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834화 (833/853)

제 834장. 드디어 돌아왔네!

등 뒤에서 비우의 은방울 굴리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양준은 난감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방금 전에는 공간을 찢는 수단을 각성한 기쁨에 빠져, 그만 자신의 옷이 허공 폭풍에 가루가 된 사실마저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비우가 자신을 보는 눈빛이 이상야릇했던 모양이었다.

양준은 폭포 아래쪽에서 고개를 내밀고 얼굴의 물기를 훔치면서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일은 발견하는 순간, 말해주면 좋겠네요?”

비우는 폭포 위쪽에서 온몸을 흔들며 신나게 웃더니 대답했다.

“괜찮아. 내가 너보다 나이가 훨씬 많거든. 내 앞에서 네가 부끄러워할 게 뭐가 있어?”

양준은 다시 머리를 못에 담그고 두 눈만 빠끔 내놓았다.

만약 다른 여인이 이처럼 그를 희롱했다면, 남자를 섣불리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크게 혼쭐을 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자신의 사숙이다 보니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너 도대체 폐관 수련을 어떻게 했길래, 온몸이 상처투성이야?”

비우가 표정을 가다듬고 걱정 어린 말투로 물었다.

방금 전, 그녀는 양준의 드러난 피부에 마른 핏자국이 가득한 것을 보았었다. 보아하니 피를 많이 흘린 듯했다.

“조심하지 않아서 그리 된 거예요…….”

양준이 힘없이 대답했다.

비우는 양준에게 별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또 한바탕 웃고 나서야 돌아갔다.

양준은 못에서 오랫동안 몸을 씻은 다음, 새 옷을 꺼내 입고 동굴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는 비우의 웃음기 가득한 표정에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맞다, 너 두 장로를 만나러 가야 하는 거 아니야? 네가 돌아오지 않았을 때, 그분이 미나를 자주 보내서, 네 소식을 알아봤었거든. 널 무척이나 아끼는 모양이었어.”

비우가 갑자기 생각난 듯 말했다.

“그렇군요. 그럼 가봐야죠. 마침 따로 할 일도 없고, 지금 바로 건너가 볼게요.”

양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빨리 다녀와!”

비우는 손을 내저었다. 그녀는 양준이 자신의 앞에서 조심스러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를 잡지 않았다.

“아마 그쪽에서 한동안 있어야 할 거 같아요. 두 장로께 연단술에 대해 가르침을 좀 받고 싶어서요.”

비우는 그를 힐끗 보고는 킥킥 웃으며 대답했다.

“네 마음대로 해. 지난번처럼 몇 년 뒤에 돌아오고 그러지는 마!”

그녀는 양준이 구실을 대고 잠시 동안 밖에서 지내려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양준은 정말로 두만에게 연단술에 대해 가르침을 받을 생각이었다. 오늘날 그의 연단에 대한 조예는 상당히 깊어, 두만과 거의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만이 깨우치고 있는 절묘한 영진까지 더하면, 단약을 제련하는 면에서는 두만에게 절대 뒤처지지 않았다.

그러나 두만은 평생 연단에 몸 담고 있었던 만큼, 자신만의 독특한 깨달음과 경험이 있을 터였다. 그러한 것들은 모두 세월 속에서 갈고 닦은 것이기에 양준에게는 부족한, 꼭 필요하면서도 소중한 것들이었다.

고마 일족을 소현계에서 데리고 나오려면, 양준의 연단술은 아직 미흡한 점이 있었다. 그는 최대한 짧은 시간 내에 연단술을 향상시킨 다음, 설산으로 돌아가 고마 일족의 봉인을 풀어줄 생각이었다. 고마 일족을 자신의 힘과 버팀목으로 삼는다면, 여태껏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다.

*

비우와 작별한 다음, 양준은 천소종에서 나와 거석성으로 날아갔다.

