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832화 (831/853)

제 832장. 가르침을 청합니다

비우는 한참을 탐지하고는 찌푸렸던 눈썹을 펴면서 고개를 저었다.

“별문제가 없는 거 같아. 네 진원은 순수하고 짙은 것이 내 것 못지않네. 하지만 그래도 이따가 다른 사숙들이 오면 또 보여 봐.”

그러고는 다시 제자리에 도로 앉더니 화난 표정으로 양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동안 어디서 무얼 했어? 왜 부운성에서 헤어진 뒤로 다시 돌아오지 않은 거야?”

“저는…….”

양준이 입술을 떼고 말하려는데, 비우가 저지했다.

“급하지 않아. 다른 사숙들도 궁금해할 테니까 다 모이면 그때 말해. 내가 이미 전음을 보냈어. 금방 올 거야. 그런데 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할 거야. 세 사람 모두 네가 돌아오면 혼쭐을 내줄 거라고 했거든.”

“아, 네!”

양준은 머리를 긁적이고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돌 의자에 앉아 있었다.

비우는 양준의 미안해하는 모습에 더는 따져 묻지 않고 부드럽게 몇 마디 위로해 주었다. 또한 자신이 아껴 두었던 영과도 꺼내 놓았다.

일각이 채 지나지 않아, 밖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왔네!”

비우는 미소를 지으며 손으로 턱을 고인 채, 나른한 모습으로 구경할 준비를 했다. 그녀는 양준이 세 사람에게 혼쭐나는 모습을 내심 기대하는 듯했다.

양준은 단정하게 앉아서 엄숙한 표정으로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잠시 뒤, 세 개의 그림자가 한꺼번에 뛰어 들어왔다. 창염, 역완, 비전이었다. 들어서자마자 역완이 말했다.

“나쁜 녀석, 돌아왔다면서?”

창염도 뚱한 얼굴로 당장이라도 화낼 듯한 모습이었다. 비전은 손가락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손가락마다 빛이 피어오르는 것이 위험한 기운을 번뜩이고 있었다.

세 사람의 시선이 모두 양준의 몸에 고정되었다.

양준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웃으며 외쳤다.

“사숙들께서 입성 경지에 진급한 것을 축하드립니다. 이는 우리 천소종의 행운으로, 사숙들께서는 무공이 뛰어나 반드시 세상에 이름을 널리 떨칠 것입니다. 미리 축하드립니다!”

비우는 순간 당황하다가 입을 오므리고 방그레 웃으며 중얼거렸다.

“꾀돌이!”

나머지 세 사람은 저도 모르게 서로 시선을 주고받다가 그만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들이 양준을 혼쭐내겠다고 했던 것은 결국 그만큼 양준을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양준이 무사히 돌아왔으니 그들이 화를 낼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양준의 말에 다들 실소를 금치 못하며 고개를 연신 저었다. 게다가 네 사람이 입성 경지를 돌파하게 된 것도 양준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양준이 천년마화의 약물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그들은 더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입성 경지를 돌파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쁜 자식!”

창염의 뚱한 표정이 금세 풀렸다. 그는 양준에게 다가가 어깨를 다독이고는 한참을 훑어보고 나서야 말했다.

“좋아. 몸이 성하니까 됐어.”

“예전보다 단단해진 것 같은데.”

역완도 웃으며 말했다.

비전은 실눈을 뜨고서 말했다.

“기운도 전보다 짙어졌어.”

“지난 몇 년간 밖에서 많이 성장한 거 같구나. 잘됐어!”

사숙들의 소박한 말에는 끈끈한 정이 배어 있었다. 양준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비우는 그들이 인사치레를 끝낸 다음에야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귀띔했다.

“너희들은 입성 경지나 돼서 사질의 경지를 탐지해 볼 생각도 안 해?”

“경지가 어때서?”

