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605화 (604/853)

제 605장. 빙염성사

독오맹의 사람들은 경악한 표정으로 수령을 바라보았다. 한참 뒤에야 여인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마음은 고맙지만 이 늪지 아래쪽은 전부 몇천 장 깊이의 흙탕물이에요. 아무리 물의 힘에 능한 고수라도 찾지 못할 거예요. 수신전 사람들이 물의 공법과 무공을 잘 다룬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전 그저 물의 힘에만 능한 게 아니에요.”

수령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그녀는 본래 수령지체로 특수한 체질이었다. 어디든지 물이 있는 곳이라면 그녀는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었다.

여인은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몸을 돌려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따라오세요.”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그녀는 수령에게 시도해 보라고 할 생각이었다. 성공하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만약 성공한다면 보름 뒤, 독오맹에서는 랑야복지에게 물건을 넘길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적혈진란이 도망친 곳으로 돌아왔다. 늪지에서 양준은 금제와 함정의 기운을 느끼고 이들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들은 적혈진란을 잡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마지막 순간에 놓친 것이었다.

“바로 여기예요.”

여인은 눈앞의 늪지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양준은 신식을 펼쳐 주변 땅속의 상황을 살펴보았지만 별다른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내려가 볼게요.”

수령은 말을 마치고 늪지로 들어가 모습을 감추었다. 여인과 독오맹의 사람들은 양준을 힐끗 보고는 초조하게 기다렸다.

한참 지나자, 늪지에서 수포가 뽀글뽀글 올라왔다. 사람들은 정신이 번쩍 들며 은근히 기대했다.

촤락-

수령이 늪지에서 빠져나왔다. 그녀의 옷은 젖지 않았으나 안색이 창백하고 입술이 파래져 끊임없이 몸을 떨고 있었다. 차가운 늪지에 몸이 단단히 언 것 같았다.

독오맹의 사람들은 다급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에 수령이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어떻게 된 거야?”

양준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수령은 꽁꽁 언 곳에서 나온 것처럼 몸을 덜덜 떨었다. 가냘픈 몸에서도 냉기가 흐르고 있었다.

“이따가 말해.”

수령은 공법을 운행해 몸속의 냉기를 물리쳤다.

한참 뒤, 수령은 기운을 차리고 가볍게 숨을 들이쉬더니 일어나서 말했다.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찾긴 했어요.”

“찾았다고요?”

여인은 눈을 반짝이며 기쁜 얼굴로 물었다.

“하지만 저 혼자의 힘으로는 그걸 가져올 수가 없었어요.”

“왜요?”

여인이 다급히 물었다.

“아래쪽에 빙염성사(冰焰星沙)가 한 층 있더라고요.”

“빙염성사?”

독오맹의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탐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게 뭔데?”

그들의 반응을 보고, 양준은 빙염성사가 아주 귀중한 보물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영급 상품의 무기 제련 재료야. 온도가 극히 낮지만 많은 초범 경지 고수들이 바라는 보물이지. 심지어 입성 경지 고수들이 비보를 만들 때에도 사용해.”

수령은 덤덤하게 설명했다.

독오맹 사람들은 흥분한 표정을 지었다.

“빙염성사였군요. 천지 영물이 있는 곳에 보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보물이 빙염성사일 줄이야.”

여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빙염성사가 적혈진란을 생기게 한 것 같아요. 아래층 얼음이 두꺼워서 깰 수가 없어요.”

“도와드리겠습니다.”

갑자기 독오맹 무리에서 뚱뚱한 남자가 걸어 나오더니 수령 앞에 서서 손을 펼쳤다. 그러자 뜨거운 불꽃이 그의 손에 나타났다. 그는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말했다.

“제가 마침 얼음의 상극인 불의 힘을 수련했습니다.”

수령은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안 돼요. 실력이 너무 낮아요.”

“전 신유 경지 8단계입니다.”

그 사내는 불만 어린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수령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도와줄 사람이 있어요. 양준, 따라와. 너만이 그 얼음을 깰 수 있을 것 같아.”

