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840화 (839/853)

제 840장. 수확이 있는 건가?

양준이 단문이 생긴 성급 단약을 제련하자, 대사들은 성급 단약을 돌려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하는 동시에 오래도록 침묵했다.

미나는 한쪽 옆에서 듣고만 있다가 놀라서 넋이 나가 버렸다. 그녀는 이채가 도는 눈동자로 한쪽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회복하고 있는 양준을 바라보며 이를 가볍게 깨물었다. 씁쓸함이 묻어나는 모습이었다.

“녀석… 운이 참 좋구나.”

한참이나 지나서야 상보가 탄식하며 부러움을 표했다.

“그러게. 운이 참 좋군!”

하풍도 맞장구 쳤다.

두만은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그저 운이 좋아서 생긴 일일까?”

“그럼 뭐란 말인가? 단문이나 단운은 연단사마다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일세. 안타깝게도 두 가지 모두 현묘한 것으로 보기 드물지. 아직까지 누구도 단문이나 단운이 생기는 원리를 모른단 말이네. 단문이나 단운이 생기는 단약은 모두 우연적으로 제련된 것일세. 다만… 연단사가 가장 완벽한 상태에서 단약을 제련할 때 단문이나 단운이 생긴다는 것만은 부인하지 않겠네. 이 점만 보아도 녀석은 우리보다 훨씬 더 뛰어난 것일세.”

홍방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맞네. 그때 당시 내가 각성했을 때 제련한 단약도 약 기운이 전혀 낭비되지 않았었네. 난 그걸 자랑으로 여겼는데, 이 녀석과 비교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군.”

공약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몇 사람은 서로 한마디씩 주고받으며 단문이 생긴 것을 모두 ‘운이 좋아서’라고 귀결했다. 두만도 따로 더 말하지 않았다. 운이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연단할 때는 심적 경지가 더 중요했다. 특히 이 성급 단약을 제련할 때, 양준은 영진을 수없이 많이 새겼었다.

두만은 은연중 이 성급 단약에 단문이 생긴 건, 양준이 노력한 결과로 결코 ‘운’으로만 볼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난 뿔이 우뚝하다더니. 그런데 우리 사이 겨룸은 계속할 생각인 건가?”

상보는 보기 드물게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젠 겨룰 필요가 없지 않나?”

하풍이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했다. 양준이 단약을 제련해 내기 전에, 그들은 모두 자신이 제련한 성급 단약에 자신이 있었고, 남이 제련한 것보다 좋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단문이 새겨진 성급 단약 앞에서 그들이 제련한 성급 단약은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단문을 제외하고, 양준이 성급 단약을 제련하는 데 소모한 시간만 봐도 그들이 견줄 수 있는 게 아니기에 당연히 겨룰 필요가 없었다.

대사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자신이 만든 성급 단약을 묵묵히 갈무리했다. 마치 낯부끄러운 물건을 숨기는 듯한 모습들이었다.

*

양준은 자신의 깨달음에 무아지경으로 빠져들었다. 그의 신혼 영체는 텅 빈 공간에 서 있었다. 그곳에는 다른 건 아무것도 없이, 오직 영진들이 옅은 빛을 반짝이며 그의 눈앞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의념을 전하자, 그동안 연단진결에서 탐지해낸 여러 가지 지식과 경험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상상할 수 없는 방대한 양의 지식과 깨달음, 경험, 기법들은 원래 양준의 식해에 파편적으로 기억돼 있던 것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미묘한 연결이 생기면서 양준은 그것들을 하나로 녹아내며 확실하게 각성할 수 있었다.

양준은 그 속에 파묻혀 조금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연단술을 각성하기에 바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는 식해 속에 새겨졌던 연단진결을 온전히 깨닫게 되었다. 이제 더는 이해 불가능한 부분이 없었다. 연단진결 중의 어떤 부분도 이제는 모두 능숙하게 알 수 있었다.

