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805화 (804/853)

제 805장. 예상치 못한 공격

현천검이 나타나는 순간, 장오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양준은 경지가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결계를 사이에 두고 현천검을 펼쳤기에 그와 같은 입성 경지 2단계의 고수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현천검이 갑작스럽게 팽창하기 시작하면서 위험한 기운이 덮쳐 왔고, 검의 위력이 순식간에 몇 배는 더 강해졌다.

장오는 나지막하게 소리치며 재빨리 공격을 막았다.

쿠웅-

거대한 검이 떨어지면서 금빛이 폭발하자 사람들은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장오도 몸이 꺾이면서 하마터면 땅에 쓰러질 뻔했다. 그의 곁에 서 있던 파현부의 수많은 무인들은 금빛에 적중되어 찍 소리 한 번 못 하고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람들의 낯빛이 급변했다.

방금 전까지 화해하려는 모습을 보이던 구천성지의 새 성주가 이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살육을 벌이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양준은 냉혈한처럼 단호했고 전혀 주저함이 없었다.

파현부의 대열에서 분노에 찬 외침과 욕설이 터져 나왔다. 가족과 친구를 잃은 무인들은 눈알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양준을 쏘아보았다. 반면 전혼전과 유명종의 무인들은 깜짝 놀라 몇 걸음 물러섰다. 방금 전의 공격에 내재된 무시무시한 위력을 감지한 그들은 얼굴이 흙빛이 되어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무의식중에 안전한 곳을 찾으려 했다.

성지와 대립하던 세력들의 대형이 순식간에 흐트러졌다.

선동에 이끌려 온 무인들은 복잡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멀리 떨어져 있었던 데다 양준의 공격도 장오를 향한 것이었기에 다행히 그들에게까지는 영향이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순간, 그들은 계속해 구천성지와 척을 지어야 할지 갈등할 수밖에 없었다.

자고로 약육강식은 변하지 않는 이치였다. 구천성지의 전임 성녀가 천인공노할 짓을 했지만, 구천성지의 사람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성지에서는 각 세력의 손실을 배상해 주겠다고 약속까지 한 상태였다. 구천성지는 책임을 인정하는 용기만으로도 충분히 칭찬받을 만했다. 구천성지처럼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세력은 거의 없었다. 만약 다른 세력이었다면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금 물러가면 더 많은 손실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구천성지의 보상을 받을 수도 있었다. 또한 이번 기회로 구천성지와 친분을 쌓을 수도 있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주저하며 갈등했다.

장오, 조관, 무겁은 한동안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다. 양준의 일격에 얼이 나간 듯했다. 그들은 초범 경지 2단계인 양준이 이렇게 강한 공격을 펼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가 펼친 공격의 위력은 입성 경지 1단계 정상의 고수가 전력으로 펼친 공격에 못지않았다. 장오는 공격을 막아내긴 했지만 팔이 얼얼하고 기혈이 들끓으며 얼굴까지 붉게 달아올랐다.

입성 경지에 오른 그들이었지만, 양준의 공격에 모두 죽음의 위협을 느끼고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이때, 양준은 장오에게 씩 웃어 보이더니 손 하나를 천천히 내밀었다.

그러자 파현부 무인들이 모여 있는 곳의 천지간 영기가 갑자기 무거워지고 날씨가 급변하더니 그 위로 하늘을 가리는 커다란 손도장이 나타났다. 성지의 한 산봉우리에서 다시금 방금 전과 같은 현묘한 힘이 방출되었고, 그 힘이 더해진 손도장은 점점 더 커지면서 사람들의 시야를 가려 어둠 속에 빠지게 했다.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는 차천수였다.

장오는 겨우 정신을 차린 뒤 파현부의 다른 입성 경지 고수 한 명과 함께 가장 좋은 비보를 꺼내 들고 무지갯빛으로 변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슈욱- 슈욱-

무지갯빛은 번개같이 하늘을 가르고 커다란 손도장에 구멍 두 개를 뚫었다. 하늘을 가렸던 손도장은 기세가 많이 꺾였지만 여전히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쿠웅-

대지가 세차게 흔들렸다. 성지의 결계 밖 지면에는 사방으로 백 장 정도 되는 커다란 손도장이 찍혔다. 적어도 몇십 명은 넘는 파현부 무인들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묵사발이 되었다. 곧이어 피비린내가 하늘을 찔렀다.

*

“참 잔인하군!”

몇 리 밖,

운성은 깜짝 놀라 엉겁결에 소리쳤다.

“정말 강하네!”

그의 곁에 서 있던 기염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양준의 경지는 자신과 같았지만, 이와 같은 공격은 이 경지의 무인이 펼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만약 자신이 저 자리에 있었다면 죽지는 않아도 중상을 입었을 게 뻔했다.

“성지 진법의 도움을 받아 공격력이 몇 배는 강해졌나 보군.”

운성은 한눈에 그 중의 비밀을 알아챌 수 있었다. 양준이 두 번밖에 공격하지 않았지만, 매번 산봉우리 하나가 그의 공격과 미묘한 연결 고리가 있었기에 그의 눈을 속일 수 없었다. 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암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독오맹은 이런 흙탕물 싸움에 끼어들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네.”

