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578화 (577/853)

제 578장. 전쟁 시작

“맹 공자, 부상당한 것은 어떻습니까?”

양준은 그를 힐끗 보더니 감격 어린 얼굴로 화제를 돌렸다.

맹선의는 쓴웃음을 지었다.

“평생 완치되지 못할 듯합니다.”

맹선의는 귀왕의 귀기와 독왕의 독 안개에 영향을 받은 뒤로 목숨을 건지긴 했으나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서 보내야 했다. 오늘도 가주 취임식이 아니었다면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양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을 하다가 앞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입을 벌리십시오!”

“네?”

맹선의는 깜짝 놀랐다.

다음 순간, 양준이 뭔가를 튕겨 그의 입 안에 넣었다. 무심결에 그것을 꿀꺽 삼키자, 따뜻한 기운이 배에서 퍼지며 기운이 샘솟는 것 같았다. 창백하던 그의 얼굴에도 홍조가 드리웠다.

맹선의는 문득 무언가를 깨닫고 크게 기뻐하며 공수했다.

“양 공자, 감사합니다.”

양준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로 이때, 양응호는 발언을 마치고 높은 목소리로 외쳤다.

“지금 바로 가주 취임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북이 둥둥 울리고 악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분위기는 매우 뜨거웠다.

양준은 입가에 기괴한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돌려 북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북소리와 함께 북쪽에서 몇 개의 그림자가 날아왔다.

“역시 왔군.”

추억몽은 일어서서 양준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멀리 바라보았다.

“오지 않고는 못 배기지.”

양준은 코웃음을 쳤다.

북소리와 악기 소리는 계속되었다. 하지만 8대 세가의 고수들은 모두 몰래 진원을 모으며 공격할 준비를 했다. 그들은 흥분한 얼굴로 호시탐탐 기회를 보고 있었다.

이쪽의 상황을 살폈음에도 불구하고 북쪽에서 오는 이들은 두려워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번개와 같은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양준은 이틀간 줄곧 신근전에 있었지만, 이 상황을 미리 예측했었다. 7대 세가의 가주 취임식은 미끼일 뿐이었다. 진정한 가주 취임식은 어젯밤에 비밀리에 치러졌다. 그 말인 즉, 추억몽과 다른 젊은이들은 이미 모두 정식 가주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젊은 세대들이 7대 세가의 가주가 되었다는 것은 양준 관저와의 동맹이 정식으로 결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창운사지가 지금 움직이지 않는다면 오늘 취임식이 끝난 뒤, 양준이 이끄는 중도 정예 고수들의 맹공격을 받아야 했다.

먼저 공격하는 자가 이기는 법. 이는 누구나 다 아는 도리였다. 양백은 이것이 함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뛰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6대 사왕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육각형 모양을 이룬 채, 공중에 떠서 기괴한 기운을 뿜고 있었다. 킬킬거리는 웃음소리가 귀왕과 독왕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그 웃음소리에 사람들은 가슴이 괴로워지며 기혈이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여섯 사왕이다!”

양응호와 다른 사람들은 형형한 눈빛으로 사왕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뼈에 사무치는 원한을 담고 있었다. 그중 엽광인과 강예는 멍한 얼굴로 음명귀왕의 손에 들린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반년 전에 잡혀간 엽신유와 강참이었다.

둘은 해진 옷을 입고 멍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생기라고는 전혀 없는 모습이었다. 진원도 전부 소실되어 일반인으로 전락되어 있었다. 반년 동안 창운사지 사람들의 손아귀에서 얼마나 시달렸을지 짐작이 가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의 시선을 의식한 귀왕은 음산하게 웃으며 말했다.

“7대 세가에서 가주 취임식을 한다고 하니 이 얼마나 큰 경사인가? 주인님께서 우리더러 축하해 주고 오라고 하시더군. 작은 선물을 가지고 왔는데 성의를 봐서 받아주면 좋겠어!”

말을 마친 그는 엽신유와 강참을 던졌다.

엽광인과 강예는 소리를 지르며 동시에 솟구쳐 엽신유와 강참을 받아 들려고 했다.

“안 돼!”

양응호가 외쳤다.

귀왕이 아무 대가 없이 엽신유와 강참을 돌려줄 리 없었다. 두 사람의 몸에는 분명 뭔가 함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엽신유와 강참을 받아 든 엽광인과 강예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엽신유와 강참은 넋이 나간 듯이 눈이 퀭했으며 숨은 쉬고 있었으나 산송장과 다름이 없었다.

엽광인과 강예는 그들의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아무런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끝까지 방심하지 않고 두 사람을 가문의 사람에게 넘긴 뒤, 나지막하게 분부했다.

“데려가서 묶어 둬.”

그제야 둘은 고개를 들고 6대 사왕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두 전임 가주는 경계가 대단한 사람이군.”

귀왕이 낄낄 웃으며 조롱했다.

“허튼소리. 이곳은 너희들의 무덤이 될 것이다!”

엽광인이 크게 소리쳤다.

이때, 한 사람이 갑자기 6대 사왕의 앞에 나타났다. 그의 얼굴의 본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사주 양백이었다.

누구도 그가 어떻게 나타난 것인지, 아니면 줄곧 이곳에 있었던 건지 알지 못했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고 나서야 사람들은 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두 분, 말씀이 심하군. 우리는 여러분들과 전쟁을 하려고 온 것이 아니네.”

양백은 덤덤한 얼굴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말했다.

“전쟁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고?”

양응호는 코웃음을 쳤다.

“그럼 사주와 여섯 사왕은 무슨 일로 오셨나?”

양백이 덤덤하게 대답했다.

“화해하려고 온 것이네.”