사내는 양준을 힐끗 보더니 화를 내며 말했다.

“저도 안 되는 걸 신유 경지 7단계인 이 자가 할 수 있다고요?”

“제가 된다면 되는 거예요. 적혈진란을 찾고 싶지 않으세요? 전 지금 공짜로 도와드리는 거예요.”

사내는 할 말을 잃었다. 상황을 지켜보던 여인이 다급히 웃으며 말했다.

“화내지 마세요. 낭자 뜻대로 하시죠.”

빙염성사가 귀중하다고는 하나, 독오맹은 지금 적혈진란이 필요했다. 여인은 수령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수령은 고개를 끄덕이고 양준의 손을 잡고서 늪지로 들어갔다. 그들이 사라지자 계홍은 정신을 번쩍 차렸다. 그는 무릎을 내리치며 말했다.

“아뿔싸, 두 사람이 설마 도망친 건 아니겠지요?”

그 말에 여인은 사색이 되었다. 문득 그럴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도와줄 리가 없었다. 천지 영물과 영급 상품의 유혹을 못 이겨 두 사람이 보물들을 손에 넣은 뒤, 도망칠 수도 있었다.

“설마!”

여인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아니면 왜 하필 그 남자에게 도와달라고 했겠습니까? 분명 기회를 틈타 보물을 얻은 뒤 도망치려는 거지요.”

그 말은 일리가 있었다. 독오맹 사람들은 화를 내며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여인은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그녀는 아래로 내려가 상황을 살펴보고 싶었지만 물의 힘을 수련한 고수가 없이 늪지로 들어가는 것은 위험했다. 그녀는 신식을 펼쳐 살펴보았으나 아무런 기운도 찾아낼 수 없었다.

여인의 마음은 싸늘하게 식어 갔다.

*늪지 아래는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어두컴컴했다.

양준은 수령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수령이 만든 수포가 그의 몸을 감싸고 있어 답답한 느낌 없이 자유롭게 숨을 쉴 수 있었다. 신식을 펼치고 보니 주변의 모든 것이 훤히 보였다.

끊임없이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보니 여인의 말대로 이 늪지는 깊이가 몇천 장인 것이 분명했다. 수령지체인 수령과 같은 사람만이 이곳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물의 힘에 아무리 능해도 늪지의 아래쪽에서 손발이 묶여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한기가 느껴졌고, 한기는 점점 심하고 강해졌다.

한참 뒤, 수령도 참지 못하고 이를 달달 떨었다. 양준은 진원을 뿜었다. 그러자 수포 안의 온도가 차츰 올라가면서 한기를 내쫓았다.

“널 데리고 오길 잘했어.”

수령은 생긋 웃었다. 양준은 자신의 힘을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었다. 만약 아까 독오맹의 남자와 함께 내려왔더라면 그가 내보낸 불의 힘에 그녀의 수포가 손상 받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양준은 달랐다. 그는 수포가 터지지 않게 하면서도 한기를 쫓을 수 있었다.

아래쪽에서 빛이 전해졌다. 자세히 살펴보니 새하얀 빛이 불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멀리 떨어진 데다 중간에 두꺼운 얼음층이 가로막고 있어 양준은 그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살펴볼 수 없었다.

“저 춤추는 불꽃 같은 것이 바로 빙염성사야. 적혈진란은 바로 저 안에 있어. 얼음층의 두께가 대략 몇십 장인 것 같은데 소리 내지 않고 깨뜨릴 수 있겠어?”

수령이 설명했다.

양준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해볼게.”

그는 말하면서 수포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러자 산에 깔린 듯한 압박감이 느껴져 저도 모르게 온몸이 굳어졌다. 뼈마디에서 딱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수포의 보호에서 벗어나자 양준의 온몸에 엄청난 수압이 가해졌다.

“힘들 것 같으면 무리하지 마.”

수령이 당부했다.

