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702화 (701/853)

제 702장. 별 세계

허공에서 양준과 적요가 기괴하게 나타났다. 나타난 순간, 적요는 방어용 비보를 얼른 꺼냈고, 곧바로 누런 색깔의 장막이 드리우며 두 사람을 꽁꽁 감쌌다. 그는 진지한 얼굴로 양준을 바라보며 당부했다.

“비보의 보호 범위를 벗어나지 마. 안 그러면 목숨이 위험할 거야.”

양준은 대답하지 않고 멍하니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들어온 곳은 사방이 모두 텅 빈 공간으로, 마치 끝없는 심연 속에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사방팔방에서 별들이 반짝였는데 뜨거운 기운을 내뿜는 태양(太陽) 성질도, 차갑고 서늘한 기운을 내뿜는 태음(太陰) 성질도 있었다. 빛이 비춰 오자 마치 꿈속에 있는 것만 같았다. 허공은 그리 어두운 편이 아니었지만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광활함에 왠지 두려운 마음마저 들었다.

발 밑에 땅이 없다 보니, 두 사람은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상태였다. 산, 망천애, 천년마화는 모조리 사라져 보이지 않았고, 두 사람의 등 뒤로 무시무시하고 어두운 동굴 입구가 보였다. 그것은 허공 통로였다. 천년마화의 꽃술 자체가 허공 통로의 입구인 것 같았다. 양준도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여기가 어디야?”

“별 세계!”

적요는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흥분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며 대답했다.

“별 세계?”

양준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가 생각났다.

“그럼 전설이 진짜야?”

“물론 사실이지. 고수들은 대부분 별 세계의 소문에 대해 들어 봤을 거야. 통현대륙에도 별 세계의 물건들이 꽤 있거든. 하지만 누구도 별 세계에 가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곳이 어떤 모습인지 모르지. 천년마화가 별 세계에 가는 열쇠일 줄 누가 알았겠어?”

“여기가 정말 별 세계야? 소현계가 아니고?”

양준은 여전히 믿을 수 없었다. 차라리 이곳이 신기한 소현계라고 하는 것이 더 믿을 법했다.

“설마 내가 널 속이겠어? 사부님께서 말씀해 주셨어. 이곳은 별 세계라고. 저기 아래쪽에서 기운을 내뿜고 있는 별이 보이지? 저기가 바로 우리가 있는 통현대륙이야.”

적요가 웃으며 대답했다.

양준이 내려다보자 과연 그의 발 밑에는 거대한 별이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보면 그 별은 주먹 정도 크기밖에 되지 않았다. 손을 뻗으면 한 줌에 움켜쥘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는 기분이 미묘해졌다.

“왜 둥근 모양이지?”

양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뜻밖에도 통현대륙이 둥근 공 모양이었던 것이다.

‘그럼 아래쪽에 서 있는 사람들은 떨어지는 거 아닌가?’

양준은 괜한 걱정이 들었다.

“그건 나도 몰라.”

적요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대화하던 두 사람은 표정이 바뀌더니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허공 통로를 바라보았다. 적요는 방어 비보를 운행해 양준을 데리고 빠르게 옆으로 피했다.

곧이어 허공 통로에 두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두 사람은 바로 두 대열에 속해 있던 연단사들이었다. 그들은 허공 통로에서 나서자마자 공격 태세를 취했다. 그들도 천년마화의 약물을 얻으려면 반드시 양준, 적요와 싸워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영급 상품의 연단사 두 명은 나이가 어리지 않았고 둘 다 초범 경지 1단계였다. 다만 연단사의 특수한 신분 때문에 그들의 전투력은 신유 경지 정상보다 조금 나을 뿐이지, 진짜 초범 경지의 무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양준과 적요 같은 청년들을 마주하자 전혀 겁먹지 않았고 자신들이 이길 거라고 자신하는 듯했다.

양준은 일그러진 미소를 지으며 나서서 그들과 겨루려고 했다. 하지만 적요가 손을 뻗어 양준을 막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들과 싸울 필요 없어.”

“왜?”

양준은 깜짝 놀랐다.

적요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저들은 곧 죽을 거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며 맞은편을 향해 소리쳤다.

“어서 빨리 방어 비보를 펼치시죠. 안 그러면 처참하게 죽을 겁니다.”

두 사람은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눈앞의 상황을 파악한 그들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순간 넋을 잃고 말았다. 천년마화의 꽃술에서 나서면 곧 별 세계일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심연에 놀란 두 사람은 순간 공포감에 휩싸였다.

그들이 미처 마음을 가라앉히기도 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강한 기운이 두 사람의 몸을 찢기 시작했다. 안색이 크게 변한 두 사람은 감히 지체하지 못하고 가장 강한 방어 비보를 꺼내 자신을 보호했다.

연단사는 가난하지 않았기에 그들이 사용하는 비보도 나쁘지 않았다. 두 사람의 방어 비보는 영급 중품이거나 상품이었다. 이 정도 등급의 방어 비보는 초범 경지 3단계의 고수가 전력을 다해 공격하는 것을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별 세계에서는 그저 죽는 시간을 늦출 뿐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운은 그들의 방어 비보에 연속으로 충격을 가했다. 이내 비보의 빛이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하며 금방이라도 꺼질 것만 같았다.

“여긴 어디야?”

한 사람이 울부짖었다.

“내가 어떻게 알겠어?!”

적요가 이곳의 비밀을 그들에게 말해 줄 리 없었다. 그는 유쾌한 얼굴로 두 사람과 손을 흔들어 작별을 고한 뒤, 양준을 데리고 점점 멀어져 갔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다가 더는 이곳에 머무를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돌아가려는 순간, 그들의 뒤에 있던 허공 통로가 닫혔다. 두 사람은 다시 적요와 양준을 찾으려고 했으나 그들도 이미 모습을 감추고 없었다. 두 사람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고 눈에는 두려움만 넘실거렸다.

