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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련전봉-682화 (681/853)

제 682장. 널 의심하는 건 아니야

창염은 하루 뒤에 대량의 약재를 가져왔다. 양준은 곧바로 연단을 시작했다. 연단을 하다 피곤하면 그는 제자리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휴식을 취했고, 기운이 나면 다시 연단을 계속했다.

기수봉은 아주 조용했다. 온 산에는 양준과 비우 두 명밖에 없었다. 양준이 연단하거나 수련할 때 비우는 한 번도 방해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드나들 때도 숨을 죽이고 살금살금 걸어 다니며 행동을 조심했다. 또한 그녀는 하루 세 끼 모두 진귀한 요수의 고기나 그들의 뼈를 우린 국물 등 보신 위주의 음식을 해서 주었다. 양준의 지금 경지로는 몇 달, 심지어 일 년 내내 음식물을 먹지 않아도 별문제가 없었지만 비우는 매일 그에게 음식을가져다주었다.

음식은 항상 석실 입구에 놓여 있었는데 양준은 필요하면 가져다 먹었다. 가끔 석실을 나설 때에는 네 호법 모두 모여 양준에게 수련 경험이나 천도와 무도에 대한 깨달음을 설명해 주었다. 양준은 이곳에서 살뜰한 보살핌을 받았다. 천소종 사람들은 그에게 가장 좋은 수련 환경과 연단 환경을 마련해 주었다.

양준은 감격을 금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은 그가 보여준 자질과 연단사의 신분과도 큰 연관이 있겠지만 네 사숙이 그를 진심으로 잘 대해 주는 것도 사실이었다.

몇 달이 지나자 양준의 연단술은 다시금 향상되었다. 이제는 영진을 이용하지 않고도 그는 성급 하품의 단약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의 목표와는 또 한층 가까워지게 되었다.

몇 달 동안 양준을 최선을 다해 천소종을 위해 대량의 단약을 만들어 냈다. 수량도 많고 등급도 높아 네 사숙도 혀를 내둘렀다. 그들은 양준이 연단사 협회에서 인정받은 영급 하품 연단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끊임없이 영급 중품, 상품의 영단을 만들어 낼 줄 어찌 알았겠는가. 그중에서 적지 않은 영단에는 단문도 있었다. 네 사숙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간단하게 상의를 거쳤다. 그 뒤로 양준의 존재와 실력은 천소종의 가장 큰 비밀이 되었다. 비우도 양준의 호위가 되어 기수봉을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

그동안 양준도 비우를 몇 번밖에 보지 못했다. 하지만 만날 때마다 그녀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 그녀는 정말 술을 좋아하는 듯했다. 술 기운이 올라오면 그녀는 사숙으로서의 품위가 전혀 없이 종종 양준에게 매달려 어이없는 소란을 피웠고, 술에서 깨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양준은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가끔씩 시간이 날 때면 양준은 초능소를 만나 그의 가르침을 받았다.

수련을 시작하고 나서 지금까지 양준은 줄곧 스스로 터득한 편이었지 누구의 가르침도 받은 적이 없었다. 무도의 길에서 가르쳐 주는 사람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매우 컸다. 행운스럽게도 그에게는 멸세마안이 있어, 그것으로 고수를 죽이고 강제적으로 그들의 무도와 천도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초능소가 사람을 시켜 소안과 하응상의 소식을 알아보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진척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통현대륙은 땅이 크고 넓었다. 이곳에서 두 사람을 찾기란 바다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양준은 연단을 하고 있었다. 그때, 문밖에서 가벼운 발걸음소리가 들려왔다. 비우의 발걸음소리였다. 그가 연단할 때, 비우는 방해한 적이 없었다. 지금 그녀가 일부러 소리를 내서 귀띔을 하는 것을 보면 용건이 있는 듯했다.

양준은 얼른 연단 속도를 올렸다. 잠시 뒤, 영급 상품의 단약이 만들어졌다. 영단을 갈무리한 다음, 그는 석실 대문을 열고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비우에게 물었다.

“사숙, 저한테 볼일 있으십니까?”

“내가 방해했어?”

양준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다행이야.”

비우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창염이 밖에서 널 찾고 있어.”

“제가 나가 볼게요.”

양준은 말을 하면서 다급히 밖으로 나갔다.

이번에는 창염뿐만 아니라 역완과 비전도 모두 함께 있었다. 셋은 어딘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양준은 흠칫 놀랐다. 도대체 무슨 일로 그들이 이렇게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사질!”

양준이 모습을 드러내자 창염이 얼른 그를 불렀다.

“사숙들이 절 찾으셨다면서요?”

“먼저 앉아.”

창염은 손짓으로 말했다. 순차적으로 착석한 뒤, 양준은 조용히 기다렸다.

한참 뒤에야 창염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사질, 우리가 널 의심하는 건 아니야. 그런데 사실대로 말해 줬으면 해. 너 지금 도대체 어떤 수준의 연단사야?”

창염은 두만에게서 양준이 영급 하품의 연단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양준이 지금껏 보여준 실력은 절대 영급 하품 연단사의 수준이 아니었다. 영급 중품, 상품의 단약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데 어찌 겨우 영급 하품 수준밖에 안 되겠는가? 하지만 두만이 창염을 속일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유일한 가능성은 하나였다. 바로 양준이 일부러 연단사 협회에 자신의 진정한 실력을 숨긴 것이다.

비우는 반짝이는 눈으로 양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얼마 전에 성급 단약도 한 알 만들어 내지 않았어.”

그 말을 들은 창염은 안색이 변했다.

