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659화 (658/853)

제 659장. 연단사 협회

설산 변두리의 거석성(巨石城).

이곳은 사방 몇천 리 이내 유일한 성곽으로, 오가는 무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 있었다. 성 안에는 수많은 점포가 호황을 이루었다. 설산 근처에는 뇌광신교뿐만 아니라 다른 두세 곳의 세력이 기반을 두고 있었다. 그리고 거석성은 이 세력들의 경유지로 당연하게 각 세력 무인들 간의 물자, 재료 거래의 장이 되었다.

희몽, 축영월과 헤어진 다음, 양준은 나흘을 더 걸어 드디어 거석성에 도착했다.

그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인파를 바라보며 기쁜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고독감은 싫증날 정도로 맛보았던 것이다. 딱히 누군가와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인적도, 생기도 없는 설산에서 헤매면서 답답함을 느꼈을 뿐이었다.

성 입구에는 무인 몇 명이 오가는 행인들을 검사하고 있었다. 양준은 자신의 차례가 되자, 앞에 들어간 사람이 하는 대로 조용히 호위에게 정석 하나를 건넸다.

호위는 정석을 흔적 없이 거두고서 양준에게 눈짓하더니 한쪽으로 몸을 비켜 주었다.

“고맙습니다.”

양준은 빙그레 웃으며 거석성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거석성에는 근처 몇 세력의 무인들뿐만 아니라, 방방곡곡에서 온 무인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곳은 설산과 이웃하고 있어 극한의 조건에서만 자라는 영초, 영약들이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필요로 하는 무인들도 많았다.

거석성은 오는 사람을 막지 않았다. 다만 검문을 받고 싶지 않으면 정석을 바쳐야만 했다. 이는 거석성에서 돈을 버는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성안에 즐비한 점포는 거석성의 돈줄이었다. 점포의 주인은 대다수가 근처 몇 세력의 제자들로 이곳에서 장사하는 외부인은 거의 없었다.

양준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점포를 누비며 자신이 필요한 약재들을 구매했다.

소현계를 떠나기 전 그는 많은 정석을 고마 일족에게 남겨 주었지만, 그에게도 적지 않게 남아 있었다. 혼자 사용하기에는 이 정도의 정석이면 충분했다.

양준은 성급 단약을 제련하는 데 필요한 재료도 신경 써서 구입했다. 그가 소현계를 떠나기 전, 려용은 성급 단약에 필요한 여러 정보를 그에게 말해 주었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은 그들이 필요한 것이 성급 상품 단약이라는 것이었다. 지금의 그는 영급 상품 단약을 가까스로 만들 수 있는 수준으로, 성급 상품 단약은 아직 수준 미달이었다.

점포 몇십 개를 돌아다니며 내내 약재를 사들이다 보니, 검은 책 공간에는 각종 약재들이 산을 이루게 되었다. 양준은 또다시 규모가 꽤 큰 점포에 들어가 많은 정석으로 필요한 재료들을 바꾸었다.

“낯선 친구네! 이렇게 많은 약재를 사는 걸 보니 스스로 연단하려는가 보군?”

신유 경지 8단계의 점포 주인이 흥미진진하게 양준을 훑어보며 물었다. 그는 하얀 백발에 자애로운 모습을 하고서 수염을 매만지고 있었다.

“주인께서는 장사를 하는 건가요, 아니면 저를 염탐하는 건가요?”

양준이 점포 주인을 지켜보다가 미소를 띤 채 되물었다.

상대방이 갑자기 이런 말을 건네자, 그는 왠지 경계심을 높이게 되었다. 거석성의 치안은 나름 괜찮았다. 영문 없이 전투가 일어나지 않았고, 무인들 사이에 갈등이 있다고 해도 성 밖에 나가 해결했다. 때문에 그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냥 물어본 것일세. 대답하기 싫으면 대답하지 않아도 되네.”

점포 주인은 깜짝 놀랐다. 상대는 양준의 경계심을 눈치채고 그의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아 한마디 덧붙였다.

“만약 연단사라면 약재를 살 때 할인받을 수 있다네.”

“할인이요? 왜 할인을 해주는 거죠?”

양준은 그 말에 신기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는 아직까지 점포에서 연단사들에게 할인해 준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점포 주인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옆에서 약재를 사던 무인이 웃으며 말했다.

“이곳은 연단사 협회의 점포라네. 연단사라면 여러 방면에서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지. 자넨 여태껏 그런 것도 몰랐나?”

그 무인은 말하는 한편, 걸어오더니 자신이 고른 약재를 점포 주인에게 건네는 동시에 옥패도 함께 건넸다. 옥패에는 ‘단(丹)’ 자가 새겨져 있었다.

점포 주인은 약재를 보고서 가격을 계산했다. 그런 다음 다시 옥패를 들고 그 속에 진원을 주입했다. 옥패는 순식간에 반짝반짝 빛을 뿜었다. 점포 주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영급 하품 연단사군. 협회의 규정에 따라 8할로 주지.”

무인은 얼른 정석을 점포 주인에게 건네고서 약재를 받았다. 약재를 산 무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양준은 이 모든 광경을 눈이 휘둥그레 뜬 채 바라보았다.

“연단사 협회는 연단사들이 자체적으로 조직한 세력이라네. 오직 연단사만 가입할 자격이 있지. 협회의 연단사는 협회의 점포에서 물건을 살 때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다네. 게다가 협회의 점포가 큰 성곽에는 모두 있기 때문에, 자네는 어느 곳에 가든 협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걸세.”

점포 주인이 미소를 띠고서 설명해 주었다.

“어떻게 제가 연단사인 줄 아셨습니까?”

