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709화 (708/853)

제 709장. 수람성으로 향하다

이서는 양준의 초조함을 눈치채고 몇 마디 위로해 주었다.

양준도 지금 아무리 걱정해 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으며 오직 몽무애를 찾아야만 구체적인 상황을 알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심호흡을 해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지막하게 물었다.

“어르신, 어디서 그들을 만났었습니까?”

“수람성(水藍城)이라네!”

“수람성이라고요?”

“이곳에서 몇 달은 가야 되는 곳이지. 자네가 지금 찾으러 간다 해도 꼭 찾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네. 우린 2년 전에 그곳에서 만났었고, 당시 몽무애는 조금만 더 있다가 수람성을 떠날 거라고 했었네. 지금은 아마 진작 떠났을 걸세.”

이서는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양준의 태도와 격한 감정으로 보아 몽무애와 하씨 소녀는 그에게 매우 중요한 사람인 듯했다.

“어쨌든 중요한 단서입니다. 그들을 오랫동안 찾아 헤맸지만 줄곧 어떤 단서도 찾지 못했습니다. 수람성에 한 번 찾아가 봐야겠습니다.”

양준이 정색하고 대답했다.

“그러게나. 그럼 자네의 일이 잘 되기를 바라네.”

이서가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 고맙습니다.”

양준은 공수하고 이서, 적요와 작별 인사를 한 다음 급히 여인숙으로 돌아왔다.

이번에 이서에게서 이런 소중한 단서를 얻게 된 것은 뜻밖의 수확이었다. 양준은 더는 지체하고 싶지 않아 창염, 비우에게 사연을 이야기하고 곧바로 수람성에 가려고 했다. 창염과 비우도 양준이 두 사저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드디어 어렵사리 단서를 얻게 되었으니, 비록 찾을 가망이 거의 없다고 하더라도 두 사람은 저지하지 않고 오히려 먼저 양준을 데려다 주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양준은 이를 거절했다.

그는 천년마화의 약물을 일 년이 지나서야 가져왔다. 사숙들은 그것을 복용하고 입성 경지를 돌파해야 하는데 그들의 대사를 지체할 수는 없었다.

양준의 태도가 너무나 단호했기에 창염과 비우는 그가 혼자 수람성으로 가는 데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양준에게 안전에 주의할 것을 신신당부하며, 만약 밖에서 억울함을 당하면 꼭 천소종에 돌아와 그들을 찾으라고 일러주었다. 사숙들의 애정에 양준은 마음이 따듯해졌다.

양준은 혼자 밖에서 활동하는 데 이미 상당한 경험을 쌓은 터였다. 그리고 그동안에도 거의 혼자서 세상을 돌아다녔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는 간단하게 채비를 하고 곧 길을 떠났다.

부운성 밖,

창염과 비우는 양준이 떠나는 것을 지켜본 다음, 다시 천소종으로 길을 재촉했다. 그들도 돌아가서 입성 경지를 돌파할 준비를 해야 했다.

성주부,

이서와 적요도 아우구 일행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다시 여정에 올랐다.

*

양준은 마음을 졸이며 내내 질풍같이 달려갔다. 그는 몽무애와 하응상을 찾을 가망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전력으로 길을 재촉했다. 혹시 하루라도 빨리 수람성에 찾아가면 그쪽에서 유용한 단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이다.

양준은 수많은 산과 강을 건너며 번개같이 질주했다. 현재 그는 이미 초범 경지에 이르렀기에 속도가 전보다 훨씬 빨랐다. 게다가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풍뢰우익을 펼쳐 속도를 더 내었다. 초범 경지는 낮은 경지가 아니지만 통현대륙에서는 남들 위에 군림할 수 없었다. 양준은 적어도 입성 경지에 이르러야만 이곳에서 거침없이 활동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반드시 더 강해져야만 이곳에서 마음 놓고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은 천소종에 잠시 의탁하고 있고 초능소와 사숙들이 모두 그를 잘 대해 주었지만, 결국 그곳은 자신의 뿌리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에게만 속하는 힘을 가지고 싶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급하기만 하던 마음도 점차 진정되었다. 그러자 눈앞이 밝아지며 원래의 끈기와 자신감도 되찾게 되었다. 양준은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자신이 반드시 이 세계의 정상에 서서 패자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에게는 금신과 멸세마안이 있었다. 모두 대마신이 남겨 준 소중한 유산이라 하지만, 오직 자신만이 그것들의 기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었고, 그것들을 이용해 자신의 목적을 이룰 수 있었다.

