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725화 (724/853)

제 725장. 돌아올 것이네

음양합환공을 수련할 때, 남녀는 진원의 융합을 이루면서 진원이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되는데 신식도 마찬가지였다. 비명을 지르고 싶게 만드는 쾌감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소안은 양준의 신혼 영체에서 심오하고 현묘한 기운이 전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양준은 천도와 무도에 대한 깨달음을 그녀와 나누고 있었다.

소안은 지체하지 않고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받아들이는 한편, 영혼 깊숙한 곳에 새겼다. 양준의 신혼도 수확이 대단했다. 소안의 깨달음은 그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신혼의 융합을 통해 그의 신혼은 더 단단해졌고 신식의 힘도 더 강해졌다.

빙실 안, 두 사람의 신혼이 서로 어우러지면서 몸속의 진원도 마찬가지로 분출되었다. 진원은 서로 융합되어 다시 음양합환공의 법결에 따라 서로의 몸을 통과하며 순환했다. 진원은 한 바퀴를 돌 때마다 조금씩 더 순수해졌다. 이번 수련으로 두 사람 모두 상상할 수 없는 큰 이득을 얻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 양준의 등 뒤에서 거대한 용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동시에 소안의 몸에서도 봉황의 그림자가 꿈틀거렸다. 두 그림자는 진원을 흡수하더니 신속하게 커져 잠깐 사이에 빙실을 가득 채웠다.

드높은 용의 울부짖는 소리와 구성진 봉황의 울음소리가 어우러지자 빙하 세계 전체가 전율했다. 산봉우리에 드리워 있던 고드름들이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흩어졌고 얼음 덩어리들이 아래로 우수수 떨어졌다.

쿠웅-

속성이 확연히 다른 두 기운이 빙산의 내부에서 폭발해 하늘까지 닿았다.

종주 청아부터 일반 제자들까지 모두 깜짝 놀라 낯빛이 크게 변한 채, 거처하고 있는 빙산에서 뛰쳐나왔다. 천월도 깜짝 놀랐다. 그녀는 자신의 빙산에서 가부좌를 틀고 수련하던 중, 두 갈래의 평범하지 않은 원기 파동을 느끼고 상황을 살피러 뛰쳐나왔다.

다른 세 명의 장로들은 모두 허공에 우뚝 서서 무거운 표정을 한 채 떨리는 눈빛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청아 역시 엄숙한 표정이었다.

“종주님!”

천월은 다급히 그들에게 다가가 불렀지만 아무런 대답도 얻지 못했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던 천월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늘에는 백 장 남짓한 길이를 자랑하는, 온몸이 타오르는 불길 같은 금빛 용이 활기차게 노닐고 있었는데 실로 웅장하고 신비롭기 그지없었다. 용의 옆에는 온몸이 투명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하늘색 얼음 봉황이 춤을 추고 있었다. 용과 봉황은 서로 어우러져 위풍당당하게 노닐고 있었다. 용과 봉황의 몸에서 사람들은 뜨거운 열기와 차가운 한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열기와 한기는 누구도 얕볼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청아 일행이 놀란 것은 용과 봉황에서 전해지는 익숙한 기운이었다. 양준과 소안의 기운이었다. 모든 이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 용과 봉황이 갑자기 방향을 바꿔 청아 일행이 있는 방향으로 날아왔다.

입성 경지의 장로들은 안색이 변하더니 너도나도 진원을 모으며 경계했다.

용과 봉황은 그들과 몇백 장 떨어진 곳에서 천천히 멈춰 섰다. 용이 앞쪽에, 봉황이 뒤에 선 모습이 부부처럼 더없이 친밀해 보였다. 용은 커다란 눈으로 청아와 다른 사람들을 흥미진진하게 훑어보았다.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 용의 눈을 보고 있자니 괜히 자신이 언제든지 세상에서 사라질 정도로 약소한 존재라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천월은 자신을 바라보는 용의 눈에서 짙은 경고의 뜻을 읽을 수 있었다.

청아는 미간을 찌푸리고 진원을 운행해 용과 봉황의 몸에서 전해지는 압박감을 막으며 넌지시 물었다.

“양준?”

용의 눈에서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더니 갑자기 방향을 틀어 봉황을 데리고 빠른 속도로 떠나갔다. 용과 봉황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둘은 점점 멀어지더니 곧 모습을 감추었다. 용과 봉황이 떠나고 나서야 빙종의 모든 이들은 숨을 내쉬었다. 찬 바람이 불어오고 온몸이 으스스 떨리자, 다들 등이 식은땀에 푹 젖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용과 봉황이 사라진 뒷모습을 바라보며 청아는 생각에 잠겼다.

둘은 떠난 것이 아니라 흥이 나 빙하 세계에서 노닐려는 것 같았다.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먼 곳에서 쿠구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용과 봉황이 노닐다가 낸 소리임이 틀림없었다.

청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젓고는 사람들에게 손짓했다.

“괜찮으니 들어가 보게.”

“종주님, 설마 그 녀석이 한 짓입니까?”

천호는 미간을 찌푸린 채, 확신이 없는 말투로 물었다. 용과 봉황이 양준과 소안이 있던 빙산 위쪽에서 나타난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둘의 실력으로 어떻게 이런 조화를 이룰 수 있단 말인가?

“아마도. 둘은 돌아올 것이네.”

청아는 미소를 지었다.

“돌아온다고요?”

천호의 안색이 변했다.

