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562화 (561/853)

제 562장. 여사와의 재회

음양요삼이 폭발하자, 두 사람 모두 온몸의 모공이 활짝 열리면서 주위의 신비한 기운을 모조리 체내로 흡수했다. 그리고 흡수된 기운은 다시 오장육부로 퍼져 나갔다. 은연중에 두 사람 사이에는 끈끈한 연결 고리가 하나 더 생긴 것만 같았다. 음양요삼의 현묘한 효능이 두 사람을 하나로 이어 놓은 까닭이었다.

곧이어 진원이 웅웅 소리를 냈다. 그제야 양준은 자신이 공법을 돌리지 않아도 몸속 진원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살짝 감지해 보니 소안도 마차가지였다. 게다가 진원의 운행 속도가 평소보다 훨씬 더 빨랐다. 만약 자신이 공법을 운행했다면 속도는 더욱더 빨라졌을 것이다. 양준은 이 모든 것을 알아차리고 기쁜 표정을 지었다.

음양요삼은 복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와 소안이 진정으로 심심상인 단계에 이르면 스스로 효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었다. 음양요삼은 이제 더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신비한 기운이 되어 두 사람의 심신을 연결해 주었다. 두 사람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 한, 설령 공법을 운행하지 않아도 스스로 천지간의 영기를 흡수해 강해질 수 있었고, 공법을 운행하게 되면 수련 효율은 배로 높아질 수 있었다. 거기에 음양합환공의 도움까지 더하면 수련 속도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향상될 것이다.

“어쩐지 우리에게 아이가 생긴 것 같은 기분이야.”

소안이 음양요삼 덕분에 생겨난 연결 고리를 감지하더니 말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에는 온기와 함께 모정으로 넘쳐났다.

“아기 가질래요?”

양준이 그녀를 바라보며 야릇하게 웃었다. 이에 소안은 금세 얼굴을 붉히며 그를 흘겨봤다.

이때, 그들의 귓가에 치열하게 싸우는 소리, 사람들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더하여 강렬한 힘의 파동이 관저 밖에서 느껴졌다.

양준은 잠깐 당황하더니 표정이 싸늘해졌다. 중요한 순간에 방해를 받게 되자, 그는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

소안이 신식을 펼쳐 살펴보더니 조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누군가 전성에 온 모양이야. 밖에서 요미여왕과 싸우고 있어.”

“다녀올게요!”

양준은 심호흡을 하고서 일어서더니 어두운 표정을 한 채 밖으로 나갔다. 어쨌든 선경라는 그와 아는 사이이므로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었다. 다만, 누가 그녀와 싸우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관저 밖에 나가서야 양준은 관저에서 몇백 장 떨어진 곳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얼핏 보아 적어도 백여 명 되는 이들이 한곳에 모여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신유 경지의 고수들로, 고개를 들고 하늘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세 사람이 선경라를 포위 공격하고 있었다. 세 사람은 모두 초범 경지로서 선경라가 도망칠 수 없게 모든 길을 막고 그녀에게 공격을 마구 퍼붓고 있었다. 선경라도 초범 경지라고는 하나, 아직 젊은 데다가 벽락까지 보호해야 했기 때문에 세 사람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접전을 거쳐 선경라는 점차 열세에 처했다. 주변을 거미줄로 뒤덮어 자신과 벽락을 보호하고 있었지만, 세 사람의 공격을 다 막아 낼 수는 없었다.

“요망한 계집! 순순히 항복하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누런 얼굴의 노인이 소리쳤다.

“이런 우연이 또 어디 있겠어. 명성이 자자한 요미여왕을 여기서 마주칠 줄이야.”

다른 한 노인이 연신 냉소를 흘리며 이미 선경라를 사로잡았다는 듯이 말했다.

“저들을 죽이지는 마시게. 사주와 담판을 지을 때 필요한 인질이니 말이네.”

나머지 한 사람이 목소리를 높여 주의를 주었다.

“어차피 계집의 실력이 만만치 않아 죽이지는 못합니다.”

누런 얼굴의 노인이 분통한 듯 말했다. 삼 대 일로 싸웠지만 선경라의 실력이 뛰어나 세 사람은 짧은 시간 내에 그녀를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만약 선경라가 곁에 있는 소녀를 보호하지 않았다면, 그녀의 실력으로 얼마든지 도망칠 수 있었다.

“저는 신경 쓰지 마세요.”

벽락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초조한 모습으로 말했다. 그녀 역시 자신이 선경라의 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선경라를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선경라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는 몸을 비틀어 선경라의 보호 범위를 벗어났다.

“벽락!”

선경라가 놀라서 소리쳤다. 그녀는 빠르게 손을 내밀었지만, 벽락을 잡아채지 못했다.

누런 얼굴의 노인은 음침한 눈빛으로 자신에게 달려드는 벽락을 지켜보다가 대수롭지 않게 공격을 날렸고, 꼬마 호랑이 같던 벽락은 피를 뿜으며 나가떨어졌다. 그녀는 신유 경지 1단계밖에 안 되어, 초범 경지 고수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없었다.

벽락은 순간 오장육부가 뒤틀리고 기혈이 들끓었다.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바래고 의식이 흐려졌다.

그리고 그 틈을 타, 싸움을 구경하고 있던 백여 명 가운데서 신유 경지 한 명이 날아와 벽락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가 미처 다가가기도 전에 옆에서 누군가 번개같이 뛰쳐나와 벽락을 낚아챘다.

신유 경지 고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뛰쳐나온 이의 실력이 신유 경지 4단계밖에 안 된다는 것을 감지한 그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내놓지 그래!”

말하는 한편,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고 주먹을 앞으로 내질러 진원을 폭발시켰다.