양준은 수람성으로 가는 길에 별 세계에서 각성한 기묘함을 실천해 보는 한편, 이서가 전수해 준 신식의 불꽃의 사용 방법을 깨치면서 자신의 몸에 알맞게 수련했다. 또한 되찾은 자신감과 심경의 변화로 인해, 힘을 각성할 때 수확을 더 많이 얻었을 뿐만 아니라 실력 또한 더 탄탄해졌다. 그 덕분에 진급한 지 얼마 안 되는 초범 경지가 빠르게 다져졌다.

앞쪽은 끝없이 펼쳐진 삼림으로 고목들이 우뚝 서 있었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모두 녹색 세계였고, 공기가 맑았으며 기운이 평범하지 않았다. 울창한 삼림 속에는 요수와 인간이 활동한 흔적이 수두룩했다.

양준은 이런 것들을 거들떠보지 않고 재빨리 지나갔다.

그는 보름이 지나서야 삼림을 벗어나게 되었다. 구름층을 꿰뚫고 우뚝 솟은 산봉우리를 지나는 순간, 싱그러운 공기가 정면으로 불어왔다. 그중에는 비린내가 살짝 섞여 있었다.

양준은 익숙한 느낌이 들어 순간 놀라고 말았다. 그가 아직 힘이 없었을 무렵, 처음으로 능소각을 떠나 밖에서 수련하면서 해성에 도착했을 때, 바로 이런 공기를 맡았었다. 이는 바닷바람으로, 그 가운데는 바닷물의 짜고 비릿한 냄새가 섞여 있었다.

멀리 바라보니 저쪽 하늘 끝에 푸른빛이 출렁이고 있었다. 바람은 그쪽에서 불어오고 있었다. 전에는 바로 아래쪽 우뚝 솟은 산에 막혀 바다 냄새를 맡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해변?”

양준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는 수람성이 해변에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너무 급히 떠나는 바람에 수람성에 대해 잘 알아보지도 않고 그냥 달려왔던 것이다.

창염과 비우도 그에게 따로 말해 주지 않았었다. 때문에 양준은 푸른 바다를 보자 마치 옛날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태어난 그쪽 세계의 해변에 도착한 것만 같았다. 바다 건너 여러 섬의 고수들, 그리고 공작새를 키우던 소녀 종묘, 하나하나가 머릿속을 스치며 지나갔다. 양준은 웃으며 고개를 저어 머릿속의 생각을 쫓고서 빠르게 앞으로 날아갔다.

앞으로 날아갈수록 공기 속에는 수분이 짙어졌다. 이곳은 수성 공법이나 무공을 수련하는 무인들이 뿌리내릴 만한 좋은 곳이었다.

사흘 뒤, 양준은 드디어 수람성에 도착해, 정석 하나를 바치고 성곽에 들어갔다.

수람성 안에는 곳곳에 상큼한 냄새가 났다. 오가는 무인들도 대부분 옅은 남색 계열의 옷을 입고 있었다. 다들 수성 공법과 무공을 수련했기에 푸른색을 특별히 좋아하는 듯했다.

