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670화 (669/853)

제 670장. 스스로 들어간 건가?

단해가 가장 걱정되는 것은 자신이 두만의 손에서 양준을 뇌광신교에 데려온 것이었다. 방금 전까지도 허기는 그에게 두만 같은 신분이 뇌광신교에 직접 와서 사람을 찾을 일은 없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지금 두만이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단해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지로 진정시키고 크게 웃으며 앞으로 나아가 인사했다.

“두 장로님, 오랜만입니다.”

그리고 다시 창염에게 공수하며 인사했다.

“창염 호법!”

두만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때, 하성음이 말했다.

“단 장로, 수고했네. 앉게나.”

단해는 자리에 앉았으나 표정이 불편해 보였다. 천소종의 창염이 예리한 눈빛으로 서슬이 퍼렇게 자신을 지켜보는데 저도 모르게 불안감이 생겨났다. 그의 불안감을 눈치챘는지, 창염의 눈빛은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

단해가 헛기침을 하고서 나지막하게 물었다.

“교주님께서는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큰일은 아닐세. 이 두 분이 사람을 찾으러 왔다네.”

하성음이 웃으며 말했다.

“사람을 찾는다고요?”

단해의 불안감은 점점 더 커졌다. 그의 볼이 살짝 경련을 일으켰다. 그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누구를 얘기하시는 겁니까?”

그는 은연중에 일이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바로 두 달 전에 자네가 연단사 협회에서 데리고 간 젊은이일세.”

두만이 친절하게 대답했다.

단해는 당장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허기 그놈의 방정맞은 주둥이. 뭘 말하면 그대로 되는군. 지금 이렇게 두 장로가 떡하니 뇌광신교에 와서 사람을 찾지 않는가!’

그는 순간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속으로는 당황스럽기 그지없었으나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도대체 어떻게 눈앞의 난제를 풀어야 할지 생각을 굴렸다.

“단 장로?”

두만은 단해가 다른 궁리를 하는 것 같아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아, 네…….”

단해는 얼른 얼굴빛을 바로 했다.

“그 친구가 이곳에서 잘 지내고 있나?”

두만이 가볍게 한마디 물었다.

“잘 지내고 있습니다. 문파 내에서 자질이 뛰어나고, 외모, 기질 모두 빼어난 여제자를 보내 시중들게 했습니다. 두 달 동안 양 연단사는 우리 문파를 위해 많은 연단을 제련했고요, 질도 높았습니다.”

“당연하지. 그 친구는 연단술에 있어서 어떤 면에서는 나보다도 훨씬 낫다네.”

두만의 말에 하성음과 창염은 동시에 경악에 찬 눈빛으로 두만을 바라보았다. 눈에서는 빛이 반짝거렸다.

“과장해서 말한 게 아니네. 이건 사실일세.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 친구가 어떤 고수에게 가르침을 받은 것 같았네.”

단해는 얼굴빛이 급변했다. 그는 두만의 말에서 자신이 간과했던 문제를 떠올렸다.

‘그놈이 정말 배후가 있었던 건가? 아니면 최정상 연단사의 제자라도 되는 건가? 그렇지 않으면 두 장로가 저렇게 높이 평가할 수가 없는데?’

순간 단해는 손발이 차가워지며 온몸에 식은땀이 났다.

“그 연단사가 그리 대단하단 말인가?”

하성음도 흥미가 동해 흥분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인물을 초청했다니, 우리 문파의 행운일세. 단해, 그 친구를 절대 홀대해서는 안 되네. 앞으로 최상의 조건을 제공하게. 아니면 창염 호법이 사람을 빼앗아 갈 테니까.”

단해는 입꼬리를 실룩이며 헛웃음을 지었다.

“네, 잘 처리하겠습니다.”

“그럼 지금 그 친구는 어디에 있는가? 두 장로와 창염 호법이 만나려고 하네. 단해, 자네가 가서 데리고 오게.”

하성음의 눈빛에는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그도 양준을 만나보고 싶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두만이 이처럼 칭찬하는지 궁금했다.

단해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그는 제자리에 앉은 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왜 가지 않는 건가?”