연단술에 대한 그의 이해도 더 높은 경지에 오르게 되었다. 마치 아래쪽에서 연단의 비밀을 우러러보던 그가 한순간에 높은 곳으로 솟구쳐 올라가 내려다보는 것처럼 모든 것을 훤히 꿰뚫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가운데는 단문과 단운의 생성 원리가 포함되어 있었다. 연단의 궁극적 목표인 단문과 단운은 기연과 운으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연단 과정에서 확률을 높일 수 있었다. 단문은 단약의 경맥과 같았고, 경맥이 있어야만 단약을 장기간 보관해도 상하지 않게 할 수 있었다. 단운은 단문이 한 단계 더 높아진 결과였다. 단문이든, 단운이든 모두 천연적인 영진으로 연단진결에서 설명한 많은 영진들의 총집합이었다. 영진들을 교묘한 수단으로 한데 모아 단약에 새기면 단문과 단운이 생길 확률이 높아졌다.

성급 단약을 제련하는 마지막 순간, 양준은 운 좋게 우연히 단문이 생기는 비밀을 각성하게 되었던 것이다. 다만, 단문과 단운이 생기게 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연단할 때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기에 실패할 가능성이 컸다. 때문에, 양준의 운이 좋았다는 대사들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연단진결을 확실하게 깨치게 되면서, 양준은 은연중 자신의 연단술이 한층 더 발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양준은 들뜬 기분으로 천천히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보았다. 눈앞의 모든 것을 확인하고 나서 그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신은 가부좌를 튼 채, 여전히 연단방에 앉아 있었다. 다른 대사들과 미나, 엽웅은 보이지 않았고, 그의 눈앞에는 갈래머리를 한 소녀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를 훑어보고 있었다.

그녀는 양준이 깨어나자 살짝 놀랐는지 저도 모르게 ‘아악!’ 소리를 내었다.

“무아구나. 어떻게 네가 여기 있지?”

양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무아는 콧방귀를 뀌었다.

“왜 전 여기 있으면 안 되나요?”

양준은 빙그레 웃었다. 무아가 왜 자신에게 적의를 보이는지 알 수 없었지만 다시 물었다.

“대사님들은?”

“그분들은 당신이 줄곧 깨어나지 않아, 저 보고 당신을 지키라고 분부하고 돌아갔어요.”

무아는 뾰로통해서 대답했다.

“수고 많았어.”

양준이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쁜 사람… 자신도 연단사면서 왜 저한테 연단을 부탁했어요? 괜히 사저한테 한바탕 놀림을 당했잖아요…….”

무아는 화가 나서 말했다.

“미나가 왜 널 놀려?”

양준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

“저 같은 현급 연단사 나부랭이가 성급 연단사를 도와 연단해 주겠다고 했다고……. 그런데 당신, 정말 성급 연단사인가요?”

무아는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갸웃하고서 의심 어린 눈초리로 양준을 훑어보았다.

“맞아.”

양준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아를 속일 생각은 전혀 없었다.

무아는 한참 입을 삐죽거리다가 말했다.

“믿을 수가 없어요. 성급 연단사가 아닐 거예요. 사저가 나를 놀리려고 속인 게 분명해요.”

“왜 안 믿어?”

양준은 왠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무아는 진중한 표정으로 한참을 생각하다가 고개를 쳐들고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성급 연단사는 흰 수염에… 흰 머리가 있어야 해요. 그런데 당신은 아니잖아요.”

양준은 순간 황당해하다가 너털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무아가 뚱해서 말했다.

“뭐가 웃겨요? 제가 어리다고 쉽게 속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건가요? 사저한테 당신을 혼내 주라고 말할 거예요. 사저는 저보다 엄청 강하거든요. 그리고 당신이 필요하다던 통령단은 시간이 부족해 서른 알밖에 만들지 못했어요……. 나머지는 당신 스스로 방법을 생각해 보세요. 약재도 다 돌려드릴게요.”

“돌려줄 필요 없어. 네가 남겼다가 그냥 연습해. 통령단은 수련하는 데도 도움이 되니까. 지금 네 경지에 맞기도 하고.”

