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673화 (672/853)

제 673장. 이제 보상에 대해 얘기하죠

태연한 얼굴로 얘기하는 양준을 보자, 창염의 미소는 점점 더 음산해졌다.

‘녀석 역시 맘에 드는군! 뇌광신교의 교주 앞에서 대장로를 죽이고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말이야. 간도 커. 도대체 정체가 뭐지?’

창염은 위아래로 양준을 훑어보며 생각에 잠겼다. 조사님이 그에게 사람을 찾으라고 해서 창염은 두 달 동안 이유도 모른 채 그를 찾아다녔다. 원래는 시간을 허비했다는 생각에 화가 나 있었는데 지금은 지난 두 달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네 오늘 해명을 해주지 않는다면 이곳을 떠날 생각을 말게.”

하성음은 서슬 퍼런 얼굴로 말했다.

“어떤 해명을 원하십니까? 전 이미 해명했습니다.”

양준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그저 자네의 말일 뿐이지 않나? 내가 자네를 쉽사리 믿을 것 같나?”

두만은 미간을 찌푸리다가 자애로운 얼굴로 말했다.

“양준, 자네가 말한 게 정말 사실인가?”

양준은 정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인은 무엇인가? 그들이 왜 자네를 바람의 눈 속에 집어넣으려고 한 거지? 자네의 신혼을 끌어내면 그들에게 무슨 이득이 있는 건가?”

두만은 상세하게 물었다. 제대로 해명하지 않으면 하성음이 가만있지 않을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양준은 머뭇거리며 대답하기 꺼려했다. 관을 멘 사람과 연관된 일이라 외부에 얘기하게 되면 그에게 큰 위험이 생길 수 있었다.

“걱정하지 말게. 자네가 말한 게 사실이고, 자네 잘못이 아니라면 난 자네를 무사히 이곳에서 탈출시킬 수 있네. 창염도 힘을 보탤 것이고.”

두만은 말하면서 창염을 힐끗 보았다.

창염은 더 단호하게 장담했다.

“자네 잘못이라고 해도 감히 내 앞에서 자네를 해칠 사람은 없을 것이네.”

양준은 이상한 표정으로 그를 힐끗 보았다. 창염이 왜 자신을 이렇게 감싸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참 침묵을 지키던 양준은 음산한 눈빛으로 하성음을 보았다.

“뇌광신교의 교주님 되시죠? 만약 단해와 허기가 절 죽이려고 했던 게 밝혀지면 저한테 어떻게 보상하겠습니까?”

“보상이라고? 자네는 우리 뇌광신교의 장로 한 명을 죽였네. 그러고도 보상을 바란다고?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닌가? 지금은 우리 뇌광신교가 손해를 봤단 말일세.”

하성음은 화가 나 따지고 들었다.

“그건 자업자득일 뿐입니다. 이번에 제가 운이 좋지 않았다면 진작 바람의 눈에서 목숨을 잃었을 겁니다. 제가 그를 죽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두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단해와 허기가 나쁜 마음을 품은 거라면 죽어도 싼 거지. 하 교주는 어떻게 생각하나? 양준은 내가 뇌광신교에 추천한 거니 나한테도 이 친구의 이익과 안전을 보호할 책임이 있네.”

두만은 평온하게 말했으나 누구라도 그의 말속에 담긴 언짢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 어렵사리 빼어난 젊은이를 뇌광신교에 보냈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 성급 연단사인 그의 체면과 위신이 크게 깎인 것은 사실이었다.

하성음은 화가 치밀었지만 감히 두만 앞에서 화를 내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두 장로 말이 맞네. 만약 정말 그런 거라면… 다른 사람이 나설 필요가 없이 내가 문파를 척결하여 두 장로께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놓을 것일세!”

두만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고 시선을 양준에게 돌렸다.

“지금 사건의 전말을 얘기해 줄 수 있나?”

“그래도 보상을 받아야겠습니다. 이 일을 이렇게 끝낼 수는 없습니다.”

