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703화 (702/853)

제 703장. 별 세계에서의 수련

끝없이 펼쳐진 별 세계에서 누런 빛의 장막이 양준과 적요를 감싸고 있었고, 장막 안에서는 사나운 기운이 날뛰며 그들의 몸을 찢고 있었다. 두 사람은 상체를 드러낸 채 꿋꿋하게 앉아 수련을 이어갔다. 둘 다 온몸에 상처가 수도 없이 많이 나 있었으며 피와 살이 끊임없이 꿈틀거렸다.

적요는 여인보다도 곱상하게 생겼지만 몸은 매우 좋았다. 전혀 연단사의 몸 같지가 않았다. 적요도 양준처럼 연단에 능할 뿐만 아니라 전투력 면에서 출중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두 사람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방어 비보의 보호를 받으며 자신의 육신을 수련하는 한편, 현묘한 별 세계의 힘에서 깨달음을 얻으려고 했다.

별 세계로 온 지 벌써 이틀이 되었다. 이틀간 적요는 때때로 방어 비보를 풀고 별 세계의 힘이 흘러 들어오게 했다. 방어막 안에 별 세계의 힘이 강해질수록 그들이 얻을 수 있는 수확도 많았다. 이틀 간의 수련으로 적요의 육신은 훨씬 더 강해졌다. 하지만 양준은 시간이 지날수록 만족스럽지 않았다. 지금 흘러 들어오는 별 세계의 힘은 그에게 전혀 압박감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적요는 매번 한계치에 도달했다. 이렇게 수련해서는 양준에게 별로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듯했다.

잠깐 생각하던 양준이 입을 열었다.

“우리 따로 움직이자. 비보를 유지하는데 진원을 많이 소모하는 것 같은데 내가 나가면 더 수월해지지 않겠어?”

이틀간 적요는 끊임없이 단약을 먹으며 진원을 보충했다. 그러지 않으면 비보의 기능을 유지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가 가져온 것은 모두 최고로 좋은 단약이었다. 미리 준비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 말에 적요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따로 움직여도 되는데 너한테 성급의 방어 비보가 있어? 성급 하품이면 안 되고 반드시 성급 중품 이상이어야 해.”

“난 아마 비보가 필요 없을 것 같아.”

양준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뭐라고? 설마 너 그냥 맨몸으로 별 세계의 힘을 감당하려는 건 아니지?”

적요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되물었다.

“내가 먼저 시도해 보고. 안 되면 다시 얘기할게.”

양준이 제안했다.

적요는 미간을 찌푸린 채, 한참 생각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심해. 네가 나보다 육신의 강도가 뛰어나지만 그래도 이건 장난이 아니야. 여기는 별 세계라고. 육신이 충분히 강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어. 입성 경지의 고수도 마찬가지야.”

“알아. 그럼 나가 볼게.”

말을 마친 양준은 적요의 비보에서 뛰쳐나갔다.

방어막에서 벗어난 양준은 전과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다. 사방팔방에서 형언할 수 없는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건 마치 보이지 않는 적처럼 사정없이 그를 공격했다.

슈슈슉-

단단한 그의 몸에 수많은 작은 상처들이 생기며 피가 흘렀다. 하지만 그는 통증을 느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만면에 희색을 띠었다. 역시 그의 육신은 별 세계의 힘을 감당할 수 있었다. 그는 생명의 위험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몸을 수련한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이득을 얻을 수 있을 듯했다.

그 모습을 본 적요의 안색이 퍼레졌다. 그는 입꼬리를 실룩거리다가 부러움과 시샘이 담긴 말투로 말했다.

“괴물!”

그는 비보를 벗어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신체적 소질도 나쁘지 않았지만 양준과 비교하면 한참 뒤처져 있었다. 아마 몇 년 더 수련한다고 해도 양준과 같은 정도에는 미치지 못할 듯했다.

“느낌이 어때?”

적요는 금방 마음을 가라앉히고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아주 짜릿해. 너도 해볼래?”

양준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적요에게 눈을 찡긋해 보이며 말했다.

“됐어. 난 주제 파악을 하는 사람이야. 네가 비보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니, 그럼 우리 따로 움직이자. 누가 먼저 통현대륙으로 가는 허공 통로를 찾는지 겨루는 거야.”

“좋아!”

“여기서는 연락을 취하는 것도 힘드니 이렇게 하자. 내가 먼저 허공 통로를 찾는다면 한계에 이를 때까지 너를 기다릴게. 그래도 네가 안 나타나면 나 먼저 갈 거야.”

“날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실컷 놀고 나서 알아서 갈 거야.”

“그럼 조심해. 죽지 말고. 그리고 알아야 할 게 있어. 별 세계의 힘은 균일하게 분포되어 있거나 변하지 않는 게 아니야. 어떤 곳의 힘은 엄청 짙어. 그런 데는 가지 마. 정말 죽을 수도 있으니까.”

적요는 무거운 목소리로 당부했다.

“정말 그런 곳도 있어?”

양준은 신이 난 얼굴로 흥분해서 외쳤다.

적요는 머리가 지끈거려 이마를 문질렀다. 양준은 성정이 그와 꽤 비슷했지만 한 가지만은 뚜렷하게 달랐다. 바로 큰 위험 앞에서 그는 안전을 도모하는 편이었고, 양준은 모험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건 다 말해 줬으니 이후에 무슨 일이 생겨도 난 모르는 일이다. 이만 작별하고 우리 부운성에서 다시 만나자.”

