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77장. 제 몫도 있습니까?
서혼지충은 신식의 힘을 삼키는 것을 가장 좋아했고 오색 온신련은 수시로 신기한 기운을 내보내며 양준의 신식을 키워 주었다. 서혼지충들은 오색 섬에 도착하자 흥분한 듯했다. 새로운 보금자리가 아주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이는 양준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으나 좋은 일이었다. 잘만 통제한다면 서혼지충들은 그에게 해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신식의 힘으로 놈들을 강하게 키울 수도 있었다. 그러다가 필요할 때면 놈들을 풀어 적을 상대하는 것도 가능했다.
서혼지충을 거두어들인 양준은 자신을 보호할 안전장치가 하나 더 많아진 셈이었다. 안전장치가 하나 더 늘어나자 양준은 전보다 훨씬 안심이 되었다.
잠깐 고민한 뒤 양준은 제자리에서 기다리지 않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는 살아 있는 천소종 제자들의 식해 속으로 들어간 서혼지충까지 모조리 수집할 생각이었다. 살아 있는 사람은 네다섯 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들을 이대로 놔둔다면 분명 죽고 말 터였다. 천소종의 창시자도 지금 상황에서는 속수무책일 것이다.
양준의 출발점은 자신을 위한 것이었지만 성공한다면 그들을 살려 천소종 고수들의 호감을 살 수도 있었다. 이건 정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었다. 마음속으로 부담을 내려놓자 그는 대담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구리 대문 안에 들어선 창염과 비우는 보물을 찾으러 계속해 안으로 들어갔다. 어느 정도 수확이 있는 편이어서 둘은 매우 흥분했다.
“창염, 갑자기 생각난 게 있어. 조사님께서 날 내보냈을 때 마침 그 녀석을 데려오는 널 만난 게 우연은 아니겠지?”
비우는 뭔가를 눈치챈 듯, 열심히 보물을 찾으며 입을 열었다.
“우연은 아닐 거야. 아마도 조사님께서는 이번 기회에 녀석의 심성이 어떤지 알아보고 싶으셨을 거야.”
창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넌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비우는 창염을 바라보며 웃는 얼굴로 물었다.
“그럼, 서혼지충 얘기가 나오자마자 조사님께서 무슨 생각인지 알아차렸지. 서혼지충은 오로지 신혼의 불꽃으로만 상대할 수 있는데, 딱 마침 내가 신식의 불꽃을 가진 사람을 데리고 돌아오는 길이었잖아. 우연일 수가 없지. 만약 내가 저 녀석을 데리고 오는 길이 아니었으면 조사님도 널 보내지 않으셨을 거야.”
“그러고 보니 조사님도 저 녀석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은데. 그럼 왜 찾으신 거지?”
“나도 모르겠어. 두 달 전쯤에 조사님께서 갑자기 나더러 찾아오라고 하셨어. 한참 애를 써서야 겨우 저 녀석의 행방을 알아낼 수 있었지. 그리고 녀석도 조사님을 모르는 눈치였어.”
창염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상하네. 조사님께서는 항상 이렇게 알 수 없는 일을 하신다니까.”
비우는 입을 삐죽였다.
“이미 조사님의 생각을 읽었으면서 이 조건으로 나와 흥정을 하다니. 너 너무 염치없는 거 아니야? 너한테 주기로 한 술은 없던 일로 할게.”
그 말을 들은 창염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신식의 불꽃이라, 재미있군…….”
비우는 웃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녀석은 또 영급 연단사이기도 해.”
창염이 한마디 덧붙였다.
그 말에 비우는 깜짝 놀랐다.
“정말이야?”
“아마 이게 조사님이 나더러 녀석을 찾으라는 이유인 것 같아. 저 녀석 앞날이 창창해. 나중에 통현대륙에서 천장노인 못지않은 큰 인물이 될 거야.”
“만약 정말 그렇다면 난 녀석과 더 친해져야겠어. 이런 인재는 흔치 않거든.”
비우의 표정도 진지해졌다. 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양준을 얕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봤을 때, 그의 잠재력은 절대 이 정도에 그치지 않아. 그에게는 비밀이 많아. 지금 그가 보여준 실력에, 앞으로 잘만 키운다면 최강 세력 출신의 청년들도 압살하고 가장 눈부신 샛별이 될 수 있을지도 몰라.”
“조사님이 점 찍은 자이니 평범한 사람은 아닐 거야.”
비우도 동의를 표했다.
두 고수는 양준이 성공하기 전까지 그와 친분을 잘 맺어 두어야겠다고 몰래 다짐했다. 그렇게 되면 양준이 대단한 인물이 되었을 때, 그들에게도 큰 이득이 될 수 있었다.
하룻밤이 지나서야 창염과 비우는 구리 대문 뒤에서 걸어 나왔다. 둘의 얼굴을 보니 수확이 적지 않은 것 같았다.
양준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조용히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고른 숨을 내쉬는 천소종 제자 네다섯 명이 누워 있었다. 창염과 비우는 저도 모르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심심해서 이들의 식해 안에 있는 서혼지충을 쫓을 수 있는지 시도해 봤습니다. 뜻밖에도 손쉽게 성공했고요. 이들은 일 년쯤 쉬면 회복될 겁니다.”