“정말이야?”

“네.”

양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성급 단약을 꺼냈다.

“운이 좋아서 한 알 만들었습니다.”

창염은 다급히 받아 들고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는 흥분된 얼굴로 말했다.

“또 성급의 단약을 만들어 낼 수 있어?”

“가능할 거예요.”

양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연단할 때, 영진이나 만약영유의 힘을 빌린 적이 없었다. 영진은 연단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고, 만약영유는 단약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기에 만약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한다면 지금 수준으로 쉽게 성급 하품 단약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럼 너 성급 연단사인 거잖아?”

역완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직 조금 부족해요.”

양준이 겸손하게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비전은 뻐드렁니를 드러내며 말했다.

“그럼 가능할 수 있겠어.”

“맞아.”

창염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숙들 혹시 저에게 단약을 만들라는 겁니까?”

양준은 의아한 마음이 들어 물었다.

“그런 셈이지.”

창염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야. 혹시 천년마화(千年魔花)에 대해 들어 봤어?”

양준은 고개를 저었다.

창염은 쓴웃음을 지었다.

“참, 네가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것을 깜박했군. 넌 못 들어 봤을 거야. 그럼 통현대륙에 인간, 요족, 마족 3대 종족이 있다는 것은 알지?”

“그건 압니다.”

양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인령, 마강, 요역은 3대 종족이 활동하는 범위의 통칭이야. 그중에서 인령의 면적이 가장 크고 넓지. 그 다음이 마강이고, 요역은 그 뒤야. 가운데는 중립 지대도 있어.”

이는 양준도 알고 있었다. 통현대륙에 왔을 때, 수령이 말해 준 것이었다.

“중립 지대에 망천애(望天崖)란 곳이 있어. 그곳은 아스라히 높은 산봉우리로, 세상에서 유일하게 천년마화가 자라고 있지. 이 꽃은 천 년에 한 번 피는데 두 시진이 채 안 돼 시들어 버려.”

“천년마화는 어떤 작용이 있습니까?”

양준은 문제의 핵심을 찔렀다.

“너한테는 효과가 없을 거야. 천하에 있는 대다수의 무인들에게 효과가 없어. 하지만 우리 네 명에게는 아주 중요한 효과가 있지.”

“천년마화는 입성 경지의 깨달음을 얻게 해줄 수 있어. 천년마화의 기운으로 우리 넷이 지금의 정체기를 돌파할 수도 있다는 거지.”

비우는 흥분된 얼굴로 말했다.

양준은 흠칫 놀랐다.

“하지만 천년마화의 특수성 때문에 연단술의 조예가 뛰어난 연단사가 꽃이 필 때 약물을 제련해야 해. 연단사는 적어도 영급 상품이어야 하고.”

“그래서 제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신가요?”

“맞아.”

“문파에 저보다 대단한 연단사가 있지 않나요?”

양준은 깜짝 놀랐다.

천소종처럼 큰 문파에는 성급 연단사가 있을 수도 있었다. 성급 연단사가 없다고 해도 영급 상품의 연단사는 여러 명 될 것이다. 이들은 자질 면에서 양준보다 훨씬 노련했다.

“그들은 모두 문파에서 초청한 연단사인 데다 이번 여정이 너무 위험해서 따라가기 싫어할 수도 있어. 그리고 연단술이 너보다 뛰어나다고 해도 전투력은 너보다 못해.”

“알겠습니다.”

양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사람들이 천년마화를 노리고 있다는 말씀이지요?”

“네가 상상도 못 할 만큼.”

창염은 어두운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천 년에 한 번씩 꽃이 피니 누군가는 당연히 천연마화의 기척에 주의를 돌리겠지. 천년마화가 곧 필 거라는 소식을 우리가 입수했다는 것은 남들도 알고 있다는 말이야. 입성 경지에 오르고 싶은 고수라면 모두 갖은 수를 쓸 거야.”

“사질, 이번 일은 정말 위험해. 네가 안 가겠다고 한다면 우리도 널 억지로 데려가지 않을 거야.”

비우는 양준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갈게요.”

양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분이 입성 경지에 진급할 수 있다면 호랑이 굴도 들어갈 수 있어요.”

비우는 생글생글 웃으며 감격 어린 표정을 지었다. 창염과 다른 두 명도 감동받은 얼굴이었다.

“녀석, 예뻐한 보람이 있군.”

역완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준비하고 닷새 뒤에 떠나자. 시간은 충분해.”

창염이 말하자, 양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 남자는 금방 떠나갔다. 먼 길을 떠나려면 그들도 준비를 해야 했다.

“이번에 되든 안 되든 고마워.”

비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숙들께서 저를 이렇게 보살펴 주셨는데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양준은 고개를 저었다.

비우는 속을 꿰뚫어볼 듯이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한참 뒤, 그녀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나 목욕하러 갈 건데 같이 갈래?”

양준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또 술 드셨습니까?”

“재미라고는 없어!”

비우는 입을 삐죽 내밀고 번쩍하더니 모습을 감추었다.

양준은 연신 고개를 저었다. 성격이 호방한 비우는 참 상대하기 힘들었다. 그녀는 종종 놀랄 만한 말을 해서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닷새 동안 양준은 특별한 준비를 하지 않고 예전처럼 매일 연단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닷새 뒤, 양준이 모든 준비를 마치고 석실을 나서 보니 비우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양준이 나타나자 그녀는 생긋 웃으며 손을 저었다.

“다른 사숙들은요?”

양준이 물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동굴을 나가자 폭포 아래에서 다른 세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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