창염은 미간을 찌푸린 채 신식을 방출해 양준의 몸을 한 바퀴 살펴보았다. 곧이어 그는 귀신을 본 것처럼 눈을 휘둥그레 떴다. 역완과 비전도 창염의 모습에 얼른 양준을 자세히 탐지해 보고 나서, 순간 제자리에 굳어져 버렸다.

양준의 경지는 초범 경지 3단계였다. 그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지만 그의 온몸의 진원 파동은 이것이 사실이라고 말해 주고 있었다.

“종문을 떠나 부운성으로 갈 때만 해도 사질은 신유 경지 정상이었어. 천년마화의 약물을 제련하면서 초범 경지를 돌파했다고 하나, 이제 겨우 5~6년 정도 지났을 뿐인데 벌써 초범 경지 3단계가 된 거라고. 창염, 사질의 경지에 문제가 없는지 한 번 살펴봐 봐.”

비우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창염은 저도 모르게 낯빛을 가다듬고 얼른 감지해 보았다. 잠시 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상하네. 거 참 이상하단 말이야!”

“뭐가 이상한데?”

역완과 비전이 긴장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사질의 경지에는 문제가 없어. 기본기가 탄탄하고 몸속 진원도 순수해. 우리가 초범 경지 3단계였을 때와 거의 비슷해.”

“어떻게 이럴 수가?! 도대체 어떻게 수련한 거야?”

역완은 놀라서 소리쳤다. 그들은 부운성에 가기 전에 모두 초범 경지 3단계였다. 지금 양준이 그 당시 그들의 경지에 이른 것이었다.

“기연을 만난 게 아니라면, 그럼 우리 사질이… 천하의 ‘영재’인 건가! 지난 몇 년 동안 밖에서 도대체 무엇을 경험했던 거야?”

창염은 형형한 눈빛으로 양준을 바라보며 씩 웃더니 물었다.

“별다른 경험은 없었습니다. 밖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뭐 기연은 좀 있었습니다.”

양준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자, 그럼 다 말해 봐.”

사숙들은 금세 흥미를 느꼈다.

양준은 숨을 들이쉬고 나서, 자신이 지난 몇 년간 겪었던 일들을 간단하게 이야기했다. 구천성지와 용봉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고, 주요하게 빙종, 소현계에서 양족을 만난 일, 그리고 마강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했다. 그 정도 이야기에도 사숙들은 손에 땀을 쥔 채, 긴장한 표정으로 들었다.

양준이 이야기를 마치자, 네 사람은 한참 동안 침묵했다.

이윽고 역완이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참 다채로운 경험을 했구나. 마강이라… 우리도 감히 갈 엄두를 못 내는데. 고수들이 많고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들었어.”

“그러니까 네 두 사저의 행방을 모두 찾은 거야?”

비우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녀는 소안과 하응상에 대해 더 관심을 가졌다.

“네, 그중 한 명은 찾았는데 여전히 빙종에 남아 있고요, 다른 한 명은 사부와 함께 종적이 묘연하지만, 조만간 만날 것 같아요.”

“사저들을 만나게 되면, 꼭 천소종으로 데려와. 도대체 어떤 낭자들이기에 우리 사질이 이리 애달프게 찾는지 궁금하니까.”

“언젠가 기회가 있을 거예요.”

“오늘은 사질이 종문에 돌아온 기쁜 날인데 한바탕 축하해야 하는 거 아니야?”

창염이 우렁찬 목소리로 제안하고는 역완과 비전에게 연신 눈치를 보냈다. 역완과 비전은 곧바로 그 뜻을 알아차리고 맞장구를 쳤다.

비우가 웃으며 욕을 퍼부었다.

“나쁜 놈들, 결국 내 천홍화냥을 마시고 싶어서 각종 구실을 대 여기로 몰려오는 거잖아. 이번이 마지막이야. 사질의 낯을 봐서 오늘까지만 줄게. 다음번에 또 이러면 죽기 살기로 싸울 거야.”

그 말에 세 사람은 헛웃음을 지으며, 얼른 술 마실 준비를 했다.

