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705화 (704/853)

제 705장. 초범 경지

이번 재난에서 양준은 뼈가 아무 문제없는 것 말고는 온몸이 각기 다른 정도로 손상을 입었다. 대마신의 뼈는 성급 상품의 방어 비보보다 더욱 단단해 별 세계 폭풍 속에서도 전혀 손상 입지 않았다. 이에 대해 그는 다행이라 생각했다.

피와 살, 근맥 모두가 옅은 금빛에 휩싸인 채 손상 입은 오장육부 역시 은은한 금빛을 흩뿌렸다. 몸속에 생기가 왕성해지면서 피와 살도 점점 차올라 뼈를 다시 뒤덮었다. 만약영유의 약 기운도 여전히 발휘되고 있어 마신의 피와 함께 몇 배 이상의 효력을 보였다.

이 시각, 양준은 은은한 금빛에 뒤덮여 아무 생각 없이 홀가분하게 허공에 누워 있었다. 마신의 피가 스스로 그의 근맥, 피와 살을 바꾸는 한편 온몸을 치료하게 내버려 두었다. 금빛 속에서 강한 생기가 발산되며 손실되었던 생명력과 기혈이 느린 속도로 다시 회복되었다. 피곤함과 통증은 마신의 피가 기능을 발휘하면서 점차 사라졌고 기력도 적잖게 회복되었다.

얼마나 지났는지, 양준의 두 눈에 서서히 정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는 형언할 수 없는 기운이 더해진 듯했다. 그것은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갔을 때, 그의 몸으로 흘러든 별 세계의 힘이었다.

손상된 피와 살 속에 수많은 별 세계의 힘이 흘러 들어왔던 것이다. 그것은 처음에는 한참 동안 날뛰다가 점차 조용해지더니 양준의 몸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예 자리를 잡고 그의 자양분이 되어 주었다. 별 세계의 힘에는 각종 현묘함과 신비로움이 내재돼 있었다. 그는 의념을 발동해 온몸의 구멍을 통해 별 세계의 힘을 깡그리 흡수했다. 하지만 별 세계의 힘에 내재된 현묘함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서 그가 스스로 터득하고 각성해야만했다.

양준은 더는 지체하지 않고 호흡을 가다듬은 뒤, 정신을 몸에 몰두했다. 보이지 않는 문이 천천히 열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동시에 그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기분이었다. 그는 문득 자신이 구름 위에 서서 만물을 굽어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순간, 자신이 일반인의 단계를 벗어나 다른 경지에 이른 게 아닌가 싶었다.

꿈틀거리는 피와 살 속에서 전에 알아채지 못했던 불순물들이 배출되면서 그의 육신은 더욱 순수하고 강해졌다. 불순물이 배출되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서서히 무너지는 게 느껴졌다. 무도의 정상으로 가는 길에서 한 걸음 성큼 크게 내디디며 장벽을 넘어선 것만 같았다.

이런 느낌은 점점 더 또렷해졌다. 그는 점차 새로운 경지에 빠져들었고, 심적 경지가 빠르게 향상되었다.

별 세계에서 양준은 조용히 누운 채, 기묘한 경지에 빠져서 무도, 천도와 신혼을 각성했다. 그의 육신도 천천히 회복되면서 계속해서 수련을 지속했다. 신혼과 육신이 같이 이득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재난에서 살아남으면서 그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이득을 얻게 되었다.

육신이 회복되고 신혼 또한 안정적으로 변하자, 양준은 곧 시간을 잊었다. 이 순간, 그는 자신이 별 세계에 있다는 것마저 잊었고, 어떤 방해도 받지 않았다.

어느 날, 양준은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두 눈은 정기를 뿜으며 각성한 뒤의 희열을 자랑하고 있었다. 온몸의 피와 살이 모두 꿈틀거렸고 뼈에서도 경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별 세계에서 흐르고 있던 신기한 기운이 보이지 않는 힘에 끌려 모두 양준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폭풍의 세례를 버텨낸 양준에게 있어서 별 세계의 힘은 이제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의 몸으로 흘러든 별 세계의 힘은 오히려 그의 자양분이 되어 주었다.

곧이어 보이지 않는 기운이 퍼지더니 점점 더 강해져 양준을 중심으로 작은 폭풍을 이루었다.

양준은 몸과 마음이 홀가분하고 온몸이 기쁨에 들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젖히고 마음껏 울부짖으며 마음속 흥분을 토해 냈다.

그때, 갑자기 빛무리가 그의 몸을 중심으로 사방을 향해 폭발하며 퍼져 나가더니 모든 것이 평온해졌다. 양준은 조용히 제자리에 서 있었다. 기운이 끊임없이 그의 몸속에서 솟구쳐 나왔다. 이에 그는 살며시 주먹을 움켜쥐어 보았다. 여느 때보다 온몸에 힘이 넘쳐났다. 드디어 초범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육신이 다 회복되는 순간, 양준은 성공적으로 초범 경지에 들어서게 되었다. 이제부터 정말 일반인의 범주를 뛰어넘게 된 것이다.

초범 경지는 신유 경지와 전혀 달랐다. 육신의 힘이든 신혼의 힘이든 모두 크게 향상되었다. 전투력도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만약 지금 다시 뇌광신교의 허기, 단해와 싸운다면 그는 일 대 이로 그들을 흠씬 두들겨줄 자신이 있었다. 지난번처럼 바람의 눈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도 그들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큰 경지의 진급은 매우 어렵지만 일단 성공만 하면 예전과 뚜렷하게 달라질 수 있었다. 이는 모든 무인들에게 있어 똑같았다. 때문에 무인들은 경지의 향상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이다.