양준은 눈썹을 찌푸리며 상대의 초식에 내재된 위력을 감지한 다음, 주저하지 않고 손을 뒤집어 일장을 내질렀다.

주먹과 손바닥이 맞부딪쳤다. 양준은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신유 경지 7단계인 상대편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구르더니 인파 속에 떨어졌다.

뜻밖의 변고에 싸움을 구경하던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모두들 음산한 표정으로 갑자기 튀어나온 양준을 바라보았다. 이들 대부분은 양준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벽락을 구하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를 선경라와 같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양 공자?”

선경라를 공격하고 있던 세 사람 중 한 명이 양준을 보고 목청을 높여 부르는 한편, 뒤로 한발 물러났다.

양준은 고개를 돌려 그를 담담하게 쳐다보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여 장로님?”

그는 바로 여씨 가문의 초범 경지 고수 여사였다. 두 사람 모두 이곳에서 만나게 된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여사는 전성 쪽에 양준 관저가 아직 버티고 있다는 것을 몰랐고, 양준은 여사가 왜 이곳에 왔는지 알 수 없었다.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동안, 선경라 쪽의 싸움도 멈췄다.

선경라는 경계 어린 눈초리로 세 사람을 지켜보다가 신형이 번쩍하더니 양준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걱정 어린 눈빛으로 벽락을 바라보며 물었다.

“괜찮아?”

“걱정하지 마. 생명에 지장은 없어.”

양준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선경라와 함께 관저 앞으로 날아가 벽락을 관저 안에서 뛰쳐나온 당우선에게 건네주며 데리고 가서 치료하라고 지시했다. 벽락을 치료하러 보낸 다음에야, 양준은 고개를 돌려 전성에 찾아온 이들을 훑어보았다.

이 순간 그들은 경악에 찬 눈빛으로 양준 관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들은 전성이 도탄에 빠져 전멸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와 보니 지금 이곳에는 아직 형태를 제대로 유지하고 있는 관저가 있었다. 심지어 관저 안에는 많은 고수들이 남아 있었다.

여사는 어물거리다가 무엇인가를 떠올렸는지 태도가 저도 모르게 많이 누그러졌다. 그러나 다른 두 명의 초범 경지 고수들은 경계심과 분노가 서린 표정으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추억몽도 밖으로 나와 여사를 보고는 놀라서 물었다.

“여사 장로님?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

여사도 추억몽을 보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 인사했다.

“8대 세가의 모집령을 보고 중도로 지원을 가는 길이었네만, 이 근처를 지나가던 중 용과 봉황이 노니는 조화를 보고 이를 살피러 온 것이네. 여기서 사왕을 마주칠 줄은 몰랐지만 말이야.”

말하는 한편, 그는 양준과 선경라를 번갈아 보았다. 그로서는 두 사람의 사이를 도저히 짐작할 수 없었다.

“그러셨군요.”

추억몽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창운사지에서 침략한 뒤 지금까지 반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8대 세가는 그간 두 번이나 천하의 각 세력에 모집령을 내렸으나 호응하는 이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여씨 가문은 추씨 가문이 전폭적으로 밀어줬던 만큼, 내키지 않지만 하는 수 없이 가문의 정예들을 이끌고 중도로 지원을 오게 된 것이었다.

“그럼 그쪽 두 분은…….”

추억몽이 다른 두 명의 초범 경지 고수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에 여사가 소개했다.

“이 분은 황씨 가문의 황효(黃曉) 장로, 저분은 광명부(光明府)의 강철(姜哲) 장로일세. 두 분 다 나와 같이 중도로 가던 중이었다네.”

추억몽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황씨 가문, 광명부는 여씨 가문과 마찬가지로 중도 8대 세가와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 가문이었다. 그래서 모집령을 받고, 울며 겨자 먹기로 중도에 지원하러 가는 것이었다.

황효와 강철은 추억몽과 상냥하게 인사했다. 그러나 양준을 바라볼 때는 혐오와 경멸이 가득 담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계승 싸움 끝자락에 이르러 8대 세가는 양준이 사마와 결탁하고 중도를 혼란에 빠뜨리려 한다고 모함했다. 이 소식은 이미 세상에 널리 퍼져 있었다. 그리고 지금 황효와 강철은 양준과 선경라의 각별한 관계를 직접 확인하게 되자, 소문을 떠올리며 사실로 받아들였다. 양준이 정말로 사마와 결탁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추 소저, 왜 여기에 있는 건가?”

여사가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천지조화에 이끌려 오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성에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이 이리 많을 줄 몰랐을 것이다.

“피난 온 겁니다.”

추억몽이 방그레 웃었다.

“피난?”

여사가 놀라서 되물었다.

“예. 이곳으로요.”

황효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추 소저. 이곳은 이미 창운사지의 근거지 중 하나가 되었는데 피난이 웬 말인가?”

추억몽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여전히 미소를 띤 채 말했다.

“황 장로님, 그 말씀은…….”

황효는 선경라와 양준을 삿대질하며 말했다.

“창운사지의 요미여왕에, 사마와 결탁한 양준이 함께하는 곳이 그럼 뭐인가?! 아직 나이가 어려 견식이 짧은 것은 이해하지만, 간악한 자들에게 속임을 당하지 마시게. 평생 후회할 것일세.”

“간악한 자들에게 속임을 당한다?”

추억몽은 우습다는 듯이 양준을 힐끔 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황 장로님의 말씀은 고맙지만, 저는 지금 상황과 제 행동에 대해 아주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황효는 음침한 얼굴빛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추억몽이 양준에게 눈이 멀어 형세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이리 작은 관저가 난세 속에서 살아남은 것은 기적이었다. 황효가 생각하기에 관저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양준이 창운사지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전성 전체가 파괴되었는데, 어떻게 이곳만 멀쩡히 남아 있을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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