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669화 (668/853)

제 669장. 사람을 찾으러 왔네

단해는 바람의 눈에서 백 장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러고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양준을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실룩였다.

이때, 양준이 독기를 품은 채 말했다.

“만약 제가 이번 위험에서 벗어난다면, 뇌광신교는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것입니다.”

단해는 차가운 표정을 짓더니 더는 주저하지 않고 양준을 거대한 바람의 눈 속으로 집어던졌다. 착각인지, 단해는 양준이 바람의 눈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 교활한 미소를 지은 것만 같았다.

허기가 쫓아와서 흥분한 표정으로 바람의 눈 쪽을 바라보았다. 얼굴은 온통 기대감으로 물들어 있었다.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허기가 물었다.

“걱정되는군. 난 어쩐지 두 장로가 전에 나에게 했던 말이 계속 걸리네.”

단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 자는 배후가 없는 게 분명합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정말 배후가 있다면 이쯤에서 배후를 불었겠죠. 두 장로가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겁니다.”

허기가 위로했다.

“그렇겠지. 하지만 우리가 보기 드문 인재를 파멸시킨 건 사실이야. 어떻게 두 장로에게 해명해야 할지도 잘 생각해 두어야 하네.”

“두 장로가 물으면 폐관 수련 중이라고 둘러대면 됩니다. 두 장로가 우리 문파에 찾아와서 확인하지는 않을 거예요. 몇 년이 지나면 두 장로도 아마 그 자를 잊어버릴 겁니다.”

“그것도 방법이긴 하군.”

단해가 탄식하며 말했다.

“아마 며칠을 기다려야 할 걸세. 저 자의 신혼이 무척 강하거든. 거의 일반 초범 경지 무인 못지않다네. 바람의 눈에 들어가도 며칠은 견딜 수 있을 거네. 그의 신혼이 끌려나오면 그것을 수집해서 다시 비밀을 탐지해 보는 것으로 합세.”

“사형의 말에 따르겠습니다.”

허기가 흥분해서 말했다.

두 사람은 제자리에 서서 기다렸다. 그리고 한 시진이 채 지나지 않아서 단해가 갑자기 미간을 찌푸리더니 뒤돌아 멀리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왜 제자가 이쪽으로 오고 있는 건가?”

허기도 불쾌한 표정을 짓고서 대답했다.

“이미 이곳을 잠시 봉인하니까 출입을 금지한다고 확실하게 명을 내렸는데…….”

그러고는 귀찮아하며 말했다.

“제가 가보겠습니다.”

단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허기는 신법을 펼쳐 날아갔다. 잠시 뒤, 그는 다시 기괴한 낯빛을 하고서 돌아오더니 단해에게 말했다.

“교주님께서 사형을 찾고 있다고, 명을 전하러 온 제자였습니다.”

“교주님?”

단해는 그 말에 깜짝 놀라서 낯빛을 가다듬고 급히 말했다.

“그럼 내가 가볼 테니, 자네는 이곳에서 지키고 있게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잘 지키고 있겠습니다.”

단해는 서둘러 명을 전하러 온 제자에게 달려가 그와 함께 뇌광신교의 한 산봉우리로 날아갔다. 그곳은 교주가 평소 사용하는 거처로, 고즈넉하고 영기가 짙었는데 뇌광신교에서 가장 좋은 산봉우리였다.

“교주께서 무슨 일로 부르셨는지 아느냐?”

날아가는 도중, 단해는 제자에게 물었다.

“전 모릅니다. 교주님께서는 그저 지체하지 말고 얼른 다녀가라고만 하셨습니다.”

제자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교주님께서 입성 경지에 오른 것이냐?”

단해는 문득 그 가능성을 떠올리고 흥분해서 물었다.

“아닐 겁니다. 저는 경지를 돌파할 때의 천지조화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단해는 저도 모르게 의혹이 생겼다.

‘도대체 무슨 급한 일이 있어 이런 중요한 순간에 날 부른 거지?’

