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722화 (721/853)

제 722장. 모두 저 여인의 잘못이군요

소안의 뛰어난 자질을 알게 된 천월은 점차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녀를 시험해 보았다. 뜻밖에도 소안은 빙종의 여러 가지 무공과 비전 공법을 금방금방 배웠다. 천월은 놀라는 한편, 자신이 보물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그녀는 진심으로 소안을 가르쳤고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빙종의 금지 구역인 빙설굴도 소안에게 개방하고 그녀가 마음대로 드나들며 수련하게 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천월은 소안에게 자신의 제자가 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소안은 이를 거절했다. 그녀는 실망했지만 소안의 자질을 아껴, 책망하지 않았고 여전히 전처럼 보살폈다. 소안도 그녀에게 감사한 마음을 품고 사부로 모시지는 않았지만 제자의 예를 다 했다.

“소안은 자질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체질이 순수했네. 어떤 기연을 만났는지 전설 속 특수 체질인 빙정옥체와 흡사했다네.”

천월은 말하며 의아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서적들을 자세히 훑어보았지만 소안의 체질은 빙정옥체가 아니었네.”

양준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당시 그는 소안에게 만약영액과 만약영유를 가득 남겨 주었다. 오랜 시간 동안 그것들을 복용했다면 그녀의 체질은 순수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소안이 늘 혼자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것을 발견했네. 매번 그때가 되면 그녀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걸리곤 했지. 눈동자에도 지나간 일들을 떠올리는 듯한 기색이 서려 있었네.”

천월은 말하면서 차갑게 양준을 바라보았다. 청아는 한쪽에서 미소를 지으며 몰래 양준을 훑어보고 있었다.

‘이 녀석에게 무슨 특별한 점이 있어 소안이 그처럼 좋아했을까?’

“빙종 제자들은 얼음 속성 공법을 수련하려면 마음이 깨끗하고 욕망이 없어야 대성을 이룰 수 있다네. 소안이 때때로 욕정을 품은 표정을 지은 것은 모두 자네 탓일세.”

천월은 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화가 나는지 양준을 매섭게 쏘아보았다. 그녀는 양준이 소안의 앞날과 발전을 방해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양준은 입을 삐죽거리다가 사정없이 비꼬았다.

“노처녀가 무엇을 알겠습니까?”

“자네……!”

천월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내 그녀의 진원이 꿈틀거렸다. 그녀는 양준의 따귀를 후려쳐야 마음속 분노를 풀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자네,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청아가 나무람 하듯이 양준을 흘겨보았다.

양준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

“됐습니다. 계속 이야기하시죠.”

천월은 이를 꼭 깨물었다.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 눈동자에는 증오의 빛이 반짝였다. 한참이나 지나서야 청아의 위로를 받으며 감정을 다잡았지만 고개를 돌렸다.

“말할 기분이 아니네.”

양준이 피식 웃으며 청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청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탄식하더니 천월을 대신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럼 내가 말하지. 원래 소안의 자질이 뛰어나고 수련 속도가 빨라 천월 장로는 제자로 삼으려고 했으나 거절당했네. 거절당한 뒤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 소안이 감동받아 달갑게 우리 빙종의 제자가 될 거라고 생각한 것이네. 그런데 일 년이 지나서 우리 두 사람은 소안의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었네.”

“무슨 문제인가요?”

“소안은 한 가지 공법만 수련하는 게 아니었네. 그녀의 몸속에는 다른 공법이 있었는데, 원래의 얼음 속성 공법과 공존하고 있었다네. 만약 그 공법이 없고, 소안이 얼음 속성 공법만 수련했다면 아무런 취약점도 없었을 것이네. 하지만 미지의 공법은 그녀의 원래 공법의 진척을 저지하는 방해물이 된 듯했네.”

“방해물이요?”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당장은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소안의 실력은 향상될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떨어질 위험도 있다네. 자네, 소안과 동문이고 소안이 자네를 그토록 좋아하니, 그 아이가 무슨 공법을 수련하는지 알고 있을 게 아닌가?”

“알고 있습니다.”

“무슨 공법인가?”

청아와 천월이 얼른 캐물었다.

“음양합환공입니다.”

양준은 속이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

두 여인은 얼굴이 확 붉어졌다. 천월은 아예 욕을 퍼부었다.

“나쁜 자식, 역시 네 녀석이 소안을 해친 화근이었어. 만약 네 녀석이 일찍부터 소안을 더럽히지 않았다면 소안이 오늘날 이 정도 성취밖에 이루지 못했을 리가 없지.”

“당신이 뭘 안다고 그러세요?!”

양준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뒤집어씌우려는 천월의 모습이 못마땅했다. 지금까지 음양합환공을 수련했어도 소안에게는 어떤 해로운 점도 없었고, 오히려 좋은 점이 더 많았다. 양준과 소안의 실력이 빠르게 향상된 데는 음양합환공도 한몫을 했었다.

“그런 저속한 공법을 어떻게 수련하게 되었는가? 그런 공법은 혹여 빠르게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보통 기본기가 단단하지 않아 훗날 수련에 방해물이 될 수 있다네.”

청아는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

“어디가 저속하다는 겁니까? 당신들의 생각이 너무 보수적인 것입니다. 그리고 저와 소안의 기본기는 탄탄합니다. 당신들도 그에 대해서는 잘 알 겁니다.”

양준은 청아를 흘겨보며 대답했다.

