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823화 (822/853)

제 823장. 대가를 치르게 할 겁니다!

산골짜기 깊은 곳,

양준은 천지간의 기운을 흡수하며 흥분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상황이 족히 한 시진 정도 지속되고 나서야 모여들던 천지간의 기운이 점점 옅어졌고, 용곡 위쪽을 뒤덮었던 무시무시한 기운도 점차 흩어졌다.

무형의 기파가 양준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양준은 온몸이 가벼워지며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가볍게 주먹을 쥐는 순간, 힘이 솟구치는 것만 같았다. 신식이 예전에 비해 더 먼 곳까지 닿을 수 있었고, 더 자세하게 탐지할 수 있었다. 드디어 초범 경지 3단계가 된 것이다. 이제 입성 경지하고는 작은 경지 하나를 남겨 두고 있었다.

이 시각, 몇십 리 밖에서 어떤 세력들인지 혈전을 벌이고 있었고, 입성 경지 고수의 강한 기운이 전해져 왔다. 양준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는 남의 일에 신경 쓰지 않고, 고개를 숙여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 보았다.

원래 등에만 있던 금룡 무늬가 마치 생명이라도 있는 것처럼 양준의 피부에서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등에서 가슴까지 건너왔는데 매우 이상해 보였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금룡 무늬에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방대한 힘이 내재돼 있었다. 그것은 양준조차도 경악할 수밖에 없는 힘이었다. 그 힘은 위엄과 함께 요기(妖氣)를 띠고 있었다.

요족의 많은 고수들과 접촉한 데다 요족 대존과도 직접 만났던 양준은 요기에 매우 익숙했다. 지금 금룡에 내재된 기운에는 요족의 원기 흔적이 있었다.

양준은 깨달음을 통해 순식간에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 이곳의 전승이야말로 진정한 용황의 전승으로, 전에 그와 소안이 함께 전승동천에서 얻었던 것은 그냥 보조 전승일 뿐이었다. 이곳에 와서 숨겨진 비밀을 얻어야만 진정한 용황과 봉후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양준은 자신이 모든 상황을 어떻게 꿰뚫어볼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마 진정한 전승을 얻은 것과 연관이 있는 듯했다. 그는 자신의 몸 상태를 한참 점검해 본 뒤 매우 만족해했다. 곧이어 그는 검은 책 공간에서 옷 한 벌을 꺼내 입고 옷매무새를 정리한 다음에야, 손옥을 감싸고 있던 보호막을 제거했다. 그는 호천순을 산산조각 내고, 은빛 나뭇잎 비보를 거두어들였다.

손옥은 아직 놀라움이 가시지 않은 채로 양준을 보자마자 얼른 공수했다.

“목숨을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방금 전 만약 양준이 그를 보호하지 않았다면, 그는 진작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자신은 아마 몇십 년을 수련해도 그처럼 무시무시한 기운을 막아내지 못할 듯했다.

“별것 아니야. 저쪽에서 초범 경지 1단계 무인이 널 기다리고 있는 거 같아.”

양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 용곡 입구 쪽을 보면서 무심코 말했다.

“초범 경지 1단계요? 그럼 사부님일 거예요. 아차, 큰일 났네요. 이곳에서 이리 오래도록 갇혀 있었으니, 사부님께서는 속을 끓이고 있을 거예요. 우리 도대체 이곳에서 얼마나 있었던 건가요?”

“아마 2년 정도 될걸.”

“그렇게 오래되었어요?”

손옥은 마음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2년이란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그는 시간의 흐름을 전혀 느끼지 못했었다. 양준의 곁에서 상상도 하지 못할 이득을 얻은 기쁨과 흥분 때문에 그만 시간을 잊었던 것이다.

“급히 나가려 하지 말고, 전에 했던 우리 사이 약속 잊지 않았지?”

양준이 빙그레 웃으며 손옥을 바라보았다.

손옥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선배는 제 은사와도 같은 분이에요. 선배의 존재를 절대 누설하지 않겠습니다.”

“좋아. 믿을게.”

“하지만… 종주님과 사부님께서 용황 전승에 대해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까요?”

양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정말 마땅한 구실이 없었다. 그동안 손옥을 전력으로 양성했고, 그의 자질 또한 환골탈태하여 시간이 지나면 그만의 성취를 얻을 게 틀림없었지만, 용황의 전승은 가짜로 만들어 낼 수가 없었다. 양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말했다.

“그건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자. 너희 용봉부의 고수들이 다른 사람들과 격전을 벌이고 있는데, 열세에 처한 것 같구나.”

“격전을 벌인다고요?”

손옥은 미간을 찌푸린 채 신식을 펼쳤지만, 아무것도 감지할 수 없었다. 그는 경지가 낮아, 몇십 리 밖의 움직임을 전혀 감지할 수 없었다. 그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곧바로 알아차렸다.

“아마도 유한동천 사람들일 거예요. 용곡 쪽의 기척을 감지하고 우리 용봉부를 공격하려는 것 같아요.”

“두 세력 간에 원한이 있어?”

양준이 깜짝 놀라 물었다.

손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들이 그냥 이유 없이 달려드는 거예요. 그들은 주로 냉성(冷性) 공법과 무공을 수련하는데, 우리 용봉부에 그들이 욕심내는 물건이 있거든요.”

양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곧바로 문제의 핵심을 꿰뚫었다.

“봉소의 전승 말이야?”

