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697화 (696/853)

제 697장. 마음으로만 받겠습니다

적요가 다시 한번 신비한 사부에 대해 이야기하자, 양준은 도대체 어떤 고수인지 궁금증이 일었다. 그러나 그도 직접 물어봤자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 쪽에는 초범 경지 3단계 사숙 네 분이 나를 망천애까지 데려갈 거야. 네 쪽은?”

“아우구가 아마 초범 경지 고수 몇 명을 붙여 줄 거야. 구체적으로 몇 명이나 될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우리가 손잡으면 성공할 가능성이 클 거 같아. 시작할 때는 초범 경지 고수들 사이 전투지. 하지만 망천애에 올라가면 연단사들 사이 싸움이야. 흐흐, 연단사들은 무공 실력이 다 변변치 않으니까, 우리 둘이 손쉽게 천년마화를 차지할 수 있어. 그럼 약속한 거다. 천년마화가 피는 날, 같이 움직이자.”

적요가 음험하게 웃으며 말했다.

양준은 거듭 고개를 끄덕이고는 응결된 약물을 내려놓고 천천히 한 손을 들어 올렸다.

적요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가 그리 빨라?”

대화하는 동안, 양준은 이미 약물을 모두 만들어 낸 것이다.

무대 위에서 감독하고 있던 노인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순간 당황했다. 그들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적요도 급히 손을 들어 올렸다. 양준보다 한 끗 차이로 조금 늦었을 뿐이었다.

곧 성급 연단사 한 명이 무대에서 내려왔다. 그는 양준과 적요 옆에 다가오더니 약물을 검사한 다음, 기괴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성적을 소리 높여 선포했다.

무대에 앉아 있던 두만은 미소 띤 얼굴로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그는 지금 같은 광경을 예상한 것처럼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의 친구들은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중 누런 얼굴의 노인이 물었다.

“두씨, 어디에서 저런 ‘괴물’을 둘이나 찾아왔는가? 약물을 만드는 속도가 우리 못지않구먼.”

“허허, 비밀일세. 자네들은 바가지 쓸 준비나 하고 있게.”

두만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노인들의 낯빛이 금세 어두워졌다. 그제야 그들은 자신들이 바보같이 두만의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다들 오랜 친구라 이제 와서 내기를 번복하지는 않았다. 물론 건곤대의 물건도 옮기지 않았다. 오히려 자질이 뛰어난 젊은 연단사가 두 명이나 나타난 것은 그들이 원하는 바였다. 이는 젊은 세대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말해 주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 항목에서 몇백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탈락되었다. 그들은 규정된 시간 안에 모든 약재를 약물로 만들지 못했거나 만들 때 실패가 너무 많은 이들이었다. 미나도 성공적으로 첫 관문을 통과하고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첫 번째 항목이 끝나자, 곧 두 번째 항목인 영진 각인 대결이 이어졌다.

건곤대 안에 있던 현급 중품 약 가마에 영진을 각인하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제한된 시간이 없고, 각인한 영진이 많고 복잡할수록 점수가 높았다.

양준과 적요는 쉽게 앞자리를 차지했다.

세 번째 항목은 불 조절, 네 번째 항목은 약재 배합, 다섯 번째, 여섯 번째… 가장 마지막 항목이 연단 대결이었다. 전혀 쉴 시간이 없이 하루 동안에 모든 대결이 진행되었다. 마지막 항목에 이르러 장내에는 양준과 적요만 남게 되었다.

미나는 네 번째 항목에서 탈락되어 풀이 죽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나이에 그 정도까지 하는 것도 보기 드물다는 두만의 칭찬 몇 마디에, 그녀는 금세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마지막 대결에서 적요가 기권했다. 그는 실제 실력으로 겨룬다면 자신이 양준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의 연단술에서의 조예는 비슷했지만 일말의 차이가 있었다. 적요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과 양준의 실제 연단 수준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앞서 한 대결은 모두 단독 항목이기에 문제점들을 발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말 연단하게 되면 많은 문제점이 드러날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연단 속도와 수단이 결코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연단사 협회 사람들은 모두 놀라고 말았다. 적요가 이런 좋은 기회를 포기할 줄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평온한 태도를 보자 다들 의문이 가셨다.

“나중에 다시 만나자. 하루 종일 밖에 나와 있어서 이젠 돌아가야 해. 아니면 사부님께 또 꾸지람을 들을 거야.”

적요는 양준에게 인사를 건넨 다음, 초범 경지 무인들의 보호를 받으며 성주부로 돌아갔다.

류복이 무대에 올라서서 대회 최종 승자가 양준임을 선포하고 그 자리에서 연단사 총부가 약속한 상품을 건넸다. 희귀한 약재가 가득 담긴 건곤대 하나와 성급 약 가마 하나였다.

수많은 이들이 부러운 시선을 보냈다.

양준은 대수롭지 않게 미나에게 성급 약 가마를 던져 주었다. 미나는 흥분해서 양준에게 입맞춤이라도 해 주고 싶었다.

“양준, 이리 오게나.”

두만이 빙그레 웃으며 무대 한쪽에서 손짓했다.

양준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쪽으로 걸어갔다.

“자네 사부는 누구신가?”

“우리 삼천성(三川城) 연단사 협회에 올 생각은 없나? 우리 삼천성이 거석성보다 훨씬 더 부유하고 미인도 많다네.”

“두만을 따르면 미래가 밝지 못하네. 이미 황천길 문턱에 다다른 자가 아닌가. 그러니 우리 쪽으로 오게나.”

