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726화 (725/853)

제 726장. 봉인된 해골

빙실 안,

양준과 소안은 신혼이 육신에 돌아온 뒤, 또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고 나서 소안은 오감을 봉인하고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소안의 당부를 들은 양준은 마음이 평온해졌다. 그녀는 작은 경지 하나를 돌파하면 빙신쇄심 상태에서 깨어날 것이라고 했다. 즉, 초범 경지 2단계에 진급하면 스스로 지금의 상태에서 풀릴 거라는 말이었다. 이것 또한 그녀가 이 공법을 펼칠 때 걸었던 금제였다.

진실을 알게 된 양준은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았다. 또 소안을 데리고 빙종을 떠날 생각도 없었다. 이곳의 환경은 그녀의 수련에 매우 적합했다. 여기에 남아 있는 게 그녀에게는 더 큰 이득이었다. 게다가 청아와 천월도 소안을 잘 대해 주었다. 천월이 좀 싫긴 했지만 소안이 천월에 대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자 양준도 더 이상 미워하지 않게 되었다. 좀 쉬고 나자 신혼의 피로감도 점차 회복되었다.

이때, 빙실 밖에서 두 생명의 기운이 감지되었다. 양준은 얼른 일어나 빙실의 문을 열었다.

과연 청아와 천월이 밖에 서 있었다. 양준을 바라보는 두 여인의 눈에는 복잡한 빛이 반짝였다.

“소안이 깨어났나?”

천월은 고개를 들이밀고 힐끗 보더니 놀라서 물었다.

“잠깐 깨었다가 다시 잠들었습니다.”

양준이 덤덤하게 대답했다.

천월은 그를 보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어찌된 영문인지 자신에 대한 양준의 적의가 많이 사그라진 듯했다.

“자세히 대화는 해 보았나?”

청아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양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어떻게 하기로 했나?”

“소안은 이곳에 계속 남기로 했습니다. 소안을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 말게. 빙종은 외부인을 받지 않으나 몽무애를 봐서라도 소안을 잘 대해 줄 것이네.”

“고맙습니다.”

양준이 진지한 얼굴로 감사를 표했다.

“사실 나도 누군가 빙신쇄심을 펼친 제자를 깨울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네. 자네가 우리의 식견을 많이 넓혀 줬군. 이 또한 자네와 소안의 감정이 두터워서일걸세.”

청아의 얼굴에 감탄하는 기색이 어렸다.

양준은 웃기만 할 뿐,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그의 부름도 일정한 작용이 있었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소안이 사전에 금제를 걸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그런 금제를 걸지 않았다면 양준이 그녀의 정신 세계에 들어가도 신혼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하나 물어볼 것이 있네.”

청아가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녀가 정중하게 묻자 양준도 덩달아 정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종주님께서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하세요.”

“자네와 소안이 수련한 건 도대체 어떤 쌍수공법인가?”

“왜 그러시죠?”

양준은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빙종 제자들이 수련하는 공법은 얼음 속성 공법이었다. 또한 그들은 욕구가 별로 없어 쌍수공법을 수련할 리 없었다. 때문에, 청아가 왜 갑자기 이 공법에 관심을 보이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이 공법을 안다 한들 그녀에게는 쌍수공법을 수련할 상대가 없었다.

“그렇게 경계하지 말게. 자네들의 공법을 알려는 게 아니라 좀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어서 그러네.”

청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다가 잠깐 뒤에 말을 이었다.

“아주 오래전, 대륙에는 일찍이 대단한 세력들이 있었네.”

“네? 어떤 세력들을 말씀하시는 거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 정도로 큰 세력들이었네. 이 세력들은 대륙에서 한동안 전성기를 누렸지. 그들이 있었던 연대는 마족과 요족, 그리고 다른 종족들은 감히 제멋대로 굴지도 못했다네. 그때는 인간이 주인인 시대였지. 지금의 마강과 요역 모두 그때 당시에는 인간의 세력 범위였네.”

“그런 대단한 세력들이 있었습니까?”

“있었네. 다만 나중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그 세력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네. 심지어 어떤 세력들은 전승마저 끊기게 되었지. 이 세력들은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고 점차 몰락했네. 하지만 원래 뿌리가 깊다 보니 몰락했다지만 그중 몇 곳은 여전히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네.”

청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양준은 안색이 변하며 물었다.

“빙종도 그중 하나입니까?”

청아는 깜짝 놀라다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빙종도 그중 하나라네. 예전에 빙종은 제자가 몇만 명이나 되어 한때 번성했었지. 하지만 그 변고 이후로 우리의 선조들은 빙종을 이곳으로 옮겨와서 외부와 담을 쌓고 은거 생활을 시작했다네.”

양준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도대체 어떤 변고였기에 그렇게 큰 세력들이 갑자기 몰락한 겁니까?”

“나도 잘 모르네.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난 탓에 내가 아는 건 얼마 없네.”

“종주님은 왜 저한테 그런 것들을 말씀해 주시는 건가요?”

양준은 당혹감이 들었다. 지나간 옛일이 자신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그때 당시, 한 세력의 제자들이 쌍수공법을 수련해 실력을 키운 것으로 기억하네. 사람들은 그 세력의 최강 고수들을 용황(龍皇), 봉후(鳳後)라고 불렀는데, 둘이서 손을 잡으면 거의 무적이었지. 그리고 그 둘이 문파의 가장 근본적인 전승을 수련하고 있었고. 그들이 싸울 때에도… 용과 봉황이 노니는 광경이 나타나곤 했다네.”

청아는 뜨거운 시선으로 양준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양준은 놀라고 말았다.

“종주님의 뜻은…….”

