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695화 (694/853)

제 695장. 다른 사람과 손을 잡아도 될까요?

‘사부의 가르침을 받지 않아도 이처럼 놀라운 연단술을 가지고 있다니? 만약 나처럼 사부님의 가르침을 십몇 년 동안 받으면 어느 정도로 성장해 있을까?’

“보아하니 서적이나 옛사람들이 남긴 자료를 보고서 독학으로 연단술을 연마한 모양이구나.”

적요의 사부는 대강 추측했는데도 거의 사실에 가까웠다.

“사부님, 제 자신이 너무 실망스럽습니다.”

적요는 기운을 잃은 듯 맥을 추지 못했다.

“허허, 그리 실망할 필요는 없단다. 세상에는 언제나 타고난 재능을 지닌 이가 한두 명쯤 있지. 그 녀석도 아마 그런 부류일 거다. 가르치는 사람이 없지만 영진과 진원의 제어, 그리고 약재의 배합까지 모두 자신만의 독특한 견해를 가지고 있구나. 좋은 연단사 감이야.”

“휴, 오지에서 나온 지 1년이 좀 넘었는데 벌써 두 사람에게 졌습니다. 지난번에는 상대의 특수 체질 때문에 진 것이지만, 이번에는 정말 얼떨떨하게 졌어요.”

원래는 자신 있게 대결에 나선 것이었는데, 뜻밖에도 마지막 순간에 양준이 단문을 만들어 내는 바람에 지고 말았다.

“이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말을 알겠느냐.”

사부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적요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앞으로 더 열심히 연단술을 배워 꼭 사부님의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사부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동자에 의문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사실 그는 제자에게 일부 사실을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적요가 가져온 단약에서 그는 익숙한 흔적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것은 연단을 만드는 과정에서 연단사가 영진을 각인한 기법의 흔적이었다. 이 단약의 영진 각인 기법이 일 년 전 적요를 이긴 소녀의 기법과 비슷했다.

‘서로 간에 무슨 연관이 있는 거지?’

적요의 사부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는 양준에게 호기심이 동했고 한 번쯤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 뒤, 창염 일행이 드디어 돌아왔다. 그런데 그들의 얼굴빛이 그리 좋지 않았다. 차를 마시고 한참이나 쉰 다음에야 역완이 크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보아하니 우리가 천년마화의 매력을 너무 낮게 평가했던 거 같아. 이번 일이 생각보다 어렵게 되었어.”

“무슨 일이에요?”

양준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지금 그 산에만 적어도 백여 명의 초범 경지 무인들이 모여서 천년마화가 피기를 기다리고 있어. 천년마화가 피는 날이 되면 아마 이 숫자는 약 세 배로 늘어날 거야.”

창염이 가볍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양준의 얼굴빛이 바뀌었다.

3백여 명의 초범 경지 무인, 그중에서 일 할이 초범 경지 3단계라 해도 30여 명이 되었다. 창염 일행의 실력이나 경지가 모두 만만치 않다고는 하나, 이 같은 환경에서 양준을 보호해서 망천애까지 올라 천년마화를 독점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자칫하면 전멸할 수도 있었다.

양준은 보기 드문 인재라, 창염 일행도 이 같은 모험을 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아야 했다. 만약 최악의 결과를 감당할 수가 없다면, 지금 부운성을 떠나는 것이 가장 좋았다.

“혹시 다른 사람과 손잡아도 되나요?”

양준의 표정이 살짝 바뀌며 제안했다.

“누구와 손잡는단 말이냐? 다들 천년마화를 노리고 왔는데 손잡는다는 건 불가능해. 그렇다면 천년마화의 약물을 나눠야 하고 우리 쪽에 벌써 네 명이나 있어. 또한 천년마화로 약물을 얼마나 만들 수 있는지 아무도 몰라. 만에 하나 때가 되어 약물이 모자란다면 또 갈등이 생길 거야.”

창염이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천년마화의 약물을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손잡을 수 있는 겁니까?”

