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663화 (662/853)

제 663장. 뇌광신교

“자네가 우리 뇌광신교에 연단사로 온다면, 높은 대우를 해줄 것이네.”

단해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어떤 대우를 해줄 수 있는지 말해 보게나. 서로 비교해 봐야 선택할 수 있지 않겠는가.”

두만은 양준이 이런 쪽으로는 하나도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자신이 나서서 물어보았다. 모두 양준을 위해서였다.

단해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두 장로님, 협회의 사람인데 제가 어찌 감히 빨대를 꽂겠습니까.”

그러고는 얼굴빛을 바로 하고 양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약재는 우리가 제공할 것이고, 어떤 단약을 만들어 내든지 2할을 보수로 지급하겠네. 예를 들어 자네가 정석 100개 가치의 영단을 만들어 내면 정석 20개를 줄 것이란 말일세.”

두만은 표정이 흔들리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양준은 잠자코 그의 표정을 지켜보다가 마음속으로 괜찮은 대우인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이건 아주 기본적인 조건이고. 그 외에도 우리는 자네에게 가장 편한 연단 환경을 제공할 것이고 최우선적으로 자네의 요구를 들어줄 것이네. 우리 뇌광신교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한, 모든 요구를 들어줄 것이네. 어떤가?”

단해는 말을 마치고 기대에 찬 표정으로 양준을 바라보며 조용히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사실 그가 제안한 조건은 대단히 좋은 것이었다. 2할의 이익만 해도 일반 연단사들이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설령 영급 상품 연단사라고 해도 이 정도의 비율로 보수를 받지 못했다. 게다가 양준이 또 다른 요구가 있다 해도 들어주겠다고 했다.

양준은 눈썹을 살짝 찡그린 채, 잠깐 생각하다가 두만을 바라보며 물었다.

“장로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괜찮은 조건일세. 하지만 갈지, 안 갈지는 자네의 뜻에 달린 것이네.”

두만은 사실대로 말했다.

“장로님의 친구라고 하시니… 그럼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양준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잠시 동안 큰 세력에 의탁해 있기로 결정했는데 두만이 보장한다면 그도 한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단해는 양준의 말에 크게 기뻐하며 활짝 웃었다.

“말이 잘 통하는구먼.”

“하지만 조건을 좀 바꿔야겠습니다.”

“얼마든지 말해 보게나.”

단해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2할의 이익은 필요 없고, 1할만 주시면 됩니다.”

양준이 손가락 하나를 치켜들었다.

단해와 두만은 놀랐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양준이 말하기를 기다렸다. 이익을 일부 포기한 만큼 다른 요구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뇌광신교에서 저한테 도움을 주었으면 합니다. 물론 뇌광신교에는 아무런 위험이 없을 겁니다.”

“어떤 도움이 필요한가?”

단해가 다그쳐 물었다.

“때가 되면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뇌광신교에 줄곧 머물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가 떠날 때 막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쉽네. 우리 뇌광신교에는 자네 같은 초청 연단사들이 여럿 있다네. 남든지, 가든지 모두 자신의 뜻에 따른 것이지 우리는 강요하지 않는다네.”

단해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문제없습니다.”

양준이 시원하게 웃었다.

단해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뇌광신교에 오기로 약속한 겐가?”

양준은 정색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두만이 웃으며 말했다.

“단 장로, 축하하네. 사실 나는 이 친구가 떠나지 말았으면 한다네. 하지만 이 친구가 꼭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해서 이렇게 아깝지만 보내는 것이네.”

단해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아니면 두 장로님께서도 우리 뇌광신교에 오시는 건 어떻습니까?”

“자네 욕심 한번 대단하군! 이제는 나까지 초청할 셈인가?”

두만이 실소했다.

“성급 연단사인데 어느 세력에서 욕심내지 않겠습니까.”

“자네들이 대가를 지불하지 못할 것 같구먼.”

두만이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단해가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는 안타깝다는 듯이 고개를 젓더니 양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언제 떠날 수 있나?”

“전 아무 때든 상관없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가는 것이 어떤가?”

단해는 한시도 지체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 양준은 그런 그의 모습이 우스워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 이만 가지.”

단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는 잠시 친구와 작별인사를 하고 오겠습니다.”

양준은 그렇게 말하고서 밖으로 나가 미나를 찾았다. 그동안 잘 지냈는데 떠나기 전에 인사는 하는 것이 예의였다.

양준이 나가자, 방 안에는 단해와 두만이 남아 조용히 앉아 있었다.

이때, 두만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단 장로, 한마디만 당부하겠네. 이 친구는 결코 평범하지 않네. 뇌광신교에서 홀대하면 안 될 것일세.”

단해는 깜짝 놀랐다. 두만의 말에 그는 다그쳐 물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두만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더는 말하지 않았다. 단해는 오리무중에 빠졌다.

잠시 뒤, 양준이 돌아왔다. 미나와는 작별인사를 했고, 따로 정리할 물건도 없었다. 단해는 그를 데리고 연단사 협회를 나섰다. 미나는 아쉬운 표정으로 양준을 배웅했다. 양준이 있는 동안, 그녀의 연단술은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자신의 사부인 엽웅이 가르쳤을 때보다 더 많이, 더 빠르게 수준이 나아졌으니 양준을 보내기가 아까웠다.

단해가 커다란 손으로 휘젓자, 순수한 진원이 양준을 감쌌다. 두 사람은 빠르게 하늘로 날아올라 거석성을 떠났다.