양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두 장로의 체면을 봐주려고 했더니 자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고 이리 까부는 건가? 너무 자신을 대단하게 여기지 말게나.”

하성음은 양준을 당장이라도 죽여 버리고 싶다는 듯 살의를 담은 눈빛으로 노려봤다.

“내가 자네를 지지하지. 하 교주가 자네에게 보상해 주지 않는다면 뇌광신교가 한 달 안에 세상에서 사라지게 해주겠네.”

창염은 양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 너무 멋져요.”

미나가 동경 어린 시선으로 창염을 바라보며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아저씨라…….’

창염은 입가를 실룩거리다가 침착함을 되찾고 짐짓 멋있는 표정을 지었다.

양준은 점점 더 이상한 표정으로 창염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 고수가 도대체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양준은 그에게서 악의가 느껴지지 않자 한시름을 놓았다.

“창염!”

하성음은 두 주먹을 꽉 쥐고 진원을 움직이며 싸늘한 얼굴로 창염을 노려보았다.

“싸우게? 얼마든지.”

창염은 냉소를 하며 말했다.

“두 분, 먼저 진정하시게.”

두만은 하는 수 없이 나서서 그들을 중재했다.

“하 교주, 나도 양준이 말한 게 맞다면 이 친구에게 보상을 해주었으면 하네.”

“두 장로도 그렇게 나오는 것인가?”

하성음의 시선이 표독스러워졌다. 그는 얼굴을 한참이나 푸들거리다가 겨우 진정하고 말했다.

“좋네. 내가 이 무례한 요구를 응해 주지. 하지만 두 장로, 만약 사실이 이 친구가 말한 것과 다르다면 자네의 체면을 봐주지 않겠네.”

“마음대로 하시게.”

두만은 고개를 끄덕이며 양준을 바라보았다.

“이제 말하게.”

양준은 한참 머뭇거리다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저 둘은 제 신식을 가져가려고 했습니다.”

그는 말하면서 신식의 힘을 살짝 보여주며 설명을 덧붙였다.

“저한테 신식의 불꽃이 있기 때문이죠.”

사람들은 모두 입을 떡 벌리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양준의 신식의 힘에 담긴 뜨거운 기운을 느끼자 믿을 수밖에 없었다.

두만의 눈빛이 점점 밝아졌다. 그는 흥분된 얼굴로 양준을 보물 보듯이 바라보았다.

창염도 흥분된 표정을 지었다. 그처럼 강한 사람은 흥분할 일이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양준의 신식의 불꽃을 감지하자 순간 추태를 보일 뻔했다. 그는 속으로 기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조사님이 이 녀석을 찾으셨군. 녀석은 신식의 불꽃을 가지고 있는 연단사였어. 천장노인과 같은 출발선이 아닌가? 어쩌면 나중에 천장노인 같은 사람이 되어 인간, 요족, 마족 모두에게 존경을 받을 수도 있겠군.’

신식의 불꽃은 매우 귀했다. 가끔 신식의 불꽃을 가진 무인들이 한두 명 나타나긴 했지만, 그들이 연단에 능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이는 극히 드물었다.

하성음은 그만 멍해져서 양준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와 후회로 가득했다.

“저는 뇌광신교에 남지 않을 거라고 말했고, 그 말에 단해와 허기는 딴마음을 품고 바람의 눈을 이용해 제 신식의 불꽃을 끌어내려고 했습니다. 이것은 사실입니다.”

양준은 덤덤한 얼굴로 해명했다.

이것이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지만 단해와 허기가 양준에게 손을 뻗은 일부분 요인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었다. 관을 멘 사람에 대해 발설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신식의 불꽃에 대해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랬군.”

두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식의 불꽃을 느낀 그는 양준의 말에 더욱 확신을 가졌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하성음을 바라보았다.

“하 교주께서 묻고 싶은 게 더 있으신가? 아니면 이 친구의 말을 여전히 못 믿겠다던지?”

“더 물을 게 없네.”

