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71장. 양염지익의 변화
허기도 덩달아 말했다.
“맞습니다. 양 연단사 스스로 바람의 눈에 들어가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아무리 말려도 전혀 듣지 않았습니다.”
창염은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거짓 웃음을 짓더니 말했다.
“사실이길 바라네. 아니면 뇌광신교는 멸문될 것일세.”
하성음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염 호법, 여긴 뇌광신교네. 너무 방자한 게 아닌가.”
“다들 그만하게.”
두만이 한마디 했다. 양준이 바람의 눈 속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그 역시 언짢았다. 이렇게 위험할 줄 알았다면 어떡해도 양준을 뇌광신교에 보내지 않았을 터였다.
“지금은 양준이 안전한지가 가장 중요하네. 창염, 방금 전에 무얼 감지했는가?”
두만이 창염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직 살아 있네. 하지만 기운이 어지러운 것이 연단하는 것 같지 않았네.”
창염이 담담하게 말했다.
두만은 암담한 표정으로 하성음을 흘겨보았다.
“하 교주, 보아하니 양준을 귀 문파에 보낸 것은 잘못된 선택인 것 같구먼. 만약 그가 무사하게 나올 수 있다면 다시 연단사 협회로 데려갈 것일세. 자네가 이해해 주기 바라네.”
하성음은 참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두만이 이렇게 말한 이상, 양준을 남겨 두고 싶어도 남길 수 없었다. 그는 단해와 허기를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자네들이 한 짓을 보게나. 사람 하나 지키지 못하는가. 이젠 장로직에서 물러날 생각인가 보군.”
“그가 스스로…….”
허기가 중얼거렸다.
단해는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그저 자신이 너무 운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만약 두만과 창염이 며칠만 일찍 왔어도 지금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필이면 그와 허기가 손쓴 다음에야 두 사람이 뇌광신교에 찾아왔다. 도대체 자신이 운이 없는 건지, 아니면 양준이 운이 없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일행은 묵묵히 기다렸다. 누구도 말하지 않자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허기와 단해는 끊임없이 눈빛을 교환했다. 둘 다 사태가 골치 아프게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양준은 당연히 바람의 눈에서 살아서 나올 수 없었다. 지금 그들이 직면한 문제는 만약 양준이 죽으면 두만과 창염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였다. 그리고 그들은 천소종이 무슨 관련이 있다고 창염이 이 일에 끼어든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바람의 눈 속,
양준은 그 속에 던져진 순간 온몸으로 극심한 고통을 느꼈다. 주위를 가득 채운 바람이 칼날처럼 그의 몸을 베기 시작했다. 그는 순식간에 옷이 다 찢기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었다. 진원이 봉인되었기에 바람의 살상력을 막을 수도 없었다. 양준은 하는 수 없이 육신의 힘만으로 힘겹게 버텨 냈다.
그는 마신변을 시전하지 않고 정신을 등 뒤의 견갑골에 집중했다. 한비에게서 얻은 풍뢰우익이 갑자기 자극을 받았는지 뜻밖의 변화를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주위를 감싸던 짙은 바람의 기운이 일제히 그의 등 뒤로 파고들어 풍뢰우익에 깔끔하게 흡수되었다.
곧이어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다. 양준은 고통스러워서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것은 마치 갈기갈기 찢기는 듯한 통증이었다. 포악한 바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훑고 지나가자 피와 살이 모두 꿈틀거리는 것만 같았다.
양준은 고통스러웠지만 이를 악물고 신음조차 흘리지 않았다. 그리고 풍뢰우익이 계속해서 바람의 기운을 흡수하게 내버려 두었다. 그는 은연중에 어쩌면 이는 풍뢰우익을 흡수할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비와 려용은 일찍이 그에게 풍뢰우익을 언제 얻었는지, 어디에서 나왔는지도 모른다고 했었다. 여러 손을 거쳐 한비에게 전해졌고, 두 사람이 여러 번 시도했지만 결국 흡수하는 데 실패했다고 했다.
단해와 허기가 그를 바람의 눈 가까이에 데리고 왔을 때부터 양준은 풍뢰우익이 이곳의 기운을 갈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반항하지 않고 단해가 자신을 이곳에 던지게 내버려 두었던 것이다. 지금 와서 보니 역시 정확한 판단이었다.
