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613화 (612/853)

제 613장. 뭔가 이해가 안 되는군요

반나절 동안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운훤 소대는 똑같은 방법으로 손쉽게 서금수 세 마리를 사로잡았다. 그동안, 양준은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운훤의 사전 당부 때문만은 아니었다. 대원들의 수단으로 서금수를 충분히 사로잡을 수 있기에 그는 아예 끼어들 필요가 없었다. 이번에 따라온 것은 오로지 운훤의 빚을 갚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곳에서 빚을 갚을 기회를 만나지 못하면 무리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찾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몰래 관찰한 결과, 그들은 계속해서 같은 수단을 사용할 수 없었다. 우선 함정을 설치하는 비보의 수가 많지 않았고, 다음으로 모든 서금수가 한 마리씩 다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때, 바로 앞쪽에 서금수 두 마리의 기운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중의 어떤 놈을 건드리든 다른 한 마리가 경계할 것이 뻔했다. 곧이어 앞에서 살펴보던 계홍이 돌아와 상황을 운훤에게 말하자, 운훤의 고운 눈썹이 살짝 구겨졌다.

“박수환(縛獸環)은 몇 개 남았지?”

운훤이 한 대원에게 물었다.

“세 개요.”

“모두 설치해.”

운훤이 잠깐 생각하고는 말했다.

“네!”

그 대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한 대원과 함께 박수환을 차례로 통로에 설치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계홍이 앞으로 가 놈들을 도발했다. 서금수 두 마리는 미끼를 덥석 물더니 사납게 이쪽으로 달려들었다.

첫 번째 함정을 지날 때, 박수환이 빛을 뿜었지만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서금수 두 마리의 기세가 너무 거센 탓에 박수환의 속박을 떨쳐 버렸던 것이다. 두 번째 함정은 놈들의 속도를 살짝 늦추었을 뿐이었다. 세 번째 함정에 이르러서야 그중 한 놈이 사로잡혔다.

나머지 한 놈은 여전히 운훤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출수!”

운훤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마치 모든 것을 예상한 것처럼 그녀의 명이 떨어지자, 양쪽에 숨어 있던 대원들이 순식간에 무공과 비보를 폭발시켰다.

양준은 이 광경을 바라보며 몰래 고개를 끄덕였다. 독오맹의 무인들은 경지가 낮지 않았고 수단도 좋을뿐더러 모두 경험이 풍부한 이들이었다. 게다가 운훤의 지휘 하에 결속력도 가지고 있었다. 6급 요수가 절대적인 지리적 우세를 차지했지만 신유 경지 무인 여덟의 앞에서는 보잘것없는 존재였다.

계홍은 양손에 든 거대한 도끼로 서금수의 등을 내리쳤다. 그러나 굉음이 울리고 불꽃이 튀었을 뿐 놈의 껍데기에는 옅은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

“이렇게 단단하다고?”

계홍은 깜짝 놀랐다. 양손이 도끼의 반동력에 얼얼해질 지경이었다. 그는 단단히 마음먹고 있는 힘껏 끊임없이 도끼를 휘둘렀다.

탕- 탕- 탕-

“계홍, 물러나!”

운훤이 소리쳤다.

계홍의 움직임에 서금수가 격노해 시뻘건 눈동자로 계홍을 노려보았다. 이내 놈의 이마 위 두 뿔 사이로 빛이 반짝이더니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기운이 세차게 계홍에게로 튀어나갔다.

계홍은 얼굴빛이 급변하며 도끼를 앞으로 당겨 공격을 막았다.

운훤은 곧바로 서금수에게 달려들었다. 마 대사가 복구해 준 긴 창을 손에 든 그녀의 움직임은 매우 날렵했다. 긴 창에서는 전기가 번쩍였다. 덕분에 동굴 안은 빛으로 환해졌다. 곧이어 긴 창이 뒤틀리기 시작하더니 마치 진짜 뱀처럼 날카로운 기운이 퍼져 나갔다. 긴 창은 칠색 빛으로 변해 서금수에게 달려들었다.

