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820화 (819/853)

제 820장. 이상한 변화

시간은 하루하루 지나갔다.

어느 날, 연단 중이던 양준은 문득 곁에 있던 손옥에게서 신식의 파동이 생겨난 것을 느끼고 흐뭇한 미소를 떠올렸다. 그는 연단을 멈추고 주의 깊게 손옥을 지켜보았다. 지금은 손옥이 식해를 여는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누구도 도움을 줄 수 없었고, 오로지 스스로의 노력으로 버텨내야만 했다.

손옥이 식해를 여는 과정은 며칠간 지속되었다. 양준도 그의 끈기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되었다. 손옥은 몇 번이나 거의 실패할 뻔했으나 기어코 버텨내었다. 혼돈의 암흑 세계가 찢기고 무형의 텅 빈 공간이 생기는 순간, 손옥의 기운 전체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드디어 신유 경지를 돌파하게 된 것이었다.

양준은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동안 함께 지내며 손옥의 노력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그 또한 물론 손옥이 성공하기를 바랐고, 다행히 손옥은 그의 기대에 부응했다.

새로 생긴 손옥의 식해 안은 양준이 신유 경지에 오를 때와는 달리 텅텅 비어 있었다. 양준은 진원 경지에서 이미 신식을 수련했기에, 식해를 여는 순간 이미 신식의 힘이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손옥은 이제부터 조금씩, 조금씩 신식의 힘을 수련해 자신의 신식의 바다를 만들어야만 했다.

“선배… 저… 저 해냈어요……. 드디어 신유 경지에 올랐어요…….”

손옥은 상기된 얼굴로 흥분해서 횡설수설했다.

양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과 어떻게 다른지 알겠어?”

“네. 눈을 감고 있어도 주변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신식의 힘이 강해질수록 볼 수 있는 것도 많아지고, 볼 수 있는 거리도 멀어질 거고, 더욱더 또렷하게 보일 거야. 지금 네 신식의 힘은 취약해서 많이 노력해야 될 거야.”

“네, 선배!”

손옥은 공손하게 대답한 다음, 얼른 눈을 감고서 다시 수련하려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난감한 표정으로 눈을 뜨더니 우물거리며 말했다.

“그런데 선배… 제가 신식의 힘을 수련할 줄 몰라요……. 사부님께서 아직 가르쳐 주시지 않았거든요.”

그는 용곡에 들어왔을 때, 진원 경지 7단계였다. 사부 능견의 예상대로라면 손옥은 적어도 2년 뒤에야 신유 경지에 오를 것이었기에, 그때 가서 다시 상세하게 가르쳐 주려고 했던 모양이었다.

양준은 실소하는 한편, 자신의 깨달음과 경험을 아낌없이 가르쳐 주었다. 손옥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귀담아들었다.

“신식의 힘을 수련하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신혼 비보를 흡수하는 거야. 이는 너의 성장에도 큰 이득이 될 거야.”

양준은 잠깐 생각하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침 나한테 네가 사용하기 좋은 신혼 비보가 있어.”

그러면서 손을 뒤집자 정교한 단검 하나가 홀연 나타났다. 단검은 양준이 계승 싸움에 참가했을 때, 파경호에서 얻은 것으로 그와 함께한 지도 꽤 오래되었다. 다만 천급 상품밖에 안 되어, 양준의 실력이 향상됨에 따라 신혼 단검을 거의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

손옥은 급히 손을 내저었다.

“선배, 이미 저에게 많은 것을 주셨습니다. 이 비보까지…….”

“난 사용하지 않아. 천급 상품밖에 안 되기 때문에 내가 가지고 있어도 낭비야. 하지만 네 지금의 경지에 사용하기에는 알맞아.”

손옥은 양준의 말에 잠깐 주저하다가, 더는 사양하지 않고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받아 들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비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배의 위엄에 손상되는 짓은 절대 하지 않겠습니다.”