오래도록 봉인되었던 풍뢰우익은 마치 영양을 섭취한 것처럼 생기가 넘쳤다. 바람의 기운을 흡수하는 속도도 점점 더 빨라져 양준의 단단한 육신도 버텨 낼 수가 없었다. 몸속에 흘러든 바람 속성의 기운이 기승을 부리자 육신이 끊임없이 파괴되었다. 양준은 주저하지 않고 검은 책 공간에서 만약영유를 꺼내 삼켰다. 그러자 따뜻한 느낌이 배에서부터 퍼지더니 곧 온몸 구석구석에 전해졌다. 만약영유의 강한 회복력과 바람의 눈의 파괴력이 양준의 육신을 싸움터로 삼아 힘든 줄다리기를 했다. 육신은 끊임없이 파괴된 다음, 다시 꿈틀거리며 자라고 회복되면서 더욱 단단하고 강해졌다.
양준은 힘들게 참다가 점차 무감각해지면서 결국 어떤 통증도 느낄 수 없게 되었다.
풍뢰우익이 바람 속성 원기를 흡수하는 속도는 무서울 정도였다. 양준의 왼쪽 어깨 쪽에 무형의 소용돌이가 나타나더니 주위의 짙은 원기를 끌어당겼다. 원기들은 그의 몸속에 흘러들어 풍뢰우익에 스며들었다. 바람 속성 기운을 많이 흡수할수록 풍뢰우익은 점점 더 생기가 넘쳐났다.
*밖에서 봤을 때, 거대한 바람의 눈 속에 자그마한 소용돌이가 나타난 것이 보였다. 소용돌이는 마치 구멍처럼 바람의 눈을 끌어당기며 삼켜 버리고 있었다. 밖에서 양준의 생사를 주목하던 이들은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이런 변고가 생겼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바람의 눈은 뇌광신교의 금지 구역으로 문파의 근본이었다. 바람의 눈이 생기고 나서 지금까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그 누구도 몰랐다. 그리고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바람 속성 공법과 무공을 수련하는 수많은 제자들이 이곳에서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바람의 기운을 흡수해도 바람의 눈은 어떤 변화도 없었고 약해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 사람들은 천지간을 가득 메우던 바람의 기운이 점차 감소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모두 빼돌린 듯했다. 이것을 발견한 뇌광신교의 교주와 장로 둘은 얼굴빛이 급변했다. 바람의 눈의 위력이 약해지는 것은 뇌광신교에 있어서 매우 큰 손실이었다.
“단해, 양 연단사가 무슨 단약을 제련하는지 말했는가?”
하성음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휘하 두 장로의 말을 굳게 믿고 있었다. 그는 바람의 눈의 변고가 양준이 연단하면서 생긴 것이라고 생각했다.
“말하지 않았습니다.”
단해가 울며 겨자 먹기로 대답했다.
“두 장로, 자네 생각은 어떤가?”
하성음이 고개를 돌려 두만을 바라보며 물었다.
두만은 음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방대한 기운이 필요한 단약은 없네. 이건 연단하는 게 아니라 수련하는 것 같다만!”
“수련한다고? 바람의 눈에서 수련한단 말인가? 신유 경지 정상밖에 안 된다고 하지 않았나?”
하성음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나한테 묻지 말게나. 나도 잘 모르겠네.”
두만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지금 양준이 바람의 눈에 있는 것이 무척 언짢았다.
하성음은 뚱한 표정으로 더는 묻지 못했다.
바람의 눈 속에 내재된 파괴성 짙은 기운 때문에 누구도 쉽사리 신식을 펼쳐 탐지할 수가 없었다. 그냥 조용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더 지났을까, 바람의 눈에 있던 소용돌이가 점점 더 커지면서 바람의 눈을 삼킬 조짐을 보였다. 게다가 주위의 바람 속성 기운도 점점 더 약해졌다.
“교주님, 그냥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됩니다. 바람의 눈이 망가질 것입니다.”