두 시진이 지나, 그는 거석성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거석성은 예전보다 많이 북적거렸다. 성곽에서 오가는 사람들 중에는 무엇을 하러 왔는지 알 수 없는 외부의 무인들이 많았다.

양준은 다른 이들은 신경 쓰지 않고 곧바로 연단사 협회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가 연단사 협회로 걸어 들어가려는 순간, 맞은편에서 열네댓 살 된 소녀가 부리나케 달려 나왔다. 갈래머리를 한 소녀는 앳되고 귀여운 얼굴이었다. 아직 어린 나이라 신체 발육이 채 되지 않았지만 미인상이었다.

소녀는 양준 앞으로 뛰어오더니 양팔을 벌리고 막아 서며 고개를 번쩍 쳐들고 물었다.

“누구세요? 왜 마음대로 들어오는 거예요?”

양준은 깜짝 놀라 소녀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소녀는 진원 경지 9단계로, 꽤 준수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넌 누구야?”

양준이 되물었다.

연단사 협회의 장기 거주 인원은 두만, 미나 그리고 미나의 사부인 엽웅 세 명뿐이었다.

‘언제 이렇게 어린 소녀가 들어온 거지?’

“그건 왜 물으세요? 여긴 연단사 협회예요. 모르는 건 아니겠죠? 관계자 외에는 모두 출입 금지예요.”

“관계자 외…….”

양준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어린 소녀는 키가 크지 않았지만, 기세가 당당했다.

“흥, 혹시 두 장로님이나 엽 사부님께 연단을 부탁하러 온 건가요? 그런 거라면 한 달 뒤에 다시 오세요. 두 분은 일정이 빽빽해서 당분간 시간이 없거든요.”

소녀는 똑똑한 척하며 넘겨짚었다.

“그렇게 바빠?”

양준은 깜짝 놀랐다.

“물론이죠. 요즘 들어 두 분께 연단을 부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소녀는 마치 사람들이 자신에게 연단을 부탁한 것처럼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이윽고 그녀는 맑은 눈동자를 굴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부탁하려는 단약의 등급이 높지 않으면, 제가 연단해 드릴 수도 있어요.”

“너도 연단할 줄 알아?”

양준은 소녀를 내려다보며 금세 흥미를 가지고 물었다.

“물론이죠. 전 현급 하품 연단사거든요!”

“그래? 정말 대단하구나.”

양준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이리 어린 나이에 현급 하품 연단사라니? 게다가 소녀는 이곳에 온 지 기껏해야 3~5년 정도 되었을 터였다. 아마도 두만이나 엽웅이 데려온 연단사 유망주로, 지금 한창 양성 중인 모양이었다. 3~5년 사이에 현급 하품 연단사가 된 걸 보면, 자질이 출중한 듯했다.

양준의 칭찬을 받은 소녀는 얼굴에 화사한 미소를 떠올리더니, 그를 대하는 태도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어때요? 제가 연단해 드릴게요. 그리고 제 연단 성공률은 8할이나 되거든요.”

“8할? 정말 대단하네. 그럼 보수는 얼마나 받을 거야?”

양준이 아래턱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보수는 필요 없어요.”

소녀가 얼른 대답했다.

“장로님이나 사부님께서 전 아직 연단술을 많이 익혀야 한다고 했어요. 때문에, 모든 기회를 잘 이용해서… 음, 물론 꼭 보수를 주겠다면… 저도 굳이 거절하지 않을 게요. 사실 연단하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거든요. 매번 연단할 때마다 무아(舞兒)는 힘들어서 땀투성이가 된단 말이에요.”

“네 이름이 무아구나.”

양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네!”

양준은 잠깐 침묵하다가 검은 책 공간에서 천급과 현급 중하품 약재를 꺼내 무아에게 건넸다. 이 약재들은 등급이 높지 않아, 가지고 있어 봤자 별 소용이 없었다. 마침 무아에게 줘 연단술을 익히게 하면 될 듯싶었다. 그는 애당초 자신이 연단술을 배울 때, 약재 수집을 위해 무척 고생했던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약재를 본 무아의 눈동자가 반짝 빛났다. 그녀는 약재들을 받아 자신의 건곤대에 넣으며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통령단(通靈丹) 백 알만 제련해 줘.”

