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583화 (582/853)

제 583장. 허공의 힘

“쇄마련?”

양백은 깜짝 놀라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급히 지마를 풀어주고 뒤로 물러났다.

양준은 냉소하며 의념으로 쇄마련을 움직였다. 그러자 금빛의 쇄마련은 살아난 것처럼 순식간에 양백을 감싸고 꽉 조였다.

촤라락-

양백 몸속의 사악한 기운이 난폭하게 반항하기 시작했지만, 쇄마련의 속박에서는 벗어날 수 없었다. 이내 그의 몸에서 시커먼 연기가 뭉게뭉게 뿜어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금빛 쇄마련은 점점 흐릿해지더니 천천히 양백의 몸속으로 들어가 자취를 감추었다. 그저 환한 빛만 어렴풋이 내뿜을 뿐이었다.

“사숙, 너무 방심했네요. 마두의 시신을 얻었는데, 마두의 시신을 가둔 쇄마련을 그대로 뒀겠어요? 이것이 아마도 사숙의 천적인가 보군요.”

양준은 비웃으며 말했다.

양백은 분노에 찬 얼굴로 양준을 노려보았다. 그의 얼굴이 볼품없이 일그러졌다.

쇄마련은 사악한 기운을 억제하는 능력이 있었다. 마두의 시신을 가둘 수 있는 쇄마련이라면 당연히 마두의 힘을 전수받은 양백도 가둘 수 있었다. 쇄마련이 억누르고 있는 탓인지 양백의 넘치던 기백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상황이 급격하게 변하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전임 가주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다들 상황이 역전되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지마도 두려움과 기쁨이 뒤섞인 표정으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그 역시 양준을 따르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마조차도 쇄마련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양준이 절호의 순간에 그것을 꺼낸 것이었다.

“사숙, 지금은 힘을 몇 할 정도 사용하실 수 있습니까?”

양준은 앞으로 나서며 강한 기세로 물었다.

“당신 때문에 멀쩡하던 능소각은 지금 처참하기 그지없습니다. 사부님도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고, 제 아버지는 오랫동안 질병에 시달리셨고요. 당신이 중도를 망가뜨린 것은 괜찮다 해도, 능소각을 망친 대가는 치러야 합니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고요.”

“꿈도 크구나!”

양백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넌 겨우 쇄마련으로 날 잡아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네 실력이 좀 더 강했다면 가능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비보의 위력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달렸어. 이걸 가르쳐 주는 사람은 없었나 봐?”

그는 두 손으로 허공을 잡았다. 곧이어 칠색의 빛이 다시 피어오르며 강한 기세로 앞을 뒤덮었다. 동시에 그는 신형을 뒤로 젖히며 열린 허공 통로로 뛰어들 준비를 했다. 우선 이곳을 벗어나려는 속셈인 듯했다.

“어디로 도망치려고요?”

양준은 순식간에 속도를 최대로 끌어올려 허공 통로의 입구를 막아섰다. 이내 싸늘한 눈빛으로 양백을 바라보며 온몸의 진원을 폭발시켰다.

“꺼져!”

양백은 양준의 가슴팍에 일장을 날렸다. 손바닥의 경기(勁氣)는 혀를 날름거리는 뱀처럼 위험한 기운을 내뿜었다.

쿵-

양준은 몸을 휘청거리더니 입가에 피를 흘렸다. 공격을 날린 양백도 몇 걸음 물러섰다.

“하하하! 사숙, 지금은 초범 경지 1단계밖에 되지 않는군요. 어디 한 번 도망쳐 보시든가요!”

양준은 웃음을 터뜨리며 큰소리로 말했다. 이와 동시에 그는 방대한 신식을 내뿜었다. 식해 안의 단검은 신식의 힘에 의해 소름끼치는 한기를 뿜으며 양백을 공격했다. 이에 양백은 크게 놀라며 공격을 막지 못하고 다급히 물러났다.

지마는 낄낄 웃으며 핏빛으로 변해 양백의 옆에서 맹공격을 펼쳤다. 정신을 차린 전임 가주들도 일제히 힘을 보탰다.

양백은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며 힘들게 버텼다. 쇄마련에 경지가 봉인된 그는 양준 일행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리고 허공 통로로 도망치려고 할 때마다 누군가에게 붙잡혔다.

양백의 얼굴이 점점 더 일그러졌다. 그는 곤룡골 바닥에서 마두의 전승과 부분적 기억을 얻었을 때부터 더욱 높은 차원의 세상에 가는 것을 꿈꿔왔었다. 그가 창운사지를 굴복시키고 약왕곡을 침략한 것은 모두 8대 세가와 싸우기 위한 수단이었다. 오랫동안 계획했고, 곧 소망을 이루게 되었는데 쇄마련이 다 망쳐 버렸다. 그는 점점 초조해졌다. 다행히 양백은 아직 초범 경지 3단계의 실력이 남아 있어 위급한 상황에서도 지지 않았다. 또한 여전히 엄청난 수단을 자랑했다.

양준은 더 이상 그와 정면으로 접전하지 않고 단검을 움직여 양백의 외로운 싸움을 지켜보았다.