그쪽으로 걸어가는 동안 두만의 옆에 있던 노인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떠들었다. 또한 다들 기대에 찬 눈빛으로 양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양준은 감짝 놀랐다. 노인들이 어찌나 열정적인지 그를 물 샐 틈 없이 둘러싸고 있었던 것이다.

“노친네들, 너무 뻔뻔스러운 거 아닌가?”

두만이 큰 소리로 외쳤다.

“다 내가 헛것으로 보이나? 코앞에서 내 사람을 빼앗아 가려고 하다니? 누구라도 한마디만 더 하면 그냥 죽기 살기로 한판 뜰 걸세.”

“두만, 그만 힘 좀 아껴. 다 늙어서 왜 그리 흥분해? 괜히 허리 삐끗하지 말고.”

“자네 나이도 만만치 않거든.”

두만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어르신들의 사랑은 마음으로만 받겠습니다.”

양준은 잠깐 생각하고 나서 한 바퀴 돌며 공수했다.

“저는 평생 연단술에만 전념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무도의 정상에 오르고 싶습니다. 연단술을 배운 것은 무도에 더 전념하기 위해서입니다. 어르신들의 호의를 거절하겠습니다.”

노인들은 순간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을 딱 벌린 채 양준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심지어 두만도 순간 당황했다.

“무도에 전념하겠다고? 이렇게 좋은 연단 자질을 가졌는데 무도에 전념하겠다고? 자네, 혹시 자신의 실력을 모르는 게 아닌가?”

“그러게 말이네. 그러면 인재를 낭비하는 걸세. 누군가를 보호하려는 생각이면 연단술에 조예가 깊어야지. 연단사 등급이 향상되면 세상에서 얻지 못할 것이 없다네. 재물, 권리, 명성, 지위, 미인. 원하는 것은 모두 얻을 수 있네. 게다가 자네가 직접 손을 내밀 필요도 없이, 소문만 전해지면 누군가 자네를 대신해 가져다줄 거네.”

“연단대사가 되면 각종 이득이 따를 것이네. 어디로 가든지 예우를 받고 설령 마강이나 요역에 가더라도 마족이나 요족들이 감히 자네를 어쩌지 못하고 귀빈으로 모실 거란 말일세.”

노인들은 너도나도 거듭해서 양준에게 연단사의 아름다운 미래를 말해 주며 어떡해서든 그의 마음을 돌리려 했다.

“저는 오직 무도의 정상에 오르고 싶습니다.”

양준이 정색하며 말했다. 단호한 표정에 전혀 흔들림 없는 눈빛이었다.

다들 그만 말문이 막혔다. 무도의 정상에 오르는 건, 확실히 연단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양준의 결정과 그 단호함을 감지한 사람들은 탄식을 금치 못했다. 다들 양준이 재능을 썩힌다고 생각했다.

“두만, 시간이 되면 젊은이와 잘 말해 보게나. 지금은 나이가 어리고 혈기가 왕성해서 자신의 미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네.”

조금 전 양준을 열정적으로 삼천성에 초대하던 노인이 두만에게 귓속말을 속삭였다.

두만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회가 있으면 이야기해 보겠네.”

두만도 양준의 실력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무도를 추구하는 것보다 연단술에 전념하는 게 더 미래가 밝다고 생각했다.

두만이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서 말했다.

“이 일은 그만 얘기합세. 이 친구가 자신의 목표가 있는 것도 좋은 일 아닌가. 젊은 사람이 당연히 추구하는 바가 있어야지.”

그는 친구들이 설교하다가 괜히 역효과를 낼까 두려워 얼른 화제를 바꿨다.

“내기에 졌으면 약속을 지켜야지. 자, 다들 준비되었는가?”

그 말에 노인들은 금세 낯빛이 흐려지더니 하나같이 이를 악물고 두만을 노려보았다.

“늙은 여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다들 자신의 건곤대를 꺼내서 양준에게 던져 주었다.

양준이 손을 뻗어 건곤대 4~5개를 받았다.

“허허, 누가 자네들더러 그렇게 자신 있게 나오라고 했나?”

두만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양준에게 눈짓했다.

“예의 차릴 필요 없네. 마음에 드는 걸로 가지게나. 아무튼 그 건곤대 속 물건도 다 그렇게 힘들게 번 것은 아닐세.”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양준도 씩 웃으며 대답했다. 노인들이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신식을 펼쳐 건곤대를 자세하게 탐지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건곤대를 감지하고 나서 양준의 얼굴빛이 바뀌었다. 역시 성급 연단사의 건곤대였다. 그 속에는 모두 좋은 물건들로 최하급이 영급 하품이었고, 성급도 있었다. 단약, 약초, 공법, 비보 없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희귀하고 신비한 재료들도 있었는데 쓰임새를 알 수 없었다. 다만, 어떤 것이든 모두 강한 원기 파동을 내뿜고 있었다.

양준은 좋은 물건들 때문에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모두 자신이 급히 필요한 약재가 아니었기에 선택을 하기가 어려웠다.

“어서 빨리 선택하게나. 나 지금 긴장하고 있단 말일세. 자네가 시간을 끌면 더 버텨 내지 못할 것 같군.”

건곤대의 주인이 씁쓸한 표정으로 재촉했다.

“두 장로님, 한 가지만 가질 수 있습니까?”

양준이 난감한 듯 두만을 힐끔 보았다.

“음, 나와 친구들 사이 약속은 한 가지라고 했었네.”

두만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곧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내 친구들은 모두 대범하고 후한 사람들일세. 특히 앞날이 창창한 후배를 무척이나 아끼지. 그러니까 자네가 몇 가지 더 가진다고 해도 별 상관은 없을 듯하네. 안 그렇나, 상(常)씨?”

그러고는 웃는 얼굴로 건곤대 주인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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