양준은 흐뭇하게 웃고는, 손을 휘저어 단검에 있는 자신의 신혼의 기운을 말끔히 지워 내고 담담하게 말했다.

“스스로 수련해 봐. 비보를 식해에 흡수할 수 있으면 성공한 거야.”

“네!”

손옥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수련에 들어갔다.

양준은 더는 그를 관여치 않고 연단에 몰두했다. 수없이 많은 연단과 장시간의 연구를 통해, 양준은 이제 성급 단약을 쉽게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진정으로 성급 하품 연단사로 거듭난 것이다. 하지만, 고마 일족을 구하는 단약을 제련할 수 있는 등급과는 아직 작은 경지 하나가 차이 났다.

성급 연단사는 통현대륙 전체를 통틀어도 몇 없었다. 거석성의 두만이 바로 성급 연단사로 어디를 가든지 예우를 받았고, 거석성 연단사 협회의 주인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양준의 연단술에 대한 조예와 수단으로, 그가 원하기만 한다면 두만과 같은 지위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연단술은 줄곧 양준에게 무도를 위한 보조 수단일 뿐이었다. 그의 유일한 소망은 무도의 정상에 오르는 것이었다.

그는 연단하는 과정에 신식의 불꽃을 사용하면서,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문제와 정보를 알게 되었다. 또한 신식의 불꽃을 제어하는 데 점점 더 능숙해졌다. 지금은 비록 성급 하품 연단사지만, 만약 만약영액과 영진을 사용한다면 성급 중품 단약까지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었다.

*

금빛 원기 바다는 여전히 철옹성처럼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양준의 등 뒤 금룡 무늬에서 튀어나온 금룡은 줄곧 원기를 흡수하고 있었는데, 체형이 점점 더 방대해지면서 위엄을 드러내기 시작하더니 무시무시한 기운을 발산했다.

양준은 침착하게 자신의 일들을 진행하면서 금룡이 원기를 모두 흡수하기를 기다렸다. 그는 지금처럼 자신이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해본 지가 오래되었다. 이번의 변고가 그에게 기회를 만들어준 것이었다.

금룡과 마찬가지로, 손옥도 하루가 다르게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만약영액으로 체질을 개선한 다음부터, 그의 수련은 예전처럼 힘들지 않고 순조로웠다. 그는 양준이 선물한 신혼 단검을 한 달도 되지 않아 식해에 흡수했다. 그리고 그 위력을 몇 번 시험해 보더니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이제 그의 식해도 강한 신식의 힘을 가지게 되었다.

손옥은 매일 수많은 정석과 단약을 제공해 주는 사람이 있고, 수련하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곧바로 누군가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자신이야말로 행운아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는 양준을 은사처럼 더없이 공손하게 대했다.

이날, 양준은 성급 단약 한 알을 제련하고 나서 미간을 찌푸렸다.

단전에 저장되었던 양액이 거의 바닥이 나고 있었다. 지난번에 대량의 양액을 보충하면서 그는 적어도 십몇 년 동안 양액을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매번 공간을 찢을 때마다 양액이 몇 방울씩 소모되다 보니, 순간 이동 수단을 숙련하기까지 그 소모량이 엄청났던 것이다. 때문에, 이제 양액을 보충해야 할 때가 된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의 검은 책 공간에는 당나무 열매 6~70개가 있었다. 열매마다 놀랄 만한 양의 양성 원기가 내재돼 있기에, 모두 복용하면 단전이 다시금 양액으로 가득 찰 터였다. 당나무는 지금 그의 검은 책 공간에 자리하고 있었다. 당나무의 열매는 성장하기 힘들고 성장 기간도 길지만, 천재지보란 원래부터 복용하라고 존재하는 것이기에 양준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는 열매 하나를 꺼내 우걱우걱 씹어 먹었다.

