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644화 (643/853)

제 644장. 그가 죽으면 너도 죽을 것이다!

독오맹에 있을 때, 양준은 정석의 비밀에 대해서 많이 알아보았다. 물론 성정도 들어 본 적이 있었다. 같은 크기의 성정과 정석에 내재된 기운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성정의 기운은 정석의 백 배 이상이었다. 전체적인 가치로 볼 때, 성정의 가치는 정석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정석은 곳곳에서 볼 수 있지만, 성정은 보기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보통 물건의 가치는 희소성에 있는 법이다.

“이곳에 성정이 있다니?”

한비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정석을 담을 곳이 없어 양준이 정석을 채굴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 해도 고통인데 지금 양준은 성정까지 얻었다. 성정은 입성 경지 고수에게 매우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보물이었다. 성정이 있으면 그녀도 빠르게 실력을 올릴 수 있었다.

양준의 수확에 한비는 부러우면서도 질투를 느꼈다. 그녀는 이미 저장할 곳에 대해서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서둘러 암벽 앞에 다가가 부수기 시작했다. 양준도 뒤질세라 속도를 올렸다.

곧이어 돌가루가 마구 흩날렸다. 그중에는 간혹 정석도 섞여 있었다. 한비는 신식으로 튀어나가는 정석을 훑어보고 평범한 정석이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내 양준의 몸속 진원이 강하게 폭발했다. 의념의 제어 하에 진원은 무형의 힘으로 변해 한비가 신경 쓰지 않는 정석들을 모아 모조리 검은 책 공간에 넣었다.

한비는 재빠르게 양준보다 한 발 앞서 성정을 손에 쥐었다. 그녀는 신식으로 감지해 보고서 기쁜 표정으로 성정을 손에 꼭 쥐더니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드디어 그녀도 성정을 얻게 된 것이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는 이를 갈았다. 양준이 성정 하나를 더 찾아내 손가락에 끼고 그녀에게 흔들어 보이고 있었다.

“두고 봐!”

그녀는 독기를 품었다. 움직임도 더 빨라졌다. 두 사람은 귀신에 홀린 것처럼 채굴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성정은 보기 드물었다. 가끔씩 한두 개 정도가 나올 뿐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양준은 성정을 열몇 개 정도 수집했다. 한비는 그보다 더 많이 얻었다. 그녀는 양준보다 경지가 높고 속도도 더 빨랐다. 매번 성정을 발견하면 그녀가 한 발 앞서 손에 넣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자, 그녀는 이미 채굴했던 일반 정석들을 가져갈 방법이 없었다. 결국 양준이 좋은 일만 하게 되었다. 때문에 전체 수확으로 보면 두 사람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우르릉, 콰앙-

바로 그때, 굉음과 함께 눈앞의 암벽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더니 텅 빈 통로가 나타났다. 그리고 통로에서는 간담을 서늘케 하는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두 사람이 아래쪽 통로를 뚫어서 이곳의 기운이 엄청난 반응을 일으킨 듯했다.

우지직-

파열음이 사방팔방에서 들려왔다. 두 사람은 동시에 얼굴빛이 급변하며 움직임을 멈추고 조용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감히 숨도 크게 쉴 수가 없었다.

우지직-

파열음이 점점 더 커지고 강해지더니 두 사람의 머리 위쪽에서 돌 부스러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양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는 음침한 표정으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뭔가 잘못된 거 같습니다.”

“우리… 이제 갈 때가 된 거 같아.”

한비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갑시다!”

양준은 소리치면서 다른 것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들어왔던 길로 번개같이 달려갔다. 한비는 한 걸음도 뒤처지지 않고 바싹 따라갔다.

이윽고 대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통로 속의 천지 기운도 어지럽고 불안정해졌다. 돌 부스러기와 흙먼지가 위쪽에서 부슬부슬 떨어졌고, 파열음도 점점 더 커졌다. 양준은 주위 환경을 관찰하는 동시에 열심히 앞으로 달려갔다. 이곳은 원래부터 불안정한 화산의 내부였다. 그와 한비가 이곳에서 한동안 제멋대로 채굴하면서 다른 변고를 유발했고, 이런 변고 때문에 화산이 폭발한 듯했다.

두 사람은 눈 깜짝할 사이에 전에 휴식을 취하던 동굴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전에 걸었던 통로를 따라 위쪽으로 가자 곧 뜨거운 용암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리 오세요!”

양준이 낮게 외치더니 한비의 허리를 잡고서 양염지익을 펼쳐 두 사람을 감쌌다. 그러고는 용암 속에 뛰어들어 그것이 분출하는 방향을 따라 위쪽으로 솟구쳤다. 힘차게 분출하는 용암의 힘 때문에 위로 올라가는 속도는 내려올 때보다 몇 배는 더 빨랐다.

콰앙- 콰앙- 콰앙-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과 사방에서 용솟음치는 파괴성을 띤 방대한 기운에 두 사람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 시각 용암 분출구 밖,

수많은 그림자들이 공중에 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강한 기운을 뿜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이들은 두 무리로 나뉘어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왼쪽은 저견을 선두로 한 급진적이고 호전적인 고마 일족이었고, 오른쪽은 려용과 화묵이 이끄는 다른 한 갈래 고마 일족이었다. 양준이 예상했던 것처럼 려용은 줄곧 저견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그가 많은 고수를 거느리고 자신의 영지를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려용은 금세 그가 뭘 하려는지 알아차렸다.

곧 화묵에게 연통을 보냈고, 자신도 마신성의 고마 일족들을 거느리고 달려왔지만 안타깝게도 한 발 늦고 말았다. 그녀와 화묵이 이곳에 도착했을 때, 양준과 한비는 이미 저견에게 쫓겨 화산 속에 모습을 감춘 뒤였고 생사를 알 수 없었다.