가는 내내, 단해는 양준에게 아주 친절했다. 또한 아래쪽을 가리키며 이것저것 말해 주었다. 뇌광신교의 저력과 부유함에 대한 것들이었다. 양준이 빨리 귀속감을 가지기를 바라면서 단해는 최선을 다해 뇌광신교를 예찬했다. 그의 말을 통해 양준은 뇌광신교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설산 근처에는 크고 작은 산봉우리가 천 개 정도 있었는데 뇌광신교가 그중 일부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 시진이 채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뇌광신교의 구역에 이르렀다.

곧이어 두 사람은 한 산봉우리에 착지했다. 이곳은 쌀쌀했지만 그래도 영기가 충만했다. 산허리 쪽에 많은 약재를 키워 향기가 가득했고, 산봉우리에는 집이 몇 채밖에 없어 매우 초라해 보였다.

단해가 입을 열었다.

“이곳은 이전 연단사가 지내던 곳인데 몇 달 전에 그만둬 잠시 주인이 없다네. 양 연단사가 이곳에 지내면 어떻겠나? 만약 너무 초라하다고 생각하면 사람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도 되네.”

“아닙니다. 저는 이곳이 좋습니다.”

양준은 이곳이 마음에 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누군가와 친분을 쌓고 싶지 않았다. 사람이 많은 곳은 말썽도 많을 것이므로 이곳처럼 자유롭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그 말을 들은 단해가 미소를 지었다.

“역시 연단의 도에서 성취를 이룰 사람이군. 난 자네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가겠다고 할까 봐 은근히 걱정했다네.”

“네?!”

양준이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보통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려는 이는 모두 부귀영화와 권력, 명성을 좇는 자들일세. 그런 자들은 우리 뇌광신교에서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네. 오히려 자네처럼 욕심이 없는 이가 나중에 분명 큰 성취를 이룰 것일세.”

단해는 미소를 띤 채 말하며 검은 명패를 양준에게 건넸다.

“이건 자네의 명패이니 꼭 몸에 지니고 다니게나. 이 명패가 있으면 뇌광신교 안에서는 마음대로 다닐 수 있네. 일부 금지 구역을 제외하고는 다 드나들 수 있다네.”

양준은 명패를 받아 들고 한번 훑어보고는 집어넣었다.

“조금 뒤에 자네를 도울 사람을 보낼 것이네. 필요한 게 있으면 그를 통해 나한테 말하게. 또한 그에게 일을 시켜도 되네.”

양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일이 없으면 이만 가보겠네.”

단해는 더 물을 것이 없는지 확인하듯이 양준을 바라보았다.

“네, 별문제 없습니다.”

단해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신법을 펼쳐 빠르게 떠나갔다. 그가 사라진 다음에야, 양준은 신식을 펼쳐 주위의 환경을 살펴보았다. 산봉우리는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았는데 높이가 족히 천 장 정도는 되었다. 산봉우리에 서 있으면 사방에 흰 구름이 떠 있어 마치 선경에 이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생각보다 주변 환경이 마음에 든 양준은 미소를 지었다.

단해의 말을 들어 보니 자신이 뇌광신교를 나오기 전까지 이 산은 그에게 속한 것이라 했다. 물론 산에 있는 영초와 영약은 뇌광신교의 것이었다.

그는 우선 산봉우리를 한 바퀴 쭉 훑었다. 약밭에 가보니 약재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것이 누군가 전문적으로 돌보는 것 같았다. 그가 따로 손봐야 할 일은 없는 듯했다. 또한 산봉우리에는 영기가 충만해 수련하기 적합했다.

산을 다 살펴본 다음, 양준은 또 근처의 산들도 두루 돌아보았다.

근처의 몇몇 산봉우리에는 뇌광신교에서 초청해 온 다른 연단사들이 머물고 있었다. 다 같은 연단사인 만큼 서로 간에 화젯거리가 많았다. 양준이 영급 하품 연단사라는 것을 알게 되자 다른 이들은 하나같이 크게 놀랐다. 그러고는 연신 대단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양준은 그들과 한담하는 가운데 뇌광신교에 대해 알아보았다.

뇌광신교는 전반적으로 괜찮은 세력이었다. 단해가 말했던 것처럼 연단사에 대한 대우가 높은 편이었다. 그리고 떠날 때도 억지로 붙잡지 않고 후한 선물을 준비해 보낸다고 했다. 게다가 연단사마다 옆에는 보조를 두고 있었는데, 보조들은 하나같이 꽃처럼 아름다운 여인들이었다.

보조들은 모두 뇌광신교에서 특별히 연단사들을 시중들게 하게 위해 보낸 이들이었다. 보조로 오는 이들은 모두 이곳에 남기를 희망하였고, 심지어 연단사의 보조가 되기 위해 뇌광신교 내부에서 경쟁할 정도였다.

연단사는 신분이 존귀하므로 연단사와 연분을 맺는 것이 그녀들의 바람이기도 했다. 게다가 산봉우리는 모두 수련하기 좋은 장소였다. 사람이 많은 곳에는 영기가 많지 않았다. 이곳에서 수련하면 그녀들의 실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연단사 곁에서 일하다 보니 수련에 필요한 단약도 넉넉했다. 여러 가지 이득이 있기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양준은 2~3일간 연이어 다른 산봉우리의 연단사들을 방문하며 낯을 익혔다. 또한 뇌광신교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었고, 세력의 큰 규모와 부유함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중도의 세력은 이곳과 전혀 비교할 수가 없었다. 고수의 경지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영기, 물자, 공법에서도 통현대륙은 중도보다 몇 등급은 앞서 있었다. 이 같은 차이를 확인하고 나서 양준은 저도 모르게 탄식하고 말았다.

사흘 뒤, 양준은 자신의 처소로 돌아왔다.

자신의 산봉우리에 도착하는 순간, 그는 얼굴빛이 바뀌었다. 몇 안 되는 집 가운데 한 곳에서 생명의 기운이 느껴졌다.

‘단해가 말했던 보조가 온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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