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625화 (624/853)

제 625장. 찾… 았… 다……!

초범 경지의 고수가 공격한 뒤로 얼마 지나지 않아 열몇 명의 무인들이 자리를 피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또한 공격 강도가 강해질수록 관을 멘 사람이 내뿜은 녹색 기체는 점점 더 짙어졌다.

비명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아까까지만 해도 흥분한 얼굴로 공격을 가하던 무인들은 신법을 펼쳐 멀리 피하기 바빴다.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도망쳤다.

기염이 손을 휙 젓자, 순수한 진원이 양준 일행을 감싼 채 신속히 백 장 높이로 올라갔다.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아래를 굽어보며 코웃음 쳤다.

“무식하군! 정말 관을 멘 사람이 공격하지 않는다고 위험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나?”

그는 관을 멘 사람이 일정 수준 이상의 공격을 당하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건 아니었다.

허기, 추흥, 요적은 무인들의 죽음을 보면서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다른 무인들의 생사는 그들과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 지속된 맹공격에 녹색 기체는 점점 더 강하게, 점점 더 빠르게 확산되었다. 곧 관을 멘 사람을 중심으로 사방 몇십 리는 모두 녹색으로 뒤덮였다.

양준은 이 세계의 잔혹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경지가 높은 고수들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타인의 목숨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많은 무인들이 녹색 기체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또 적지 않은 이들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뒤로 물러나거나 기염처럼 하늘로 날아올랐다.

몇십 명의 고수들은 관을 멘 사람에게 더욱 강한 공격을 퍼부었다.

“곧 끝나겠지?”

추흥은 공격을 퍼부으며 아래쪽에 있는 관을 멘 사람을 지켜보면서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에는 기대 어린 표정이 드리웠다.

“곧 끝날 걸세.”

요적도 고개를 끄덕이며 정신을 집중했다.

과연 아래쪽에 있던 관을 멘 사람은 크게 상처를 입었는지 드디어 움직임을 보였다. 그는 커다란 두 손을 높이 추켜들었다. 이윽고 우레와 같은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그의 말은 느렸지만 귀가 멍멍할 정도였다.

“가져가… 가져가…….”

절망이 깃든 포효소리 같기도 하고 나지막한 울음소리 같기도 한 그의 목소리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곧이어 하늘에 갑자기 신기한 진법의 문양이 떠오르며 빛을 뿜었다. 이런 문양은 복잡하고 신비로워 누구도 그것이 뭘 뜻하는지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문양이 떠오르자 초범 경지의 고수들은 두 눈을 반짝이며 눈도 깜박이지 않고 지켜보았다. 문양을 머릿속에 새기고 천천히 연구하려는 듯했다.

곧이어 문양이 반짝거리더니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러자 각종 비보와 단약, 그리고 공법과 무공들이 나타나더니 사방팔방으로 날아갔다. 도망치고 있던 무인들은 이 광경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어 급히 신법을 펼쳐 그중 한 갈래의 빛을 쫓아갔다. 이는 관을 멘 사람이 머무른 곳을 파괴한 데 대한 보상이었다. 누구도 그가 어디에서 보물들을 소환한 것인지 알지 못했지만 보물들 중에는 등급이 높은 것들이 많았다.

몇 갈래의 빛이 마침 양준 일행이 있는 방향으로 날아왔다. 독오맹의 제자들은 간절하게 기염을 바라보았다. 기염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독오맹의 제자들은 크게 기뻐하며 날아올라 빛을 막아섰다.

양준은 덤덤한 얼굴로 바라보기만 할 뿐, 빼앗으려고 하지 않았다. 완심어와 운훤은 마음이 동하는 모양이었다. 눈앞에 나타난 보물을 탐하지 않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그녀들이 욕심을 내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곧 관을 멘 사람이 날려 보낸 보물들을 모두 나눠 가졌다. 하지만 초범 경지 고수들은 여전히 맹공격을 펼치고 있었다. 이에 관을 멘 사람은 또다시 손을 휘젓더니 아까의 세 글자를 반복하며 끊임없이 보물을 소환했다.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여러 줄기의 빛이 쏘아졌다. 이번엔 운훤과 완심어도 참지 못하고 기염의 보호 범위를 벗어나 빛 한 줄기를 따라 날아갔다.

양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신식을 펼치고 힘을 모아서 그녀들을 대신해 빛을 막아 주었다. 곧 두 여인은 이름 모를 보물을 손에 넣고 기쁜 얼굴로 돌아왔다.

“뭘 얻으셨습니까?”

양준이 웃으며 물었다.

“공법인 것 같은데 쓸모 있을지 모르겠어요.”

운훤은 손에 든 것을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관을 멘 사람이 소환한 것들은 대부분 망가져서 쓸 수 없는 것들이에요.”

“그럴 수도 있나요?”

양준은 깜짝 놀랐다.

“네, 그가 가져온 것들은 햇수가 꽤 오래된 것 같아요.”

운훤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둘이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양준은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미간을 찌푸리고 정신을 집중한 채, 아래쪽을 내려다본 그는 그만 깜짝 놀랐다. 녹색 기체로 감싸인 관을 멘 사람이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망연한 두 눈동자에는 흥분의 빛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관을 멘 사람의 이상 행위를 알아챘다. 허기, 추흥, 요적 무리들도 공격을 멈추고 관을 멘 사람의 시선을 따라 의아한 얼굴로 양준을 훑어보았다.

“추 사형, 어찌 된 일인가? 저 자가 왜 독오맹의 제자를 쳐다보지?”

허기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나도 모르겠네. 특별한 점이라도 있는 건가?”