항상 자비롭고 관대하던 려용은 처음으로 저견에게 살심을 품게 되었다. 그러나 양준과 한비의 행방을 확인하지 못했기에 그녀는 우선 참기로 했다. 그녀는 저견에게 자신을 도와 두 사람을 찾으라고 명했다.

며칠간 고마 일족의 고수들은 화산 내부에 잠입해 양준과 한비의 종적을 찾았다. 려용도 직접 화산에 잠입해 보았지만 아무 성과도 없었다. 오늘에 이르자 대부분의 마족들은 양준과 한비가 화산에서 죽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저견은 음울한 표정을 하고서 죄책감은커녕 오히려 흥분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멀리 서 있는 려용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과연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사태가 이미 커졌으므로 저견도 더는 양보할 마음이 없었다. 몇 해 동안 그는 줄곧 려용의 한계선을 시험하는 동시에 자신의 실력을 키워 왔다.

그는 만약 이곳에서 싸움이 벌어진다 해도 전혀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싸움을 벌이고 싶었다. 갇혀 있던 세월이 너무 길어 고마 일족은 예리함이 거의 다 사라진 상태였다. 이제는 고마 일족의 본성을 일깨워 그들에게 자신들은 피의 세례를 받아야 하는 종족이라는 것을 알게 할 때가 된 듯했다.

“려 대인……!”

화묵도 좋지 않은 표정으로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한비가 아마도 운명한 것 같습니다.”

려용은 눈을 감은 채 아래쪽 열기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강한 신식으로 화산 내부를 탐지했지만 여전히 아무 성과도 없었다. 이내 화묵의 말에 그녀는 눈을 번쩍 떴다. 언제나 단정하고 성숙미가 넘치던 예쁜 얼굴이 순간 음울해졌다. 그녀는 하얀 이를 꼭 깨물고 가볍게 몸을 떨더니 증오에 찬 눈빛으로 음산하게 말했다.

“저견, 네가 도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느냐?”

저견은 야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려 대인께서 일깨워 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려용은 험상궂은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니, 넌 몰라. 그 인간이 무사하면 네 목숨을 살려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죽었다면 너도 이곳에서 그와 함께 죽어야 할 것이다.”

사나운 목소리에는 무형의 힘을 담고 있었다. 저견은 저도 모르게 낯빛이 크게 변하면서 연신 뒤로 몇 걸음 물러서는 동시에 손을 흔들어 앞을 막았다. 잔물결이 겹겹이 확산되더니 저견이 내민 팔뚝의 옷소매가 조각 나 바람에 흩어졌다.

저견의 눈동자는 저도 모르게 휘둥그레졌다. 그는 그간 줄곧 인자하고 관용적이던 여인의 실력이 자신보다 훨씬 우위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 입성 경지 2단계로서 얼른 몸을 가누고는 포악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려 대인, 한비의 생사는 관심이 없고, 왜 인간만 그렇게 신경 쓰는 것입니까?”

한쪽에 있던 화묵도 의아하다는 듯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려용의 말은 확실히 신경 쓰이게 했다. 그녀는 한비의 생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양준을 무척이나 신경 쓰고 있었다. 화묵은 그 연유를 알 수가 없었다.

“넌 원인을 알 필요가 없다. 네가 범한 어떤 과오도 눈감아 줄 수 있고, 심지어 네가 나한테 칼을 겨누고 자리를 찬탈하려는 것까지 허락할 수 있다. 하지만 네가 양준을 죽이는 것은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죽으면 너도 죽어야 할 것이다.”

려용은 설명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혼돈에 빠진 하늘을 우러러보며 몽롱한 눈빛으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저견은 순간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 려용은 매우 단호했다. 그는 물론 상대가 진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려 대인의 금기를 잘못 건드린 듯했다.

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려용이 바보가 된 건가? 이렇게 많은 고마 일족들 앞에서 저런 말을 하다니. 자신의 위상에 금이 갈까 두렵지 않은 건가?’

화묵조차도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고마 일족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너에게 사흘의 시간을 주겠다. 사흘 뒤, 살아 있으면 산 사람을, 죽었으면 시체를 보여 줘야 할 것이다. 만약 해내지 못하면 내가 직접 너를 제거할 것이다.”

려용은 차갑게 저견을 바라보며 최후통첩을 내렸다.

저견은 이유 없이 순간 당황했다. 그러나 얼굴은 험상궂고 흥분에 차 있었다. 그는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으며 전의를 불태웠다. 그는 려용의 명을 받들 생각이 없었다. 사태가 이 정도에 이른 이상, 어찌하든 그는 반기를 들어야만 했다.

그러나 그가 미처 출수하기도 전에 아래쪽 화산에서 윙윙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천지간의 기운도 위험하게 바뀌더니 죽음의 기운이 아래쪽에서 솟구쳐 올라왔다.

모두들 얼굴빛이 크게 바뀌며 내려다보았다. 아래쪽 화산에서 용암이 들끓으며 불안정해졌다.

슈욱-

용암이 백 장 높이로 솟구쳐 오르더니 용암 비로 변해 아래쪽으로 떨어져 내렸다.

슈욱- 슈욱- 슈욱-

곧이어 더욱 많은 용암이 시위를 벗어난 화살처럼 분출구에서 치솟아 올랐다. 용암에는 파괴성 짙은 기운이 내재돼 있었다.

“려 대인, 어서 피하십시오!”

화묵이 순간 얼굴빛이 급변하며 소리쳤다. 동시에 급히 물러서며 용암 분출구에서 벗어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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