이곳에서는 진양결이 은연중에 억제를 받았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다만, 양준처럼 양성 공법이나 화성 공법을 수련하는 무인들은 이런 곳에 오랫동안 머무르려 하지 않을 터였다. 이런 곳에 오랜 시간 있다 보면 공법이 억제될 뿐만 아니라 실력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거의 희망이 없다는 것을 짐작하긴 했었지만, 양준은 수람성에 들어서서 얼마 안 되어 실망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는 신식을 펼쳐 감지해 보지 않고도 몽무애가 이미 이곳에 없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양준은 수람성에 도착하자마자 일부러 몽무애의 방어 비보 천행궁을 검은 책 공간에서 꺼냈다. 천행궁에는 몽무애의 신혼 각인이 있었기에 만약 몽무애가 이곳에 있다면 반드시 감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몽무애가 나타나지 않는 걸 볼 때, 몽무애와 하응상은 진작 이곳을 떠난 듯했다.

양준은 한참 동안 낙담하고 있다가 다시 기운을 차리고 수람성에서 두 사람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몽무애가 이곳에서 떠났다고 하지만 혹시라도 단서를 남겼으면, 그 단서를 추적하면 되었다.

현재 양준은 연단사의 신분뿐만 아니라 명패도 가지고 있었다. 수소문해도 전처럼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발이 가는 대로 수람성의 연단사 협회에 도착한 그는 자신의 연단사 명패를 꺼내 보이고 그곳의 연단사들에게 알아보았다.

양준의 연단사 명패는 거석성에서 만든 것으로 줄곧 바꾸지 않고 있었다. 때문에 아직까지 남들이 볼 때 양준은 영급 하품 연단사였다. 그렇다 해도 수람성의 연단사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수람성에 있는 연단사 협회의 주인인 백 세의 영급 상품 연단사는 감탄을 금치 못하며 열정적으로 양준을 접대했다. 연단사 명패를 가지고 있으면 어디를 가나 편리했다.

세상이 넓다지만 거의 모든 성곽에 연단사 협회가 있었다. 물론 너무 작은 성곽에는 없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연단사 협회의 주인이 모두 두만처럼 성급 연단사인 것은 아니었다. 이곳의 주인만 해도 영급 상품밖에 안 되었다. 또한 어떤 곳에서는 영급 중품 정도면 연단사 협회 주인이 될 수 있었다.

양준이 연단사 협회에 와서 두 사람을 수소문한 것은 첫째, 연단사 신분으로 무엇을 하든지 편리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둘째, 하응상 역시 연단사이므로 혹시 이곳의 연단사들과 접촉이 있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양준이 두 사람에 대해 묻자 다들 고개를 저었다. 그중 한 명이 두 사람을 본 듯하지만 접촉이 없었고, 또한 2년 전이라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고 했다. 양준은 하는 수 없이 감사를 표하고 연단사 협회에서 빠져나왔다.

‘어렵사리 단서를 얻었는데, 다시 소식이 끊기다니.’

양준은 연신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해 실망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낙담하지는 않았다. 그는 언젠가 소안, 하응상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지마도 통현대륙 어딘가에 있을 것이었다.

그 뒤 며칠간 양준은 줄곧 수람성에 남아 수소문하는 한편, 약재를 찾아다녔다. 그가 찾는 약재는 고마 일족을 위한 성급 단약을 만들 때 필요한 약재들로, 오직 바다에서만 자라는 보기 드문 약재였다.

시간이 유수같이 흘렀다. 하지만 양준은 아무 수확도 없었다. 몽무애의 소식을 하나도 알아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약재도 찾을 수가 없었다. 약재에 대해 물을 때마다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그 약재는 거의 멸종되었는데 다들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양준은 약방에서 소식을 알아보고 있었다. 이때, 문득 몇 사람의 기운이 몰래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양준은 미간을 구기며 뒤돌아보았다. 중년 사내가 한 무리의 무인들을 이끌고 걸어오고 있었다. 무리는 경지가 그리 높지 않았는데 거의 모두 신유 경지였다. 그렇지만 인원수가 많고 기운이 날카로운 것이 위험한 인물인 듯했다.

중년 사내는 양준의 앞으로 다가와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무슨 일이죠?”

양준이 불쾌해하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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