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21장. 잘 지키고 있어야 하오
검은 책 공간에서 이상한 일이 연이어 발생하자, 양준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신비한 광물의 기운이 느닷없이 사라질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누군가 흡수한 것인데, 당나무가 한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의 짓일까? 양준은 이 같은 의문에 마음이 답답하기만 했다.
양준은 당나무의 대답을 듣고서 얼른 검은 책 공간을 떠나 계속해 연단술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며칠 조용히 지내다가, 어느 날 양준은 다시 한번 당나무의 부름을 듣게 되었다. 그는 곧바로 신혼 영체로 변해 검은 책 공간에 들어가 급히 물었다.
“뭔가를 발견했어?”
“응.”
당나무는 다시금 광물들을 쌓아 둔 곳으로 금빛을 쏘았다. 금빛이 그중 두 개의 광물 주위를 맴도는 가운데, 당나무가 말했다.
“이 두 개가 다른 광물 속의 정수를 흡수한 게 틀림없어.”
양준은 당나무가 가리키는 광물에 시선을 고정하고서 보다가 가볍게 ‘어’ 소리를 내었다. 이곳에는 광물들이 많고 어수선했지만, 양준은 그 두 개의 광물을 어디서 얻었는지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두 광물은 다른 광물들과 다르게 칠흑같이 검고 둥근 돌이었다. 하나는 서혼지충을 얻었던 동굴에서 찾은 것이었다. 그때 그는 창염과 비우를 따라 동굴에 갔었고, 그 두 사람은 동굴 깊은 곳에서 물건 몇 가지를 가지고 나왔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검고 둥근 돌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부운성에서 얻은 것이었다. 그는 천년마화가 피기를 기다리면서 두만과 미나에게 끌려 연단대회에 참가했고, 대회에서 일등을 하면서 한 성급 연단사의 건곤대에서 이 돌을 발견하고 가져왔었다.
두 광물이 거의 판박이였기에, 양준은 그때 당시 무척이나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탐지해 보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자신의 검은 책 공간에서 이상한 상황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 이 두 광물일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세상에 다른 광물의 정수를 흡수하는 광물이 존재한다니, 양준은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양준은 신식을 방출해 두 광물을 자세히 탐지해 보고는 표정이 이상해졌다.
두 광물에는 인체의 경락과도 같은 정교한 무늬가 생겨나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런 것들은 이어지지 않고 띄엄띄엄 있었는데, 마치 무인의 경락이 남에게 훼손된 것만 같았다. 양준은 광물의 변화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광물들을 얻었을 당시에도 그는 자세히 탐지했었지만, 그때 당시 광물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광물 속에 무늬가 생긴 것은 옆에 있는 광물의 정수를 흡수했기 때문일 터였다. 지금 이 순간, 광물 속 무늬에서는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마치 무인 몸속의 진원처럼 흐르고 있었다.
‘신비한 광물이야!’
양준은 잠깐 생각해 보고 나서 더는 그 두 광물을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이제 검은 책 공간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생겼는지 확인한 이상, 더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때문에 그는 당나무에게 계속해 그 두 신비한 광물을 지켜보라고 당부하고는 검은 책 공간에서 빠져나왔다.
두 신비한 광물에는 무언가 비밀이 숨겨져 있는 듯했다. 양준은 은연중에 만약 그 두 광물이 다른 광물을 계속해 흡수하다 보면, 뜻밖의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두 광물이 다른 광물의 정수를 흡수해 더욱 단단해진다면, 위력이 뛰어난 비보로 제련할 수도 있을 터였다.
양준이 다시 눈을 떠 주위를 살펴보니 금룡은 여전히 근처의 원기를 흡수하고 있었는데, 짧은 시간에 끝날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손옥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수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양준은 하는 수 없이 계속해 연단했다.
그는 성릉에서 마신의 피 한 방울을 흡수하고 나서 얻었던 대마신의 신통력인 분신지술도 여전히 수련하고 있었다. 분신지술을 수련하면서 생겨난 하위 신혼은 육색 온신련으로 키우고 있어 끊임없이 강하고 단단해졌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 양준은 분신지술이 가져다준 이점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분신지술을 절정까지 수련하면, 신혼 두 개를 가진 것이나 다름없기에 신식을 수련해도 신혼의 힘이 남보다 두 배씩 향상될 수 있었다. 세상에 이보다 더 신비한 효능을 가진 공법은 없을 것이다.
양준은 아직 분신지술을 완벽하게 수련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그래도 하위 신혼 덕분에 자신의 신식의 힘이 향상된 것과 회복할 때 예전보다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때문에, 그는 전력을 다해 하위 신혼을 키우면서, 언젠가 하위 신혼이 스스로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하위 신혼을 절정까지 수련하고 나서 적절한 육신을 찾기만 하면, 하위 신혼을 육신에 주입하여 자신의 분신으로 만들 수 있었고, 그를 이용해그가 갈 수 없는 곳에 분신을 보낼 수도 있었다.