양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한참 기다렸다. 그리고 방대한 수압에 적응한 다음에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바닥 안에서 뜨거운 진양 원기가 폭발했다. 그것은 날카로운 검처럼 맞은편의 얼음층을 녹여 사람이 지나갈 만한 구멍을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진원이 난폭하게 발사되었다. 평범한 얼음층은 타오르는 진양 원기를 막아낼 수 없었다. 수령은 수포를 감싼 채, 양준의 뒤를 따라서 신속하게 들어갔다. 몇십 장 깊이의 얼음층을 빠르게 통과한 두 사람은 곧 춤추듯이 타오르는 빙염성사 앞에 도착했다.

“네가 빙염성사를 거둬. 내가 적혈진란을 잡으러 갈게!”

수령은 흥분한 얼굴로 당부하고는 적혈진란이 있는 곳을 덮쳤다. 곧이어 물에서 신기한 힘이 나타나더니 그 힘은 주변의 공간을 속박하며 적혈진란을 작은 범위 안에 가두었다.

양준은 그쪽을 힐끗 보고 더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춤추듯이 타오르는 보물을 검은 책의 공간 안에 넣었다. 불꽃 같은 물건은 사실상 모래알이었다. 하지만 얼핏 보아도 일반 모래알과 달리 아름답고 손에 닿으면 차갑기 그지없었다. 영기를 가득 품은 보물이었다.

양준도 자신이 보물을 손에 넣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통현대륙에 오자마자 이런 기연을 만나다니, 좋은 징조인 것만 같았다.

빙염성사의 양은 많지 않았는데, 백 알 정도였다. 양준은 그것을 고이 수집했다. 수령도 기쁜 얼굴로 멀지 않은 곳에서 뛰어왔다. 그녀는 일곱 잎짜리 천지 영물을 들고 양준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적혈진란은 물의 힘을 통제할 수 있는 그녀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었다.

양준은 미소를 짓고 재빨리 그녀의 수포 안으로 들어갔다.

“올라가자. 사람들이 눈이 빨개져서 기다리고 있을 거야.”

수령은 생긋 웃었다. 그녀는 독오맹 사람들의 기분이 어떨지 상상이 갔다.

*늪지대의 위쪽.

독오맹 사람들은 어두운 얼굴로 잠자코 기다리고 있었다. 계홍은 갑자기 또 욕설을 퍼부었다.

“한 시진이 다 지났는데 두 사람 다 아직도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도망친 게 분명합니다.”

“그놈들을 다시 보면 갈기갈기 찢어 죽이겠습니다!”

이에 여인이 호통쳤다.

“말 함부로 하지 말거라. 그 낭자는 정말 수신전의 제자가 맞았다. 게다가 신분도 낮아 보이지 않았어.”

“소저는 어떻게 아십니까?”

“그녀는 신유 경지 정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어. 그 나이에 그 경지라. 수신전에서 신분이 꽤 높지 않겠어? 그런 신분을 가진 사람이니 우리를 속이지 않을 거다…….”

말을 하는 여인의 목소리는 점점 가라앉았다. 그녀는 스스로 위로하며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신분이 있으면 또 뭐 어떻게요? 적혈진란과 빙염성사 둘 중 어느 것도 일반적인 보물이 아닌데, 그걸 보고 마음이 움직일 수도 있죠.”

“만약 정말 그렇다면 우리가 당한 거지, 뭐! 능력이 없어 두 보물을 손에 넣지 못하는 우리 자신을 탓해야지.”

여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

여기저기서 탄식 소리가 들려왔다. 이 세계에서는 능력 있는 자가 보물을 얻고, 능력 없는 자는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이는 매우 흔한 일이었다. 종종 사람들이 보물을 발견하고도 고수에게 빼앗기는 일이 일어났다. 약자들은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쉿, 소리 나요!”

계홍이 갑자기 소리쳤다. 그는 뜨거운 시선으로 늪지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아래쪽에서 기운이 빠른 속도로 올라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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