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29장. 앞으로 전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용봉부에 남아 있던 제자들은 전투에 참가했던 제자들에게서 이번에 종문이 승리를 거두게 된 것은 갑자기 나타난 용황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용황은 바로 지난 2년 동안 문파 내 화제의 인물이었던 손옥이었다.
전투에 참가했던 대부분의 제자들은 하늘에서 날아다니는 위엄 가득한 금룡을 직접 봤었다.
“이젠 종문이 재기할 수 있겠네. 용황 대인께서는 신유 경지 7단계지만 입성 경지 1단계인 엄집을 죽였어. 이제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입성 경지 3단계 고수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거야.”
“그래, 맞아. 용황께서 엄집과 격전을 치를 때, 내가 옆에서 봤거든. 용황께서는 줄곧 제자리에 서 있으면서 움직이지도 않았어. 여유 있는 표정으로 쉽게 이겼단 말이지.”
“그러니까 지금 용황께서 전력을 다하지도 않았단 말이야?”
“물론이지. 아마 전력을 다했으면 백경초도 도망치지 못했을걸.”
“대단하네! 우리 종문의 용황 전승이 정말 신비한가 봐. 내가 듣기로 용황 대인께서 2년 전에 용곡에 들어갈 때만 해도 진원 경지 7단계밖에 안 됐다고 하던데, 2년 안에 벌써 신유 경지 7단계가 되었단 말이지. 수련 속도가 너무 놀라운 거 아니야?”
“난 용황 대인과 어려서부터 함께 자랐는데… 어릴 때부터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았지. 이제 보니 ‘역시나’였어. 하하하!”
“정말이야? 그럼 용황 대인에 대한 무슨 특별한 소식이라도 있으면 좀 더 말해 봐.”
“특별한 소식… 하나 있긴 한데. 허허, 그런데 너희들한테는 별로 좋은 소식이 아닐 텐데.”
“그럼 누구한테 좋은 소식이야?”
“종문 내 아직 동반자를 선택하지 않은 낭자들에게는 좋은 소식이겠지……. 용황 대인께서 아직까지 동반자가 없거든!”
“그럼 용황의 눈에 든 낭자는 봉후가 되는 거야?”
“맞아, 맞아! 요 며칠 그래서 사저, 사매들이 모두 용황 대인의 거처로 몰려들었던 거였구나! 종주님께서 용황을 다른 궁전에 머물도록 한 게 다행이지, 아니면 제대로 쉬지도 못할 뻔했네!”
“…….”
용봉부 곳곳에서는 제자들이 삼삼오오 떼를 지어 손옥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용황은 오래전 용봉부의 가장 강한 고수로, 당시 용황과 봉후가 있었기에 용봉부는 내로라하는 거대 세력이 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 후 전승이 단절되고, 종문은 점차 몰락하게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용황의 전승이 다시 나타났으므로, 봉후도 조만간 나타날 것이었다. 물론 이는 용황의 마음에 달려 있었다. 봉후는 어디까지나 용황이 평생 함께할 동반자였기 때문이다.
진주는 며칠 동안 유한동천과의 사후 뒤처리를 하느라고 바삐 보냈다. 능견은 제자를 잘 양성한 덕분에 파격적으로 용봉부의 대장로가 되어 실권을 장악하게 되었고, 종주 다음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게 되었다.
*
용봉부의 어느 한 호화롭고 웅장한 궁전 안,
커다란 궁전의 바닥에는 두꺼운 탄자가 깔려 있었고, 벽에는 각종 진귀한 돌들이 장식돼 있었다. 궁전 전체에는 진법이 처져 있어, 궁전 안 영기가 무척 짙었다. 이곳은 종주인 진주가 평소 거주하던 궁전이었으나, 며칠 전 손옥에게 넘겨주었다.
궁전 밖에는 용봉부의 고수들이 어둠 속에 숨어서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다. 용황의 위엄이 대단하다고는 하나, 손옥은 어디까지나 십대 소년에 불과했다. 진주는 그의 안전이 걱정되어, 궁전 근처의 방어를 단단히 할 수밖에 없었다.
궁전 밖,
십몇 장 떨어진 곳에서는 한 무리의 소녀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소녀들은 모두 빼어난 용모를 가지고 있었는데, 용봉부에서 남자 제자들을 위해서 전문적으로 양성한 이들이었다. 서로 다른 몸매와 기질을 지닌 몇십 명의 소녀들은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했다.
손옥은 창가에 기대어 고개를 기웃거리며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소녀들 중에는 그의 사저 몇 명도 섞여 있었는데, 그녀들은 그에게 연신 추파를 던졌다. 손옥은 한참을 구경하다가 마음을 모질게 먹고 가까스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심호흡을 하고서 공법을 운행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젊어서 풍류를 즐기지 않는 이가 어디 있어? 원하면 종주한테 말해 봐. 널 위해 좋은 낭자를 보내줄 거야.”
문득 양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옥은 깜짝 놀라더니 곧이어 난감해하면서 얼굴을 붉힌 채 말했다.
“선배, 놀리지 마세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생각해?”
