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704화 (703/853)

제 704장. 위기에서 살아남다

별 세계는 광활하고 끝이 없었다. 이곳에서 방향을 잃으면 기다리는 건 오직 죽음뿐이었다.

충분히 수련했다는 생각이 들자, 양준은 통현대륙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별 세계는 텅 빈 공간이었지만 발 밑의 별을 지표로 삼으면 길을 잃지 않을 것 같았다.

양준은 하루하루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속도가 매우 빨랐지만 가야 할 길이 너무나 멀었다. 하지만 그는 느긋한 마음으로 별 세계에서 최대한의 이득을 얻으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발걸음을 우뚝 멈추고 미간을 찌푸린 채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흐르는 별 세계의 힘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이는 전에 없던 일이었다. 양준은 경계 어린 얼굴로 얼른 고개를 돌려 보았다.

순간, 그의 안색이 확 바뀌었다. 끝없이 펼쳐진 별 세계의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원기 소용돌이가 폭풍처럼 몰아치며 그가 있는 방향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심지어 속도가 매우 빨랐다.

양준은 깜짝 놀랐다. 그동안 줄곧 별 세계의 힘이 짙은 곳에서 육신을 수련하려고 했었지만 별 세계에 이런 횡포한 기운이 있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멀리서 죽음의 기운이 느껴졌다.

‘이건 막을 수 없겠군!’

지금 그의 육신으로 이런 소용돌이에 휘말린다면 뼈도 못 추리게 될 것이 분명했다.

별 세계는 원래부터 매우 위험한 곳이었다. 이서도 별 세계에 어떤 신비함이 있는지 몰랐고, 또한 별 세계의 원기 소용돌이를 본 적도 없을 터였다. 때문에 이 방면에 대해서는 양준에게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았던 것이다.

양준은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것만 같았다. 그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발목의 혼원 족쇄를 벗어 던지고 가장 빠른 속도로 자리를 떴다. 비우가 그에게 혼원 족쇄를 선물한 다음부터 그는 항상 그것을 몸에 지니고 다녔다. 하지만 목숨을 부지하는 게 중요한 지금은 그것을 벗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번개처럼 별 세계를 누비며 눈 깜짝할 사이에 멀리 달아났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어 풍뢰우익을 활짝 펼쳤다. 바람과 우레의 힘이 내재된 날개는 그의 속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풍뢰우익은 완전하게 흡수된 뒤, 양염지익과 융합되어 양준의 전투력과 속도의 향상에 큰 도움이 되었다.

얼마나 도망쳤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는 뒤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그는 등 뒤에서 전해지는 느낌만으로도 소용돌이를 떨쳐버리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소용돌이가 뒤덮는 범위가 너무 커 빠른 속도로 떨쳐버리지 못하면 전혀 피할 도리가 없었다.

며칠 동안 양준은 진원을 대량으로 소모했다. 소용돌이는 이미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이었다. 끝없는 허공에서 그는 하늘이 무너져 머리를 짓누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양준은 차가운 안색으로 우뚝 멈춰 섰다. 등 뒤의 풍뢰우익도 몸속으로 거두었다. 그는 뒤돌아서서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소용돌이를 노려보았다. 소용돌이에서 도망칠 일말의 희망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소용돌이와 정면으로 맞서는 수밖에 없었다.

양준은 자신이 무사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해야만 했다.

소용돌이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놀랍게도 양준은 전혀 긴장되지 않았고 오히려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소용돌이와 한번 제대로 겨뤄 보고 싶다는 생각이 꿈틀거렸고, 온몸의 피가 들끓었다. 그는 두 눈을 빛내며 전의를 불태웠다. 주변에는 별 세계의 힘이 어지럽고 난폭했지만 소용돌이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었다.

양준의 앞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작은 운석의 바다가 있었다. 수백 내지 수천 개의 크고 작은 운석들이 떠 있었는데 작은 것은 광주리만하고, 거대한 것은 산만한 것도 있었다. 그는 방금 전에 운석의 바다를 가로질러 왔었다.

곧이어 짙은 파괴성을 띤 소용돌이가 운석의 바다를 뒤덮었다.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순간, 모든 운석들은 크기와 상관없이 순식간에 가루가 되었다. 수많은 운석들로 이루어진 운석의 바다는 눈 깜짝할 사이에 모두 사라지고 가루만 남아 떠돌았다.

양준은 기괴한 표정으로 씩 웃었다. 곧이어, 소용돌이가 그를 삼켜 버렸다.

“입마!”

낮은 중얼거림이 울려 퍼지자, 검은색의 사악한 기운이 폭발성을 띤 선으로 바뀌더니 마문이 양준의 온몸을 뒤덮었다. 곧 마문은 그의 피와 살 속에 스며들어가 모습을 감추었다. 기혈이 미친 듯이 솟구쳤고 육신의 강도도 신속하게 향상되었다.

