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745화 (744/853)

제 745장. 엄청난 기운

어느덧 며칠이 지나갔다. 그동안 양준은 줄곧 밀실에서 폐관 수련하며 단약의 비밀을 밝혀내려 애썼지만 별로 성과가 없었다. 그리고 며칠간의 감시를 통해, 안령아의 감정이 평온한 것이 그를 팔아먹을 생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구천성지의 사람들은 무슨 영문인지 이곳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아마 성녀 실종 사건 때문에 지금 길에 나서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 듯했다.

양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더는 안령아 쪽의 상황을 살피지 않았다. 그는 모든 정력을 손바닥 위의 단약에 쏟았다.

며칠 동안 연구했지만, 양준은 단약에서 정보를 많이 얻지 못했다. 이제 남은 방법은 오직 하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방법을 사용하면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도 있기에 도박과도 같았다. 바로 단약을 직접 복용하는 것이었다. 직접 자신의 육체로 단약의 약 기운과 단운의 비밀을 느껴 보면 단약이 형성된 과정을 탐지할 수 있었다.

양준은 오랫동안 망설였지만 섣불리 결정지을 수가 없었다. 그는 꼭 이렇게 죽음까지 각오하고 단약을 복용해야 할지 주저되었다. 단운이 있는 단약은 너무나 희귀했다. 게다가 이 단약은 성급 중품인데 일단 복용하면 여분도 없었다. 또한 단약의 표면에 단운이 있는 관계로 양준은 단약의 기능도 알 수 없었다. 상처를 치료하는 것인지, 수련을 돕는 것인지, 경지를 높여 주는 것인지, 아니면 해독하는 것인지. 독단이 아니라는 것이 확실한 외에, 모든 가능성이 존재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단약에 내재된 기운이 너무나 방대해져, 양준은 자신이 그것을 흡수할 수 있을지도 내심 걱정되었다. 금신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방대한 기운을 흡수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의 경맥과 육신은 용량이 제한되어 있었다. 짧은 시간에 너무나 많은 기운이 흘러들면 금신이 미처 흡수하기도 전에 그의 몸에 부하가 걸릴 수 있었다.

오랫동안 생각하다가, 양준의 표정이 점차 단호해졌다. 그는 모든 것을 걸고 한 번 모험해 보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좋은 기회가 있는데 시도조차 해 보지 않는다면 아마 계속 마음에 걸릴 것이다. 오랫동안 이 문제를 계속 생각할 것이 뻔한데, 그럴 바에는 지금 단약을 복용하는 것이 나았다. 약 기운이 퍼지면 모든 것을 알아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결정을 내린 다음, 양준은 밀실에서 나와 책임자에게 열흘 간의 사용료를 더 지불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자신의 허락을 받지 않는 한, 누구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책임자는 단번에 승낙했다.

다시 밀실로 돌아온 양준은 금제와 결계를 더욱 단단히 해 두었다. 그것들이 완벽한 상태라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야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원래의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양준은 정신을 다잡고 단약을 삼켰다. 또한 절대 방심하지 않고 곧바로 진양결을 운행시켰다. 그러고는 단약의 약 기운이 폭발하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몇 초나 지났을까, 아랫배에서 뜨거운 기운이 생기더니 마치 용암처럼 오장육부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뜨거운 기운은 처음에는 개울물처럼 그리 강하지 않았다. 그러나 눈 깜짝할 사이 개울물은 강으로, 또다시 바다로 변하며 강해졌다. 심지어 방대한 기운이 뱃속에서 용솟음칠 때의 기척을 들을 수 있었다. 마치 파도가 출렁이는 것 같았다. 그러는 가운데 포악한 기운이 끊임없이 더 많이 생겨났다.

양준의 낯빛이 변했다. 마치 온몸이 불타는 것처럼 진원이 요동치고 모공이 열리면서 수많은 기운이 모공으로 빠져나와 공기 속에 흘러들었다. 진양결은 점점 더 빨리 돌았고, 온몸의 경맥은 약 기운 때문에 팽창되어 통증이 밀려왔다. 약 기운은 경맥을 따라 육신 전체에 스며들었다.

지금 양준은 마치 폭발할 것 같은 기운이 담긴 공간의 대문을 연 것 같았다. 포악한 기운의 시련을 버텨 내야 하는 동시에, 대문 안에 숨겨진 비밀도 알아내야 했다.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하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문득 양준은 어딘가 잘못된 점을 발견했다. 경맥과 육신에서 흐르던 약 기운은 진양결이 운행됨에 따라 금신에 흡수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일제히 모두 그의 머릿속으로 밀려들어 갔다. 그리고 머릿속에 흘러든 기운은 마치 형체가 없는 검은 구멍에 빨려 들어간 것처럼 깔끔하게 흡수되었다.

양준은 잠깐 당황하다가 곧 정신을 차렸다. 이내 서둘러 식해로 들어가자 신혼 영체가 나타났다.

그 시각, 황금빛 식해에는 기운이 끊임없이 흘러들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타오르는 불길 같은 바닷물은 기운들을 흡수하고 녹여냈다.

양준은 눈이 번쩍 뜨이며 순식간에 알아차렸다. 단약은 상처를 치료하는 것도, 수련을 돕는 것도 아닌, 신식의 경지를 높이는 것이었다.

