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80장. 축하해야지
능소각의 현재 장문인이 이미 초범 경지 2단계까지 진급했다는 말을 듣고 초능소는 눈빛을 반짝였다. 그쪽 세상에서 이 정도의 경지에 오르려면 얼마나 뛰어난 자질과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그곳을 떠날 때, 초능소는 오직 건곤대 하나만 남겨 주었다. 그리고 그 건곤대는 나중에 능태허가 양준에게, 양준이 다시 소안에게 넘겨주었다.
“네가 중도 8대 가문 출신이구나. 나도 거기에 있을 때 중도 8대 가문이 강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초능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과는 비교할 수도 없지요.”
양준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이곳의 여느 세력도 모두 중도의 8대 가문보다 강했다.
“너는 어떻게 온 것이냐?”
초능소가 또 물었다.
양준은 자신과 수령이 허공 통로를 찾아 이곳에 도착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수신전, 음, 들은 적이 있다. 바다 근처에 있는데 물의 속성을 띤 공법을 주로 수련하는 세력이지. 여기까지 오는데 많이 힘들었겠구나.”
초능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스스로 선택한 길입니다.”
양준은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네 미래에 대해 어떤 계획이 있느냐?”
초능소가 자애로운 얼굴로 물었다.
“당분간은 없습니다. 우선 두 사람을 찾으려고요.”
“누구를 찾는 것이냐?”
“저의 두 사저입니다. 둘 다 이곳에 있습니다.”
양준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초능소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특징이 있느냐? 내가 문파의 사람들에게 눈여겨보라고 하겠다.”
양준은 크게 기뻐하며 소안과 하응상의 특징을 나열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굳이 따지자면 그들 일행은 모두 네 명입니다. 두 사저를 제외하고 마두가 한 명 있습니다. 바로 조사님께서 예전에 봉인한 마장의 육신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마두의 신혼이 들어 있습니다.”
“마두?”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는 마족이 아닐 겁니다. 다만 수련한 공법이 사악할 뿐입니다. 게다가 그는 저를 많이 도와줘서 제 친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지마라고 일컫습니다. 구체적인 이름은 저도 모릅니다.”
“지마? 들어 본 적은 없구나. 하지만 난 네 안목을 믿는다. 다른 한 명은 누구냐?”
“노인인데 몽무애라고 합니다. 아주 신비로운 사람입니다.”
“몽무애라고?”
초능소는 표정이 바뀌었다.
“몽무애라고 했느냐?”
“조사님께서 그를 아십니까?”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몽무애라고 있긴 한데 동일인인지는 모르겠구나. 그는 어떻게 생겼느냐?”
양준은 서둘러 몽무애의 생김새를 말해 주었다. 그러자 초능소의 표정이 더욱 이상해지더니 중얼거렸다.
“정말 그 자란 말이지? 하지만 그는 이미 죽은 줄 알았는데? 늙은 여우 같으니, 살아 있었군. 게다가 너희 쪽 세상으로 도망치기까지 하고.”
양준은 깜짝 놀랐다.
“조사님께서는 몽 주인에 대해 잘 아십니까?”
“모르지는 않지. 그와 몇 번 겨룬 적이 있었다. 은원 관계는 없고 그저 대련한 정도였단다. 다만 그 사람은… 번거로운 존재지. 이백 년 전에는 꽤나 유명한 인물이었는데 마존(魔尊)과 싸운 뒤로 종적을 감추었어. 난 그가 죽은 줄 알았단다.”
“조사님과 겨룬 적이 있다고요?”
양준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의 실력이 어떻기에 조사님과 겨룰 수 있다는 겁니까?”
“입성 경지의 고수다.”
초능소는 이상한 얼굴로 양준을 힐끔 보았다.
“왜 그러냐?”
양준은 입가를 두어 번 실룩이다가 대답했다.
“몇 년 전까지 그는 줄곧 신유 경지 정상의 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제가 그와 헤어질 때가 되어서야 초범 경지 2, 3단계 수준이었고요. 무슨 봉인술 같은 것에 걸린 듯했습니다.”
“하하하하!”
초능소는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늙은이, 쌤통이야. 마존의 천현봉인결(天玄封印訣)에 걸린 게 분명하군. 그건 봉인이 삼중이나 걸려 있지. 하지만 네 말을 들으니 아마 첫 번째 봉인은 푼 것 같구나. 마존의 손에서 도망쳐 목숨을 구하다니, 운이 참 좋구나.”
양준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반짝였다. 마음속으로 놀라우면서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어쩐지 줄곧 몽 주인이 신비롭게 느껴진다 했어. 그는 입성 경지의 고수였구나. 첫 번째 봉인을 풀어서 초범 경지의 수준에 도달했으니 두 번째 봉인을 풀면 입성 경지의 수준으로 회복될 수도 있겠군. 세 번째 봉인까지 푼다면 분명 최정상의 수준에 도달하겠지.’
“좋은 소식을 가져왔구나.”
초능소는 기분이 아주 좋아 보였다.
“하지만 그를 찾는 것은 어려울 것 같구나. 그와 마존이 대판 싸울 때, 마존도 손해를 보았다. 마족은 보복심이 강한 종족이지. 실력이 완전히 회복되기 전까지 그는 분명 숨어 다니면서 절대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몽무애도 이름을 날렸던 인물이라 마족 쪽에 소식이 들어가면 위기를 모면하기 힘들 테니까.”
양준은 경악했다.
“최대한 너의 두 사저의 행방을 알아보겠다. 소식이 들어오면 바로 너에게 알릴 것이다. 너도 우리 천소종 제자인 셈이니 앞으로 이곳에서 마음 편히 지내거라. 이곳을 네 집으로 생각하면 된다.”
