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652화 (651/853)

제 652장. 풍뢰우익

양준의 마신변과 고마 일족의 마신변은 겉보기엔 매우 흡사했다. 하지만 려용은 다른 점을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고마 일족의 마신변은 이렇게 큰 범위로 뒤덮일 수 없었다. 려용처럼 강한 이도 마신변을 펼칠 때, 그저 복부나 가슴, 목과 얼굴에만 마문이 덮였다. 하지만 양준은 등 뒤까지 마문이 나타났다. 게다가 그의 허리 쪽의 상황으로 미루어 보아, 하반신에도 마문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의 마문은 온몸에 퍼져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마신변이었다. 이를 알아챈 려용은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결계 안,

양준은 몸의 변화를 자세히 느끼며 마문의 흔적을 살펴 보았다. 그리고 신식을 마문에 침투시켜 통제하며 그것들을 자신의 피와 살 속에 녹아내려 했다. 마문이 피와 살에 녹아들고 혈맥과 융합되면 성공적으로 2단계에 도달한 셈이었다. 그러면 실력도 한층 더 향상될 것이다.

그렇게 열흘이 넘게 흐르자, 지하 밀실에 한 명이 더 나타났다. 줄곧 양준의 진척을 지켜보던 려용은 고개를 돌려 한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시선을 양준에게 옮겼다.

“진척이 있나요?”

“꽤.”

려용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일부 마문을 피와 살 속에 녹여 넣었더구나. 한 달 더 있으면 2단계에 이를 것 같아.”

“이렇게 빨리요?”

한비는 깜짝 놀랐다.

“그래서 대마신의 안목이 나쁘지 않다는 거야. 그의 자질이 좋지 못했다면 대마신께서 멸세마안을 그에게 넘겨 주었겠느냐?”

“제가 저 자를 얕보았네요.”

한비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 그저 저 자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럼 지금 다시 살펴보아라. 우리는 앞으로 그의 휘하에서 일을 해야 할 것 같으니.”

려용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다 갑자기 한비의 손에 들린 옥으로 된 함을 보더니 물었다.

“뭘 가져온 것이냐?”

“전에 저 자에게 주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녀는 말하면서 함을 열었다가 바로 닫았다.

려용은 입을 틀어막고 놀란 얼굴로 말했다.

“이건 풍뢰우익(風雷羽翼)이 아니냐? 왜 이걸 주는 것이냐?”

“저 자가 이걸 흡수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한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한 거지? 이건 우리도 흡수할 수 없지 않느냐.”

려용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풍뢰우익은 천도의 법칙이 담긴 신비한 날개였다. 고마 일족의 어느 선조가 얻었는지, 어디에서 난 건지 알 수 없지만 여러 손을 거쳐 한비에게 들어왔다. 한비는 오랫동안 풍뢰우익을 흡수하려고 시도해 보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풍뢰우익은 가치가 매우 높았고, 고마 일족의 얼마 남지 않은 보물이기도 했다. 려용도 전에 흡수하려고 시도해 보았지만 한비와 마찬가지로 실패했다. 결국 그녀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못한다고 저 자도 못한다는 법은 없죠. 그에게도 천도의 법칙이 담긴 날개가 있던데요.”

“그에게도 있다고?”

려용은 깜짝 놀랐다.

“네.”

한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화산 아래에서 일어났던 일을 말해 주었다.

려용은 그 말을 듣더니 눈을 반짝이며 한참 뒤에 입을 열었다.

“네 말을 들으니 그가 정말 흡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구나. 그런데 넌 아깝지 않느냐? 네가 저 자를 탐탁지 않아 하는 줄 알았는데?”

한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차피 썩혀 두는 건데요. 그가 흡수하지 못한다면 그건 그의 능력이 부족한 거죠. 흡수할 수 있다면 제 목숨을 구해준 데 대한 보답이라 생각하고요. 게다가 저 자 덕분에 우리 일족이 이렇게 많은 정석을 가지게 되었는데 고마 일족의 발전에 비하면 봉인된 풍뢰우익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건 그렇지.”

려용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오기를 기다려 보자. 그의 기세를 보니 2단계까지 수련하지 않으면 나오지 않을 것 같구나.”

한비도 미소를 짓고는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녀는 려용과 함께 먼 곳에 서서 조용히 기다렸다.

*양준은 두 사람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정신은 마문에 흠뻑 빠진 상태였다. 그는 힘껏 마문을 통제하며 피와 살을 움직이는 것으로 마문을 끌어내려고 했다.

수련에 빠지면 세월 가는 줄 모른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양준은 마신변의 진척에만 신경 쓰느라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마신변은 조금씩 발전하고 있었다. 속도가 느리긴 했지만 양준은 기분이 매우 좋았다. 드디어 마문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빠른 속도로 흘러갔다. 결계 밖에서 기다리는 려용과 한비의 얼굴에서는 초조한 표정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그녀들은 양준이 보여준 모습에 입이 떡 벌어졌다.