뇌광신교의 교주 하성음(夏成蔭)은 초범 경지 3단계였다. 그러나 백 년간이나 침체기를 겪으면서 줄곧 입성 경지에 이르는 비밀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십몇 년 동안 그는 줄곧 폐관 수련을 하고 있었는데, 평소라면 몇 달 내지 반년이 지나도 단해를 한 번 찾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슨 일로 이렇게 급히 찾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설마 양준 때문인가?’

단해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그러나 곧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자신이 가소롭게 여겨져 연신 고개를 저었다. 그는 더는 묻지 않고 속도를 내어 날아갔다.

*뇌광신교의 다른 산보다 영기가 훨씬 더 짙은 한 산머리에는 궁전 하나가 외롭게 우뚝 솟아 있었다. 궁전은 금빛 찬란하고 기품이 있어 보였다.

이곳은 바로 뇌광신교의 교주 하성음의 거처였다.

하성음은 상석에 단정히 앉아 미소를 머금고서 아래쪽 두 사람을 열정적으로 접대하고 있었다. 설령 폐관 수련을 방해했다 해도 그는 감히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지 못한 채, 오히려 예를 다해 접대했다.

그는 우선 사람들에게 명해 과일과 술을 올린 다음, 한바탕 먹고 마신 다음에야 입을 열어 물었다.

“두 분이 함께 찾아와서 영광이네.”

“하 교주, 별말씀을. 자네 수련을 방해해서 정말 미안하네.”

두만은 걱정이 많은 듯, 억지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러고는 영과 하나를 집어 자신의 뒤에 서 있는 미나에게 던져 주었다. 이번에는 미나도 두만과 함께 왔는데 누구를 기다리는지 기웃기웃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하성음은 이 모습을 지켜보면서 온통 의문투성이였다. 두만이 왜 천소종의 창염과 함께 찾아왔는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그는 속셈을 숨기고 통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무슨 말인가. 자네가 우리 문파에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도 되네. 내가 수련이 아니라 설령 죽었다 해도 관에서 벌떡 기어 일어나 버선발로 맞이할 것이네.”

두만은 가까스로 미소를 지은 채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성급 연단사의 신분으로 하성음과 인사치레를 할 필요가 없었다. 하성음이 뇌광신교의 교주이고 초범 경지 3단계지만 두만 앞에서는 아직 급이 안 되었다.

하성음은 시선을 돌려 빈틈없는 표정의 창염을 보자, 곧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만 같았다.

두만은 신분이 존귀하고 일반인은 만날 수조차 없지만, 성격이 온화해서 대처하기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천소종의 호법 창염은 두만과는 전혀 다른 성격이었다. 하성음은 창염이 왜 뇌광신교에 찾아왔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문파에서 누가 저놈에게 밉보였나? 정말 그렇다면 이거 뇌광신교 전체가 발칵 뒤집히겠는데!’

천소종의 4대 호법은 하나같이 초범 경지 3단계 수준으로 하성음의 실력과 엇비슷했다. 하지만 입성 경지의 창시자가 자리를 지키고 있어 천소종은 통현대륙에서도 큰 세력에 속했다. 뇌광신교는 감히 견줄 수도 없었다. 천소종에 미움을 사면, 뇌광신교는 그냥 멸문될 수밖에 없었다. 개인전으로 싸운다고 해도 하성음은 창염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이 없었다.

하성음은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서 창염에게 물었다.

“혹시 요즘 우리 문파에서 누가 눈치 없이 자네에게 미움을 산 건 아니겠지?”

“아닐세.”

창염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을 아꼈다.

“그럼 왜…….”

하성음은 미간을 살짝 구기면서 시선을 두만에게 돌리고 답을 구했다.

두만은 헛웃음을 연신 흘리면서 말했다.

“일이 있어 찾아온 걸세. 아주 중요한 일이 있네.”

“그럼 속 시원히 말해 보게나.”

하성음이 얼굴빛을 바로 하고 말했다.

“사람을 찾으러 왔네.”

“사람을 찾는다고?”

“영급 연단사를 찾으러 온 것이네. 단해 장로가 어디에 있는지 알 것일세. 두 달 전, 단 장로가 우리 연단사 협회에서 그를 뇌광신교로 초청해서 데려갔었네.”

“아, 그렇게 된 일이었군.”