양준은 약재를 충분히 꺼내 준 다음 요구했다.

“좋아요. 약재는 충분해요. 하지만 백 알이라면 시간이 좀 필요해요. 한 달 뒤에 다시 저를 찾아오세요. 때가 되면 단약을 드릴게요.”

무아가 기쁘게 대답했다.

“좋아. 이건 네 보수야!”

양준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정석을 조금 꺼내 주었다.

“정말 주는 거예요……?”

무아는 조심스럽게 양준을 훑어보더니 손으로 자신의 꽃무늬 치마를 조몰락거렸다. 그녀는 받고 싶지만, 좀 미안한 느낌이 들어 주저하는 듯했다.

“연단하는 데 힘들잖아. 당연히 보수를 받아야지.”

“그럼… 사양하지 않겠어요.”

무아는 정석을 건네받고는 환하게 웃었다. 그녀는 문득 눈앞의 청년이 두만보다 더 친근하고, 엽웅보다 더 늠름해 보였다. 그녀는 기쁜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럼 한 달 뒤에 이곳에 와서 단약을 가져가세요. 전 지금 당장 가서 연단할 거예요.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게요.”

양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무아가 뛰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

들떠서 달려가던 무아는 한 모퉁이에서 마주 오는 미나와 정면으로 부딪쳤다. 미나는 그녀를 잽싸게 잡고서 나무람 했다.

“계집애, 날마다 뭔 기운이 그리 넘쳐?”

“사저, 이거 보세요!”

무아는 손에 들고 있던 정석을 보여 주었다.

미나는 눈동자를 반짝이더니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리 많은 정석은 어디서 난 거야?”

“건곤대에 더 있어요. 스무 개도 넘게 받았거든요.”

“누가 줬어?”

미나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어떤 남자가요……. 저더러 통령단 백 알을 제련해 달라고 하더니 보수로 정석을 주었어요!”

“백 알이나? 그렇게 많은 통령단이 왜 필요하대? 그리고 너한테 제련해 달라고 했다고?”

“네! 약재도 제 건곤대에 있어요.”

미나는 엄숙한 표정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이상한 놈이네. 눈이 멀지 않았다면, 분명 다른 의도가 있을 거야! 그 사람, 아직 협회에 있어?”

“몰라요… 좀 전까지는 있었는데.”

무아는 미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는 사저가 왜 불쾌해하는지 알 수 없었다.

“알았어. 내가 가 볼게.”

미나는 얼른 밖으로 달려갔다.

무아는 아직 어린 데다 이제 막 연단술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만약 그 사람이 정말 연단하려는 것이라면, 무아에게 부탁할 리가 없었다. 무아는 나이가 어린 만큼 겉보기에 그리 미덥지 않기 때문이었다.

미나는 여인의 직감으로 그 남자가 다른 의도로 무아에게 접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매서운 표정을 하고서 뛰쳐나갔다. 한편 마음속으로 이번 기회에 제대로 혼쭐을 내주어 더는 연단사 협회의 사람들을 만만하게 여기지 못하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미처 입구에 도착하지도 못했는데, 맞은편에서 한 사람이 유유자적하게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두 시선이 마주치자 그 사람이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미나, 오랜만이야!”

미나는 제자리에 멍하니 서서, 넋이 나간 채로 상대방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다.

“양준!”

그러고는 흥분해서 양준에게 뛰어가더니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너, 이 자식 드디어 돌아왔네!”

“그래. 돌아온 지 한 달 정도 됐어.”

“난 또 네가 밖에서 죽은 줄 알았잖아. 지난 몇 년 동안 장로님께서 가끔씩 날 천소종에 보내 네 소식을 알아보게 했어. 물론 줄곧 아무 소식도 없었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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