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559화 (558/853)

제 559장. 신유 경지 이상의 비밀

“예? 그렇게 오래되었습니까?”

양준은 미간을 찌푸리다가 곧이어 웃으면서 대답했다.

“문파의 보물에 관한 말씀이라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번 일이 끝나는 대로 반환하도록 하겠습니다.”

양준은 이원순에게 전혀 악의가 없었다. 그들이 찾아왔을 당시에는 조금 짜증이 났으나, 상황이 이렇게 되자 양준은 그들을 잡아 두고 함께 난관을 극복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원순 일행은 신유 경지 50여 명에, 신유 경지 이상 한 명으로 강한 조력자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을 양준이 어떻게 쉽게 보내 줄 수 있겠는가? 생사가 불확실한 지금, 힘이 조금이라도 더 모이면 일말의 기회가 더 있을 것이다. 문파의 보물을 미끼로 그들을 억지로 남겨 두는 것은 비열한 짓이지만, 지금 그런 것을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이원순이 그에게 여러 차례 보물에 대해서 말했는지라, 양준은 그가 또 보물에 대해 묻는 줄 알고 서둘러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원순은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문파의 보물에 관한 얘기가 아닐세.”

“그러면 어떤 일로 저를 찾으신 거죠?”

양준은 의외라는 듯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이원순이 헛웃음을 두어 번 짓더니 한참이나 더듬거리다가 이를 악물고 단숨에 말했다.

“부탁이 하나 있소만, 우리 문파의 사람들도 저 못에 몸을 좀 담글 수 있겠는가?”

하응상이 만들어 낸 신기한 못은 효능이 실로 어마어마했다. 진원 경지의 무인은 그 속에 며칠 몸을 담그고 있으면 적어도 작은 경지 하나는 돌파할 수 있었고, 심지어 작은 경지 세 개를 돌파하는 경우도 있었다. 못에 몸을 담근 무인들은 거의 날마다 경지를 돌파했다.

관저에 이리 대단한 일이 생기자, 바다 건너에서 온 이들은 당연히 부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도 못에 들어가 벌모세수를 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양준이 줄곧 폐관 수련을 하고 있어 말할 기회가 없었고, 오늘에야 그가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이원순이 급히 찾아왔던 것이다.

말을 마친 이원순은 조용히 양준을 바라보며 그가 거절할까 마음을 졸였다. 사실 그들은 양준과 친분이 없는 데다, 이번에 찾아온 것도 양준에게서 물건들을 돌려받기 위해서였다. 양준이 거절을 한다 해도 당연한 일이었다.

뜻밖에도 양준은 거절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하응상에게 물었다.

“가능할까요?”

“문제없어.”

하응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원순을 힐끗 보고는 생긋 웃었다.

“다만 신유 경지 이상에게는 아무 효능도 없을 거에요.”

“난 괜찮네. 어차피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네.”

이원순이 서둘러 말했다.

“재료는 충분해요?”

양준이 다시 물었다.

하응상은 잠깐 망설이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하면 이분들께도 안내해 드려.”

양준이 추억몽에게 지시했다.

추억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잠깐 생각해 보고 웃는 얼굴로 이원순에게 말했다.

“이 대협, 그러면 가장 마지막 순서로 배치해 드리겠습니다. 비록 마지막 순서지만, 못의 질과 양에는 아무런 차이도 없을 겁니다.”

양준이 이리 쉽게 승낙할 줄 몰랐던 이원순은 매우 기뻐하며 얼른 대답했다.

“고맙네, 양 공자.”

“별말씀을요. 다 같은 식구인걸요.”

양준이 빙그레 웃으며 친근한 표정으로 말했다.

“허허 맞구먼…….”

이원순의 얼굴 근육이 실룩거렸다.

‘앞으로 태일인에 관한 얘기는 쉽게 못 꺼내겠군. 뭐 그래도 괜찮아. 이미 물건들을 반환하겠다고 말했으니 조만간 돌려주겠지.’

양준이 폐관 수련을 하는 한 달 동안, 관저에서는 수련에 대한 열기로 뜨거웠다. 안전 문제를 걱정하지 않게 되자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실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각 세력들이 못에 들어가 체질을 개선하기를 기다리는 한편, 양준 휘하의 혈시 아홉 명도 모두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 구조된 양위, 양소와 그들을 지키던 혈시 네 명도 마찬가지로 열심히 수련했다.

추억몽이 간단하게 관저 내 한 달간의 상황을 말해 주자, 양준은 흐뭇해졌다. 관저의 사람들은 창운사지의 침입으로 낙담하지 않고 여전히 노력해서 살길을 찾으려 했다.

관저의 일을 다 처리한 다음, 양준은 몽무애의 거처로 찾아갔다.

*몽무애의 방에는 능태허, 지마, 몽무애 세 사람이 모여 있었다.

셋은 그동안 자주 모여 무도의 법칙과 그 정상으로 가는 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또한 능태허는 다른 두 사람에게서 큰 깨달음을 얻어 경지를 돌파하게 되었다. 반면 몽무애와 지마는 늘 의견이 대립되어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방 안은 시끌벅적했다.

양준이 왔을 때, 두 사람은 한창 서로의 깨달음에 대해 논쟁하고 있었다. 능태허는 한쪽에서 귀담아들으며 그중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의견을 받아들였다.