독오맹은 제자가 많지만 절정 고수가 적었고, 입성 경지는 한 명도 없었다. 이런 대결에서 운성은 저도 모르게 무기력함과 좌절감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힘에 대한 갈망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

“다들 멍해서 뭣들 하는 거냐? 어서 결계를 뚫어.”

장오는 문파의 사상자가 막대해지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울부짖었다.

그 말을 들은 파현부의 고수들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차리고 성지의 결계에 각종 무공과 비보들을 날렸다. 전혼전의 조관도 곧장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의 경악을 털어버린 다음 서둘러 힘을 보탰다.

양준은 방자하게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혼자 결계의 변두리에 서서 구천신기를 끊임없이 펼쳤다. 하나 또 하나의 산봉우리가 그와 기묘한 연결을 이루며 그의 공격을 몇 배 더 강하게 해 주었다.

양준은 종래로 이처럼 통쾌하게 힘을 발산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몇 배로 강해진 자신의 공격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입성 경지 2단계 무인의 공격에 견줄 만했다. 이미 적대 관계가 된 이상, 그는 손속에 전혀 자비를 두지 않고 전력을 다했다.

현천검, 차천수에 이어, 주천모, 나천망, 유천쇄가 빛을 발했다. 연이어 호천순도 펼쳤다. 양준은 양액 몇 방울로 호천순을 만들어 결계 밖을 뒤덮었다. 거기에 성지 진법의 위력까지 더해지자, 금빛이 번쩍이는 거대한 방패는 마치 철옹성처럼 고수들이 아무리 공격해도 끄떡없었다.

양준은 혼자 힘으로 파현부와 전혼전 두 세력의 모든 무인들과 대항하면서, 전혀 당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여유가 넘쳤다.

성지의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원래 그들은 눈앞의 난관을 버텨낼 수 있을지 조마조마했었다. 하지만 새 성주가 이처럼 큰 활약을 보여주자, 다들 마음속 걱정을 내려놓게 되었다. 이제 그들은 마치 싸움 구경을 하듯이 양준의 뒤에 서 있었다. 나서서 공격하지도 않고, 묵묵히 뒤쪽에 서 있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성주를 지키는 호위들 같았다.

장오는 화가 치밀어 끊임없이 울부짖었다. 이윽고 그는 손을 휘저어 손수건 같은 비보를 내던졌다. 손수건에는 보기 드문 짐승들의 그림이 생동감 있게 수놓아져 있었다. 손수건은 재질을 알 수 없었지만, 오색찬란한 빛을 뿜으며 향기를 풍겼다.

손수건에 진원을 주입하자, 그것은 휘날리면서 끊임없이 팽창하더니 곧바로 결계를 뒤덮었다. 손수건 위에 수놓아져 있던 짐승들이 마치 살아난 것처럼 거침없이 결계의 봉인을 뚫고 허공에서 꿈틀거리더니 하나같이 날카로운 공격으로 변해 양준에게 달려들었다. 이와 동시에 전혼전의 조관도 장검을 꺼냈다. 장검은 순식간에 빛으로 변해 손수건에서 빠져나온 짐승들의 뒤를 쫓아 결계의 봉인을 뚫고 죽음의 기운을 띤 채, 양준의 미간을 겨냥해 날아갔다.

이 두 세력의 고수들과 일부 충동적으로 싸움에 뛰어든 무인들은 분노를 안고서 일제히 양준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그들은 다같이 공격해 단번에 양준을 죽여 버리려고 했다. 이 순간 양준은 그들에게 가장 위험한 인물이자 공동의 적이었기에, 먼저 양준을 죽이고 결계를 뚫기만 하면 구천성지를 제거하는 건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한 것이다. 성지의 결계와 진법은 모두 성주와 연관이 있었다. 따라서 성주가 죽으면 성지의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할 것이라 여겼다.

이는 사실이었다. 만약 양준이 없으면 구천성지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었다.

짐승들의 포효가 하늘을 뒤흔들고 그 뒤를 따르는 각종 공격도 무시할 수 없었다. 모두 입성 경지, 초범 경지 고수들이 펼친 수단이었고, 이 순간 천지를 뒤덮을 기세로 양준에게 날아들었다.

그러나 양준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고, 심지어 피할 생각도 없었다.

줄곧 그의 뒤에 서 있던 성지의 사람들이 드디어 움직였다. 다들 몸속 진원이 용솟음치더니 파도처럼 흘러나와 바닷물처럼 한데 모였고, 양준에게 날아드는 각종 공격을 막아섰다.

거대한 빛무리가 폭발했다. 양준의 앞쪽 몇 장 되는 곳은 마치 축포를 쏘는 것처럼 갖가지 빛들이 만발했다. 다시 정신을 차린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서늘해졌다.

양준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제자리에 서 있었다. 오히려 그가 펼친 공격이 다시금 죽음의 기운을 안고 그들을 덮쳐왔다.

“이 정도 재주로 구천성지를 공격하려는 겁니까? 혹 아직 잠이 덜 깬 건 아니겠죠?”

양준은 거침없이 비아냥거렸다.

장오와 조관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지만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게 네 진짜 실력이냐? 성지 진법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넌 아무것도 아니야.”

조관은 화가 나서 일갈했다. 얼굴에는 억울함이 가득했다.

그는 양준의 실제 경지를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 하지만 양준이 결계 안에 숨어서 성지 진법의 위력을 등에 업고 그들과 대항하면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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