“느끼지 못했나? 두 아이의 신혼과 의식이 용과 봉황에 담겨 있네. 용과 봉황은 그들의 진원으로 만들어진 것이지. 그들의 육신이 아직 빙종에 있는데 안 돌아오면 어디로 가겠나?”

“그럼 녀석이 소안을 깨웠다는 말씀인가요?”

천월은 기쁜 얼굴로 물었다.

“그건 잘 모르겠네. 그들이 돌아오면 다시 물어보게.”

청아는 생긋 웃으며 말했다.

“정말 괘씸하네요. 이렇게 큰 소란을 피우다니. 우리에게 소안을 잘 대해 주라고 시위하는 건가요?”

천월은 이를 갈았다. 그녀는 방금 전에 용이 자신을 경고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것을 떠올리면 화가 치밀었다.

“종주님, 둘의 실력으로는 몸속에 이렇게 방대한 진원을 숨길 수 없지 않습니까?”

천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정말 청아가 말한 대로라면 용과 봉황은 양준과 소안의 진원으로 이루어진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진원을 도대체 얼마나 사용해야 한단 말인가? 그들의 몸속에 정말로 이렇게 방대한 양의 진원이 있다는 말인가? 소안은 얼음 속성 공법을 수련했기에 진원이 부족하면 시시각각 천지간의 얼음에서 보충할 수 있다 해도, 양준은 어떻게 한 것일까?

천호는 영문을 알 수 없어 연신 고개만 절레절레 저었다.

*

먼 곳, 용과 봉황이 노니는 가운데, 양준과 소안의 의식도 끊임없이 교류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쌍수공법을 할 때마다 용과 봉황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전까지 두 사람은 자신들의 신혼이 용과 봉황에 융합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었다. 이번에는 신혼이 융합되면서 이런 조화가 나타난 것이었다.

문득 양준은 자신과 소안의 등 뒤에 새겨진 용과 봉황의 문양이 단순한 그림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양에는 방대한 기운이 숨겨져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위력이 엄청난 신혼기도 내재되어 있었다.

특별히 빙종의 사람들 앞까지 날아간 의도는 천월의 짐작이 정확했다. 빙종 사람들에게 앞으로 소안의 일에 간섭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었다. 양준은 좋은 마음에서라도 일을 망치는 일이 다시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소안은 미안한 마음이 들어 양준을 두어 마디 나무람 했다.

두 사람은 빙하 세계를 노닐며 교류했다. 용과 봉황으로 변하니 보이는 세상이 전과 크게 달랐다. 세상 전체가 자신의 손바닥 안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심적 경지도 전보다 훨씬 향상되었다.

어느 한 곳에 멈춰 선 양준은 멍하니 앞에 우뚝 선 빙산을 바라보았다. 빙산 안쪽에 거대한 기운을 지닌 무언가가 있는 듯했다. 평소라면 그의 신식 경지로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신혼이 용과 융합되어 오감이 매우 민감했다.

소안도 무언가를 알아채고 그의 옆에 멈춰 서서는 멍하니 그쪽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그녀의 의념이 전해졌다.

“오래된 빙산의 내부에는 천재지보들이 쉽게 생긴대. 종주님도, 천호와 천월 장로님도 예전에 천재지보를 얻은 적이 있다고 하셨어. 혹시 그런 게 아닐까?”

“그게 뭔가요?”

양준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

“한빙옥정(寒冰玉晶)이라고 성급 재료야. 얼음 속성 공법을 수련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양준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있는지, 없는지는 보면 알겠죠.”

그러고는 금빛 찬란한 용의 몸통으로 빙산에 부딪혔다. 그러자 모든 것을 녹일 것 같은 뜨거운 열기가 전해졌다.

쿠궁-

빙산이 두어 번 흔들렸다. 몇천 년을 존재했는지 알 수 없는 거대한 빙산에 쩍쩍, 수많은 금이 갔다. 금이 갔지만 빙산은 양준의 상상보다 훨씬 단단해서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소안은 아무 말없이 양준의 옆에 섰다. 둘은 서로를 마주 바라보다가 동시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용과 봉황이 번개처럼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둘이 힘을 합치자 양준이 홀로 힘을 쓰는 것보다 훨씬 강한 파괴성을 띠었다. 아무런 소리도 없이 둘은 이미 빙산을 꿰뚫고 맞은편에 도착해 있었다.

잠깐 기다리자, 이내 커다란 소리와 함께 거대한 빙산이 무너졌다. 빙산이 무너지는 동시에, 전에 느꼈던 원기 파동도 더 뚜렷해졌다. 천재지보를 찾기도 전에 양준은 눈앞이 어질해지며 신혼의 깊은 곳에서 짙은 피로감이 몰려왔다. 소안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봉황의 형상이 불안정하게 바뀌며 언제든지 사라질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나 좀 피곤해.”

“우리 돌아가요.”

그들은 처음으로 신혼을 용과 봉황에 융합한 것이라 적응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반드시 자신의 육신으로 돌아가 한동안 휴식을 취해야 신혼에 손상을 입지 않을 수 있었다.

*

빙종,

고요함을 느끼기도 잠시, 또다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면서 두 갈래의 방대한 원기 파동이 가까워졌다. 과연, 청아의 말대로 용과 봉황이 돌아온 것이다. 곧이어 용과 봉황은 다급히 빙산 안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청아는 그들이 사라진 위치를 바라보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들이 맞네. 천월, 나와 같이 가봅세.”

“네.”

천월이 얼른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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