적요는 공수한 뒤, 더 이상 양준을 상대하지 않고 돌아서서 떠났다.

“이거 가져가.”

양준은 무언가를 적요에게 던져 주었다.

“이게 뭐야?”

“좋은 거야. 정말 큰 상처를 입게 되면 그걸 바르고 복용해. 그럼 바로 완쾌될 거야.”

양준은 씩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적요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뒤, 빠르게 멀어졌다.

사라지는 적요의 뒷모습을 보며 양준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적요에게 꽤나 호감이 갔다. 이번에 천년마화의 약물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적요의 도움이 컸다. 만약 적요가 없었다면 이렇게 순조롭게 약물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때문에 작별하기 전에 그는 적요에게 만약영유를 선물했다.

예전에 양준은 연단을 해본 적이 없어서 높은 등급의 약재를 분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뛰어난 연단사로 안목도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만약영액, 영유도 이제는 등급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가장 낮은 등급인 만약영액은 영급과 비슷했고, 만약영유는 성급과 맞먹었다. 소지하고 있는 양이 가장 적은 만약영고는 아직 등급을 알아내지 못한 상태였다. 만약영고는 성급을 뛰어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적요에게 만약영유를 준 것은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셈이었다.

조용히 제자리에서 잠깐 기다리고 나서야, 양준은 몸을 돌려 적요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끝없는 별 세계 속에서 아래쪽의 통현대륙만이 유일한 지표였다. 양준은 허공 통로를 찾으면서 한편으로 자신의 육신을 계속해서 수련했다.

별 세계의 힘은 수시로 그의 몸을 찢으려 했다. 그 힘에 양준은 목숨이 위험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불가피하게 몸에 많은 상처를 입었다. 흘러나온 피에서는 옅은 금빛이 보였다. 그것은 마신의 피였다. 려용과 한비는 언젠가 양준의 피가 모두 금색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해준 적이 있었다. 그때가 되면 그는 전설 속의 대마신처럼 신통력을 갖게 될 터였다. 양준은 그날이 무척이나 기대되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양준도 자신이 별 세계에서 얼마나 떠돌았는지 알 수 없었다. 처음에 그는 별 세계의 힘에 상처를 입었었지만, 수련을 거친 뒤 육신이 탄탄해진 다음에는 별 세계의 힘이 몸에 닿아도 간지러움을 느낄 정도로 아무 느낌도 없었다.

허공 통로는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었다. 적요가 간 방향이 정확한 방향인 듯했다. 하지만 양준은 조급해하지 않고 별 세계를 마음껏 누비며 육신을 수련하고 천도를 깨달을 만한 곳을 찾았다.

적요가 말해준 것처럼 별 세계의 현묘한 기운은 분포가 고르지 않아, 어떤 곳은 짙고 어떤 곳은 얕았다. 하지만 끝없는 여정에서 양준의 심적 경지와 신식은 무의식중에 더욱 강해졌다.

어느 날, 양준은 원기가 짙은 허공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육체를 수련하는 동시에 신식을 펼쳐 별 세계에 내재된 각종 현묘함을 각성하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심상치 않은 느낌이 밀려들었다. 그는 얼른 정신을 가다듬고 자세히 살펴보다가, 곧 문제의 근원을 발견했다.

바로 검은 책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검은 책 안의 어떤 물건이었다. 주변을 감싸던 별 세계의 힘은 흔적도 없이 검은 책 공간에 들어가 검은 책 안에 있는 무언가에 흡수되었다.

자세히 살펴본 양준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별 세계의 힘을 흡수하고 있는 것은 얼마 전에 얻은, 재료와 용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검은 돌이었다. 기운을 흡수한 검은색 둥근 돌은 어두운 빛을 반짝이더니 어두웠다, 밝아졌다를 반복하며 순식간에 생기가 감돌았다.

양준은 깜짝 놀랐다.

‘검은 돌의 진실을 파헤치려면 별 세계의 힘이 중요한 조건인가 보군!’

두만의 친구가 돌을 얻은 지 몇십 년이 지나도록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것은 그가 별 세계에 와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우연이!’

양준은 정신을 몰두해 유심히 살펴보았다. 검은 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너무도 궁금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는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검고 둥근 돌 두 개는 시종일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끊임없이 별 세계의 힘을 흡수하고 흐릿한 빛만 반짝일 뿐, 어떤 발전도 없었다.

양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더는 돌들을 주목하지 않았다. 그는 일어서서 주변을 둘러보고는 방향을 찾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이곳에서 육체를 수련하느라 근방에 있는 별 세계의 힘을 거의 다 소진했던 것이다. 새로운 곳을 찾지 못하면 더 이상 육신을 수련할 수 없었다.

양준은 끊임없이 새로운 곳을 찾아 수련을 이어갔고, 찾는 곳마다 전보다 기운이 더 짙어졌다. 덕분에 그의 육신도 빠른 속도로 강해지고 단단해졌다. 몸의 상처는 나으면 또다시 새로운 상처로 덮이곤 했다. 몸은 성한 곳 하나 없이 너덜너덜했지만, 그는 참기 힘든 통증도 마다하지 않고 수련의 달콤함에 빠져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양준은 더 이상 수련하기에 적합한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전에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던 곳에서 이제는 어떤 상처도 입지 않고 마음껏 거닐 수 있는 수준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더욱 난폭한 기운이 흐르는 공간을 찾을 수 있을 테지만, 그는 돌아갈 길을 찾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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