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841화 (840/853)

제 841장. 사실대로 대답하게나

한동안 이야기를 나눈 뒤, 두만은 양준이 제련한 단문이 생긴 성급 하품 단약을 정중하게 돌려주었다. 성급 단약은 대사들이 그동안 견학용으로 보다가 양준이 줄곧 깨지 않자, 두만이 보관하게 되었다.

양준은 단약을 가볍게 받아 쥐었다. 그의 얼굴에는 뭔가를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연단진결을 온전히 각성해 연단술이 향상되어서인지 자신이 제련한 단약을 손에 쥐는 순간, 그는 따로 살펴볼 필요가 없이 단약 내부의 각종 정수와 흔적을 뚜렷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마치 단약이 자신의 일부분이 된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연단의 결정적 순간에 불현듯 많은 영진을 새기던데… 혹시 단문의 생성과 연관이 있는 겐가?”

두만이 물었다.

양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정한 연관이 있습니다. 단문의 생성에 대해 모든 이들은 운이라고 생각하지만, 제 생각에는 정묘한 기법으로 단문이 생기는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영진들을 새겼던 것입니다.”

“단문이 생길 확률이라? 그렇다면 확률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가?”

두만은 눈앞이 밝아지는 것 같아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만약 단문을 생기게 하는 방법이 확실하게 유효하다면, 통현대륙 전체의 연단술은 놀랄 만한 변혁이 일어날 것이다. 또한, 단문이 생기면 연단 재료들은 원래보다 몇 배에 달하는 효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양준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최선을 다한다고 할 수밖에. 그리고 아직은 조금밖에 각성하지 못한 지라… 저도 어떤 곳에서 얻은 먼 옛날의 성급 단약에서 이런 단서들을 탐지한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 대사님들의 연단기법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뜻밖에 정말로 단문이 생긴 성급 단약을 제련하게 되었고요.”

“먼 옛날의 성급 단약이라고? 자네는 어떻게 그게 먼 옛날의 것인 줄 알았는가?”

두만의 얼굴빛이 급변했다.

“그 단약에는 단문이 아니라… 단운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약 기운을 통해 적어도 몇천 년을 넘긴 단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두만은 한껏 숨을 들이켜고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단운이 있는 성급 단약이라니… 그건 지금 어디에 있는 건가? 나한테 좀 보여주면 안 되겠나?”

양준은 머리를 긁적이며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복용했습니다.”

“뭐… 자네가 복용했다고?”

두만은 입을 딱 벌렸다.

“하마터면 육신이 팽창해 폭발로 죽을 뻔했습니다.”

양준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때 성급 단약을 복용했던 광경을 떠올리자, 지금도 당시 두려움 때문에 몸을 흠칫 할 정도였다. 하지만 바로 그 성급 단약 덕분에 그의 식해 속 오색 온신련은 육색 온신련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

“어이쿠, 그 아까운 걸! 단운이 생긴 먼 옛날 성급 단약을 복용하다니? 그건… 정말 낭비란 말일세!”

두만은 안타까운 나머지, 자신의 허벅지를 찰싹 쳤다. 그는 마치 자신이 아끼는 보물을 양준이 망친 것처럼 애석해했다.

양준은 두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연단술이 일정한 경지에 오르면 완성품 단약에서 연단할 당시 연단사의 기법과 경지를 탐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오래전 실전했던 연단의 비밀도 캐낼 수 있었다. 양준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성급 단약의 약 기운을 직접 몸으로 느끼려 했었던 것이다. 그러니 두만이 그 사실을 알고 안타까워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한참을 속을 끓이던 두만은 그제야 심호흡을 해 마음을 진정시키고서 탄식했다.

“자네가 명줄이 길어서 다행이지, 아니면 정말 잘못될 수도 있었네.”

단운과 단문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 있었다. 단문은 단약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상하지 않게 하는 기능만 있지만, 단운은 천지의 영기를 흡수해 약 기운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몇천 년이나 내려온 성급 단약이면, 단운의 도움을 받아 그 속에 내재된 약 기운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했을 터였다. 양준이 그것을 복용하고도 죽지 않은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그 오래된 성급 단약에서 뭘 각성했었는가?”

두만이 간절하게 물었다.

“단운에는… 인위적인 흔적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며칠 전 연단할 때, 저도 많은 영진을 새겼던 것입니다. 지금 와서 보면, 단문과 단운의 생성을 촉진할 수 있는 건 확실하지만, 확률은 높지 않은 듯합니다.”

양준은 눈썹을 찌푸리고 말했다.

“생기게 할 수 있으면 된 걸세. 잘 연구해 보게나. 정말 제대로 연구해 낸다면, 연단계 전체에도 커다란 충격을 줄 것이네. 도움이 필요하면 꼭 말하게나.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꼭 돕겠네.”

두만은 생기가 넘치는 모습으로 말했다.

“고맙습니다. 때가 되면 장로님의 도움이 꼭 필요할 겁니다.”

양준은 정색하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두만은 갑자기 무엇인가를 떠올렸는지 자신의 건곤대를 뒤지고는 금빛이 반짝이는 명패를 꺼내 양준에게 건네며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아, 그리고 이건 자네의 새로운 신분 명패네. 원래 자네 명패는 영급 하품으로 되어 있지 않나? 이제는 자네도 성급 연단사가 되었으니 이것도 바꿔야 하네.”

“필요 없습니다… 전 괜찮습니다.”