추흥은 신식을 펼쳐 양준의 몸을 훑어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양준에게서 특별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늘에 있던 양준 일행도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아챘다.

운훤은 속삭이듯 물었다.

“양준, 저 자가 당신을 쳐다보고 있지 않나요?”

“그런 것 같습니다.”

양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소름이 끼치고 오한이 들었다. 정신이 맑지 못하고 정체도 알 수 없는 입성 경지의 고수가 이렇게 지켜보고 있다면 누구라도 마음이 불안할 것이다. 양준도 자신이 왜 관을 멘 사람에게 찍혔는지 알 수 없었다. 그가 한 것이라고는 신식의 힘을 조금 사용한 것밖에 없었다.

“찾… 았… 다……!”

관을 멘 사람은 여전히 느리고 가라앉은 어조로 말했다. 그는 말하면서 입을 쩍 벌리고 톱니 같은 이를 드러냈다.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것 같은 모습이었으나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그 모습이 무시무시하기 그지없었다.

이내 관을 멘 사람의 분위기가 갑자기 확 바뀌었다. 그는 천천히 건장한 몸을 낮추더니 다리를 굽혔다.

“뭘 하려는 거지?”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들은 소문에 의하면 관을 멘 사람은 이와 같은 행동을 한 적이 없었다. 오늘 갑자기 변고가 생기자 사람들은 이유를 알 수 없어 당황스러워했다.

“저한테서 멀리 떨어지세요.”

양준은 안색이 변했다. 그는 관을 멘 사람이 움직이는 순간 큰 위기감을 느끼고 다급히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신법을 펼치며 빠른 속도로 도망쳤다.

슈욱-

관을 멘 사람도 시위를 벗어난 화살처럼 땅에서 솟구쳐 올랐다.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추흥 같은 고수들도 미처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였다. 순식간에 관을 멘 사람은 양준을 따라잡았다. 그는 큰 입을 쩍 벌리고 씨익 웃었다. 그리고 등 뒤의 핏빛 관을 열고서 양준의 몸에 조준했다.

관 안에서 강한 흡입력이 전해졌다. 그 힘은 양준을 힘껏 관 안으로 빨아들였다. 양준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가 아무리 전력을 다해도 관 안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 순식간에 양준은 눈앞이 새카매지며 핏빛 관 속에 갇혔다.

쿵-

관을 멘 사람은 관 뚜껑을 덮고 다시 관을 등에 업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다른 사람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녹색 빛으로 변해 하늘로 사라졌다.

변고가 발생한 뒤 양준이 잡혀가기까지 겨우 몇 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추흥 무리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관을 멘 사람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모든 사람들은 놀라서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한참 멍하니 넋을 놓다가, 운훤은 비명을 지르더니 신법을 펼쳐 쫓아가려 했다. 완심어는 그녀를 붙잡고 물었다.

“뭐 하는 거야?”

“양준이…….”

“나도 그가 잡힌 걸 알아. 그런데 쫓아갈 수나 있겠어?”

완심어가 엄한 목소리로 물었다.

운훤은 다급히 고개를 돌리고 처량하게 기염을 바라보았다.

“기 아저씨……!”

기염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다른 한쪽에 있던 몇십 명의 고수들도 어리둥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참 뒤에야 추흥이 입을 열었다.

“여러분, 관을 멘 사람이 사람을 잡아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까?”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들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때, 요적이 의미심장한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들어 본 적이 있네. 십 년 전에 관을 멘 사람이 나타났을 때도 한 사람을 잡아갔다고 하더군.”

“그런 일도 있었는가? 어떤 사람을 잡아갔다던가?”

추흥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구체적인 건 모르네. 나도 그냥 소문을 들었을 뿐일세.”

“이상하군…….”

추흥은 어리둥절했다. 그는 관을 멘 사람이 사라진 방향을 보면서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독오맹의 그 제자는 특별한 점이 뭐가 있을까?”

“그건 독오맹 사람들에게 물어봐야지.”

허기는 기염 쪽을 힐끗 보며 말했다. 한참 생각한 사람들은 기염에게 다가가 양준의 상황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기염은 양준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지금 열화성이 망가져서 기분이 나빴지만 그들에게 밉보일 수도 없어 시선을 운훤과 완심어에게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운훤은 넋이 빠진 모습을 하고 있어 물어볼 수 없었고, 완심어도 양준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답해 줄 수 없었다.

사람들은 미궁에 빠졌다.

“어르신들, 관을 멘 사람에게 잡혀간 사람은 어떻게 되나요?”

운훤이 물었다.

추흥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네. 나도 이런 건 처음 보네만.”

허기는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관을 멘 사람은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지만 그의 옆에 있는 건 위험하네. 그의 몸에서 독성이 있는 기체가 나오기 때문에 일반적인 초범 경지의 무인들도 당해 낼 수가 없네. 신유 경지라면 더 말할 것도 없지. 그 녀석은 아마 살아남기 힘들 걸세.”

운훤은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

“자네는 그 친구와 무슨 사이인가?”

요적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운훤을 바라보았다.

“그는… 친구예요.”

운훤은 처량한 얼굴로 말했다. 양준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여러분, 괜찮다면 저희 독오성으로 가시지요. 다들 이번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자세히 상의도 할 겸 말입니다.”

기염은 생각하다가 그들을 초대했다.

열화성이 망가졌으니 그도 독오성으로 가서 보고해야 했다. 이들은 모두 각 큰 세력의 고수들인지라 이번 기회에 친분을 쌓는다면 나중에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 사람들도 양준의 비밀이 궁금했던 터라 몇 마디 상의하고는 그러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기염을 따라 독오성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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