양준은 의문이 들어 물었다. 상대는 그가 연단사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이제 와서 아닌 척하려 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는 신유 경지 8단계밖에 안 되는 점포 주인이 어떻게 이런 눈썰미가 있는지 호기심이 동했다.

“연단하는 사람은 일반 무인과는 다르다네. 이 점포를 경영한 지 몇십 년이 다 되었고, 그동안 수없이 많은 연단사들을 보아 왔지. 연단사는 내가 한눈에 콕 집어낼 수 있다네.”

점포 주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나이가 어리지만 자네가 선택한 약재의 등급을 볼 때 적어도 현급 하품 연단사쯤은 되는 것 같군.”

양준은 잠자코 있으면서 부인하지 않았다.

점포 주인은 눈이 번쩍 뜨이는 것만 같았다.

“젊은이가 참 대단하군. 내가 연단술만 다년간 연구했지만 아직 현급 상품에 머물러 있다네. 자네가 부럽구만.”

연단하는 것도 사실 자질이 있어야 가능했다.

“거석성에 협회의 지부가 있다네. 앞으로 약재를 살 때, 혜택을 받고 싶으면 협회에 가서 옥패를 하나 받게나. 정석을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어디를 가든지 편리할 거네. 연단사는 어디를 가든 중용되고 자네를 괴롭힐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지.”

점포 주인이 웃으며 말했다.

“가르침 고맙습니다.”

양준이 공수하며 인사했다.

“괜찮네!”

점포에서 나온 양준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는 왠지 점포 주인의 말에 마음이 동했다. 약재를 살 때 할인받을 수 있는 것은 그중 한 가지 이유였다. 그의 수중에는 아직 정석이 적지 않았지만, 이렇게 그냥 쓰다 보면 언젠가는 바닥이 날 터였다. 때문에 절약할 수 있으면 절약하는 것이 좋았다.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연단사는 모든 세력이 서로 모시려 하는 인재로, 어디든 중용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가 통현대륙에 온 뒤의 유일한 바람은 소안과 하응상을 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드넓은 대륙에서 혼자의 힘으로는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 중도에서는 휘하에 수많은 조력자들이 모여 있어 어떤 사람을 찾든지, 어떤 일을 하든지 명령만 내리면 곧 일이 척척 처리되었다. 하지만 통현대륙에서는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해내야만 했다. 애당초 수령과 운훤이 수신전이나 독오맹에 가입할 것을 권했을 때에는, 연단할 줄 몰랐으므로 그녀들의 호의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양준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힘으로 소안 일행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이런 생각은 너무나 현실성이 떨어졌다.

‘연단사의 신분으로 세력에 가입하면 그 세력의 도움을 받아 사람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양준은 여관에서 오랫동안 생각했다. 그리고 일단 연단사 협회에 가서 옥패를 받기로 결정했다. 옥패 하나만으로도 많은 불상사를 피할 수 있기에, 한번 시도해 보기로 한 것이다.

그는 길을 물어 곧바로 연단사 협회가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웅장한 기세를 뽐내는 연단사 협회 건물 앞에서 그는 한참 동안 서서 연신 고개를 저었다. 진작부터 연단사들이 모두 부자라는 말을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부자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연단사 협회 건물은 겉모습조차도 거석성의 다른 건축물과는 전혀 달랐다. 안팎으로 부유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궁전 밖에는 희귀 광석으로 조각한 짐승들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은은한 기운의 파동이 전해졌다. 위력이 대단한 진법을 쳐 놓은 것이 분명했다.

건축물에 손대려 했다가는 큰 손해를 볼 것이 뻔했다. 멀리 들여다보면 건물 안쪽에는 모두 두꺼운 붉은 융단이 깔려 있었고, 곳곳에 보석처럼 반짝이는 장식품이 있었다. 또한 가끔씩 건물을 드나드는 연단사들은 하나같이 거만하고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조예가 뛰어난 연단사는 부를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위 또한 존귀했다. 이는 전설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중도 쪽에서도 연단사와 연기사는 모두 고귀한 존재였다. 하지만 통현대륙에서 연단사는 중도보다 더 귀한 존재인 듯했다.

“뭐 하려고 기웃거리는 것이냐?”

갑자기 화가 난 듯한 고함소리가 들려오더니 중년의 남자가 눈을 커다랗게 뜨고 양준을 노려보았다.

“어느 세력에서 온 것이냐? 이곳이 어떤 곳인지 모르는 것이냐?”

“안녕하세요. 연단사 옥패를 받을 수 있을까 해서 찾아왔습니다.”

양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남자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옥패……? 연단사인 것이냐?”

중년 남자는 그 말에 깜짝 놀라서 양준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그는 신식으로 한참 동안 훑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괜찮군. 몸속에는 양성 진원이 있어 연단할 수 있겠구나. 아직 나이가 어리니 이제 연단을 시작한 것이냐?”

“허허, 네.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양준이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오너라.”

중년 남자는 고개를 기웃해 보이더니 안쪽으로 걸어갔다. 양준은 서둘러 따라갔다.

그는 가는 내내 혀를 내둘렀다. 밖에서 봤을 때도 연단사 협회는 아주 그럴듯했다. 하지만 안쪽에 들어와 보니 그야말로 부티가 좔좔 흘렀다. 남자는 양준이 연단사라는 것을 알게 되자 경멸하는 태도를 거두어들였지만 그렇다고 그리 친절한 것도 아니었다.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 남자는 큰 목소리로 말했다.

“연단사 협회의 일원이 되겠다고 하니 우리의 시험만 통과하면 네가 원하는 옥패를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꼭 기억해야 할 게 있다. 정식 연단사가 되면 인간을 해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만약 마족이나 요족에게 단약을 만들어 주면 협회에서 네 목숨을 거둘 것이다.”

“흠흠, 당연하죠.”

양준은 얼른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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