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816화 (815/853)

제 816장. 공간 찢기

찌익-

마치 대문이 열리는 것처럼 칠흑 같은 틈이 그의 눈앞에 신비하게 나타났다. 멀리 바라보니 틈 안에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었고, 그 속에 도대체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곧이어 푸른 산 전체의 영기가 어지러워지면서 틈이 벌어진 곳에서 상상할 수 없이 강한 흡인력이 전해졌다. 그리고 그것은 근처의 천지간 기운을 미친 듯이 흡수해 한순간에 광풍을 이루었다. 천지간 기운이 흘러들자 열렸던 틈이 곧바로 닫혔다. 미처 자세히 살펴볼 시간도 없었다. 어렴풋한 빛이 번쩍하더니 순식간에 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주름지고 일그러졌던 공간도 원래대로 회복되었다.

양준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구겼다. 지금 그는 신통력을 절반밖에 펼치지 못했던 것이다. 틈을 좀 더 크게 만들면, 그 속에 뛰어들어 비밀을 캐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양준은 가볍게 숨을 내쉬고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 보았다. 순간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단전 내 양액은 한꺼번에 서너 방울이 소모되었고, 신식의 기운은 절반 정도가 소모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는 그제야 이 신통력을 펼치려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실감하게 되었다. 그의 기력이 온전할 때에도 기껏해야 두 번을 펼치고 나면 신식의 힘이 고갈될 판이었다. 지난번에 무겁이 그의 앞에 나타났을 때, 힘이다 빠진 모습을 했던 것이 이제야 이해되었다.

양준은 얼른 만약영액 한 방울과 신식을 보충하는 단약들을 복용했다. 그러자 신식의 힘이 빠르게 회복되었다.

한 시진 뒤, 양준은 다시금 기운이 넘치는 상태에서 신통력을 펼쳤다.

*

거듭되는 실패와 시도로 쌓은 경험은 양준에게 더없이 소중한 것이었다. 사흘 뒤, 기력을 회복하고서 눈을 뜬 양준은 활기가 넘쳤고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이번에는 반드시 공간을 찢는 데 성공할 것만 같았다.

그는 처음처럼 한꺼번에 전력을 다하지 않고, 진원과 신식의 힘을 느긋하게 방출했다. 이윽고 두 가지 힘이 한데 모여 허공을 갈랐다. 잔물결이 겹겹이 규칙 있게 퍼져 나갔고, 눈앞의 공간도 다시 한번 주름지면서 일그러졌다. 양준은 접힌 부분을 확인한 다음, 순식간에 힘을 폭발시켰다.

그러자 칠흑 같은 틈이 나타났고, 마치 무형의 큰 손이 잡아당기는 것처럼 틈이 점점 더 커졌다. 틈은 흡인력의 근원지가 되어, 천지간의 기운을 미친 듯이 빨아들였다. 양준은 전혀 주저하지 않고, 곧바로 틈 사이로 뛰어들었다. 그가 뛰어든 다음, 칠흑 같은 공간의 틈도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곧이어 익숙한 현기증이 느껴졌다. 양준은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는 두려움이나 당황은 전혀 느낄 수 없었고, 오히려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었다. 전에 그가 예상했던 것처럼, 공간을 찢어 만든 틈은 허공 통로의 입구와 같았다. 허공 통로에 진입했을 때도, 그는 이런 미묘한 현기증을 느꼈었다. 다만 허공 통로에서는 시간이 얼마 안 되어 다른 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현기증은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양준은 마치 심연속에 빠져든 것처럼 끊임없이 아래로 추락하는 것만 같았다. 주위에는 허공의 난기류가 용솟음쳤는데 그 속에는 파괴성 짙은 위력이 섞여 있었다.

양준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는 정신을 집중해 이리저리 난기류를 피해 다녔다. 지금의 그로서는 허공의 난기류를 대처할 수 없었다. 난기류는 별 세계의 힘보다 강하면 강했지, 약하지는 않았다. 또한 일단 난기류에 말려들면, 공간에서 방향을 잃을 수도 있었다. 이는 무겁이 양준에게 신통력을 조심해서 사용하라고 한 원인이기도 했다. 무겁도 처음으로 이 수단을 펼쳤을 때 이 방면에서 큰 위험에 맞닥뜨렸었고, 그 두려움이 지금까지 가시지않은 모양이었다.

양준은 폭풍우 속의 나룻배처럼 수시로 전복될 위험에 처했지만, 시종일관 태연하게 허공의 난기류를 피하며 신식을 방출해 그 속에 숨겨진 규칙을 탐지했다. 그는 급히 이곳을 떠나지 않고, 공간을 찢는 수단을 확실하게 파악하려고 했다. 그는 어렴풋이 모든 비밀이 어지러운 허공의 난기류 속에 내재돼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의 비밀만 제대로 알아낸다면, 앞으로 위험을 걱정할 필요 없이 마음대로 공간을 찢고 순간 이동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시간은 천천히 흘렀고, 양준은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하면서 홀가분한 표정으로 있었다. 그러다 허공의 난기류가 갑자기 어지러워지자, 양준은 서둘러 진원과 신식의 힘을 모아 폭발시켰고, 눈앞에 다시금 틈이 나타나자마자 망설임없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다시 눈을 떠보니, 그는 이미 통현대륙에 돌아와 있었다. 밝은 세상에서 뜨거운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 구름층에 떨어진 것인지, 그의 발아래는 솜덩이처럼 두껍고 무거운 구름이었다.

아름다운 풍경에 양준은 기분이 상쾌했다. 그는 육신이 아래로 추락하게 내버려 두었다가 지면에 거의 닿을 무렵에야 진원을 돌려 무사히 착지했다.