“알겠습니다.”
양준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능소각의 창시자라는 것을 알게 된 뒤로 그는 자신이 외부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초능소가 쇄마련의 기운을 감지하고 그것을 통해 양준을 찾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까지 정처 없이 떠돌아다녔을 것이다.
“창염!”
초능소가 불렀다.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창염이 바로 들어왔다.
“네, 조사님!”
“네 사질에게 적절한 곳을 배치해 주거라.”
“알겠습니다.”
“참, 조사님. 제게 청이 하나 더 있습니다.”
양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얼마든지 말해 보아라.”
“어떤 연유로 연단술을 계속 연마해야 합니다. 천소종에서 약재를 제공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창염더러 준비해 두라고 하겠다. 이 또한 우리 천소종의 복이다.”
초능소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양준이 자발적으로 문파를 위해 연단을 한다니 그로서는 당연히 바라던 바였다.
초능소와 작별한 양준과 창염은 밖으로 나왔다. 창염은 놀란 눈빛으로 양준을 힐끗 보더니 물었다.
“정말 다른 세상에서 왔어?”
“네.”
“어쩐지 너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없다 했어. 너처럼 뛰어난 젊은이가 왜 여태까지 유명해지지 않았나 이상했거든. 이제야 알겠네. 이젠 우리도 같은 식구이니 앞으로 잘 보살펴 줄게. 누가 널 건드리면 내가 널 대신해 그냥 멸문시켜 버릴 거야.”
창염은 씩 웃으며 말했다.
*다시 원래 지내던 곳으로 돌아온 양준은 놀랍게도 비우가 상기된 얼굴로 복도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손에 술 항아리를 들고 신이 나서 벌컥벌컥 마시고 있었다.
“또 마시고 있네.”
창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양준에게 말했다.
“저 사숙은 전혀 여인답지 않지. 술을 가장 좋아해서 늘 술냄새를 풍기며 다닌다. 내가 보기엔 평생 시집가긴 틀린 것 같아.”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비우의 손에 들렸던 술 항아리가 이쪽으로 날아왔다. 창염은 태연한 얼굴로 덥석 잡고 냄새를 맡아 보더니 불만스러운 얼굴로 투덜거렸다.
“천홍화양이 아니잖아?”
“쳇.”
비우는 사뿐 일어서더니 창염을 힐끗 보고 말했다.
“천홍화양에는 네 몫이 없어.”
“하지만 주겠다고 약속했잖아.”
창염이 불만 어린 얼굴로 말했다.
“그 술은 이미 이 총각에게 줬어.”
“얘한테 줬다고?”
창염은 놀란 얼굴로 양준을 보더니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아부하기 시작했다.
“사질, 나 좀 봐… 내가 널 위해서 두 달이나 고생했는데 나한테 효도 좀 해야 하지 않겠어?”
양준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좋은 건 당연히 남겨 두고 제가 써야죠.”
창염은 눈을 껌벅거렸다. 양준이 단칼에 거절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비우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 갑자기 사질이 된 거야? 이 총각이 우리 천소종에 들어오기라도 했어?”
“굳이 따지자면 원래도 우리 천소종의 제자였어.”
“어떻게 된 거야?”
비우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놀란 눈으로 양준을 바라보았다. 창염은 간략하게 사건의 연유를 설명해 주었다. 비우는 갑자기 기쁜 얼굴로 말했다.
“그럼 나도 이 녀석의 사숙이라는 거야?”
“그래.”
창염이 고개를 끄덕였다.
“흐흐, 한 것도 없이 사질이 생겼군.”
이때, 역완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났다. 그는 양준의 가슴팍에도 닿지 않을 정도로 키가 작았다. 그는 뒷짐을 진 채, 번뜩이는 눈으로 양준을 훑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군.”
“사숙들을 뵙습니다.”
양준이 공수하며 인사를 올렸다.
셋은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비우는 허리도 펴지 못하고 깔깔 웃었다.
역완이 말했다.
“음, 축하연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사질이 문파로 들어온 걸 축하하는 의미에서 말이야.”
“좋은 생각이야!”
창염도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기수봉(绮秀峰)에서 하면 되겠네.”
“안 돼!”
비우는 안색이 변하더니 다급히 저지했다.
창염은 이미 신법을 펼쳐 날아가고 있었다. 멀리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생 동물 좀 잡아올게.”
역완도 말만 남기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난 비전을 찾아올게. 좋은 일에 걔가 빠져서는 안 되니까.”
눈 깜짝할 사이에 자리에는 양준과 비우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비우는 이를 악물고 창염과 역완이 사라진 방향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소리를 질렀다.
“나쁜 놈들!”
욕을 퍼붓고 난 뒤, 그녀는 생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 천홍화양을 노리고 하는 짓이야. 뻔뻔한 놈들.”
말을 마친 그녀는 양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자, 이번에 저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분명 내 기수봉에서 버티고 안 떠날 거야. 참 골치 아프다니까.”
“저도 갑니까?”
양준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넌 저들이 내놓은 핑계니까 당연히 가야지.”
말을 마친 그녀는 양준의 옷깃을 덥석 잡고 먼 곳의 산봉우리를 향해 날아갔다. 금방 날아오른 그녀는 양준이 이상할 정도로 무겁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안색이 변하더니 다급히 힘을 더했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로 양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 혹시 혼원 족쇄를 몸에 지녔어?”
“네.”
양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에 진원을 주입하지 마. 내가 날기 힘들잖아.”
비우는 그를 흘겨보았다. 방금 전에 그녀는 하마터면 망신을 당할 뻔했다. 양준은 씨익 웃으며 진원을 거두었다. 그러자 둘의 속도도 전보다 훨씬 빨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아름다운 산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