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560화 (559/853)

제 560장. 중도의 절반이 함락되다

“그럼 여기 계신 세 분은요?”

양준은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우리?”

몽무애는 허허 웃더니 지마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마는 경지를 회복한 지 얼마 되지 않아 1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예전의 경험과 힘이 있으니 계속해서 강해질 수 있을 거다.”

“앞길이 훤하군!”

양준이 지마를 힐끔 보았다. 지마는 낄낄 웃으며 득의양양해했다.

“능 형의 경우, 한 달 전만 해도 이원순과 비슷한 수준으로 1단계의 끝자락에 있었지만 지금은 2단계에 올랐다.”

양준은 흠칫 놀라다가 기쁜 표정으로 능태허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부님 축하드립니다.”

어쩐지 이번에 능태허를 보니 한 달 전보다 어딘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알고 보니 원래의 경지에서 1단계 더 돌파한 것이었다.

“나는… 내 몸에 걸린 봉인을 해제하면 2단계의 끝자락이겠지.”

몽무애가 잠깐 주저하다가 말했다.

몽무애는 방자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게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 게다가 봉인이 해제된 뒤의 자신의 실력에 대해 매우 불만족해하는 듯했다.

양준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초범 경지 2단계 끝자락도 만족하지 못하면 몽 주인은 도대체 어떤 경지를 원하는 걸까?’

“그럼 여섯 사왕과 사주 양백은요?”

양준의 얼굴빛이 진중해졌다.

“그 여섯 중 요미여왕을 제외한 나머지 다섯은 모두 2단계다. 패천역왕과 섬전영왕은 심지어 봉인이 해제된 다음의 내 경지와 비견될 수 있다. 요미여왕은 아직 젊으니 낮을 수밖에 없다. 물론 또래에 비해 실력이 월등한 건 사실이다.”

“선경라는 특수 체질을 타고났습니다. 어머니 쪽에서 힘을 물려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양준이 덧붙여 설명했다.

“그랬군.”

몽무애는 그제야 의혹을 풀 수 있었다. 아마도 선경라가 젊은 나이에 어떻게 초범 경지까지 수련했는지 무척 신경 쓰인 모양이었다.

“사주 양백은… 지금쯤이면 너도 짐작하고 있을 거다.”

“초범 경지 3단계 말입니까?”

양준은 등골이 서늘했다.

“그렇다. 천하에서 초범 경지 3단계에 오른 이는 오직 그뿐일 거다.”

몽무애가 고개를 끄덕였다.

능태허는 가볍게 탄식했다.

“그날 밤 우리 셋이 봉신전 여덟 명을 쉽게 이겼었지. 그러나 한 달 전 그중 일곱 명이 왜 사왕 세 명의 손에 처참하게 죽었는지 이제 알겠느냐?”

“네, 이제 알겠네요.”

양준이 거듭 고개를 끄덕였다.

초범 경지의 구체적인 구분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아마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태상장로 일곱 명이 사왕 셋과의 싸움에서 몇십 분도 안 되어 전멸되었다는 사실을.

초범 경지의 구체적인 구분을 알게 되자 양준은 그들 간의 실력 차이를 알 수 있었다.

초범 경지 1단계인 봉신전의 장로들이 초범 경지 2단계인 사왕 세 명, 거기에 7급 요수까지 더한 상황에서 어찌 막아 낼 수가 있었겠는가? 세상 사람들은 봉신전 장로들의 실력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아마 그들 자신도 자신의 실력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몽무애는 한눈에 이 모든 것을 파악했다.

“중도 8대 세가는 가문마다 네다섯 명의 초범 경지 고수가 있지만 기껏해야 한 명 정도가 2단계의 수준이다. 일부 가문에서는 심지어 한 명도 없지. 고수의 인원수에서는 8대 세가가 절대적인 우세를 차지하지만 창운사지 쪽에는 양백이 있다. 양백이야말로 가장 큰 변수다…….”

“그럼 현재 중도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나도 모른다. 최후의 순간이 오기 전에는 그 누구도 모를 테지.”

몽무애가 고개를 저었다.

양준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초범 경지에 대한 비밀을 알려주지 않은 것도 네가 충격을 받을까 봐 그랬다. 넌 아마 신유 경지 이상을 무도의 정상이라고 생각했을 테지만, 사실 아니거든.”

몽무애가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충격이요? 전 오히려 목표가 더 확실해진 느낌입니다.”

양준은 싱긋 웃었다.

세 사람은 놀란 눈빛으로 양준을 보다가 곧이어 대견스럽게 그를 바라보았다.

초범 경지의 비밀을 알기 전에 양준의 목표는 신유 경지 이상이었다. 그러나 초범 경지에 대한 몽무애의 설명을 듣고 난 다음에는 목표가 초범 경지 3단계로 바뀌었다.

세 사람은 양준이 전력을 다해서 그 목표로 나아갈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5년, 10년 아니면 그보다 더 걸리더라도 양준은 반드시 최고의 경지에 오를 것이다.

*몽무애의 방에서 나온 다음, 양준은 열의를 불태웠다. 곧 소안을 찾아가 얼음 침대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함께 수련했다.

관저 안에서는 모든 것이 일사불란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한 달 뒤, 모든 세력의 무인들이 벌모세수를 마쳤다.

