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61장. 뒷배가 있는 건가
영단에 단문까지 생기면 그 가치는 배로 올라갔다. 중년 남자도 영급 상품 연단사지만 가끔씩 단문이 있는 단약을 한두 개씩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것도 운이 따르고 상태가 최상일 때만 가능했다.
중년 남자는 영단을 잡고서 오랫동안 말문을 열지 못했다.
한 시진이 지나 양준은 연단을 마쳤다. 그는 단약 재료 다섯 더미로 모두 영단 네 알을 만들어 냈다. 마지막 하나는 고의로 실패한 것이었다.
지금 이 시각, 두 사람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멍하니 양준을 바라보기만 했다.
“사부님, 저 자가 혹시 미용술을 아는 건 아닐까요? 왜 제 눈에는 스무 살로 보이죠?”
“아니야. 실제 나이가 맞을 거야. 대단해, 정말 대단하단 말이야.”
남자는 말하는 동시에 안타까운 눈빛으로 미나를 힐끗 보았다.
“사부님, 그런 눈빛으로 저를 보지 마세요. 저도 최선을 다했다고요.”
미나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 또한 연단 자질이 뛰어난 편으로 사방 몇천 리 안에서는 나름 명성이 있었다. 근처의 큰 세력에서도 그녀를 연단사로 포섭하려 할 정도였다. 때문에, 평소 미나는 자부심이 강했다. 그러나 그녀의 자부심은 영단 네 알 앞에서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사제 간에 한바탕 숙덕거리는 동안, 양준은 그들의 대화에 신경 쓰지 않고 잠깐 기다리다가 물었다.
“시험에 통과된 겁니까?”
중년 남자는 양준의 말에 깜짝 놀라더니 친근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통과했다.”
“그럼 옥패는…….”
“걱정하지 마. 옥패는 꼭 줄 거야. 다만 그전에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 조금만 기다려. 내가 가서 모셔올게.”
남자는 말을 하자마자 밖으로 뛰쳐나갔다. 방 안에는 양준과 미나만 남게 되었다.
“너 정말 다시 봤어.”
미나는 손을 내밀며 정중하게 말했다.
“자기소개를 할게. 난 미나야, 현급 상품 연단사고, 연단사 지부의 일원이기도 해.”
“난 양준이야!”
양준은 싱긋 웃으며 그녀와 가볍게 악수를 나누었다.
“어디서 왔어?”
미나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서쪽에서.”
미나는 그를 바라보더니 입을 오므리며 웃었다.
“됐어. 더 묻지 않을게. 얼굴에 온통 경계심뿐이잖아.”
서쪽은 설산으로, 양준이 그쪽에서 왔다고 말한 것은 그냥 둘러대는 것이 분명했다.
“맞다. 방금 전에 왜 일부 약재의 위치를 바꿔 놓았어?”
“그것도 시험 아니었어?”
양준이 깜짝 놀랐다.
미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건 내가 생각한 최상의 배합이야. 그런데 네가 바꿔 놓은 게 단약을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거 같아. 누구한테 가르침을 받은 거야?”
“그냥 직감으로…….”
양준은 왠지 찝찝했다. 방금 전에 그는 그리 깊이 생각하지 않고 상대가 고의로 위치를 잘못 놓은 줄 알았다. 일부러 약재 위치를 바꿔 놓아 그의 실력을 시험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의 착각이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했어? 사부님께서 나한테 알려 준 배합은 그게 아니었어. 사부님의 배합이 잘못되었나?”
미나는 연신 미간을 찌푸렸다.
양준은 잠깐 생각하다가 숨기지 않고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미나는 눈을 반짝이며 귀담아들었다. 그녀는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한순간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한동안 단약 배합의 정확성과 정밀도에 대해 토론했다.
이때, 방 밖에서는 중년 남자와 다른 한 남자가 서서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있었는데 들을수록 표정에는 놀라움이 배어났다. 양준이 말한 단약 배합에 대해서 그들조차도 바꾸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바꾼 다음 확실히 원래보다 훨씬 나았다. 적어도 양준의 방법대로 만들면 불필요한 실패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단 성공률과 질을 높일 수 있었다. 더욱이 약재의 효능이 모두 발휘될 수 있었다.