“화해를 하겠다고?”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그들은 양백이 이런 말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양백은 다른 사람들을 상대하지 않고 시선을 양준에게 옮겼다. 그를 자세히 살펴보고는 무거운 얼굴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사질, 오랜만이야.”

“사숙, 그간 무고하시죠.”

양준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양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널 얕보았어. 네가 가장 큰 적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 이 정도까지 해내다니. 사질 역시 대단해.”

“과찬이십니다. 상황이 영웅을 만드는 법이지요. 사숙께서 제게 능력을 펼칠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가족끼리 그런 말 하지 마.”

양백은 음울한 얼굴로 말했다.

“사질, 내가 오늘 온 건 진심으로 화해하고 싶어서 온 거야.”

양백은 진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너희들의 실력이 우리 성지를 초월했다고는 하지만 정말 싸우게 된다면 이 사람들이 얼마나 살아남을 것 같아? 그냥 여기서 멈추는 게 어때?”

“좋죠.”

양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숙의 뜻이 그러신데 사질이 되어서 제가 어찌 거역하겠습니까? 저도 사숙 같은 고수와 적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사질은 역시 말이 통하는군.”

양백은 미소를 지었다.

이때, 양준의 표정이 바뀌더니 음산하게 말했다.

“하지만 화해를 얘기하기 전에 사숙께서 머리를 내놓는 건 어떻겠습니까? 제 아버지와 사부님께서는 사숙에 대해 맺힌 게 많다고 들었습니다.”

“무엄하다!”

패천역왕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너…….”

양백이 손을 들어 역왕의 말을 자르고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사질은 나와 적이 되기로 단단히 마음을 먹은 모양이구나.”

양준의 결정이 안타까운지 그는 가슴 아픈 표정을 지었다.

“사질, 네 결정은 수많은 사람들의 생사를 좌지우지할 것이다. 또 네 결정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잃게 되겠지. 그러니 잘 생각해 보아라.”

양백은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럼 8대 세가와 중도에 물어보시지요. 당신과 화해를 원하는지!”

양준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양백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더 말할 필요가 없겠구나.”

그가 말을 마치자 모든 사람들의 기운이 들끓기 시작했다.

양준은 양백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소리쳤다.

“전쟁 시작!”

8대 세가의 고수들은 일제히 위로 솟구쳤다. 양준 관저에 몸을 숨기고 있던 무인들도 인파 사이로 뛰쳐나왔다. 혈시 열세 명, 여사, 이원순, 능태허, 그리고 후에 가입한 열 명의 초범 경지 고수들은 모두 진원을 폭발하며 6대 사왕을 둘러쌌다.

킬킬거리는 웃음소리가 전해지며 독왕의 신형이 번쩍하더니 짙은 녹색의 독 안개가 공중에서 흩뿌려졌다. 귀왕의 몸에서도 끊임없이 인면이 튀어나왔다. 귀신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자, 중도 전체에 음산한 바람이 불었다.

섬전영왕은 번개로 변해 누구도 그의 모습을 쫓을 수 없었다. 오직 한 그림자가 거머리처럼 그의 뒤를 바짝 쫓았다. 영구였다. 초범 경지로 진급한 영구는 여전히 섬전영왕보다 속도가 느렸지만, 어느 정도 그와 견제할 수 있었다.

패천역왕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주먹을 내찔렀다. 정직한 주먹에서 폭발해 나온 힘은 양씨 가문의 제천대를 가루로 만들었고 사방 몇십 리의 땅이 움푹 파였다.

뇌정수왕이 휘파람을 불자 수많은 5, 6급 요수들이 멀리서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맨 앞에 선 요수는 7급인 여왕 거미였다. 창운사지의 고수들은 날거나 요수를 타고 빠른 속도로 덮쳐 오고 있었다.

여섯 사왕 중 다섯 명은 전혀 지체하지 않고 공격에 나섰다. 오직 선경라만 복잡한 얼굴로 몰래 뒤로 떨어져서 무심코 진원을 내뿜었다. 그러자 사람들의 마음을 유혹하는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녀는 싸우고 싶지 않았지만 양백이 이곳에 있어 보여주기 식이라도 움직여야 했다.

“망할 놈,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

능태허는 8대 세가의 다른 초범 경지 무인들과 손잡고 양백을 공격했다.

“사부님……!”

양백은 연민을 담은 눈빛으로 능태허를 바라보며 정면으로 맞서지 않았다. 그는 신형을 움찔하더니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누구도 그가 뭘 하러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전례 없던 전쟁이 순식간에 폭발했다. 중도 8대 세가, 양준 관저의 고수들과 창운사지의 무인들은 전력으로 싸움에 임했다.

양씨 가문을 중심으로 각종 무공과 비보가 위력을 발휘했다. 천지간의 영기가 혼란스러워지고 갖가지 기운이 마구 날뛰었다.

7대 세가의 신임 가주들도 전쟁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각 가문의 고수들이 보호하고 있어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7대 세가는 그들이 무모하게 나서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오직 양준만 지마를 이끌고 전쟁터를 누비고 다녔다.

식해 안, 금인독안은 끊임없이 방대한 흡인력을 발산했다. 신유 경지의 무인이 죽는다면 이십 장 안의 거리에서 양준은 흩어진 신식의 기운을 식해로 흡수할 수 있었다. 그는 굳이 초범 경지의 고수를 건드리지 않았다. 그의 목표는 오직 신유 경지였다. 심지어 지마가 나설 필요도 없었다. 신유 경지 정상의 고수도 양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창운사지의 초범 경지 고수는 많아 봤자 열몇 명밖에 남지 않았다. 이 정도 인원은 8대 세가와 양준 관저의 연합군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양응호가 애초에 한 말이 맞았다. 양준 관저와 8대 세가가 손만 잡는다면 창운사지를 몰아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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