청아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나도 그저 짐작일 뿐일세. 그게 맞는지, 아닌지는 확신할 수 없네. 다만 일반적인 쌍수공법은 형식만 추구하는 공법으로, 수련하는 사람이 기본기가 단단하지 못하고 진원이 순수하지 못하면 큰 성취를 거두기 어렵다네. 하지만 자네와 소안은 다르잖는가. 자네 둘이 수련한 공법은 평범하지 않아. 게다가 오늘 또 그런 조화까지 나타났으니 전설 속의 세력과 자네가 연관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

“저도 잘 모릅니다.”

양준의 안색이 기괴해졌다.

청아는 웃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 더는 말하지 않았다. 여기까지 이야기해 줬으니, 양준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그의 몫이었다.

“종주님, 그 세력의 이름이 무엇인지 기억하고 계십니까?”

“용봉천(龍鳳天)이라고 했던 것 같네. 아직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을 테니 찾고 싶다면 어렵지는 않을 걸세.”

양준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잠깐 생각해 본 그는 갑자기 뭔가가 떠올라 의혹에 찬 말투로 입을 열었다.

“근데 뭔가 잘못 알고 계신 거 아닙니까? 전 어디선가 아주 오래전 천하제일은 마족의 대마신이라고 들었거든요.”

청아는 입을 가리고 미소를 지었다.

“대마신은 전설이고 더 오래전의 일일세. 내가 말한 건, 모두 대마신이 사라진 다음의 일이네.”

“그렇군요.”

양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무언가 짐작이 갔다.

대마신이 사라지고 고마 일족이 봉인당하면서 마족의 힘이 약해져 인간의 상대가 안 되었던 것이다. 대륙의 역사는 유구해 전설도 많았다. 중도는 이곳과 견줄 수도 없었다.

“종주님, 저는 잠시 어디 좀 다녀오겠습니다. 돌아온 뒤, 바로 떠나겠습니다.”

양준은 그녀에게 말하고 난 뒤, 몸을 날려 빙실 밖으로 사라졌다. 그의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며 청아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내쫓을 생각이 없는데.”

“빨리 가면, 속이 편하지요.”

천월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고는 급히 빙실 안으로 달려 들어가 소안의 상태를 살폈다. 그녀는 소안에게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한시름을 놓았다.

얼음 속 소안의 입가에는 행복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

양준은 방금 전 소안과 함께 즐겁게 노닐었던 경로를 따라 무너진 빙산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반나절 뒤, 무너진 빙산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신식을 펼칠 필요도 없이 무너진 빙산 아래에서 원기 파동이 넘쳐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양준은 한참 동안 바삐 움직여 조각난 얼음덩이 속에서 밤알만 한 크기의 투명한 얼음 구슬을 찾아냈다. 원기 파동은 바로 얼음 구슬이 발산한 것이었다.

‘이게 소안이 말했던 한빙옥정인가?’

양준은 그것을 손에 들고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 속에는 어마어마한 기운이 내재돼 있었다. 게다가 이상하게도 안에는 투명하고 걸쭉한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액체는 차가운 한기를 발산하고 있어 신식을 투입한 순간, 얼어붙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양준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신식은 변이를 거친 신식의 불꽃이었다. 이런 그도 감당할 수 없는 추위라니, 얼음 구슬 안의 액체가 얼마나 차가운지 짐작이 갔다. 그는 더 이상 탐지하지 않고 얼음 구슬을 검은 책 공간에 넣었다.

그리고 돌아가려던 중, 심상치 않은 얼음 하나가 얼핏 눈에 띄었다. 양준은 다시 그쪽으로 시선을 고정하고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흠칫 놀랐다. 얼음 안에는 시커먼 해골이 있었다. 해골에는 경맥이 있었지만 피와 살이 없어 음산하고 무시무시했다.

‘설마 빙종의 제자는 아니겠지? 실수로 이곳에서 사고가 난 건가?’

빙산 내부에는 얼음 구슬이 있었다. 이 사람은 아마도 보물을 찾으려다가 조심하지 않아 얼음에 봉인된 듯했다. 하지만 양준으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왜 경맥은 아직 있는데 피와 살은 하나도 없지?’

양준은 신경 쓰지 않으려다가 다시 생각해 보고 해골이 봉인된 얼음을 들어 어깨에 멨다. 그러고는 곧장 날아서 빙종으로 돌아갔다. 어쨌든 소안은 앞으로 빙종에서 청아와 다른 장로들의 보살핌을 받아야 했다. 이게 정말 빙종의 제자라면 가져다가 그들에게 묻어 주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았다.

하루가 채 되지 않아, 양준은 다시 빙종으로 돌아왔다.

빙하 세계에 도착하자마자 양준은 천호와 마주쳤다. 천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싸늘한 눈길로 양준을 바라보더니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호통쳤다.

“자네, 왜 아직 빙종에 있나?”

“곧 떠날 겁니다.”

양준도 그에 대해 좋은 인상이 없었던지라 차갑게 대꾸했다. 그리고 어깨에 멨던 얼음을 되는 대로 던져주며 소리쳤다.

“참, 이건 빙종의 제자인 것 같습니다. 밖에서 변고를 당했던데요.”

천호는 미간을 찌푸린 채로 얼음을 받아 들었다. 얼음을 힐끗 본 그의 안색이 크게 변하더니 무서운 것이라도 본 것처럼 눈동자가 심하게 떨렸다. 해골이 봉인된 얼음도 그의 손에서 미끄러져 아래쪽으로 떨어졌다.

쿠궁-

굉음이 울려 퍼졌다. 양준은 공중에 선 채로, 미간을 찌푸리고 천호를 바라보았다. 그는 천호가 왜 겁에 질린 표정을 짓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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