작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줄곧 그의 곁을 지켰다. 이제는 그들을 많이 챙겨 줄 생각이었다.

양준의 말에 사람들은 모두 눈빛을 반짝이며 몰래 기대했다.

추억몽이 양준을 살짝 흘겨보며 말했다.

“그래도 양심은 있구나. 네 곁에 남기로 한 선택이 후회되진 않네.”

추억몽의 말에 양준은 머쓱해하며 못 들은 척했다.

바로 이때, 아래쪽에서 누군가 양준을 불렀다.

“양 공자, 양 공자!”

목소리를 따라 바라보니 태일문의 이원순이 그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이 대협, 올라오시지요.”

양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원순은 몸을 날려 축대에 도착하고는 머쓱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양 공자, 오랜만이네.”

“오랜만이라니요?”

양준은 폐관하느라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지 못했다.

“한 달이 되었다네.”

이원순이 강조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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