단해는 다급한 와중에 뾰족한 수가 떠올라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하성음은 얼굴이 시퍼레져 바람의 눈을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어떻게 될지 그가 어찌 모르겠는가? 바람의 눈이 훼손되면 뇌광신교의 재산이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교주님, 저와 허기가 이 재난을 막게 해주십시오.”
단해가 자청해 나섰다.
“어떻게 저지하려고 그러나?”
하성음은 기괴한 표정으로 그를 힐끔 보았다.
“지금은 양 연단사를 바람의 눈에서 나오지 못하게 죽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틀림없이 양 연단사가 연단한다는 명분으로 우리 문파의 근본을 망가뜨리려는 것입니다.”
단해가 사악한 심보를 품고서 말했다.
“그 친구는 그런 사람이 아닐세.”
두만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어디 한 번 출수해 보게나.”
창염이 살기를 품고서 음산하게 그를 지켜보았다.
“이는 우리 문파 내부 일입니다. 창염 호법께서는 너무 오지랖이 넓은 거 아닙니까?”
단해가 불쾌해하며 말했다.
“나도 자네들이 이처럼 경솔하게 나서는 걸 허락하지 않을 걸세. 만약 자네들의 움직임 때문에 양준에게 변고라도 생기면 앞으로 어떤 연단사도 뇌광신교를 위해 단약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네.”
두만이 단해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단해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는 창염의 태도를 무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만의 말은 무게감이 있었다. 그의 신분과 지위로 방금 전 말을 충분히 실천할 수 있었다. 두만이 명령을 내리기만 하면 지금 뇌광신교에 있는 초청 연단사들은 모두 떠날 것이고, 그들을 피할 것이 분명했다.
“두 장로, 화내지 마시게. 단해는 그냥 한마디 해 본 것이네.”
하성음이 서둘러 나섰다. 성급 연단사를 건드린 결과는 매우 심각했다.
바로 그때, 거대한 바람의 눈이 뚜렷한 변화를 보였다. 바람의 눈 안에 나타난 소용돌이가 순간 팽창하기 시작했다. 방대한 흡입력이 전해지자 모두들 몸을 가눌 수가 없어 진원을 돌려 막아야만 했다. 다들 눈 한 번 깜빡하지 않고 바람의 눈의 변화를 지켜보았다.
*바람의 눈 안쪽,
양준은 문득 단해가 자신의 몸에 걸었던 봉인이 부서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경맥 안에 봉인되었던 진원이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등 뒤 견갑골 쪽 피와 살도 빠른 속도로 꿈틀거렸다. 마치 무엇인가가 몸을 뚫고 나올 것만 같았다.
그는 양염지익을 얻을 때에도 이런 느낌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그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긴장을 풀고서 등 뒤의 피와 살이 꿈틀거리게 내버려 두었다.
솨악-
아름답고 커다란 날개 한 쌍이 양준의 등 뒤에서 펼쳐졌다. 날개가 펼쳐지는 동시에 모든 압박감이 흔적 없이 사라지면서 상쾌한 느낌이 온몸 구석구석으로 전해졌다. 그의 주위를 감싸고 있던 바람 속성 기운은 이제 더는 그에게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 또한 그는 오히려 바람의 기운에 친근감을 느꼈다.
변화무쌍한 바람의 기운이 그의 주위를 감돌았다. 양준은 바람의 움직임을 귀담아듣다가 몸을 바람에 맡겼다. 곁눈질해 보던 그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양염지익에 뚜렷한 변화가 생겼던 것이다.
오른쪽 날개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불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왼쪽 날개에는 진양 원기뿐만 아니라 변화무쌍한 바람의 기운도 내재되어 있었다. 색상도 원래보다 더 아름답게 빛났다. 바람의 기운은 여전히 계속해서 왼쪽 날개에 흘러들었다. 양준은 자신이 빠르게 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날갯짓을 하자 소용돌이와 함께 바람이 칼날처럼 변하면서 바람의 눈을 공격했다. 소용돌이와 칼날 같은 바람은 변화무쌍한 바람의 기운뿐만 아니라 뜨거운 진양 원기도 내재되어 있었다. 이 둘은 서로 어우러져 살상력이 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