양준은 얼핏 멀리서 들려오는 처참한 비명소리를 들은 듯했다. 다시 되돌아 바라보니 두 사람은 이미 추릴 뼈도 없었고 방어 비보도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그들의 피와 살은 빠른 속도로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별 세계에는 강한 기운이 있는 것 같아.”

양준은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챘다. 적요가 꺼낸 방어 비보의 겉에는 공격받은 흔적이 있었다. 하지만 비보의 등급이 높아 기운은 방어를 뚫지 못했던 것이다.

“별 세계의 힘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사부님도 예전에 여기서 목숨을 잃을 뻔하셨대. 마침 방어 비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천장노인은 없었을 거야. 사부님께서는 별 세계의 힘을 감당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입성 경지 2단계의 육신이어야 한다고 했어. 그게 안 되면 같은 등급의 방어 비보를 가지고 있든가.”

양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그는 별 세계의 힘에 호기심이 동했다. 전설로만 듣던 별 세계는 참으로 위험했다.

이때, 적요가 걸음을 멈추고 씩 웃으며 멀지 않은 곳을 가리켰다.

“찾았다.”

양준은 눈앞이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천년마화?”

그곳에는 망천애에서 본 천년마화와 똑같은 모습을 한 꽃이 허공에 도도하게 피어 있었다. 다만 이것은 많이 축소된 천년마화로 어린애 키 정도였다.

“맞아. 이게 진짜 천년마화야.”

적요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우리가 망천애에서 본 천년마화는 확대된 허상일 뿐이야. 천년마화는 통현대륙과 알 수 없는 연결고리가 있어 그곳에서 기운을 섭취할 수 있는 거야. 그 과정에서 본체가 훨씬 더 크게 확대되어 망천애에 나타나는 거지. 사실 그 기운들은 모두 이곳으로 흘러들었건 거야.”

지금 이 순간, 천년마화는 아주 탐스럽게 활짝 피어 있었는데 꽃술의 가운데에는 투명한 액체 몇 방울이 있었다. 보석 같은 액체의 향긋한 냄새는 허공 전체를 가득 채웠고 청량함이 느껴졌다.

“네가 다 가져. 사실 약물은 만들 필요가 없고 천년마화의 본체를 찾기만 하면 바로 가져갈 수 있어. 이것이야말로 천년마화의 정수야. 초범 경지의 무인이 입성 경지로 진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야.”

적요가 설명해 주었다.

양준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 다음, 적요와 함께 천년마화 앞으로 다가갔다. 양준은 액체의 양을 가늠해 보고 기쁜 표정을 지었다. 천년마화의 꽃술에는 투명한 액체가 여섯 방울이나 되었다.

“양이 적지 않네. 참 운이 좋구나.”

적요가 웃으며 말했다.

“지난번에 사부님이 오셨을 때에는 세 방울밖에 없었다고 하셨거든. 사숙들이 넷이나 되어서 모자랄까 걱정했는데 지금 보니 두 방울이 남겠네.”

“나머지 두 방울은 네가 가져.”

양준은 말하면서 옥병을 꺼내 조심스럽게 약물을 담았다.

“난 필요없어. 전에 말했다시피 약물은 전부 네 거야. 난 가져도 소용없어. 사부님은 이미 입성 경지이시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음, 난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입성 경지에 오르고 싶거든.”

적요는 고개를 저었다.

양준은 그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사양하지 않을게.”

적요는 자신감이 넘쳤다. 자신의 자질로 외부의 도움 없이 입성 경지에 진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이 점은 양준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경지를 돌파할 때 한 번도 외부의 힘을 빌린 적이 없었다. 오로지 스스로의 깨달음과 노력으로 지금까지 달려온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기본기가 탄탄했다. 반면 외부의 힘을 빌린다면 나중에 문제점이 생길 수 있었다.

그리고 양준은 적요와 상황이 달랐다. 적요에게는 가까운 사람이 천장노인밖에 없었지만 그는 아니었다. 나머지 두 방울이 나중에 필요할 수도 있었다.

양준은 천년마화 약물 여섯 방울을 챙기고 나서 기쁜 마음으로 물었다.

“이제 어떻게 돌아가면 돼?”

“근처에 허공 통로가 또 있어. 통현대륙으로 가는 통로야. 그걸 찾기만 하면 돌아갈 수 있지. 근데 사부님께서는 구체적인 위치를 말씀해 주지 않고 스스로 찾으라고 하셨어. 하지만 찾게 된다고 해도 당장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

적요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양준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잖아. 여기는 별 세계야. 주변에는 온통 별 세계의 힘이라고. 이 안에는 무수한 천도의 법칙이 내재돼 있어. 여기서 하루만 수련해도 통현대륙에서 반년 동안 수련하는 것과 같아. 그러다가 뭔가를 각성한다면 기연을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지.”

적요는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양준은 그 말을 듣고 눈앞이 밝아지는 것만 같아 다급히 물었다.

“정말이야?”

적요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뭘 망설이고 있어?”

양준은 급한 마음에 다급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공법을 운행했다. 그 모습에 적요는 실소를 했다.

“급할 것 없어. 성급 비보가 있는 한, 별 세계의 힘은 이 방어막을 뚫을 수 없어. 좀 기다려 봐. 내가 별 세계의 힘을 좀 끌어 모은 다음, 다시 수련하자.”

적요는 진지한 표정으로 방어 비보를 통제해 작은 틈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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