청아는 금세 의혹이 일었다. 맞는 말이었다. 만약 저속한 공법을 수련했다면 소안은 지금과 같은 기본기와 경지를 이룰 수 없었다. 실력이 소안의 정도까지 이르면 여러 가지 방해 요소가 진작 폭발해야 했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출중했다. 눈앞의 양준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초범 경지 1단계지만 천월을 비롯한 여러 고수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이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이 수련한 공법은 분명 등급이높은 것으로, 두 사람에게 위험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반대로 좋은 점이 많다는 뜻이었다.

세상에 그런 공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음양합환공이라는 이름만 들으면 색안경을 끼기 마련이었다. 다들 선입견을 가지고 있어 그런 공법은 모두 이단이고 저속하다고 생각했다.

“그 얘기는 그만하게. 어차피 그런 공법을 본 적이 없어서 평가하기 어려우니.”

청아는 상기된 얼굴로 화제를 돌렸다.

“천월 장로는 그 문제점을 발견하고 소안이 미지의 공법을 폐하고 전력으로 얼음 속성 공법을 수련하기를 바랐네. 만약 소안이 그 공법을 폐하면 빙종의 또 다른 최고의 비전 공법도 수련할 수 있다고 말해 주었지. 그 공법을 수련하면 소안에게는 좋은 점만 있을 뿐, 나쁜 점은 하나도 없다네.”

“사저가 거절했죠?”

“맞네.”

“나와 천월은 소안이 왜 그렇게 단호하게 거절하는지 알 수가 없었네. 이제 와서 보니 그 공법은 아마 자네와 소안 사이의 연줄인 듯하군. 그래서 소안이 그 공법을 폐하려 하지 않았었던 거야. 참, 소안도 정이 많은 아이야!”

청아가 나지막하게 탄식하며 말했다.

“안타깝게도 누군가는 소안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요.”

천월은 가시 돋친 말을 하며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

“거기서 한마디라도 더 하면 빙종의 이백 명 제자들이 지금 죽을 수도 있습니다.”

양준이 차갑게 천월을 쳐다보았다. 천월은 양준을 갈아 마실 듯한 얼굴로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청아가 말을 이었다.

“천월 장로가 소안을 몇 번이나 설득했지만 소안은 승낙하지 않았다네. 결국 천월 장로는 강제로 소안의 그 공법을 폐하려고 했네. 그런데 소안이 그 사실을 먼저 눈치채 버린 거지. 그러고는 빙신쇄심을 펼쳐 스스로를 아예 봉인해 버림으로써 천월 장로에게 손쓸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라네.”

양준이 섬뜩하게 웃었다.

“그러니까, 사저가 이렇게 된 것은 모두 저 여인의 잘못이군요.”

말하는 동시에 그의 온몸의 진원이 날뛰면서 살기가 넘쳐흘렀다.

청아는 낯빛이 급변하며 얼른 말했다.

“우선 화부터 내지 말게. 소안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손을 쓰려 한 것은 천월 장로의 잘못이 맞네. 하지만 천월 장로는 호의에서 그런 것일세. 빙종의 공법은 아무에게나 가르치지 않는다네. 그저 천월 장로가 좋은 마음으로 일을 그르치고 소안을 해쳤다고 말할 수밖에.”

“정말 대단한 호의군요. 사저 대신 감사드립니다.”

양준은 이를 악물고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한기를 품은 그의 목소리는 마치 아수라장에서 불어 닥친 음산한 바람처럼 모골이 송연해지게 했다. 이상하게도 이번에 천월은 양준에게 반박하지 않고 오히려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양준의 시선을 피하며 고통스러워했다. 만약 천월이 계속해서 반박했다면 양준은 참지 못하고 공격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자, 양준의 살기는 금세 누그러들었다. 천월이 가증스럽기는 했지만, 보아하니 진심으로 소안을 걱정하는 듯했다. 이 점 때문에라도 양준은 그녀와 더는 따질 수가 없었다.

양준은 심호흡을 해 마음속 노기를 누그러뜨린 다음 차분히 말했다.

“사실을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사실 꼭 나쁜 일만은 아닐세. 빙신쇄심은 소안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을 걸세. 소안이 이 상태를 유지한다면 오히려 실력이 빨리 향상될 수 있다네. 다시 깨어났을 때는 경지가 아마 크게 오를 걸세.”

“깨어날 때요? 소안이 언제 깨어날 수 있습니까? 십 년, 이십 년? 아니면 더 기다릴까요?”

양준이 냉소를 지었다.

청아와 천월은 침묵했다. 양준의 물음에 그녀들은 답을 줄 수가 없었다. 빙종의 제자들은 소안처럼 빙신쇄심을 이렇게 확실하게 펼친 적이 없었다. 소안은 자신이 깨어날 수 있는지를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만약 방법을 찾아 해결하지 않는다면 소안은 영원히 이 상태로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수도 있었다.

“사실은 다 말해 주었네. 이제 우리 제자들을… 걱정하지 말게나. 빙종 종주의 신분으로 자네한테 약속하네. 제자 2백 명이 위험에서 벗어난다면 이곳에서 자네를 난감하게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네.”

청아가 말했다.

양준은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다시 청아와 천월을 따라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의 의념이 확산되며 커다란 범위를 뒤덮자 방출되었던 서혼지충들이 모두 신식을 따라 그의 식해로 돌아왔다. 그러나 서혼지충에 당한 입성 경지 장로 두 명은 양준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처소로 돌아가 폐관 수련하며 서혼지충을 쫓아내기로 했다. 그들은 강한 경지와 신식의 힘으로 식해에 들어온 서혼지충을 죽일 자신이 있었기에 당연히 양준에게 빚을 지려 하지 않았다.

천월 일행은 제자들을 자세히 탐지해 보았다. 그들은 제자들이 생명의 위험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긴장을 풀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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