하성음은 자신의 지시에도 단해가 꿈쩍도 하지 않자, 불쾌해져 나지막하게 꾸짖었다.

“교주님……!”

단해가 힘겨운 표정으로 더듬거리며 말했다.

“지금… 지금은 양 연단사가 불편해할 것 같습니다.”

“무엇이 불편한가?”

줄곧 말이 없던 창염이 갑자기 차갑게 물었다. 표정도 썩 좋지 않았다.

단해가 어쩐지 회피하는 것 같았고, 방금 전 그의 태도나 말투도 무척이나 어색해 보였다. 창염은 단해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곧 심상치 않은 일이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서 단해를 바라보았다. 순간 그의 눈동자에 예리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다시 음산하게 물었다.

“뭔 변고가 있는 건 아니겠지?”

“아니, 아니. 변고는 없습니다. 다만 지금은 확실히 만나기 불편할 뿐입니다.”

단해가 연신 손을 저으며 말했다.

“단해! 지금 뭐 하는 짓인가? 두 분이 직접 찾아와서 만나려 하지 않는가. 왜 그리 구실을 대서 방해하려 하는 겐가? 이건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네.”

하성음이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교주님……!”

“도대체 어디 있는가?”

하성음이 짜증 섞인 말투로 물었다.

이제 더 핑계를 대면 상황이 나빠질 터였다. 단해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바람의 눈 쪽에 있습니다.”

“어떻게 그쪽에 있는 건가?”

두만의 표정이 급변했다.

뇌광신교의 바람의 눈이나 우레의 눈에 대해서는 두만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곳은 바람이나 우레 성질의 공법을 수련하는 무인들의 수련 성지였다. 하지만 양준은 연단사인데 바람의 눈에서 무엇을 한단 말인가?

“영단을 만드는 데 바람의 기운이 필요하다고 해서 제가 데리고 갔습니다.”

단해의 뇌리에 번쩍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그는 곧 아주 좋은 이유를 찾아 냈다.

창염은 두만에게 시선을 돌리고 답을 구했다.

두만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럴 가능성도 있네. 연단사는 연단할 때, 천지간의 원기를 이용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네. 하지만 대단한 기법과 수단이 필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천지간의 원기를 움직일 수 없을 테니까. 참 그 친구 정말 대단하단 말이야.”

단해는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속으로 자신이 정말 절묘한 구실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바람의 눈 쪽에 있다고 하니, 두 분은 이곳에서 며칠 묵고 있다가 그 연단사가 바람의 눈 속에서 나오면 만나는 게 어떤가?”

하성음이 두만과 창염을 바라보며 물었다.

두만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나는 괜찮네만, 창염은 어떤가?”

“난 지금 당장 만나야겠네.”

창염이 냉랭하게 말했다. 말투에는 한기가 서려 있었다.

하성음이 웃으며 말했다.

“자네도 들어서 알겠지만 바람의 눈이든, 우레의 눈이든 모두 우리 문파의 금지 구역일세. 외부인은 들어갈 수 없다네. 그리고 지금 간다고 해도 그가 연단하는 걸 방해할 수도 있지 않는가. 그냥 며칠 더 기다리는 게 어떤가?”

“뭔 금지 구역 같은 소리!”

창염은 하찮다는 듯이 말하더니 강한 신식을 펼쳐 감지해 보았다. 그러고는 더는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일어서서 대전 밖으로 나가더니 곧바로 바람의 눈 쪽으로 날아갔다.

“창염 호법!”

단해가 깜짝 놀라서 저지하려 했지만 늦고 말았다.

“저 아저씨, 성격이 정말 급하군요.”

미나는 창염이 날아가 버리자 흥분된 얼굴로 두만을 재촉했다.

“장로님, 우리도 어서 가요.”

두만은 하성음을 바라보았다. 하성음은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창염이 자신의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자, 그 역시 화가 났다. 하지만 창염이 이미 가 버렸기에 화가 치밀어도 별수가 없었다. 그는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럼 우리도 같이 가보세.”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부탁하네.”

두만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별일 아니네.”