“자네, 어디서 저런 녀석을 찾아왔지?”
“제 발로 찾아왔습니다. 지금 보물을 얻은 겁니까?”
중년 남자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다른 한 남자는 가타부타 말없이 문을 열고 방 안에 들어갔다.
양준은 문이 열리는 기척을 듣고 얼른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그러자, 중년 남자와 비범한 풍격을 지닌 노인이 함께 방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미나가 얼른 양준에게 소개했다.
“이 분은 두(杜) 장로님이셔. 이곳의 주인이고, 성급 하품 연단사야.”
양준은 숙연해지며 서둘러 예를 올렸다.
두만(杜萬)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의를 차릴 필요 없네. 앞으로 다 한 식구가 될 테니까.”
“이 분은 내 사부님이셔. 영급 상품 연단사야.”
엽웅(葉雄)이 양준에게 빙그레 웃어 보였다.
“자, 앉지.”
두만이 앉으라고 손짓했다.
다들 자리에 앉자, 미나가 얼마 지나지 않아 차 몇 잔을 내왔다. 두만은 가볍게 한 모금 홀짝이더니 미소를 띤 채 말했다.
“왜 찾아왔는지 알고 있다네. 영급 단약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 옥패를 가질 자격이 충분하지. 조금 뒤에 연단사의 신분을 나타내는 옥패를 줄 걸세.”
“감사합니다.”
양준은 고개를 끄덕여 감사를 표했다.
“혹시 어디서 가르침을 받았는지 물어봐도 되겠는가?”
두만은 형형한 눈빛으로 양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조금 전에 엽웅의 보고를 들었을 때는 젊은이가 만만치 않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방금 전, 문밖에서 양준의 독특한 견해를 듣고 나서 그는 양준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견해들은 그조차도 깊게 이해할 수 없었는데, 새파랗게 젊은 청년이 어떻게 깨달은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유일한 가능성은 누군가가 그에게 가르침을 준 것이었다. 두만은 도대체 어떤 고수가 이리 대단한 제자를 키워 냈는지 알고 싶었다. 어린 나이에 신유 경지 절정에 달했고, 더해서 영급 연단사 수준이라니. 이 정도면 뒷배경이 아주 대단할 터였다. 어쩌면 세상이 놀랄 만한 큰 인물일 수도 있었다.
두만은 성급 연단사로 지위가 존귀하지만, 그의 위로도 적지 않은 연단사들이 있었다. 그리고 또 오랫동안 산속에 은거하는 ‘늙은 괴물’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게다가 놀랄 만한 경지에 다다른 ‘늙은 괴물’들은 모두 자신의 제자를 감싸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몇몇 제자들은 그들의 은거지에서 나와 단련을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보통 몇 년 사이에 세상이 놀랄 만한 성과를 이루고 빠르게 이름을 떨치고는 했다.
두만은 눈앞의 양준이 그런 이가 아닐지 의심되었다.
양준은 영급 연단사의 수준이지만 연단사 협회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았고, 심지어 옥패도 없었다. 이는 분명 산속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일 것이다. 두만은 양준을 보면서 마치 그의 배후에 있는 큰 인물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는 신중해야만 했고, 당연히 양준의 진짜 신분을 확인하고 싶었다.
엽웅과 미나도 두 눈을 반짝이며 양준을 바라보았다. 그들 역시 이 화제에 큰 흥미를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
“사부님이요? 저는 사부님이 없습니다. 누군가의 가르침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양준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부님이 없다라… 허허!”
두만은 빙그레 웃었다. 그는 양준의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렇게 쉽게 그의 배후를 알아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상한 일이었다. 양준이 이렇게 말하자, 두만은 더욱더 자신의 추측에 확신을 가졌고 양준의 정체가 결코 평범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도 아니고, 유치하군! 아직 나이가 어려서 자신을 숨길 줄 모르는 것 같구먼.’