그 소리에 수련하던 손옥이 놀라 눈을 뜨고 고개를 들어 양준을 보더니 눈을 반짝였다. 이젠 그도 신유 경지에 이르렀기에 당나무 열매의 대단함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열매 속에 흐르는 양성 원기는 그가 원하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양준의 앞이라 그는 자신의 마음을 함부로 드러낼 수 없었다.

손옥이 다시 눈을 감고 수련하려는데, 양준이 빙그레 웃으며 열매 한 조각을 잘라 그에게 건넸다.

“아까워서 그러는 게 아니라, 넌 아직 많이 먹으면 안 돼.”

손옥은 부끄러워 빨갛게 물든 얼굴로 열매 조각을 간신히 건네받아 입에 넣었다.

잠시 뒤, 그의 온몸의 진원이 미친 듯이 어지럽게 날뛰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온몸의 모공이 모두 열리면서 원기를 거침없이 뿜어내는 것이 마치 곧바로 몸이 팽창해 죽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양준은 굳이 관여하지 않고, 손옥 스스로 몸속 원기의 광란을 갈무리하게 내버려 두었다.

손옥은 곧바로 공법을 돌려 몸속 원기를 갈무리하는 한편, 열매의 기운을 흡수했다. 한참이나 지나서야 횡포한 기운이 점차 가라앉았다. 손옥은 기혈이 왕성해지고 활력이 있어 보였다.

“더 먹을래?”

양준이 물었다.

손옥은 얼른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자그마한 한 조각을 먹었는데도 자칫 큰일 날 뻔했지만, 양준은 열매 하나를 대수롭지 않게 먹어치웠다.

‘역시 선배는 다르네. 난 아직 멀었어.’

열매가 보물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손옥은 자신의 실력을 알기에 더는 욕심 내지 않았다.

양준은 단숨에 당나무의 열매를 모두 먹어 버렸다. 단전 안에는 양액이 순식간에 몇백 방울이나 많아졌다.

이때, 흡족한 표정을 하고 있던 양준의 낯빛이 순간 바뀌었다. 그는 곧바로 신혼 영체로 변해 검은 책 공간에 들어갔다.

“무슨 일이야?”

양준의 신혼 영체가 당나무 앞에 나타나 물었다.

“저쪽에 문제가 있어.”

당나무가 전음으로 전했다.

당나무를 얻고 나서부터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당나무도 지능이 많이 성장해, 이제는 양준에게 자신의 뜻을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어디?”

“날 따라와 봐.”

당나무는 금빛을 쏘아 양준에게 방향을 가리켜 주었다.

양준은 금빛을 따라 검은 책 공간의 어느 한 곳에 이르렀다. 그는 멀리서 바라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바로 이곳이야!”

당나무가 계속해 전음을 전했다. 금빛 줄기도 근처에서 맴돌고 있었다. 당나무가 일깨워 줄 필요 없이, 양준은 어딘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곳에는 많은 자갈들이 흩어져 있었는데, 특히 별 세계에서 가져온 신비한 광물들이 많이 줄어들어 있었다. 별 세계 폭풍을 겪은 뒤, 그는 신비한 광물들을 많이 수집해서 그 위치에 놓아 두었고, 구천성지에서 싹쓸이한 광물도 모두 같은 곳에 쌓아 두었었다. 그리고 지금 무언가가 일부 광물들의 정수를 말끔히 흡수하고 필요 없는 이물질만 남겨 놓았던 것이다.

양준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당나무를 힐끗 보았다. 지난번에 무심코 이와 유사한 문제를 발견했을 때, 그는 당나무가 한 짓인 줄 알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당나무가 거짓말할 리가 없었다.

“넌 줄곧 이곳에 있었는데,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어?”

양준은 묻는 한편, 신식을 펼쳐 광물들을 살펴보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 그냥 이쪽이 이상하다는 느낌만 받았어.”

당나무는 잠깐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그럼 이곳을 잘 지켜보다가, 무언가 발견하면 곧바로 나한테 알려 줘.”

양준이 신신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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