눈 깜짝할 사이 두 달이 지나갔다. 그동안 양준은 줄곧 순간 이동 수단을 숙련될 정도로 수련했다. 그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찢긴 허공 공간에서 보냈고, 조용히 허공의 난기류를 감지하며 그 속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려 했다. 신식의 힘이 고갈되면 운기조식하면서 회복했고, 기운이 회복되면 다시 순간 이동 수단을 펼쳤다. 그는 끊임없이 이 과정을 반복하며 수련에 푹 빠져 있었다.

이제 양준은 쉽게 공간을 찢고 순간 이동을 할 수 있었다. 다만 전력을 다해도 그가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매우 짧았다. 한 번에 이동할 수 거리는 3~4백 리 정도밖에 안 되었다. 또한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해, 허공을 통해 다시 돌아올 때면 그냥 운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매번 수단을 펼칠 때마다 양준은 무척 조심해야 했다. 허공 난기류 속에 있을 때도 방심하면 안 되었다. 혼란한 기운은 기괴하기 그지없어 방어하기가 어려웠다. 양준은 몇 번이나 하마터면 난기류 속에 말려들 뻔했었는데, 빠르게 도망치지 않았다면 평생 허공 공간에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의 단단한 육신도 중요한 작용을 발휘했다. 별 세계에서와 마찬가지로 허공의 난기류는 육신에 큰 피해를 주었다. 무겁도 아마 비보로 몸을 보호한 덕분에 겨우 육신의 안전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

이날, 양준은 허공에서 빠져나와 어슴푸레한 산골짜기에 나타났다.

그는 자신이 도대체 어디로 나올지 파악할 수 없었기에, 매번 통현대륙으로 돌아올 때마다 혹시라도 위험한 곳에 떨어질까 두려워 경계심을 높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나타나는 순간, 그는 온몸의 기운을 거두어들이고 조용히 신식을 방출해 주변을 살폈다.

잠시 뒤, 양준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산골짜기 입구 쪽에는 적어도 백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입성 경지 1단계 고수가 한 명 있었고 그 외 나머지 사람들은 경지가 다양했다. 모두 엄숙한 표정으로 입구 쪽에 서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무의식중에 어떤 세력의 지역에 잘못 들어선 듯했다. 하지만 상대편에는 입성 경지 1단계 한 명밖에 없었기에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양준은 근처에서 자리를 잡은 다음, 몸을 숨기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기운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는 다른 세력의 정보를 염탐할 생각이 없었다.

반나절 동안 기력을 회복한 다음, 양준은 산골짜기 입구에서 사람들이 신성한 의식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엄숙한 표정이었는데, 실력이 낮은 무인들은 무척이나 들뜬 모습으로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양준은 저도 모르게 호기심이 일어, 급히 떠나지 않고 계속해 제자리에 머물렀다.

그렇게 반나절이 지나고 나서야 의식이 끝났다. 우렁찬 함성 가운데, 입성 경지 고수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중얼거렸다. 어딘가 심오해 보였다.

잠시 뒤, 진원 경지 정상의 무인이 성큼성큼 산골짜기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진원 경지 정상이면 중도 쪽에서는 그리 약한 편이 아니었지만, 통현대륙에서 이 정도 실력이면 자질이 떨어지는 무인이거나 아니면 젊은이일 터였다. 산골짜기에 들어선 사람은 젊은이였다.

자옥한 안개 속에서 젊은이는 양준의 앞을 그냥 지나쳤다. 양준이 자세히 확인한 결과, 상대는 열댓 살 된 소년이었다. 마치 오래전의 그처럼 앳된 얼굴에는 끈기와 힘에 대한 갈망을 품고서 들뜬 기분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양준은 실소하고 말았다. 그는 제자리에 서서 의념을 소년의 몸에 고정한 채, 소년이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기로 마음먹었다.

산골짜기는 넓지 않았지만 구불구불 길게 뻗어 깊고 고요했다. 소년은 안개 속에서 앞만 바라보고 침착하게 걸어갔다. 하지만 그가 백 장을 채 걷지도 않았는데, 산골짜기 깊은 곳에서 갑자기 부드러운 힘이 나타나더니 소년을 정면으로 강타했다. 소년은 전혀 막아내지 못하고 힘에 밀려 휘청휘청 뒤쪽으로 물러났다. 이윽고 몸을 가눈 소년은 얼굴에 온통 낙담뿐이었다.

양준은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산골짜기에서 부드러운 힘이 나타나는 순간, 갑자기 등 쪽이 근질근질했던 것이다. 무언가가 등에서 기어 다니는 것만 같았다. 다시 자세히 감지해 보았을 때, 등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소년은 밀려난 다음 고개를 푹 숙이고 되돌아 나갔다. 얼마 안 되어 소년은 산골짜기에서 빠져나갔다. 입구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소년의 모습을 보고 금세 결과를 알아차렸다. 입성 경지 1단계 고수는 소년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우렁차게 외쳤다.

“다음 사람!”

앞선 소년과 비슷한 나이대의 무인이 다시 산골짜기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소년은 앞쪽으로 얼마 나아가지 못하고 부드러운 힘에 밀려 나왔고, 낙담한 얼굴로 되돌아갔다. 그렇게 수많은 소년들이 산골짜기에 걸어 들어왔다가 똑같이 낙담한 채로 돌아갔다.

입성 경지 1단계 고수는 얼굴빛이 암담해졌다.

양준은 반나절을 살펴보아도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무슨 의식을 진행하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일종의 시험인 듯했다. 안타깝게도 나이가 어린 소년들은 한 사람도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고 몇십 장 정도에서 모두 가로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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