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96장. 돌아오자마자 또 소란이군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양염지익이 등에서 활짝 펼쳐졌다. 양준은 붉은색 날개의 도움으로 빠르게 불꽃의 포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콰앙-
요란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양준 관저는 불에 타서 한순간 평지가 되어 버렸다. 모든 가옥이 무너져 내렸고, 바닥은 초토화되었다. 천행궁이 감싼 범위 내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불꽃들이 일렁이며 양준을 뒤쫓았다.
이쪽의 요란한 소동에 중도의 무인들이 급히 달려왔다. 그들은 천행궁 안의 형세를 확인한 다음,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반년 동안 돌아오지 않더니, 돌아오자마자 이렇게 큰 소동을 벌이다니…….”
천행궁이 차단하고 있어, 그들은 고온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진령이 내뿜는 파괴성 강한 기운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추억몽은 초조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안쪽을 들여다보아도 어떤 상황인지 확인할 수 없었고, 양준이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만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새빨간 불의 세계는 모든 이들의 탐지를 차단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혼란한 상황이 점차 뚜렷하게 보였다. 양준은 조용히 허공에 떠서 어두운 눈빛으로 아래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래쪽에는 사람 모습을 한 불꽃이 일그러진 채 타오르며 울부짖고 있었다.
“어이쿠야……!”
곽성진은 놀라서 한동안 넋이 나간 채로 멍하니 양준의 등 뒤에 펼쳐진 커다란 날개를 바라보았다. 모든 이가 놀라서 굳어 버렸다. 누구도 양준이 이런 저력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계승 싸움이 시작되어서부터 양준은 양염지익을 쓴 적이 없었다.
“진짜 예쁘다!”
낙소만이 중얼거렸다. 그녀는 푹 빠진 표정으로 눈동자에 이채를 뿜으며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양준의 등 뒤 날개를 바라보았다.
“저건… 옥 속의 진령?”
당우선이 아연실색해서 비명을 질렀다.
도봉의 안색도 좋지 않았다. 그는 타오르는 듯한 눈빛으로 사람 모습의 불꽃을 지켜보았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고서 금세 양준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차렸다.
“옥 속의 진령은 뭐지?”
추억몽이 급히 물었다.
당우선은 곧바로 여씨 저택에서 있었던 일을 추억몽에게 말해 주었다. 당우선의 이야기를 듣자, 추억몽은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양준은 여사의 양정옥상을 메고 왔었다. 추억몽도 직접 봤었지만, 양준이 그 속에서 이렇게 위험한 보물을 얻은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진령은 상대하기 만만치 않은 물건입니다.”
도봉이 눈썹을 잔뜩 찡그린 채 말했다. 그는 이미 초범 경지에 올랐고 천행궁까지 사이에 두고 있었지만, 진령은 여전히 그에게 강한 압박감을 주었다. 천행궁이 없었다면 그는 아마 불꽃에 타 죽었을 것이다.
“막내 공자께서는 진령의 기운을 흡수해 실력을 올리려는 모양이야. 하지만 이건 너무 무모해.”
당우선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그녀는 애당초 양준에게 확실하게 얘기해 주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자신이 제대로 말해 주지 않은 탓에, 양준이 지금 실력으로 진령의 기운을 흡수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 것만 같았다.
“들어가서 도와줄 수 없을까?”
추억몽이 조바심을 내며 말했다.
도봉과 당우선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런 고온은 저희들이 견딜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막내 공자께서 안에서 무사한 것은 수련한 공법과 진령의 속성이 같기 때문이죠.”
게다가 그들은 천행궁에 들어갈 수 없었다. 추억몽은 양준을 걱정하는 마음이 앞서, 천행궁에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깜빡했던 것이다.
“당신들도 참…….”
곽성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깊은 눈빛을 하고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양준과 그리 오래 함께했으면서도 그 성격을 몰라? 양준이 언제 확실하지 않은 일을 하는 거 봤어? 시도했다는 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 그러니까 그냥 지켜보기만 하면 돼.”
그의 말에 모두들 눈앞이 밝아지는 것만 같았다. 양준은 경솔하게 행동하는 이가 아니었다. 언제나 계략을 세운 다음 움직였고, 매번 정확한 결정을 내렸었다. 어차피 지금 그를 걱정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냥 그가 이렇게 하는 데는 자신의 생각이 따로 있는 것이라고 믿는 것이 더 나았다.
“만에 하나…….”
추억몽은 그래도 걱정되었다.
“성공하지 못하면 양준은 그냥 도망쳐 나올 거야. 그래서 특별히 천행궁 안에서 시도한 거잖아? 중도에 더 큰 손실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일 거야.”
곽성진은 타고난 총명함을 자랑하듯이 말했다. 그의 분석에 나름 일리가 있어 누구도 반박할 수 없었다.
*천행궁 안,
양준은 아래쪽 진령을 내려다보며 끊임없이 신식으로 자신에게 굴복하라는 뜻을 전했다. 진령의 기운을 흡수하려면 반드시 진령이 타협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포악하고 파괴성을 띤 본능 때문에 진령은 양준의 명령에 더욱더 미친 듯이 날뛰었다.
뜨거운 불꽃이 끊임없이 폭발하며 천행궁 구석구석을 불태웠고, 곳곳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양준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양염지익을 이용해 불꽃 사이를 날아다니며 빠르게 관저의 한곳으로 다가갔다. 그곳은 일찍이 소안의 방이 있던 곳이었다.