양준은 손을 내저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검은 책 공간에서 현급 재료를 모두 꺼내 주었다.

“이것도 다 줄게. 남겨 둬도 나한텐 필요 없거든.”

무아는 원래 단칼에 거절할 생각이었다. 미나는 그녀에게 이유 없이 남의 선물을 받아서는 안 된다느니, 이유 없는 친절은 너의 것을 빼앗으려는 의도가 아니면 도둑이라느니 등등 교육을 자주 했었다. 눈앞의 남자는 늠름하고 반듯해 보였지만, 좋은 사람이라고 확정지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거절하기도 전에, 눈앞에 약재들이 무더기로 쌓여 갔다. 무아는 저도 모르게 입이 동그랗게 된 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약재들은 등급이 높지 않았지만, 모두 현재 그녀가 필요로 하는 것들이었다. 단약으로 만들어 자신이 복용하든지, 내다가 팔든지 모두 적지 않은 재산이 될 터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들로 단약을 제련하면 연단술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목구멍까지 밀려왔던 거절의 말들을 도로 삼켜 버렸다.

점차 눈앞의 재료는 산처럼 쌓였지만, 양준은 여전히 끊임없이 재료를 꺼내고 있었다. 무아는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한참이나 지나서야 양준이 말했다.

“이게 다야. 건곤대가 몇 개 더 있어야 다 담을 수 있을 거야. 사저나 사부님을 찾아 건곤대 몇 개를 더 달라고 해.”

“네!”

무아는 멍하니 기계적으로 대답했다.

양준은 웃으면서 그녀의 머리를 다독이고는 돌아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

양준이 자리를 뜬 다음에야, 무아는 번쩍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두 손으로 치맛자락을 잡고서 건곤대를 가지러 밖으로 달려 나갔다.

*

두만은 방 안에서 눈을 감고서 단정히 앉은 채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그날 양준이 연단할 때의 모든 움직임과 허공에서 반짝이던 서로 다른 영진도가 떠올랐다. 생각할수록 심오하고 현묘했다.

이때, 문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두만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신식을 펼쳐 탐지했고, 찾아온 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들어오게나.”

양준이 문을 열고 들어와 공손하게 예를 올렸다.

두만은 빙그레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양준을 맞이했다. 다시 자리에 앉은 다음, 그는 양준에게 찻물을 따라주며 물었다.

“이번에는 수확이 있는 건가?”

“수확이 많습니다. 장로님과 여러 대사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만약 대사님들이 연단하는 모습을 관찰하지 않았다면 저 또한 이번 기연을 얻지 못했을 겁니다.”

양준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과분한 말일세. 우리가 연단하는 것을 보면서 깨달음을 얻은 건 자네 재주네. 그때 당시 엽웅과 미나도 현장에 있었지만, 그들은 그런 깨달음을 얻지 못하지 않았나. 그렇게 많은 수확을 얻을 수 있는 건 자네뿐일세.”

두만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대사님들은요?”

양준은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다른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들 돌아갔다네. 그들이 이곳에 온 것도 원래는 나와 함께 짐승 가죽에 새겨진 영진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서였지. 이미 소원을 이뤘고, 이곳에서 보름을 더 기다렸지만 자네가 깨지 않아서 먼저들 돌아갔다네.”

“직접 감사의 인사를 드리려고 했었는데.”

양준이 애석해하며 말했다.

대사들은 연단할 때, 자신의 연단기법을 전혀 숨기지 않고 그대로 모두 보여주었다. 이는 불전(不傳)기법을 그의 눈앞에 훤히 드러내 보이는 것과 같았기에, 양준은 감격해 마지않았다.

“나중에 기회가 있을 거네. 그 노친네들은 다들 뻔뻔스럽거든. 앞으로 우리 거석성으로 자주 찾아올 걸세. 그때 다시 만나 인사하면 되네.”

두만이 웃으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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