서금수는 불안감을 느낀 듯 끊임없이 울부짖었다. 온몸의 위험한 기운이 수십 배로 횡포해지더니 놈의 눈동자에 포악한 광기가 서렸다. 서금수의 두 뿔 사이에서 빛이 끊임없이 반짝이며 운훤의 긴 창에 맞섰다.

슈욱슈욱슈욱-

원기가 제멋대로 날뛰고, 영기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강렬한 충돌로 인해 동굴 안 사방에서 돌 부스러기가 흩날렸다. 그와 동시에 동굴 안이 끊임없이 흔들리며 곧 붕괴될 조짐을 보였다.

운훤은 두려움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냉담한 표정으로 끊임없이 서금수를 공격했고, 다른 대원들은 기회를 틈타 서금수를 포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때, 기이한 원기가 땅속에서 퍼져 나왔다.

푸욱푸욱푸욱-

예리한 흙 가시가 아래쪽에서 튀어나오자, 발광하던 서금수의 기세가 마치 바람이 빠진 풍선처럼 한순간에 사그라들었다.

서금수의 피가 사방으로 흩뿌려지며 땅바닥을 흠뻑 적셨다. 놈은 앞으로 몇 장을 더 뛰쳐나가서야 슬프고 무기력하게 울부짖더니 땅바닥에 쓰러졌다. 옆에서 보면 놈의 아랫배 쪽에 구멍이 몇 개나 뚫려 있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바로 방금 전 흙 가시에 뚫린 것이었다.

운훤 소대의 대원들은 우르르 몰려들어 곧바로 서금수의 두 뿔을 잘라 냈다. 그리고 다시 수단을 펼쳐 놈을 묶고 상처에 약을 발라 주었다. 다들 당황하지 않고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질서 정연하게 해냈다.

계홍이 싱글벙글 뛰어오더니 양준에게 눈을 찡긋해 보이며 말했다.

“구경하는 것도 재밌죠!”

“네.”

양준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까지 그는 한 번도 끼어들지 않고 옆에서 구경만 했다.

“이건 다 작은 전투에 불과해요. 언젠가 독오맹에 들어오면 제가 큰 전투를 보여드리죠.”

운훤은 긴 창을 거둬 손에 잡고서 양준을 힐끔 보고는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과묵한 소년이 그래도 침착한 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양준은 방금 전 같은 돌발 상황에서도 전혀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운훤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양준이 감정을 겉에 드러내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식견이 넓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운훤이 손뼉을 치고서 말했다.

“박수환을 다 썼어. 앞으로 서금수를 만나면 모두 부상당하지 않게 조심해야 해.”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방금 전보다 더 높은 열의를 보여 주었다.

“계속 앞으로!”

운훤은 다시 선두에 서서 앞으로 걸어갔다.

서금수는 광물질을 먹기 때문에 몇 마리씩 모여 있을 수가 없었다. 대다수는 한 마리씩 다녔고, 가끔 두세 마리가 같이 있기도 했지만 운훤 소대 대원들의 실력으로 그 정도는 수월하게 사로잡을 수 있었다.

동굴은 매우 깊었다. 계속해 안쪽으로 들어가자, 갈림길이 수없이 많아졌다. 대원 중에서 누군가는 돌아갈 때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 그때그때 방향을 표기해 두었다.

이제 양준도 서금수를 사로잡는 데 나서게 되었다. 운훤의 가르침에 따라 그들에게 힘을 보탰다. 침착하고 냉정한 공격 방식에 다른 대원들은 모두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심지어 운훤조차 저도 모르게 양준을 더 높이 보게 되었다.

그녀는 외진 촌구석에서 온 소년이라 이러한 상황에 맞닥뜨리면 어쩔 줄 몰라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양준에게 자신의 뒤를 따라다니게 하고 서금수를 잡는 데 참여하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양준은 나름대로 쓰임새가 있었다. 적어도 뼈 방패를 꺼내 들면 혼자서 서금수의 강한 충격을 막아 낼 수 있었다.