그곳에 다다른 양준은 지면에 착지해 힘차게 발을 굴렀다. 곧이어 바닥에 구멍이 뚫리자 그는 몸을 날려 들어간 뒤, 곧 다시 거대한 얼음 침대를 들고 나왔다. 그것은 소안의 만년설로 된 얼음 침대였다. 불이 얼음과 상극인 만큼, 양준은 곧바로 이 얼음 침대를 생각해 낸 것이다.
천적의 존재를 감지했는지, 줄곧 무념무상 상태이던 진령이 고개를 번쩍 들더니 험상궂은 눈빛으로 얼음 침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포악한 고온이 밀려오자, 얼음 침대가 차가운 한기를 내뿜었다. 이내 한기와 열기가 어우러지면서 안개가 폭발했다.
양준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얼음과 불의 충돌에서 그는 구경꾼일 뿐이었다.
진령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불꽃들이 빠르게 진령의 몸속으로 되돌아갔다. 다음 순간, 진령은 마치 오랫동안 갇혀 있다가 우리에서 뛰쳐나온 맹수처럼 괴성을 지르며 양준에게 달려들었다.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진 것이 악귀 같았다.
양준은 심호흡을 하고서 달려드는 진령을 지켜보았다. 그는 피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얼음 침대를 높이 쳐들고 맞받아쳤다.
“입마!”
나지막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천지가 무너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악한 기운이 천행궁 전체를 휩쓸더니 얼음, 불과 함께 공간을 가득 채우며 멸망의 서막을 열었다.
천행궁 밖,
사람들은 눈앞이 아찔해지더니 세 가지 색상 외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빨간 불꽃, 새하얀 한기, 어두컴컴하고 사악한 기운. 세 가지 색상이 한데 어우러지자 천행궁 안은 다채롭게 변했다.
이때, 순간적으로 빨간색이 절대적인 우세를 차지하면서 하얀색과 검정색을 짓눌러 두 색상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다들 양준이 걱정되어 저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동시에 감탄하기도 했다. 자신들이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아마 어떤 노력도 해보지 않고 곧바로 도망쳤을 것이다. 그러나 양준은 한사코 버티고 있었다. 사악한 기운은 보일 듯 말 듯했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점차 불꽃의 빨간 빛도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하얀 한기와 검은 기운이 눈에 띌 정도로 많아졌다.
이에 환호성이 터지며 다들 기뻐서 풀쩍풀쩍 뛰었다. 한기와 사악한 기운이 더욱더 강해지면서 서로 협력해 점차 불꽃과 대등하게 맞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해가 뜨고 달이 졌다.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천행궁 안은 여전히 교착 상태였다. 그 기운이 중도 전체에 전해져 사람들은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고 불안감에 떨었다. 그러나 양준 관저의 사람들은 줄곧 밖에 서서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양준이 무사하게 걸어 나오는 순간을 기대했다.
그러던 어느날 한기가 불현듯 약해졌다. 그 누구도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이와 동시에 불꽃의 빨간 빛도 많이 약해졌다. 반면 검은 기운은 점차 더 짙어졌다. 이 광경을 지켜본 사람들은 정신을 번쩍 차렸다. 지금 이 순간 양준이 주도권을 거머쥔 듯했다. 다들 기대감에 차서 양준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면서 양준이 이번에 나오면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해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천행궁 안 세 가지 색상은 매일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났다. 검은색의 사악한 기운은 점점 더 강해지고 빨간색과 하얀색은 점차 사라졌다.
거의 한 달이 다 지나갈 때쯤, 거센 폭발음과 함께 검은색이 천행궁 전체를 감싸면서 빨간색과 하얀색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곧이어 사악한 기운은 한곳으로 몰려갔다. 마치 그곳에 소용돌이가 일어나 사악한 기운을 깨끗이 빨아들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점차 양준의 신형이 사람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한 달간 중도의 하늘을 짓누르던 멸망의 기운이 드디어 가시기 시작했다.
와르르-
양준 관저를 지탱하며 감싸고 있던 천행궁이 그 순간 모든 힘을 소진하고 산산조각 났다.
천행궁의 등급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몽무애가 간 다음에도 천행궁은 줄곧 양준 관저를 보호하고 있었다. 그 속에 진원을 주입하지 않았음에도 지금까지 견뎌 낸 것을 보면 천행궁이 얼마나 대단한 지 미루어 짐작 가능했다.
자그마한 궁전이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양준은 손을 뻗어 그것을 거두어들였다. 이는 몽무애의 비보였다. 양준은 소통을 시도해 보았으나 실패하고 천행궁을 검은 책 공간에 넣어 두었다.
그는 제자리에 서서 자신의 변화를 감지해 보았다. 이내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렸다.
관저의 사람들이 너도나도 다가와서는 기쁜 얼굴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성과가 많은 모양이군!”
곽성진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양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혈시 열세 명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의혹이 서린 표정이었다. 양준은 한 달이라는 시간을 허비해 진령의 기운을 흡수하는 데 성공했지만, 경지는 여전히 신유 경지 6단계였다. 이에 대해 그들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경지에 아무 변화도 없다면, 공자님은 진령의 기운을 다 어디로 흡수한 거지?’
파괴성이 크고 포악한 진령의 진양원기를 흡수했다면 적어도 경지가 2, 3단계 정도 올라야 했다. 하지만 양준이 말하지 않자, 그들 역시 캐묻지 않았다. 힘이 향상되었다 해서 반드시 경지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었다. 경지는 그대로였지만, 혈시들은 양준과 마주할 때 저도 모르게 압박감이 느껴진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도무지 연유를 알 수가 없어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