양준이 상황을 설명했다.
“대단한데.”
창염은 눈을 반짝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처음 동굴에 들어왔을 때 창염과 비우는 제자들에게 그저 단약을 먹인 게 다였다. 그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미 그들에겐 살 가망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양준은 뜻밖의 큰 선물을 안겨주었다.
“난 네가 점점 더 좋아져.”
비우는 생긋 웃으며 말했다.
“넌 우리 제자들의 목숨을 구한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니까 절대 섭섭치 않게 대해 줄게.”
양준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끝났습니까?”
“끝났네.”
창염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몇 가지를 꺼내 양준의 앞에 펼쳐 놓고 말했다.
“원하는 게 있으면 가져가게나. 이건 나와 비우가 안에서 찾은 물건들인데 아쉽게도 대부분은 너무 낡아 가루가 되었네.”
“제 몫도 있습니까?”
양준은 자신을 가리키며 놀란 얼굴로 물었다.
“그럼, 당연하지. 우리가 꿀꺽할 줄 알았어? 네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대문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했을 거야. 게다가 넌 우리 문파의 제자들도 구해 줬잖아. 그러고 보면 네 공이 가장 큰데 당연히 나눠야지.”
“그럼 저도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양준은 미소를 지으며 눈앞에 있는 보물들을 바라보았다.
창염과 비우는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 기쁜 일이 있어도 크게 놀라지 않는군. 장차 크게 될 인물이야.’
다른 이들이었다면 그들 앞에서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고 결국 사양했을 터였다. 눈앞의 이득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둘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을 선택했을 것이다.
‘이득을 취해야 할 때는 확실히 취하고… 결단력이 있군!’
보물은 총 다섯 가지였다. 비보 세 개에 공법 하나 그리고 주먹만 한 크기의 새까만 돌 하나였다. 비보 세 개 중 가장 못한 것도 영급 상품이었고, 다른 두 개는 성급의 비보로서 가치가 어마어마했다. 창염과 비우도 성급 비보를 소유한 적이 없었다. 공법 또한 꽤나 괜찮은 법결이었다. 등급은 영급 상품이었다.
양준은 하나하나 살펴보다가 시선을 검은색 돌에 고정했다. 돌은 둥글고 매끈한 것이 무슨 재료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안에 진원을 주입해 보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신식으로 살펴보아도 역시 아무런 특이점이 없었다.
“이건 뭡니까?”
양준은 둘을 바라보며 물었다.
창염과 비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들 또한 이 돌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다만 으슥한 곳에 숨겨져 있어 가져온 것이었다.
“그럼 전 이걸 가지겠습니다.”
양준이 웃으며 말했다.
창염은 미간을 찌푸리며 진지하게 말했다.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비보를 가져가는 게 좋을 것 같네. 성급은 경지가 안 되면 비보의 위력을 모두 발휘할 수도 없고 심지어 거꾸로 상할 수도 있으니 쓸모없겠지만, 이 영급 상품의 비보는 꽤나 좋아 보이는데.”
“그래, 사양하지 마.”
비우도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방금 전까지 양준이 결단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왜 갑자기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이런 성격을 좋아하지 않았다. 용도를 알 수 없는 돌멩이를 선택한 것은 아무리 봐도 손해 보는 것이었다.
“전 사양하지 않았습니다. 이 돌멩이는 두 분께서도 내력을 알아볼 수 없으니 아무런 가치가 없거나 아주 귀중하거나 둘 중 하나겠죠. 어쩌면 이것이 다른 걸 선택한 것보다 더 이득일 수도 있습니다.”
양준은 웃으며 말했다.
“그건 도박이네. 보이는 이득이야말로 진짜 이득이지.”
창염은 그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얼굴이었다.
“이것이 안에 있었고, 또 두 분께서 가지고 나오셨다는 건 그것이 귀중품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잖아요. 두 분께서 안목 없는 사람도 아니시고요. 비보는 필요 없어요. 공법도요. 이거로 할게요.”
양준은 미소를 지으며 검은색 돌을 품에 넣었다.
“네가 그렇게 고집을 부리니 우리도 할 말이 없군. 나중에 손해 봤다고 울지나 마.”
비우는 코웃음을 치고 더는 설득하지 않았다. 이내 두 사람은 성급 비보를 하나씩 나누어 가지고, 남은 영급 상품의 비보와 공법을 둘이서 하나씩 나누어 가졌다. 큰 수확을 얻은 창염과 비우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
“얼른 나가자. 조사님께서 기다리고 계실 텐데.”
창염은 말하면서 기절한 상태의 두 제자를 덥석 쥐고 밖으로 걸어갔다. 비우도 두 명을 들고는 양준에게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나머지 한 명은 네가 업어. 특별히 미인으로 남겨 뒀어. 임자 없는 여인인 듯하니 한 번 잘해 보든지.”
양준은 실소를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천소종의 여제자를 등에 업고 그들을 따라 밖으로 걸어갔다.
셋은 신법을 펼쳐 원래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곧 산허리에 도착했다. 방향을 파악한 창염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천소종이 있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양준과 비우도 그를 바짝 따라갔다.
한 시진이 지나지 않아 셋은 거대한 산골짜기 위쪽에 도착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수림에는 집이 여러 채 있었고, 무인들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