마신변을 펼치면 고마 일족의 사람들은 실력이 크게 향상된다. 하지만 몸에 강한 부작용이 있어 고마 일족의 강한 육신만이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일반적인 고마 일족들은 마신변을 펼친 뒤, 한 시진 동안 유지하면 한계에 이르렀다. 려용처럼 강한 사람도 무제한적으로 유지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양준은 가능했다. 보름 전에 마신변을 펼친 뒤, 지금까지 그는 마문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의 강한 몸은 이미 모든 종족을 뛰어넘었던 것이다. 고마 일족도 그와 견줄 수 없을 정도였다.

“참 이상한 인간이라니까!”

한비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때, 결계 안에서 큰소리가 들리더니 양준을 뒤덮고 있던 마지막 마문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의 기세와 기혈은 떨어지지 않고 도리어 한 단계 올라갔다.

려용은 눈을 반짝이며 소리쳤다.

“성공이다.”

한 달 반의 끊임없는 수련을 거쳐 양준은 드디어 마신변 2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려용은 말하면서 금묵석의 결계를 풀었다. 순간 난폭한 압박감이 전해지자 려용과 한비는 저도 모르게 마기로 막게 되었다. 다만, 지금 양준의 힘은 난폭하나 더 이상 고마 일족의 힘을 억누르지 않았다. 그가 마문을 다시 드러내지 않는 한, 안전했다. 즉 양준은 언제든지 고마 일족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었다.

결계가 사라진 것을 느낀 그는 고개를 돌려 멀리 바라보았다. 려용과 한비를 본 그는 씨익 웃었다. 그리고 몸을 움직여 순식간에 두 여인의 앞에 나타났다.

“느낌이 어때요?”

려용은 불편함을 애써 누르며 부드럽게 물었다.

“아주 좋아. 아직 통제가 잘 되지는 않지만.”

양준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말하는 사이, 마문이 그의 피부에 나타날 듯, 말 듯했다.

“짧은 시간에 이렇게까지 해낸 건 아주 대단한 겁니다. 천천히 익숙해질 거예요.”

려용은 웃으며 말했다.

“손을 내밀어 보세요.”

양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가 뭘 하려고 이러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손을 내밀었다.

려용은 재빨리 손으로 그의 손바닥을 휙 그었다. 그러자 양준의 손바닥에 긴 상처가 나더니 피가 솟구쳐 나왔다. 그녀에게서 악의를 느끼지 못한 양준은 피하지 않았다. 다만 의아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제 피를 잘 느껴 보세요. 전과 좀 다르죠?”

그 말을 들은 양준은 고개를 숙이고 살펴보았다. 순간 그의 표정이 멍해졌다.

그의 피에는 금빛이 섞여 있었다. 금빛은 멸세마안의 눈동자와 같은 색이었는데 아주 미묘해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금빛에는 큰 힘이 내재돼 있었다.

“마신금혈(魔神金血)?”

한비는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맞아. 마신금혈이야.”

려용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신변 2단계까지 수련했다는, 가장 눈에 띄는 표식이지. 기록에도 대마신만 금빛의 피를 가지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어. 가장 고귀한 혈통이야.”

려용은 말하면서 자신의 손바닥도 그었다. 그녀의 피에도 옅은 금빛이 섞여 있었다. 금빛이 양준의 것처럼 반짝이지 않았지만 양이 더 많았다.

“이는 우리 고마 일족이 마신 혈통(魔神血統)이라는 증거입니다.”

려용은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양준은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지금 나도 고마 일족의 사람이라는 거야?”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죠. 인간 출신이지만 대마신의 연고로 혈통이 바뀌었습니다.”

“그럼 난 이제 인간이야, 마족이야?”

“그건 당신이 생각하는 바에 따라 다르죠. 사실 인간이든, 마족이든 중요하지 않아요.”

려용은 나지막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수련할수록 마신금혈은 점점 많아질 겁니다. 피가 완전히 금색으로 변하게 되면 마신변 2단계를 완전히 깨우쳤다는 거죠. 3단계에 이르면 뼈까지 모두 금색으로 변하게 될 거예요.”

양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 대답하지 않았다. 금신 덕에 그의 뼈는 지금도 금색이었다.

“수련을 오랫동안 했으니 쉬어야죠. 긴 시간 동안 마신변을 유지하면 몸에도 부담이 클 겁니다. 수련의 강도도 조절할 줄 알아야 해요.”

려용은 관심 어린 표정으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양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피곤함을 느꼈던 것이다. 지금 온몸이 욱신거리고 쑤셨다. 마신변을 거두자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한비가 좋은 것을 선물하겠다네요.”

려용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뭔데?”

양준은 한비를 바라보았다.

한비는 앞으로 다가가 옥함을 건넸다.

“보세요.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인연이 없을 수도 있어요.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

그녀의 얼버무리는 모습에 양준은 더욱 호기심이 동했다. 그리고 함을 받아 들고 열어 보는 순간, 그는 눈앞이 밝아지는 것만 같았다. 함 안에는 손바닥만 한 날개가 한 쌍 들어 있었다. 날개는 투명해 무슨 재질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비보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날개 위에는 눈부신 빛무리가 수시로 스쳐 지나갔다. 또한 날개에서는 바람과 우레의 힘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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