이때, 갑자기 멀지 않은 곳에서 강하기 그지없는 기운이 다가왔다. 기운의 정체를 알아차린 양준은 기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과연 몽무애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얼굴에는 기쁘고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온몸의 기운도 전과 달랐다. 심지어 지난번 자신의 봉인을 해제했을 때보다도 훨씬 강했다. 몽무애 몸속의 봉인이 완전히 해제된 것이다. 지금의 그는 초범 경지의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심지어 기운으로 봤을 때 초범 경지 3단계에 도달한 듯했다. 이는 그저 느낌에 불과했지만 양준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의 뒤에서 소안과 하응상도 모습을 드러냈다.

몽무애는 도착해서도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손을 움켜쥐자 보이지 않는 힘이 커다란 산처럼 양백의 몸을 내리눌렀다. 양백은 꼼짝달싹할 수 없었다. 이 기회를 틈타 지마와 전임 가주들은 공격을 퍼부었다.

“이럴 수가…….”

양백은 멍한 얼굴로 갑자기 나타난 몽무애를 바라보았다. 몽무애가 그의 전성기 실력과 맞먹을 정도의 경지와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사숙, 이젠 갈 때가 되었습니다.”

양준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양백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곧이어 그의 눈동자 깊은 곳에 짙은 광기가 어리더니 막다른 길에 몰렸으면서도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미련하구나! 내가 죽으면 너희들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말하는 사이, 그의 온몸의 진원과 기운이 위험하게 변했다. 몸도 점점 커지더니 더없이 육중하게 변했다. 동시에 그의 얼굴이 새빨개지며 온갖 구멍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공기 중에는 사람을 불안에 떨게 만드는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몽무애는 차가운 얼굴로 소리쳤다.

“막아! 그 자가 몸속의 진원을 폭발시키려 하고 있어!”

양준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신혼 비보인 단검이 강한 기세로 양백의 머릿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상대의 신식의 힘이 너무 강한 탓에 단검은 식해의 방어를 뚫지 못했다.

몽무애가 손목을 비틀었다. 그러자 무형의 힘이 양백의 머리를 반원으로 홱 돌렸다. 이내 양백의 너털웃음이 뚝 멈췄다. 그의 눈동자의 정기도 신속하게 사라졌다. 하지만 그의 진원만은 여전히 세차게 폭발하고 있었다.

쿠궁-

양백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전임 가주들은 피를 토하며 나가떨어졌다. 지마도 비명을 지르며 공중에서 몇 바퀴나 뒹굴더니 허공 통로로 떨어져 모습을 감추었다.

다음 순간, 중도에 있는 지맥의 방대한 기운이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 것처럼 양백이 진원을 폭발시킨 곳을 기점으로 연이어 폭발했다. 그와 동시에 신비한 힘이 몰려왔다.

몽무애는 깜짝 놀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시선은 열린 허공 통로에 고정되었다.

“이곳에 어떻게 허공 통로가 있는 거야?”

몽무애처럼 강한 사람도 무서운 것을 본 것처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넋을 잃은 그는 다급히 뒤로 물러서며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소안과 하응상의 옆에 도착하더니 한 손에 한 명씩 들었다. 그리고 진원을 돌려 두 사람을 보호하며 소리쳤다.

“양준, 따라와!”

그러고는 곧바로 허공 통로로 들어갔다.

양준은 몽무애가 왜 이렇게 당황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양백은 자신의 진원을 폭발시켜 중도 지맥의 이변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와 같은 재난은 몽무애도 막을 방도가 없었다. 지금 목숨을 부지하려면 허공 통로에 들어가 저쪽 세상으로 넘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몽무애의 외침을 들은 양준은 지체하지 않고 그쪽으로 뛰어가며 소리쳤다.

“어르신들도 가시지요.”

말을 마친 그는 허공 통로에 뛰어들었다. 바로 이때, 칠흑같이 어두운 허공 통로가 무너질 것처럼 곳곳에 틈이 생기더니 귀를 찌르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곧이어 신비한 힘이 앞쪽에서 덮쳐 왔다.

양준은 무너지는 허공 통로의 힘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알고 있었다. 전에 곤룡골 바닥의 허공 통로로 도망칠 때, 추씨 가문과 자미곡의 신유 경지 고수들은 운이 나쁜 탓에 허공의 힘에 의해 몸이 두 동강 났었다. 몸의 반은 창운사지에, 반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던 그 광경은 아직도 눈앞에 선했다.

이런 허공의 힘은 사람이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눈앞의 허공 통로도 지맥의 영향으로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양준은 놀란 얼굴로 뼈 방패를 꺼내 앞쪽을 막으면서 미친 듯이 진원을 주입했다.

앞쪽에서 신식에 전음이 더해져 전해졌다. 몽무애가 전온 것이었다. 양준은 앞쪽을 바라보았지만, 그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강한 빛에 양준은 눈을 뜨기 힘들었다. 이내 뼈 방패에 가해지는 충격이 점점 더 커졌고, 그 바람에 그는 연신 뒷걸음을 칠 수밖에 없었다. 극심한 신체적 고통이 몰려오자 양준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의식이 점점 흐릿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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