양준이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

“있습니다.”

“혹시 그 녀석을 말하는 거야?”

비우는 양준이 누구를 말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 녀석은 또 누구야? 무슨 상황인 거야? 우리가 없는 며칠 동안, 너희들 여인숙에 가만히 있었던 거 아니었어?”

역완이 떠들어 댔다.

“아,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글쎄 우리가 완전 재미있는 녀석을 만났지 뭐야.”

비우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그럼 한 번 이야기해 봐.”

창염이 궁금한 듯 다그쳤다.

양준은 곧 적요와 만난 다음에 벌어졌던 일들을 자세하게 이야기했다. 사숙들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입성 경지 고수인 주량이 그 정도로 예우하고, 심지어 그 일 때문에 자신의 애인을 부운성에서 쫓아내기까지 했다면 적요의 신분은 반드시 엄청날 터였다. 게다가 적요는 주량의 손님이 아니라 마족 고수 아우구의 손님이었다. 그런데 인간인 주량이 그를 대신해 나서서 화풀이를 해주었다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었다.

직접 만나보지 못했지만 양준의 이야기만 들어도 그들은 적요 배후의 엄청난 인물이 있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었다.

“믿을 만해?”

창염이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저는 적요를 믿습니다.”

양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나도 그 녀석을 믿어. 무척 괜찮은 녀석이었어.”

비우가 방그레 미소 지으며 말했다.

“둘 다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믿을 만하겠군. 상대도 너와 손잡으려는 생각이 있는 거야?”

창염이 거듭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적요가 먼저 협력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보아하니 상대방도 많은 고수들이 지키고 있는 이상 망천애에 오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나 보군. 그렇다면 그를 찾아서 잘 이야기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서로 원하는 것을 얻으면 되니까.”

창염의 가늘게 뜬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런데 그가 원하는 게 천년마화의 약물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이것도 확실하게 알아봐야 해. 내가 남을 억측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경계심을 가져야 하니까.”

“그럼 제가 성주부에 적요를 찾아가서 얘기해 볼까요?”

양준이 물었다. 그는 적요가 전에 했던 말들이 신경 쓰였다. 적요는 어디서 알아냈는지 남들이 모르는 비밀을 알고 있는 듯했다. 게다가 적요의 배후의 힘도 무척이나 궁금했다. 주량이 아무 이유 없이 한 청년을 그처럼 극진하게 보살필 리 없었다. 유일한 이유라면 아마 적요의 배후에 사람이 있고, 주량은 그 사람에게 호감을 사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양준의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적요의 사부로, 지금 성주부에 귀빈으로 있을터였다. 적요의 사부는 반드시 뛰어난 연단대사일 것이고, 이런 인물과 이야기를 나눈다면 양준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사숙들의 허락을 받고, 양준과 비우는 여인숙을 떠나 성주부로 찾아갔다.

얼마 가지 않았는데 맞은편에서 두만과 미나가 나타났다. 미나가 달음박질해 오더니 먼저 비우와 몇 마디를 나누고는 끊임없이 양준을 훑어보며 놀라워하며 물었다.

“이 기생오라비는 누구신지요?”

양준의 얼굴이 시커메지면서 되물었다.

“정말 모르는 거야?”

미나는 저도 몰래 입을 틀어막고 경악에 빠진 눈빛으로 양준을 바라보다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는지 손뼉을 치며 말했다.

“너… 너 어떻게……! 맞다. 장로님께서 너한테 그 물건을 주었었지. 내가 하마터면 잊어버릴 뻔했네.”

그러고는 손을 뻗어 양준의 얼굴을 꼬집으며 혀를 내둘렀다. 두만과 비우는 한쪽에 서서 빙그레 웃으며 저지하지 않았다.

“나쁜 자식, 부운성에 오자마자 그런 큰일을 저지르다니. 참 어딜 가든지 얌전히 있지 못한다니까.”