그 외에도 양준은 전임 성주의 성급 상품 비보도 흡수하고 있었다. 현묘한 기운으로 가득 찬 은빛 나뭇잎은 흡수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다행히도 지금은 시간이 충분해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
그날 검은 책 공간의 상황을 제대로 확인한 다음부터, 양준은 며칠 간격으로 두 검고 둥근 광물의 변화를 탐지해 보았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광물 속의 정교한 무늬가 점차 하나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 대신 양준이 수집한 광물들은 대량으로 줄어들고 있었다. 별 세계와 구천성지에서 얻은 광물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런 추세라면 아마 반년 내지 일 년 안에 검은 책 공간의 광물은 바닥이 날 게 뻔했다.
금빛 원기 바다에 감싸인 세계에서 양준이든, 손옥이든 잠시 시간의 흐름을 잊고 각자 일에 바삐 보냈다. 가끔씩 두 사람은 하던 일을 멈추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기운을 회복하면 계속해 본인의 일에 매달리며 서로를 방해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번 변고에서 크게 성장하고 이득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
용곡은 구불구불 길게 뻗어 있어, 마치 커다란 용이 땅에 웅크리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산골짜기 안에는 일 년 내내 안개가 자욱해 아무리 최절정 고수라 해도 멀리 볼 수는 없었다.
용곡 주변에는 원래 많은 용봉부의 고수들이 숨어 있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각자 일을 보러 가 버렸다. 용곡 입구 쪽을 계속해 지키면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이제 종주 진주를 포함한 몇 명밖에 없었다.
이 순간, 진주는 걱정 어린 표정으로 산골짜기를 내려다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2년 전, 손옥이 오랫동안 봉인되었던 용곡의 금제를 열면서 금빛 용두가 나타났을 때, 용봉부 전체가 떠들썩했었다. 용봉부의 고위층 전체가 이곳을 주목하면서 종문의 재기를 기대했으며, 이제 곧 용봉부가 다시 통현대륙의 최정상에 올라, 다른 큰 세력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2년이 다 지나도록 용곡에서는 어떤 기척도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용곡 쪽에서 전해지는 놀랄 만한 원기 파동을 느낄 수 있었지만, 손옥은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점차 많은 이들이 낙담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종주 앞에서는 대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뒤에 모여서 손옥이 아마 잘못되었을 거라고 숙덕거렸다. 손옥은 진원 경지 7단계밖에 안 되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십중팔구는 용곡에서 굶어 죽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진주는 용곡 쪽의 금빛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었다.
“여보……! 그 제자가 기연이 있어 금제를 열 수 있었던 만큼 하늘이 도울 거예요.”
여정의가 그의 곁에서 위로를 건넸다. 진주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여전히 걱정에 싸여 있었다.
여정의도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려 한쪽에 있는 노인을 바라보았다.
진주가 2년 동안 이곳에서 기다린 것처럼, 노인도 줄곧 이곳에서 눈이 빠지도록 제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손옥의 사부인 능견 장로였다.
능견은 실력이 높지 않고, 용봉부에서 장로 이름만 걸어 놓고 아무런 실권도 없었기에 평소 아는 척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2년 전 제자인 손옥이 금제를 열게 되자, 능견의 지위는 훌쩍 높아져 그를 만나는 장로들마다 예의를 차렸다. 능견은 용봉부에서 한참 잘나갔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그를 진지하게 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진주와 능견은 그곳에 우뚝 서서 산골짜기를 바라보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 모두 애간장이 타는 모습이었다.
그때, 소령이 가까이 다가와 먼저 몰래 진주의 낯빛을 살피다가 다시 여정의를 흘끔 보았다. 여정의는 그에게 고개를 살래살래 저어 보였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씁쓸함과 암담함뿐이었다.
소령은 곧 용곡의 상황이 예전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잠깐 망설이다가 공수하며 말했다.
“종주님, 장로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자고 합니다.”
“자네들끼리 논의하고, 결과만 나한테 알려주면 돼.”
진주는 무감각하게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이 일은 반드시 종주님께서 직접 결정하셔야 합니다. 저희는 감히 월권할 수 없습니다.”
소령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주는 짜증이 섞인 표정으로 미간을 잔뜩 구겼다. 여정의가 그 모습을 보고 얼른 나서서 말했다.
“한 번 다녀오세요. 지난 2년 동안 용봉부의 일을 거의 관여하지 않으셨잖아요…….”
“난 이곳에서 용황이 돌아오기를 기다릴 거요!”
여정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진주는 그녀의 말을 잘라 버렸다. 여정의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도 예전과 똑같다고 생각하는 거지? 흥, 무지하기는. 용황은 반드시 돌아올 거야. 다만 아직 때가 되지 않았을 뿐!”
진주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면서 확신에 찬 표정을 지었다. 여정의는 웃음꽃을 활짝 피우며 그의 장단을 맞춰 주었다.
“당신께서 용황이 돌아온다고 하면 꼭 돌아올 거예요. 다만 지금 꼭 여기서 기다려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장로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잠깐 다녀오세요. 제가 능견 장로와 함께 이곳에서 지키고 있을 게요. 절대 긴장을 늦추지 않을 게요.”
진주는 그녀를 힐끗 보더니, 한참이나 지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꼭 잘 지키고 있어야 하오.”
“네, 걱정하지 마세요.”
여정의는 어쩔 수 없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주는 걱정이 담긴 눈빛으로 산골짜기를 한 번 더 힐끗 보고서야, 소령과 함께 떠날 준비를 했다.
바로 이때, 2년 동안 아무 기척도 없던 용곡에서 다시 한번 놀라운 원기 파동이 폭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