손옥은 자세히 생각하고 나서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오늘날 이 모든 걸 누릴 수 있는 것은 모두 선배께서 암암리에 적들과 싸웠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직 그럴 만한 재주가 없습니다. 만약 선배께서 자신의 존재를 숨기려고 하지 않았다면, 전 모든 걸 종주님께 보고드렸을 겁니다. 지금 사저나 사매들이 기대를 품고 찾아왔다고 해서, 제가 그녀들 중 누군가를 선택하게 된다면, 선택받은 사람은 나중에 분명 실망하게 될 겁니다. 저는 강해질 겁니다. 강해져서 저를 선택한 여인이 실망하지 않게 할 겁니다……. 게다가 전 아직 어립니다. 사부께서 전 아직 자라는 중이기 때문에 그런 일을 생각하면 몸에 안 좋다고 하셨습니다.”
“하하하! 그래, 네 말이 맞아. 네가 강해진 다음, 동반자를 찾아도 늦지 않아. 그때가 되면 너도 네 여인을 보호할 힘이 있고 말이야.”
“네, 선배 말씀이 맞습니다.”
손옥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초조한 표정으로 물었다.
“상처는 회복되었습니까?”
“거의 다 회복됐어.”
지난 며칠간 양준은 이곳에서 머물며 상처를 치료했다. 엄집은 입성 경지 고수였기에 그가 남긴 상처는 짧은 시간 안에 회복할 수 없었다. 특히 복부에 있는 상처는 파괴성 짙은 기운이 내재돼 있어, 적지 않은 시간을 소모하고 나서야 몸에 남아 있는 한빙경기(寒氷勁氣)를 모두 해소할 수 있었다.
손옥은 아직까지도 왜 양준이 부상당했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날 접전에서 양준은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사실 엄집과 격전을 벌인 금룡은 양준 본인이었다. 용황의 전승을 얻은 다음, 양준은 금룡 무늬에 내재된 방대한 기운을 이용해 용으로 변할 수 있었다. 물론 금룡은 진원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생생했기에 요황과 다를 바 없었고, 양준 본인의 육신을 그 속에 숨길 수 있었다. 다만, 양준 또한 처음으로 이런 수단을 펼쳐 본 것이었기에 체형이 너무 거대하게 변해버린 것이었다. 따라서 적응하기 힘들었고, 엄집과의 접전에서도 적지 않은 손해를 보게 되었다. 만약 지금 양준에게 다시 한번 그 수단을 펼치라고 하면 지난번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용으로 변한 다음, 양준은 기운이나 방어력이 모두 향상되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그의 실력으로 입성 경지 고수와 정면 대결하여 이기기 위해서는 입마를 펼쳐야만 했다. 초범 경지 3단계는 입성 경지와 한 끗 차이지만 어쨌든 입성 경지는 아니었다.
엄집과의 접전을 통해 양준은 지금 자신의 실력을 파악할 수 있었다. 적어도 지금 자신의 경지로 입성 경지 1단계 무인을 죽이는 데는 큰 문제가 없는 듯했다. 입성 경지 2단계와의 싸움에서는 어떠할지 아직 알 수 없었다. 이 경지의 고수가 많지 않았고, 직접 맞붙어 보지 않고는 결과를 전혀 판단할 수 없었다.
상처를 치료하면서도 양준은 엄집과의 격전을 되새겨 보았고, 전투 가운데 자신의 적지 않은 실수들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경계하려 했다.
“선배……! 종문에서는 모두 저를 용황의 후계자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전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때, 손옥이 불안해하며 양준을 부르더니 물었다.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게 내버려 두면 되잖아. 그러면 넌 가장 좋은 자원을 얻을 수 있고, 네 지금의 자질로 쉽게 강해질 수 있어.”
“하지만… 그건 종주님과 사부님을 속이는 거잖아요.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요.”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때가 되면 내가 직접 나서서 해명할 테니까. 그전까지 넌 그저 수련하기만 하면 돼.”
“알겠어요.”
양준의 약속을 받아낸 손옥은 그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진짜 용황이 나타나 해명한다면, 종주님이나 사부님도 날 엄벌하지는 않겠지?’
“맞다. 만약 내가 잘못 짚은 게 아니라면,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너희 종주가 널 위해 봉후를 찾아주려고 할 텐데.”
용황과 봉후가 쌍을 지어 나타나는 것은 진주와 용봉부의 선조들이 오랫동안 바라왔던 일이었다. 지금 용황이 나타났으므로, 진주는 봉후도 어서 빨리 나타나기를 원할 터였다. 용황과 봉후가 동시에 나타나야만, 용봉부가 완벽해진다고 할 수 있었다.
진주가 소녀들이 찾아오는 것을 막지 않는 것도 아마 손옥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서일 것이다. 만약 손옥이 그중에서 한 명을 선택하면 더욱 좋았다.
양준의 말에 손옥은 깜짝 놀랐다.
“어떡하면 좋을까요?”
양준은 실소하고 말았다.
“거절하면 되잖아. 지금은 네가 용황이니까, 너희 종주는 네 생각을 존중해 줄 거야. 종주한테 폐관 수련하겠다고 말해 봐.”
“좋은 생각이네요.”
손옥은 눈을 반짝였다. 폐관 수련하면 몇 년간 숨어 있을 수 있고, 정말로 강해졌을 때 다시 모습을 드러내면 되었다.
“그나저나 봉소를 한번 보고 싶은데, 길을 좀 안내해 줘.”
양준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종주께서 저 혼자 보내지 않을 겁니다.”
“괜찮아. 그들은 날 발견하지 못할 거야.”
양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손옥은 더는 말하지 않고 얼른 나가서 일을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