하성음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는 온몸의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복잡한 시선으로 양준을 바라본 그는 더 따진다면 두만과 창염의 불만만 사게 될 것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는 그것을 감당할 수 없었다. 게다가 양준은 나중에 큰 인물이 될 가능성이 컸다. 지금 그의 미움을 산다면 뇌광신교의 앞날은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다행이군.”

두만은 고개를 끄덕이며 엄숙한 얼굴로 당부했다.

“오늘 일을 이곳에 있는 자들은 다 알았겠지? 또 누가 발설한다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네.”

“알겠네.”

창염과 하성음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신식의 불꽃은 모든 이들이 욕심내는 보물이었다. 이것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밖으로 새어 나간다면 큰 골칫거리가 생길 것이다.

슈우욱-

이때, 경풍이 쏘아지며 허기가 숨을 거두었다. 하성음은 번뜩이는 눈빛으로 과감하게 출수하는 양준을 바라보았다. 화가 치밀었지만 어찌할 수 없었다.

“됐어요. 이제 보상에 대해 얘기하죠.”

양준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하성음은 얼굴을 실룩거렸다. 속으로 내키지 않았으나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어떤 보상을 원하나? 우리 뇌광신교에 있는 거라면 다 들어줄 수 있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요구하지는 말게.”

“그럼요.”

양준은 히죽 웃더니 말을 이었다.

“우레의 눈에 가서 수련하고 싶습니다. 교주께서 허락해 주십시오.”

이 말에 사람들은 모두 놀란 눈으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우레의 눈으로 가겠다고?”

하성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양준을 바라보았다.

“우레 속성의 공법도 수련했다는 말인가?”

“그건 제 일이니, 하 교주께서 상관하실 바는 아니지 않습니까?”

양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바람의 눈이 사라진 건 자네와 연관이 있나?”

하성음이 경계 어린 눈으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잘 몰라요.”

“그럼 자네가 우레의 눈으로 가면 우레의 눈이 사라질 수도 있지 않겠나?”

“그러지는 않을 겁니다. 이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바람의 눈에서 양준은 바람의 힘을 움직여 안으로부터 폭발시켰다. 때문에 바람의 눈이 사라진 것이었다. 그때, 그는 복수심에 불타올라 있었다. 하지만 바람의 눈이 사라지지 않았다 해도 위력은 전보다 많이 약해졌을 것이다.

“하 교주가 말을 번복하려는 건 아니겠지? 그럼 난 받아들일 수 없네.”

창염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하성음을 바라보았다.

“바람의 눈과 우레의 눈은 우리 뇌광신교의 근본인데 지금 한 곳은 이미 사라졌네. 그것도 이 자와 아주 큰 연관이 있는 게 분명해. 그런데 내가 어찌 이 자를 다른 곳까지 들여보내겠나? 자네는 날 바보로 아나?”

“하지만 약속했으니 반드시 지켜야 할 거네!”

창염은 냉소를 하며 양준을 한 손에 들고서 훌쩍 날아올랐다.

“창염, 너무한 거 아닌가!”

하성음은 버럭 화를 내며 재빨리 추격했다.

“휴!”

두만은 한숨을 내쉬며 잠깐 머뭇거리다가 미나와 함께 그들의 뒤를 쫓았다.

창염의 속도는 매우 빨랐다. 그의 손에 들린 양준은 눈을 뜰 수도 없었다. 그저 주변의 풍경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는 것만 느낄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뇌광신교의 우레의 눈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는 뇌광신교의 많은 제자들이 모여서 가부좌를 튼 채, 우레와 번개의 오묘함을 느끼며 수련하고 있었다. 실력이 좋은 제자일수록 우레의 눈과 가까운 곳에 있었다.

창염이 양준을 데리고 이곳에 왔을 때, 가부좌를 틀고 수련하고 있던 뇌광신교의 제자들은 하나같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녀석, 정말 들어갈 거야? 여기는 만만한 곳이 아니네. 잘못하면 신혼이 사라진다고.”

창염은 난폭한 우레의 눈을 보며 꺼리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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