양준은 뼈 방패를 꺼내 앞쪽을 막았다. 현급 상품의 방어 비보는 잠시밖에 버티지 못하고 그의 손에서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아무런 기능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이내 파괴성을 띤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면서 옷이 산산조각 나고 피와 살이 마구 튀었다. 양준은 이를 악문 채, 나지막하게 으르렁거렸다. 곧 진원이 폭발하며 온몸을 감쌌다. 하지만 그의 순수한 진원은 나타나자마자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이에 양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순간, 그는 진원이 이곳에서는 자신을 전혀 보호해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재난 앞에서 그가 믿을 수 있는 건 자신의 육신밖에 없었다. 이 점을 깨달은 양준은 더 이상 진원을 낭비하지 않고 육신의 변화에 주의를 돌렸다. 동시에 그는 소용돌이 속을 정면으로 헤치며 걸어갔다. 그는 폭풍우 속의 외로운 쪽배처럼 위태롭게 나아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몸을 가누지 못해 비틀거리면서도 여전히 생기가 넘쳤다.

사방에서 난폭한 별 세계의 힘이 그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그것은 알 수 없는 기운을 지닌 채, 몸속에서 마구 날뛰었다. 오장육부가 모두 손상을 입었고, 안색이 누렇게 변했으며 피가 빗방울처럼 후두둑 떨어졌다. 그의 온몸은 멀쩡한 곳이 없었다. 마치 가죽이 한 껍질 벗겨진 것처럼 혈관과 근육 등이 모두 밖에 드러나 무시무시하기 그지없었다.

마신변을 시전한 상태에서도 그의 단단한 몸은 별 세계의 원기 소용돌이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육신이 손상을 입었고, 신혼이 불안정해졌다. 식해 안의 신혼도 밖으로 끌려나올 것만 같았다.

양준은 지체하지 않고 얼른 만약영유를 꺼냈다. 성급 약재를 아까워할 겨를도 없이 크게 떼어 복용하는 한편 온몸에 발랐다. 강한 약 기운이 마신변을 시전한 뒤의 왕성한 기혈의 힘과 어우러져 손상 입은 피부에 금방 새 살이 돋아났다. 하지만 회복되자마자 또다시 상처를 입었고, 이런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주변의 기운이 점점 더 짙어지고 난폭해졌다. 양준은 천천히 폭풍의 눈에 휘말려 들어갔다. 그의 피와 살이 뼈에서 떨어져 나가며 금빛 찬란한 뼈가 드러났다. 그건 바로 대마신의 뼈였다. 별 세계의 소용돌이가 아무리 날뛰어도 그의 뼈는 아무런 손상도 받지 않았다.

양준은 온몸이 완전히 마비된 상태에서 오직 정신력 하나로 버티고 있었다. 만약 여기서 지면 정말 끝장날 터였다. 그는 이번 재난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최선을 다한다면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시간은 전에 없이 더디게 흘렀다. 별 세계 폭풍에 휘말려 들어온 지 일각밖에 안 되었지만 시시각각 버티기 어려운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양준으로서는 몇 년이 흐른 것만 같았다. 만약영유도 끊임없이 소모되었다. 이 상황에서는 성급 약재를 낭비하는 게 아닌지 따질 겨를이 없었다. 그의 피와 살은 폭풍의 힘에 의해 훼손되었다가 다시 재생되었다. 동시에 점점 더 강해지면서 더 큰 손상을 버텨 낼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주변의 난폭한 기운이 많이 약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양준은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는 문득 자신이 폭풍의 눈에서 벗어나 한쪽으로 밀려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가장 힘든 시기를 버텨낸 셈이었다. 그는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희망이 보이자, 그는 여력을 남기지 않고 모든 힘을 쏟아부으며 살아남으려고 노력했다. 곧이어 난폭하던 기운이 점점 약해지더니 드디어 소용돌이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양준은 머리가 어지러워져 한참 동안 가만히 있다가 겨우 몸을 가누었다. 그는 점점 멀어지는 별 세계 소용돌이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목소리는 심하게 갈라져 있었는데 무기력한 가운데 희열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그는 신혼이 떨리고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며 눈앞이 새까매짐과 동시에 기절하고 말았다.

*

끝없는 허공에서 양준은 조용히 누워 있었다. 그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기운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꼼짝 않고 몸과 신혼의 긴장을 한껏 풀고서 육신의 변화를 느껴 보았다. 그는 자신이 도대체 얼마 동안 기절해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온몸 곳곳에서 전해지는 극심한 고통에 정신을 차렸던 것이다.

양준은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분명 처참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피와 살이 많이 줄어들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옅은 금빛을 내뿜는 마신의 피가 온몸에서 솟아오르며 엄청난 생기와 강한 생명력이 혈관에서 폭발했다. 그것은 신비한 기운으로 바뀌어 손상 입은 근맥과 살을 복구하고 있었다.

금신은 마신의 피를 만드는 근본이었다. 이번 재난을 겪은 뒤, 금신도 잠재적인 위력을 발휘했다. 방울방울의 순수한 마신의 피가 느린 속도로 생성되고 있었다. 한 방울씩 생길 때마다 그것은 모두 양준의 생명력으로 바뀌었다.

마신성에 있을 때, 양준은 고마 일족의 강한 회복력과 맷집을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의 신체는 바깥 세상의 무인들보다 몇 배나 강했다. 이는 그들이 우수한 혈통을 물려받아 몸속에 대마신의 기운이 미약하게나마 흐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대마신의 진정한 후계자인 양준의 회복력과 맷집은 당연히 고마 일족보다도 훨씬 강했다.

단단한 근맥 그리고 피와 살이 끊임없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대마신의 피의 작용에 손상 입은 곳에서 옅은 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잘린 근맥은 다시 한데 이어져 전보다 더 단단해졌다. 파괴된 피와 살도 조금씩 복구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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