이원순 일행 중 신유 경지 50여 명도 많은 이득을 얻게 되었다. 그들은 연단방에서 만든 현단의 도움까지 받자, 한동안 이곳에서 떠나고 싶지 않아 했다. 사실 그들은 이곳에 처음 찾아올 때만 해도 양준에게서 문파의 보물을 반환받으면 곧장 떠날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곳에서 각종 혜택을 누리고 나니, 그들은 오히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또 한 달이 지나자 양준 휘하의 혈시 아홉 명에게서도 드디어 희소식이 들려왔다. 만약영고의 도움을 받고 석 달 동안 폐관 수련을 한 결과, 그들은 연이어 초범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한 사람이 경지를 돌파할 때마다 놀라운 천지조화를 몰고 왔고, 이러한 조화는 장장 보름 동안 지속되었다.

이원순을 포함한 바다를 건너온 무인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바다 건너에는 오직 태일문에만 초범 경지 고수 세 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양준 관저에서 절정 고수 아홉 명이 초범 경지로 거듭나는 것을 직접 지켜보았다. 한순간 모두 존경심과 함께 의혹이 생겨났다. 어떻게 아홉 명이 이리 짧은 시간 내에 연달아 경지를 돌파할 수 있단 말인가? 이 가운데에는 필히 무언가 비밀이 있을 것이다.

‘양준 공자는 단숨에 신유 경지 이상의 고수를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이원순은 문득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중에 양준 공자는 권세가 하늘을 찌를 것이야. 이런 사람에게는 절대 밉보여서는 안 되고 반드시 잘 사귀어 두어야 해.’

혈시들은 너도나도 경지를 돌파하자, 자신들조차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승 싸움이 시작되기 전에 아홉 명은 모두 신유 경지 8단계의 수준이었다. 다들 신유 경지 이상에 오르기 위해 노력했지만, 동시에 거의 희망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양씨 가문 혈시당이 생겨서부터 지금까지 오직 황구주 한 명만이 혈시의 신분으로 신유 경지 이상에 이르러 태상장로로 추대되었다. 혈시당의 당주 풍승, 부당주 주봉은 신유 경지 정상에 머문 지 몇 년 되었지만, 아직까지 경지의 벽이 느슨해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아홉 혈시 중 그나마 곡고의와 영구의 자질이 그들과 견줄 만했기에 일찍이 양씨 가문에서는 두 사람이 신유 경지 이상에 오를 것이라 점쳤었다. 그러나 지금 아홉 명의 혈시 모두 초범 경지가 되었다. 정말 놀랍고 꿈만 같은 일이었다.

초범 경지에 오른 아홉 명은 몽무애에게서 귀중한 가르침을 받고, 초범 경지에 대한 견문을 넓혀 갔다. 이런 가르침은 8대 세가에서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원래 양위와 양소를 지키던 혈시 네 명도 지금은 모두 양준의 휘하로 들어갔다. 양준 관저의 자원을 이용해 수련하자 석 달이 지나 네 사람은 신유 경지 9단계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만약영고를 복용하고 폐관 수련에 들어간 상태였다. 뜻밖의 변고가 없으면 몇 달 뒤에 네 사람도 모두 초범 경지에 오를 것이다.

그리고 혈시들의 실력이 빠르게 향상되는 만큼, 다른 각 세력의 무인들도 실력이 많이 올랐다. 벌모세수하고 체질을 개선한 뒤, 모두 전보다 수련 속도가 빨라지고 효율이 높아졌다. 특히 젊은 세대 통솔자들은 원래부터 일반인보다 자질 면에서 뛰어났었는데 지금은 모두 천재급이 되었다.

이렇듯 관저 내 모든 이들의 실력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며 양준 관저는 매우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마치 창운사지의 침략과는 전혀 무관한 듯한 모습이었다.

*양준은 시시각각 중도 쪽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었다.

선경라는 여전히 전성에 남아 양준의 관저를 감시했다. 양준 또한 그녀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입수할 수 있었다.

창운사지가 중도에 도착하고 가장 먼저 공격한 가문은 고씨 가문이었다. 그 후에는 파죽지세로 중도를 정복했다. 양백의 힘과 나머지 다섯 사왕의 계략이 더해지니, 8대 세가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맹씨, 강씨, 추씨 가문은 오랜 세월 동안 살아왔던 땅을 등졌고 가문의 정예는 다른 가문으로 가서 의탁했다. 석 달 사이에 중도 절반이 함락됐다. 거대한 중도성은 양분되어, 중도의 북반부는 창운사지가, 남반부는 양씨 가문을 중심으로 8대 세가가 차지하여 서로 대치했다.

석 달 동안의 전투에서 쌍방 모두 막대한 사상자를 내었고 초범 경지 고수도 열댓 명이 죽었다. 그중 대부분은 8대 세가 쪽 사람들이었고, 창운사지 쪽에서는 3~5명 정도밖에 안 되었다. 초범 경지 이하의 사상자는 헤아릴 수 없었다.

중도는 도탄에 빠졌고 시체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때에 이르러서야 쌍방은 점차 기세를 누그러뜨렸고, 형세도 점차 완화되었다.

8대 세가는 천하에 모집령을 내렸다. 명문 세가에 지원병을 중도로 보내 창운사지의 침략을 막아 내자고 요구했다. 이는 두 번째로 내린 모집령이었다. 석 달 전 창운사지가 침입할 당시 이미 모집령을 내린 바 있었다. 그러나 호응하는 자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8대 세가는 몇백 년 동안 다른 세력에게 오만하게 군 데다가 창운사지의 기세가 워낙 흉흉해 가문의 운명을 8대 세가 쪽에 걸려는 사람이 없었다. 만약 가문의 정예들을 중도에 지원 보내는 경우, 그들은 모두 8대 세가의 화살받이가 되기 십상이었다. 그렇게 되면 그 가문은 거의 망한 거나 다름없었다. 이런 우려 때문에 지원하는 이들이 현저히 적어 8대 세가와 중도는 위험에 빠져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