양준은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신의 몸을 살펴보았다. 몸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손상 입었던 피와 살은 모두 재생되었고, 오히려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그뿐만 아니라 몸속에 흐르는 피도 전과는 크게 달랐다. 혈액 중 삼분의 일 정도에 파괴성 짙은 위력이 내재돼 있었다. 이는 의심할 나위 없이 마신의 피였다. 그리고 금신의 위력도 가동되었다. 앞으로 금신은 끊임없이 마신의 피를 만들어 내며 양준의 원래 피를 바꾸어 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온몸의 피는 짙은 금색으로 변하게 될 터였다. 그때가 되면 그의 실력은 다시금 비약적으로 향상될 수 있었다.

양준은 눈을 감고 느껴보다가 씩 웃었다. 작은 웃음소리는 점점 커지더니 결국 통쾌하게 울려 퍼졌다. 그의 웃음소리는 별 세계에서 쩌렁쩌렁 울리며 멀리 퍼져 나갔다.

별 세계의 여정은 단조롭고 따분했다. 하지만 이번 여정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별 세계에서 큰 이득을 얻었다. 다만, 별 세계 폭풍을 다시 마주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다시 폭풍으로 수련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았다. 이제는 드디어 돌아갈 때가 된 듯싶었다.

마음을 정한 양준은 가볍게 숨을 들이쉬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문득 멀지 않은 곳에서 기이한 점들이 옅은 빛을 뿌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서둘러 다가가 살펴보았다. 점들은 모두 귀하고 질이 좋은 광물들이었다.

양준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잠깐 생각해 보니, 광물들은 별 세계 폭풍에 의해 훼손된 운석의 바다에서 남겨진 부산물인 듯했다. 운석의 바다에는 크고 작은 운석들이 몇백, 몇천 개나 있었다. 그 속에는 분명 귀한 광물이 들어 있었을 것이고, 바깥층의 암석이 산산조각 난 뒤 안의 광물만 남게 된 것일 터였다. 별 세계 폭풍의 세례를 버텨낸 만큼, 등급이 무척이나 높은 광물임이 분명했다. 적어도 성급 중품은 될 것이다. 이런 광물로 비보를 제련한다면 성급의 비보를 제련할 수도 있었다. 물론 전제는 실력이 뛰어난 연기사가 있어야 했다.

양준은 얼른 광물들을 수집했다. 그의 뼈 방패는 전에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광물들을 잘 모아두었다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연기사에게 부탁해 비보를 만들 수 있었다. 그는 크고 작은 광물 몇백 개 정도를 수집했다. 하지만 광물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어 조금 난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모두 별 세계의 물건이어서 그가 모르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수집한 광물들을 모두 검은 책의 공간에 넣게 되자, 뼈 방패가 없어져서 생긴 아쉬움도 많이 사라졌다.

양준은 방향을 파악한 뒤, 통현대륙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아 떠났다. 그는 자신이 별 세계에서 도대체 얼마 동안 머물렀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절대 짧은 시간은 아닐 터였다. 육신이 다시 복구되는 데만 해도 최소한 2~3개월이 걸렸다.

‘이렇게 오랫동안 돌아가지 않았으니 사숙들도 걱정하시겠네.’

시간이 흘러 길을 잃었다고 생각할 때쯤, 양준은 드디어 탐스러운 꽃을 보게 되었다. 천년마화였다. 천년마화는 꽃봉오리의 모습으로 되돌아가 허공에 떠 있었다.

이곳까지 오게 되자 양준은 마음이 놓였다. 그때 그와 적요는 바로 이 주변에서 별 세계에 들어섰다. 이서의 말에 따르면 통현대륙으로 가는 허공 통로는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했다.

천년마화를 중심으로 양준은 사방팔방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몇 번이고 오가는 것을 반복하다가 드디어 근처에서 허공 통로를 찾게 되었다. 적요의 모습이 안 보이는 것을 봐서는 이미 돌아간 듯했다. 두 사람은 서로 상대방을 신경 쓰지 않고 시간이 되었다 싶으면 각자 알아서 돌아가기로 약속했었다. 시간이 이리 많이 흘렀으니 적요는 분명 돌아갔을 것이다.

양준도 더는 지체하지 않고 허공 통로로 들어갔다.

*

익숙한 어지러움을 겪은 뒤, 눈앞이 밝아졌다. 주변에 새들이 지저귀고 꽃향기가 그윽하며 아름다운 초록색으로 물들어 있는 것으로 볼 때 산속인 것 같았다.

양준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곳이 어딘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신식을 펼쳐 살펴보고는 곧 미소를 지었다. 약 십몇 리 떨어진 곳에서 생명의 파동들이 느껴졌다. 누군가 움직이고 있는 듯했다.

양준은 신법을 펼쳐 얼마 안 되어 사람들의 근처에 도착했다. 하지만 얼핏 보고 나서 그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왠지 그들이 흥미롭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들은 인간으로 각각 남녀 한 쌍씩 세 조를 이루고 있었고, 다들 신유 경지 수준으로 실력이 높지도, 낮지도 않았다. 그들은 한창 난폭한 요수와 싸우고 있었다.

그들의 전투 방식과 진원의 흐름으로 봤을 때, 남녀 한 쌍은 몸과 마음이 하나로 어우러져 있었다. 즉, 쌍수공법을 수련한 이들이었다. 이런 무인들은 둘이서 같이 움직여야 자신의 경지를 뛰어넘는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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