잠깐 정신을 놓는 사이, 들끓는 기운이 흘러들자 식해가 요동치기 시작했고, 식해 위에 떠 있던 신전지정과 멸세마안도 불안정한 기미를 보였다. 천급 상품의 신혼 단검은 폭풍우에 어디로 날아갔는지 알 수 없었다.

‘큰일났군!’

양준은 단약이 얼마나 방대한 기운을 가지고 있든, 금신이라면 약 기운을 모두 흡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이는 신식의 기운을 강하게 하는 단약이었다. 따라서 금신은 아무 소용이 없게 되었다. 그의 식해 공간은 보기에는 드넓지만 사실상 제한적이었다. 이렇게 방대한 기운이 모두 흘러들면 조만간 식해가 터질 수도 있었다.

양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식해를 안정시키는 동시에 눈앞의 난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궁리했다. 그가 뾰족한 수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데, 식해 속에서 갑자기 오색 빛이 반짝였다. 그 빛들이 반짝임에 따라 밖에서 흘러든 기운은 일제히 그쪽으로 몰려들더니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양준은 놀라서 그쪽을 바라보다가 씩 웃었다.

그를 도와 방대한 기운을 흡수한 것은 오색 온신련이 변한 섬이었다. 애당초 오색 온신련을 얻었을 때, 지마는 그것이 성장할 수 있으며 시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육색, 나아가 최종적으로는 무지갯빛이 될 수 있다고 말했었다. 다만 그 과정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몇천 년 내지 몇만 년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일단 무지갯빛이 되면 온신련이 무인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도움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고도 했다.

양준은 그동안 오색 온신련 덕분에 이미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도움을 받았었다. 그의 신식의 힘이 지금처럼 육신의 경지를 뛰어넘을 정도로 강해진 것도 대부분은 온신련 덕분이었다. 이런 점에서 무지갯빛 온신련이 얼마나 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지마는 온신련의 성장이 더디지만, 인위적으로 성장 속도를 높일 수도 있다고 했다. 온신련을 흡수한 다음, 신혼을 강화하는 단약이나 약재, 천재지보를 자주 복용하면 성장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말하면 이는 일종의 투자이기도 했다. 무인들이 단약을 복용하면 온신련과 함께 약 기운을 나누어 가지게 되는 것이었다. 비록 짧은 시간 내에는 온신련에 일부 이득을 나누어 주는 것 같지만, 나중에 온신련은 배로 이득을 돌려줄 수 있었다.

이전부터 양준이 신혼을 강화하는 단약을 복용할 때마다 많은 기운이 온신련 쪽으로 흡수되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모두 조용히 진행되었기에 양준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었다. 그리고 지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방대한 기운이 식해에 밀려 들어오자, 다시 한번 온신련이 기능을 발휘한 것이다. 온신련은 기운을 미친 듯이 흡수해, 양준의 압박감을 덜어주었다. 적어도 지금 식해 안은 많이 평온해진 상태였다.

양준은 정신을 번쩍 차리고 식해에 마구 밀려드는 기운을 온신련 쪽으로 몰면서 식해를 제어했다. 그러나 여전히 역부족이었다. 약 기운은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로 방대했다. 양준은 더는 망설이지 않고 얼른 신식의 힘을 이용해 연단진결의 비밀을 파헤쳤다. 반드시 신식의 힘을 끊임없이 소모해야만 눈앞의 상황을 제어할 수 있었다.

밖에서 흘러든 기운은 순식간에 두 갈래로 나뉘었다. 대부분이 오색 온신련에게 흡수되고, 남은 부분은 식해에 흘러들어 양준의 신식을 보충해 주었다. 오색 섬에 키우던 서혼지충도 영향을 발휘했다. 그것들은 원래 신혼 기운을 빨아들여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었기에 지금 상황이 즐거운 듯했다.

각종 수단을 모두 펼친 결과, 식해 안은 점차 평온해졌다. 식해 안의 유입과 소모도 거의 평형을 이루게 되었다.

양준은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단약의 효력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고 복용했다가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던 것이다. 그는 더는 식해의 상황을 신경 쓰지 않고 약 기운을 통해 성급 단약의 비밀을 탐지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 시각, 그의 아랫배에는 작은 태양이 숨겨져 있는 것만 같았다. 작은 태양은 끊임없이 강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 양준은 한바탕 탐지하고 나서 혀를 내둘렀다. 지금 단약의 약 기운은 백 분의 일 정도밖에 발산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단운이 사라지고 약 기운이 발산되자, 전에 알 수 없었던 것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양준은 약재의 선택, 불의 장악, 사용한 영진, 그때 당시 연단사의 기분과 기법 등등을 최대한 짐작해 내려 했다. 은연중 그의 정신은 오래전 만들어진 단약의 흔적을 따라 새로운 세계에 들어선 것만 같았다. 그 세계에서는 여러 가지 연단의 비밀이 하나하나 재현되고 있었다. 이런 흔적들을 한 곳에 모아 놓고 당시의 상황을 재현하자, 그의 눈앞에는 마치 성급 단약이 형성되며 단운이 뒤덮이는 광경이 펼쳐지는 것만 같았다. 더없이 신기한 경험이었다.

양준은 미묘한 기분으로 그 속에 푹 빠져들었다. 모든 것이 낱낱이 그의 의념 속에 각인되었고, 연단술에 대한 그의 이해도는 새로운 경지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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