하성음은 그제야 어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오자마자 단해를 만나겠다고 해서 그는 마음을 졸였었다. 지금 사실의 연유를 알게 되자 그는 긴장을 풀고서 웃으며 말했다.

“이런 일이면 진작 말하지 그랬나. 우리 문파에서 초청했으면 단해가 반드시 예를 갖춰 잘 대해 주었을 것이네. 절대 홀대하지 않았을 것일세.”

“그럼 다행이고. 내가 거의 두 달이나 찾아다녔네.”

창염이 그 말을 듣고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두 달 동안, 창염은 거석성에서 조사님이 그의 머릿속에 넣어 준 흐릿한 그림자에 의존하여 양준의 종적을 찾아다녔지만 줄곧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연단사 협회에 묻게 되었고, 그제야 양준이 이미 거석성을 떠난 것을 알게 되었다.

창염은 화가 나서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조사님이 그에게 이리 작은 일을 시켰는데도 그는 두 달이라는 시간을 허비하면서 끝내 제대로 완수하지 못했다. 그는 곧바로 이 모든 것을 양준을 데리고 간 뇌광신교의 탓으로 돌렸다. 입 밖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그의 차가운 눈빛에는 불쾌함이 서려 있었다.

“천소종처럼 저력이 있는 곳에 영급 연단사가 없는 겐가? 만약 이곳에 와서 사람을 빼앗으려 한다면 난 허락할 수 없네.”

하성음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 말은 악의가 없이 그냥 자신의 태도를 밝힌 것이었다.

창염은 그 말에 시원하게 대답했다.

“내가 사람을 빼앗으려는 게 아니고, 우리 조사님께서 만나려고 하는 것이네.”

하성음은 금세 말문이 막혔다.

두만은 한쪽에서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그는 살짝 후회가 되었다. 진작 양준의 배후가 대단할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지만 천소종의 창시자가 그를 주목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창염이 연단사 협회에 찾아왔을 때, 그는 쥐구멍이라도 찾아 숨고 싶었다. 만약 양준이 천소종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일찍이 알았다면, 결코 그에게 뇌광신교를 추천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이번 일을 너무 바보같이 처리한 것이었다. 그가 예측하건대, 천소종의 창시자는 양준의 배후 문파와 인연이 있어 그가 세상에 나와 단련하는 것을 알고 보살펴 주려는 것 같았다.

“어째 아직도 안 오지? 왜 이리 늦는 거야.”

미나는 영과를 다 먹고 나서 문밖을 지켜보며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하성음이 웃으며 말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게. 단해가 이제 곧 올 거네.”

“누가 그 사람을 기다린다고 했어요. 전 양준을 보고 싶어요. 그 자식이 매정하게 저를 혼자 연단사 협회에 내버려 뒀잖아요. 이번에 만나면 꼭 단단히 혼내 줄 거예요.”

미나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하성음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버릇없이 굴지 말거라.”

두만은 하성음이 난처해하는 것을 보고서 미나에게 가볍게 호통 쳤다. 이에 미나가 입을 삐죽거렸다.

바로 그때, 멀리서부터 가까워지는 기운이 느껴졌다.

“왔군!”

하성음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밖에서 단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교주님, 명을 받고 찾아뵙습니다.”

“들어오게.”

하성음이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단해는 대답하고서 대전에 들어섰다. 예를 올리려던 중 그는 아래쪽에 앉아 있는 창염과 두만을 보게 되었다. 순간 그는 당황해서 곧바로 뒤돌아 나가고 싶었다.

창염이 이곳에 나타난 것만 해도 심상치 않았다. 천소종의 4대 호법 중 1인으로서 창염은 잔인한 수단과 강한 경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두만까지 이곳에 함께 있는 것을 보자, 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두만은 성급 연단사로 십몇 년 동안 거석성에 자리하고 있으면서 연단사 협회 문을 한 걸음도 나선 적이 없었다. 근처의 4대 세력 모두 열정적으로 그를 초청했었다. 두만이 자신의 세력 연단사들에게 경험을 전수해 주기 바라서였다. 하지만 천소종이 두 번 초청에 성공한 것 외에는, 라생문이나 고월동천, 뇌광신교 모두 그를 모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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