하성음은 성급 연단사인 두만에게 감히 불쾌한 낯빛을 보일 수 없었다. 일행은 급히 창염의 뒤를 따라 바람의 눈 쪽으로 날아갔다.

단해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마음속은 어수선하기 그지없었다. 원래는 며칠 미룰 수 있을 줄 알고 그동안 뇌광신교에서 멀리 도망쳐 이번 화를 피하려 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제 와서 도망치면 너무 티가 나 의심만 살 것이 뻔했다. 단해는 하성음과 두만의 뒤를 따라가면서 마음이 복잡했다. 아마도 이번에는 큰일을 친 듯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행은 모두 바람의 눈 쪽에 도착했다. 물론 창염이 가장 먼저 도착했다.

그는 멀리서 짙은 바람 속성을 띤 소용돌이를 바라보면서 저도 모르게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이런 파괴성이 강한 원기는 그조차도 뒷걸음질 칠 정도였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양준의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에 그의 인상이 험악해졌다.

줄곧 이곳을 지키고 있던 허기는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성음과 두만을 보자 허기는 당황했지만 침착한 척, 앞으로 나아가 예를 올렸다. 그런 다음 단해에게 물었다.

“사형, 어찌 된 일입니까?”

“두 장로와 창염 호법은 양 연단사가 어느 정도 연단했는지 보러 왔네.”

단해는 짧게 대답했다.

허기는 눈을 반짝이더니 순간 단해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사형제로서 두 사람은 오랫동안 함께 일했으므로 마음이 통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눈빛 하나, 간단한 말 한마디로도 상대의 뜻을 알아챌 수 있었다.

“양 연단사는?”

창염이 고개를 돌려 음산한 눈빛으로 단해를 바라보았다.

단해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입만 벌름거리다가 얼른 허기에게 말했다.

“사제, 양 연단사는 어디 있는가? 내가 갈 때까지만 해도 밖에 있었는데.”

허기는 곧 그 말뜻을 이해하고 대답했다.

“안쪽에 들어갔습니다. 안쪽에서 연단하기 더 편하다고 하더군요.”

“안에 들어갔다고?”

일행은 모두 얼굴빛이 급변했다.

“어떻게 그 속에 들어갈 수 있지? 양준은 신유 경지 정상밖에 안 되네. 이곳은 초범 경지 3단계 무인이 들어가도 죽는 곳이 아닌가. 어떻게 그 속에 들어가게 내버려 두었는가?”

두만은 입술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허기가 계면쩍게 웃으며 말했다.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양 연단사는 자신에게 살아남을 방법이 있다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 이 일을 어쩌지?”

두만은 초조해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창염은 줄곧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강한 신식을 펼쳐 포악한 바람의 눈 속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며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그의 얼굴빛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는 신식으로 안쪽 상황을 살펴보려다가 그만 신식에 손상을 입었던 것이다.

창염은 눈을 반짝이더니 차갑게 단해와 허기를 바라보았다.

“스스로 들어간 건가? 아니면 자네들이 던져 넣은 건가?”

하성음은 미간을 찌푸리며 화가 나서 말했다.

“창염 호법, 지금 무슨 뜻인가? 우리 문파의 장로가 초청 연단사를 해치려 했다는 말인가?”

창염은 차갑게 웃었다. 그러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단해와 허기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의 기운이 점점 더 포악해졌다.

단해와 허기는 창염과 마주 보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두만은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표정이 어두워졌다. 방금 전에 단해가 연신 회피하던 것을 떠올리자, 그 역시 어딘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고수 중의 고수로 당연히 바보가 아니었다. 단해와 허기가 손발을 척척 맞춰 빈틈없는 거짓말을 꾸며 냈으나 그들 또한 문제가 있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지금 저분들이 우리 문파를 의심하고 있으니 자네들이 자세하게 말해 보게.”

하성음이 어두운 표정으로 차갑게 물었다.

“교주님, 억울합니다. 양 연단사는 연단술도 뛰어난데 저희가 후한 대접을 못할지언정, 어찌 해칠 수가 있겠습니까.”

단해가 억울하다는 듯이 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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