한바탕 거나하게 마시고 창염, 역완, 비전은 술에 취해 서로 부축하며 기수봉을 떠났다. 그들은 떠나기 전에 잊지 않고 양준에게 초능소가 걱정하고 있으니 한 번 다녀오라고 신신당부했다.

양준은 얼른 그리하겠다고 대답했다.

비우도 얼굴이 상기될 정도로 마시고는 술 항아리를 안은 채, 돌 탁상에 누워 잠이 들었다. 양준은 하는 수 없이 고개를 저으며 술자리를 치웠다.

*

이튿날, 양준은 초능소를 찾아갔다.

초능소는 폐관 수련하는 밀실에서 몇 년 전과 마찬가지로 부들방석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마치 지난 몇 년 동안 한 번도 움직이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양준을 보자 몹시 기뻐했다. 간단하게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 뒤, 초능소가 말했다.

“창염이 네가 초범 경지 3단계가 되었다고 말하더구나. 원래는 믿지 않았는데, 이제 보니까 사실이군.”

“기연을 좀 만났습니다. 아니면 오늘날의 성취를 이루지 못했을 겁니다.”

“너무 겸손할 필요 없다. 기연도 어찌 보면 실력의 일부분이기도 하니까.”

초능소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더니, 반짝이는 눈빛으로 양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네 기운이 좀 이상하구나… 예전과는 조금 다르군. 지금의 너에게는 위엄이 배어 있어! 참 이상한 일이야. 넌 나이도 어리고 아직 지배자가 된 적이 없는데 어떻게 이런 위엄이 생길 수 있지?”

양준은 깜짝 놀랐다. 초능소가 그런 것까지 알아챌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은 용황의 위엄으로 양준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양준이 대답하기 전에, 초능소가 손을 내저었다.

“그냥 물어본 것이니, 나한테 설명할 필요는 없다. 사람마다 비밀이 있기 마련이야.”

양준은 헛웃음을 짓고는 다시 진지하게 말했다.

“조사님, 가르침을 청합니다.”

“어서 말해 보거라.”

“혹시 허공 통로를 만들 줄 아십니까?”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느냐?”

“잊으신 모양입니다. 조사님께서 세운 능소각에는 허공 통로가 있어, 만 리 밖까지 이동…….”

“네가 말하니까,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구나.”

초능소는 잠깐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내가 그때 능소각 쪽에 허공 통로를 하나 만들었었지… 다만 그건 내 재주가 아니라 비보의 힘을 빌린 것이다.”

“자세하게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양준은 지금 공간을 찢고 순간 이동할 수 있지만 위치를 확정지을 수 없었다. 때문에 허공 난기류 속에서 뛰쳐나오면, 사방 몇백 리 범위 내의 임의의 곳에 떨어지게 되었고, 정말 위험이라도 맞닥뜨리게 되면 돌이키지 못할 큰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만약 위치를 확정지을 수 있다면, 순간 이동 수단은 큰 쓰임새가 있을 터였다.

“그 비보는 우연히 얻은 것이었어. 그 속에 허공의 힘이 내재돼 있는 걸 알고 있었지만 줄곧 사용하지 않았지. 그 속의 비밀도 각성할 수가 없었단다. 그때 당시, 난 한 마장과 격전을 벌이다가 무의식중에 은폐된 허공 통로의 입구를 열게 되어 너희 쪽 세계로 갔던 거야. 그 뒤 마장을 죽이고 그곳에 능소각을 세웠지. 그런데 돌아오는 길을 찾을 수가 없었어. 나는 그쪽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단다. 나중에는 어쩔 수 없이 그 비보에 기대를 걸어 보았어. 하지만 안타깝게도 비보의 위력을 이용해도 최선은 만 리 밖까지 이동할 수 있는 허공 통로를 만든 것이었지, 통현대륙으로 돌아올 수는 없었단다.”

초능소는 추억에 잠긴 표정으로 천천히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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