미나가 웃으면서 양준의 흰 얼굴을 주무르며 흥분해서 말했다.

“그 일에 대해 들었어?”

비우가 미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네. 부운성 전체가 다 알걸요.”

미나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치 재미나는 장난감을 만난 것처럼 계속해 양준의 얼굴을 매만졌다.

양준이 화가 나서 음산하게 말했다.

“더 만지면 나도 반격할 거야. 왜 ‘적당히’라는 걸 몰라.”

그러고는 의미심장하게 미나의 봉긋한 가슴을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음험하고 간악한 빛이 흘렀다. 미나는 금세 물러서며 팔로 가슴을 가리고는 이를 악물고 양준을 흘겨보았다.

“불량배 같은 놈.”

“장로님, 어디로 가시는 길입니까?”

양준은 미나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고개를 돌려 두만에게 물었다.

“저쪽 광장에서 연단사 협회가 개최하는 연단 대회가 열린다네. 나도 미나를 데리고 연단 대회에 참가하러 온 걸세. 힘들게 먼 걸음을 했으니, 미나의 견식도 넓히고 말이야.”

두만은 설명하다가 문득 기대에 차서 물었다.

“자네는 참가할 생각이 없나? 등록 시간은 지났지만 내가 추천하면 대회에 참가하는 건 아무 문제가 없다네.”

“참가하자. 다 같은 젊은이잖아. 네가 참가하면 우리 거석성 연단사 협회를 위해 이름도 떨치고 말이야.”

미나가 옆에서 졸랐다.

양준은 코를 매만지다가 씨익 웃으며 물었다.

“특별히 에둘러서 저를 찾아온 것입니까?”

두만이 웃으며 대답했다.

“자네, 벌써 알아차렸군.”

두만과 미나가 우연히 이쪽으로 올 이유가 없었다. 그날 비우와 함께 무역 지역을 거닐 때, 양준은 연단 대회에 대해 들은 바가 있었다. 대회 장소는 이 근처가 아니었다.

천년마화 때문에 부운성에는 수많은 연단사들이 모여 있었다. 이는 보기 드문 광경으로 연단사 총부에서는 이 기회에 젊은 세대 연단사들의 수준을 시험해 보려 했다. 또한 연단사들에게 교류의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기도 했다.

“사실 내가 친구들과 내기를 했다네. 각 세력의 젊은이들 가운데서 누가 가장 뛰어난지 말이야. 그들은 모두 각 성곽 연단사 협회의 주인들일세. 판돈은 그들의 건곤대 속 보물 중 하나씩. 친구들의 재력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네.”

두만이 이익으로 유혹했다.

미나가 말을 이었다.

“일등이 되면 연단사 총부에서 아주 큰 상품을 내릴 거야. 모두 진귀한 약재고 심지어 아주 좋은 약 가마도 있어.”

그러고는 양준의 팔을 잡고 연신 흔들며 간드러진 목소리로 애원했다.

“양준 오라버니, 참가해 주세요. 저 정말 약 가마가 욕심난단 말이에요. 그건 성급 약 가마란 말이야.”

양준은 소름이 끼쳐 온몸을 흠칫 떨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장로님께서 이리 말씀하시는데, 제가 어떻게 거절하겠습니까? 그리고 너 그만 흔들어. 머리까지 어지러워.”

“참가한다고 약속했어? 아이, 좋아!”

미나가 흥분해서 소리쳤다.

양준이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래. 일등을 하게 되면 판돈과 상품 가운데서 내가 필요한 약재를 고를 수 있었으면 좋겠어. 약 가마는 싫어.”

“아무 문제없어.”

미나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좀 흥분하지 마. 천하에 대단한 연단사가 얼마나 많은데. 우리가 꼭 일등 할 거라고 장담할 수 없어.”

“아니야. 꼭 일등 할 거야. 젊은 세대 연단사들 중에서 너를 이길 사람은 없어.”

미나는 양준의 연단술로 대회에서 일등 할 거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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