“맞아요. 용황의 전승이 이미 나타났으니, 용황은 반드시 마음에 드는 여인을 찾아 그녀에게 봉소의 전승을 이어받게 해야 하거든요. 그게 바로 유한동천의 목적이에요. 일단 그들이 봉소의 전승을 손에 넣기만 하면, 우리 용봉부를 먹어 버릴 수도 있잖아요.”

손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양준이 나지막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선배 왜 웃으세요?”

“너 이제 큰일 났어!”

양준은 고소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손옥은 잠깐 생각하다가 그제야 무언가를 떠올리고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용봉부의 사람들은 모두 그가 금제를 열고 용황의 전승을 얻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소식을 아무리 꽁꽁 숨긴다 해도, 유한동천의 염탐을 막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에 유한동천의 목표물은 바로 손옥이었다. 손옥을 사로잡아, 그를 강요해 유한동천의 여인을 선택하게 하면, 봉후의 후계자로서 당연히 그 여인이 봉소의 전승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선배……!”

손옥은 당황한 표정으로 양준을 바라보며, 그가 나서서 구해 주기를 바랐다.

“걱정하지 마. 내가 모든 걸 해결하고, 동시에 용봉부의 사람들에게 네가 용황 전승을 얻었다는 사실도 확인시켜 줄 테니까.”

“감사합니다.”

“괜찮아. 다만 좀 더 대담하게 행동해.”

“네!”

양준의 약속을 얻어낸 손옥은 들떠서 용곡 입구 쪽으로 달려갔다. 그는 놀랄 만한 수단을 지닌 양준이 유한동천을 손쉽게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손옥이 떠나간 다음에야, 양준은 전투가 한창인 장소를 바라보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봉소의 전승은 소안의 것이었다. 감히 봉소를 눈독들이다니, 유한동천은 욕심내지 말아야 할 걸 욕심낸 대가를 치러야 할 터였다.

양준은 사실 다른 세력의 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용봉부도 그와 인연이 있으므로 이번 일을 해결해 주면, 자신이 용황 전승을 얻은 빚을 갚는 것이기도 했다.

*

능견은 용곡 입구에 서서 혼잣말을 끊임없이 중얼거리며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손옥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능견은 점차 방금 전 무시무시한 천지간 기운에 손옥이 목숨을 잃은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가 망연자실하고 있을 때, 용곡 쪽에서 늘씬한 그림자가 날아왔다. 능견은 흠칫 놀라 저도 모르게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림자는 손옥과 비슷했지만, 그의 기억 속 손옥의 모습보다 키가 더 크고 건장했다. 능견은 눈이 침침해 손옥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예의 주시할 뿐이었다.

잠시 뒤, 상대의 용모를 확인하고 손옥임을 확신한 능견은 순식간에 눈물 범벅이 되어 웃으며 욕을 퍼부었다.

“나쁜 녀석, 드디어 나왔구나. 너 때문에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느냐?!”

“사부님!”

손옥은 흥분한 표정으로 얼른 능견의 앞에 달려가 큰 예를 올렸다. 미처 다른 말을 하기도 전에 능견은 그를 잡아끌면서 다급히 말했다.

“어서 가자꾸나!”

능견의 모습에 손옥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어디로 가시려는 겁니까?”

“유한동천에서 쳐들어와 종주 일행이 맞서 싸우고 있단다. 하지만 상대방은 입성 경지 고수가 두 명이나 있어, 우린 아마 막아내지 못할 거야. 종주께서는 떠나기 전에 네가 나오면 널 데리고 안전한 곳에 가 있으라고 당부하셨어. 앞으로 종문의 부흥은 다 너한테 달려 있단다.”

“그럼 어디가 안전합니까?”

“쌍자각(雙子閣)… 우리 용봉부는 쌍자각과 친분이 두터우니, 우선 그쪽에 가서 한동안 피해 있다가, 이 고비를 넘기면 다시 오자꾸나.”

능견은 진작 갈 곳을 생각해 두고 있었다. 손옥은 이미 용황의 전승을 이어받았기에, 나중에 반드시 한 지역의 패자가 될 수 있었다. 게다가 손옥은 하루라도 빨리 마음에 드는 여인을 찾아 봉소로 데리고 가서 봉후의 전승을 이어받아야 했다. 만약 쌍자각에서 이 상황을 알게 된다면, 분명 두 사람을 잘 보호해 줄 터였다. 그렇게 되면 손옥이 쌍자각에서 봉후를 찾아도 괜찮았다. 아무튼 봉후의 전승을 유한동천 같은 적들에게 넘겨줄 수는 없었다.

“전 가지 않을 겁니다.”

손옥이 제자리에 서서 가라앉은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능견은 깜짝 놀라 그를 돌아보더니 다급해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이놈아, 이런 때에 내 말을 거역하면 어쩌려는 거냐? 지금 내가 죽는 꼴을 보고 싶어 그러는 것이냐?”

“종문이 위험한데, 제가 어찌 도망칠 수 있습니까? 유한동천에서 감히 쳐들어왔으니 대가를 치르게 할 겁니다!”

능견은 넋이 반쯤 나간 채, 자신의 제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지금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놈이 비록 용황의 전승을 이어받았다고는 하나, 갑자기 어디서 이런 자신감이 생겨난 걸까? 유한동천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그럼 그런 재주를 갖췄단 말인가?’

능견은 곧 신식을 방출해 손옥의 온몸을 한 바퀴 훑었다. 그리고 손옥의 경지를 확인한 순간, 그는 하마터면 눈이 튀어나올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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