서금수의 강한 충돌력은 소대에서 가장 다부지고 가장 힘이 센 계홍도 될수록 피하려 하는데, 양준은 온전히 막아 내었다. 이는 다른 대원들이 공격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두 번 정도 살펴본 다음, 운훤은 한시름 놓고 양준에게 뼈 방패를 들고서 앞에서 장벽 노릇을 하게 했다. 그리고 다른 대원들은 양준 등 뒤에서 서금수를 공격했다. 서로 빈틈없이 협력하며 효율도 오르자 모두들 웃음꽃을 피웠다.

반나절이 지나 소대는 잠깐 휴식을 취했다. 쉬는 동안, 양준은 운훤을 찾아가 말했다.

“뭔가 잘 이해가 안 되는군요.”

“무슨 일이에요?”

운훤이 살며시 미소 지으며 물었다. 그녀는 양준의 능력을 인정했고, 지금은 정말로 그를 독오맹에 포섭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양준처럼 장벽 노릇을 할 수 있는 이가 그녀의 대원이 된다면, 앞으로 임무를 수행할 때 모두들 한층 안전해질 수 있었다.

“서금수는 광물질을 주식으로 하는 거 맞죠?”

“맞아요. 그런데요?”

“계 형은 놈들이 광물질을 삼킨 다음 몸속에서 제련해 배설한다고 했어요. 게다가 전에 알아낸 정보에 따르면 이 서금수들은 이곳에서 적어도 2, 3개월은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왜 오는 내내, 놈들의 배설물을 하나도 보지 못한 거죠?”

운훤은 깜짝 놀라 자세히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확실히 양준이 말한 것처럼 그들은 지금까지 서금수의 배설물을 전혀 보지 못했다. 오는 길에는 어떤 제련된 광물질도 없었다.

운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또한 그녀 역시 의문이 생겨났다. 다른 대원들도 마찬가지로 떨떠름해졌다. 오는 내내, 그들은 서금수를 사로잡는 성취감에 취해 있다 보니 누구도 이런 상황을 살펴보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면 놈들도 우리 인간이 뒷간을 쓰는 것처럼 따로 한 곳을 찾아 배설하는 건 아닐까요?”

계홍이 소리쳤다.

운훤은 낯을 살짝 붉히며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네.”

“그렇다면 그곳을 찾아내면 제련된 광물질을 한가득 찾을 수 있겠죠?”

계홍이 아래턱의 덥수룩한 수염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운훤은 눈앞이 밝아졌다. 이번 임무에서 많은 서금수를 사로잡은 것 자체가 이미 큰 공을 세운 것이었다. 거기에다가 제련된 광물질까지 찾아낸다면 그야말로 적지 않은 재물이었다. 다른 대원들도 흥분하더니 하나같이 눈동자에 욕망의 불꽃이 타올랐다. 싸우면서 쌓였던 피로감도 흔적 없이 사라지고 다들 기력이 넘쳤다.

“그럼 그런 곳이 있는지 한번 찾아봐.”

운훤은 대원들의 표정을 보고서 그들이 더는 쉴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웃으며 말했다. 모두들 기쁜 마음으로 서둘러 움직였다.

양준은 미간을 구겼다.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으나 이쪽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기에 뭐라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어쩔 수 없이 운훤이 말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일행은 계속해 안쪽으로 걸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서금수의 양이 점점 적어졌다. 그들은 서금수를 사로잡는 한편, 제련된 광물질이 있는 곳을 찾아보았으나 줄곧 보이지 않았다.

한참 찾는 와중에, 양준은 갑자기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그는 정신을 집중해 감지해 보고는 얼굴빛이 급변하더니 나지막하게 소리쳤다.

“운훤, 심상치 않습니다.”

정련된 광물질을 찾던 대원들은 양준의 외침에 모두 걸음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모두들 의혹에 찬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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