관점이 다르면 서로 논의하지 않는다는 말이 꼭 몽무애와 지마를 두고 하는 말인 듯싶었다. 두 사람은 원래부터 서로 다른 무도의 길을 걸었기에 당연히 논쟁거리가 많았다. 그러나 무도에 오르는 길은 여러 가지여도, 다다르려는 목적지는 같은 만큼 두 사람이 어떤 길을 걸었든지 최종 목적지는 일치했다.

“무슨 얘기를 그리 나누십니까?”

양준이 허허 웃으며 그들의 앞에 앉았다.

몽무애와 지마도 논쟁을 멈추었다. 세 사람은 모두 의혹에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놀라워했다.

“또 경지가 오른 거냐?”

양준은 신유 경지를 돌파한 다음, 실력 향상이 이를 데 없이 빨랐다. 열흘이 채 안 되어 신유 경지 2단계, 이제 한 달 남짓 지나자 신유 경지 3단계가 되었다. 몽무애가 아무리 식견이 넓다지만 양준의 실력이 향상되는 속도에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양준은 도리어 지마를 경악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다시 자세히 감지해 보고는 기뻐했다.

“지마, 넌 신유 경지 이상에 올랐군.”

지마가 허허 웃었다.

“주인이 준 게 있는데 당연하지.”

양준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마는 원래 신유 경지 이상의 기본기와 경험이 있어 신유 경지 이상의 비밀에 대해 알고 있었다. 다만 그의 육신이 훼손되었고, 지금 쓰고 있는 육체의 속박을 받아 신유 경지 정상 수준에 머물렀던 것이다. 때문에, 만약영고의 도움을 받은 지마는 남보다 훨씬 쉽게 신유 경지 이상을 돌파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무슨 일로 왔느냐?”

몽무애는 양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양준은 얼굴빛을 가다듬고 가볍게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몽 주인, 한 달 전쯤에 사주 양백이 천하제일이라고 하셨죠?”

“그래.”

몽무애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몽 주인께서 몸에 걸린 봉인을 해제해도 마찬가지입니까?”

“한 끗 차이지만, 그래도 내가 밀리지.”

몽무애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양백은 대체 얼마나 강한 겁니까? 같은 신유 경지 이상인데, 왜 그가 더 강한 거죠? 신유 경지 이상은 대체 어떤 경지인 거죠?”

양준은 그동안 마음속에 쌓아 두었던 의문들을 쏟아 내었다. 그의 물음에 세 사람은 서로 마주 보았다.

몽무애가 가볍게 탄식하며 입을 열었다.

“휴, 원래는 네게 이렇게 빨리 알려 줄 생각은 없었다. 네가 아는 게 많으면 많을수록 네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제가 너무 높은 곳을 목표로 잡을까 봐 그러십니까?”

양준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네가 충격을 받을까 봐 그런다. 그런데 지금 상황으로 보아서는 너도 자신이 어떤 수준의 적과 상대하는지 알아야 할 거 같구나.”

몽무애가 웃으며 말했다.

그는 잠깐 망설이더니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한참 동안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사람들은 신유 경지 이후의 경지를 그냥 ‘신유 경지 이상’으로 뭉뚱그려 부르고 있지. 왜냐하면 그 이후로는 어떤 경지인지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 경지는 결코 그리 불릴 경지가 아니다. ‘신유 경지 이상’은 그저 정상에 선 자를 부르는 명칭일 뿐이지.”

양준은 숨을 죽이고 몽무애가 하는 말을 경청했다.

“신유 경지 바로 위의 경지는 초범(超凡) 경지라고 부른다.”

몽무애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초범 경지라고요?”

“그래. 초범은 일반인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뜻이지. 일반인으로서의 고뇌와 속박을 벗어 던졌다고 이해하면 된다.”

“무슨 뜻이죠?”

“초범 경지의 고수들은 신유 경지 이하의 사람들을 모두 일반인으로 본다. 따라서 신유 경지 이하의 무인들은 초범 경지 고수들에게 거의 반격할 힘이 없다고 볼 수 있지.”

양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몽무애의 설명은 너무나 두루뭉술해 초범 경지에 어떤 비밀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마도 자신이 그 경지에 이르러야만 조금이라도 알 수 있을 듯했다.

“네가 본 그 ‘신유 경지 이상’의 고수들은 모두 초범 경지의 고수들이다. 이 경지는 일반인들의 등급처럼 세밀하게 나눠져 있지 않아. 실력이 이 경지에 오른 다음, 다시 위로 더 돌파하려면 엄청 힘들거든. 그러나 한번 돌파할 때마다 실력이 비약적으로 오를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나뉩니까?”

양준은 흥미가 동해 물었다.

“딱 3단계로만 나뉜다.”

“3단계요?”

양준은 깜짝 놀랐다.

“초범 경지 1단계, 2단계, 3단계 이렇게 말이다. 봉신전에 있던 여덟 명은 모두 초범 경지 1단계다. 8대 세가 내지 천하에 있는 초범 경지의 고수들 중 구 할이 1단계에 머물러 있다. 무도와 천도에 대한 깨달음을 더 얻을 수 없기 때문이지. 그러니 한평생 그 경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몽무애가 차분하게 설명했다. 그는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나 이원순이라는 자는 아마 1단계의 끝을 바라보고 있을 거다. 일반 1단계보다는 강하거든. 그러나 누군가 알려주지 않으면 2단계로 돌파할 생각을 못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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