이처럼 정체가 신비로운 제자는 세상을 떠돌아다닐 때, 자신의 스승이나 문파를 함부로 입에 담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이런 사람과 친분을 쌓는다면 혹시라도 그 문파와 연줄이 닿아 이익을 많이 얻을 수도 있었다.
백 년 전, 그리 강하지 않은 세력이 우연히 세상에 나와 단련하던 제자를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십 년 뒤 그 세력은 다른 한 세력과 척을 지게 되었는데, 상대의 보복으로 인해 막대한 사상자를 내었다. 하지만 하룻밤 사이, 적대 세력은 전멸되었고 통현대륙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두만은 성급 연단사로, 그를 찾아와 괴롭히는 사람도, 그와 척을 질 사람도 없었다. 그러므로 당연히 남의 권력이나 세력의 도움을 받을 생각은 없었다. 그가 중요시하는 것은 양준을 가르친 사람의 연단기법이었다. 양준 같은 사람을 키워 낸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최고의 연단사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두만은 성급 하품의 벽에 부딪친 지 여러 해가 되었다. 이럴 때 만약 고수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면 단번에 벽을 깨뜨리고 성급 중품 연단사가 될 수도 있었다.
“지금 처소는 어디인가?”
두만이 친절하게 물었다.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우선 거석성에 잠시 머물려고 합니다.”
양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가 외진 곳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 세계에 대해 많이 낯섭니다. 웃으실 수도 있지만, 이곳에 있는 세력들의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연단사 협회가 있는 줄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두만의 혼탁하기만 하던 눈동자가 갑자기 빛을 내뿜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좋아. 괜찮네. 자네가 거석성에 있는 동안에는 아무 때나 나를 찾아와 물어도 되네.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이 있으면 내가 대답해 줄 테니까.”
양준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성급 연단사인 두만이 왜 자신한테 이리 친절한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장로님, 양준을 연단사 협회 안에 머물게 하면 안 되나요?”
그때, 미나가 제안했다.
두만이 미소를 띤 채 말했다.
“그건 저 친구의 뜻을 물어야 할 것이다.”
“여기 머물러도 됩니까?”
양준이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미나가 설명해 주었다.
“네가 연단사면 이곳에 머물 수 있어. 연단사 협회 건물에는 우리가 거주하고 있거든.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근방의 세력에 가입했어. 가끔씩 다른 곳의 연단사들이 이곳에 찾아와서 쉴 때도 있지. 그래서 이곳은 아주 조용해. 만약 갈 곳이 마땅치 않으면 여기에 있어도 돼. 음, 그리고 네가 이곳에 있으면 연단술에 대해서도 같이 연구할 수 있으니 모두에게 좋잖아. 어때?”
미나는 양준이 이곳에 남기를 바랐다. 방금 전에 그와 잠깐 얘기하는 동안에도 그녀는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때문에, 양준과 더 많이 교류하고 싶었다.
“그럼 당분간 신세지겠습니다.”
남의 호의를 거절하는 건 힘든 일이었다. 미나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양준은 승낙하고 말았다. 게다가 두만이나 엽웅도 전혀 악의가 없어 보였다.
“별것 아닐세.”
두만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다만 저는 그리 오래 머물 것 같지 않습니다.”
양준이 한마디 덧붙였다.
“자네 뜻대로 하게나.”
두만은 말하는 동시에 옥패를 꺼내 양준에게 건넸다.
“이는 우리 연단사 협회의 신분을 나타내는 명패이네. 이 옥패가 있으면 어느 점포에 가든 혜택을 받을 수 있다네. 만약 위험에 부딪치더라도 이 옥패를 꺼내면 대부분의 경우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걸세.”
“장로님, 감사합니다.”
양준은 옥패를 건네받은 뒤 진원을 주입해서 감지해 보고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옥패에는 신비한 기운이 내재돼 있어 감지하는 사람이 옥패의 주인이 어떤 등급의 연단사인지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