“나도 자네가 이런 걸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네. 하지만 거석성 연단사 협회 주인으로서 반드시 이 명패를 자네에게 주어야겠네. 만약 자네가 동의한다면, 이 소식을 연단사 총회에 보고할 생각일세! 그 사람들이 우리 거석성에 이리 젊은 성급 연단사가 나타난 줄 알면, 아마 놀라서 눈이 튀어나올 걸?”

두만은 마치 그 사람들의 놀란 모습을 직접 본 것마냥 통쾌하게 웃었다.

“연단사 총회에 보고할 것까지는 없지 않습니까? 높은 등급의 연단사는 어디에서나 존경받고 일 처리가 편리하다지만, 동시에 많은 번거로움도 따라올 것입니다……. 시간을 많이 낭비할 수 있기에 전 날마다 사람들이 찾아와서 연단을 부탁하는 것이 싫습니다.”

양준이 얼굴을 찡그린 채 말했다.

두만은 어두운 표정으로 잠깐 침묵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한 가지만 물을 테니, 사실대로 대답하게나.”

두만의 엄숙한 표정에 양준은 저도 모르게 진지해졌다.

“얘기하십시오.”

“평생 연단술에 이바지할 생각은 없나? 오늘날 자네의 활약상을 보아서는 훗날 반드시 이 대사의 높이에 오를 수 있을 것 같네만. 자네의 재능과 자질을 그대로 썩히는 게 정말 아깝군.”

양준은 싱긋 웃더니 잠깐 생각하고서 대답했다.

“장로님…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하기에 숨기지 않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무도의 정상을 추구할 뿐, 연단술은 그저 보조 수단에 불과합니다. 하나는 주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차적인 것이죠……. 지금도 제 대답은 여전합니다.”

두만의 표정이 암담해졌다. 매우 낙담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무도의 정상으로 가는 길에 연단술은 저에게 많은 이점과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때문에 저는 앞으로 무도를 수련하면서 연단술도 함께 향상시킬 것입니다.”

두만은 미간을 찌푸리고 가볍게 탄식했다.

“두 가지를 모두 수련하면, 그중 한 가지는 결국 한쪽으로 밀려나 부차적인 것이 되기 마련이지……. 하지만 자네가 아직 젊은 만큼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네. 좋아. 내가 몇 년이라도 더 오래 살면서 자네가 무도를 수련하는 동시에 연단술도 정상에 오를 수 있을지 지켜보겠네.”

말을 마친 그는 마치 마음속 응어리가 해소된 듯이 호탕하게 웃었다.

양준도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장로님, 그럼 기다려 주십시오.”

“좋네. 자네의 연단사 등급에 대해서는 연단사 총회에 보고하지 않을 걸세. 대신 한 가지 요구를 들어 주게나.”

“무슨 요구입니까?”

“무아를 만나봤나?”

두만은 대답 대신 되물었다. 이에 양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던가?”

“자질이 출중합니다. 무도나 연단술 모두 일반인보다는 월등히 높습니다.”

두만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네. 우리 연단사 협회에 장기적으로 거주하는 사람은 몇 되지 않네. 평소엔 엽웅과 미나뿐이지. 엽웅은 우매해 충분한 기연이 있다고 해도 아마 평생 성급 연단사에 오르기는 힘들 걸세. 미나는 사부보다는 좀 낫지만 아마도 나를 넘어서기는 어려울 듯하네……. 그래서 난 무아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네.”

“장로님의 뜻은…….”

“허허! 틈이 나는 대로 자네가 무아를 좀 가르쳐 주게나. 자네 연단술을 그리 썩히는 게 난 어쩐지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거 같구먼.”

“장로님, 어찌 그런 말씀을!”

“무아가 자네를 사부로 모시면 어떻겠나?”

“전 아직 어려서 제자를 거둘 자격이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해야 할 일도 많아서요, 아마 무아를 보살필 겨를이 없을 듯합니다. 장로님의 말씀대로 제가 무아와 많이 교류하겠습니다.”

“그래도 되네… 강요하지는 않겠네.”

양준은 두만의 제안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무인으로서 계속해 밖에서 돌아다니다 보면 항상 생명의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었다. 만에 하나 어느 날 양준이 갑자기 죽기라도 하면, 그가 깨우치고 있는 연단술은 그대로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두만은 그런 상황을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때문에 양준이 무아에게 많이 가르쳐 주기를 바랐다.

두만의 요구를 승낙한 다음, 양준은 곧바로 천소종으로 돌아가지 않고, 미나를 천소종에 보내 잠시 동안 연단사 협회에 머무를 것이라고 알렸다. 아직 양준의 연단술은 조금 더 향상되어야 했다. 성급 중품까지는 한 끗 차이가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양준은 협회에 머무르는 동안, 자신이 깨우친 연단술을 하나도 숨기지 않고 미나와 무아에게 성심껏 가르쳐 주었다. 때때로, 엽웅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찾아와서 그의 가르침을 같이 듣기도 했다.

그러던 와중 양준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자신은 빠르게 각성할 수 있었던 영진들이 그들에게는 너무나 심오하고 복잡했던 것이다. 그가 직접 가르쳐 주어도 세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그리고 그는 한참 동안 생각해 보고 나서야 의문을 풀 수 있었다. 자신이 영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연단진결이 식해에 새겨져 있는 덕분에 각종 비밀을 탐지하는 순간, 손금 보듯 훤히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달랐다. 그들은 처음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배워야 했다.

무아는 나름 괜찮았다. 그녀는 아직 연단술을 접촉한 시간이 길지 않았고 수용력이 높았다. 미나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그러나 엽웅은 벽창호에 가까웠다. 어떤 경우, 양준이 아무리 설명해도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두세 번 정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엽웅은 부끄러워 더는 찾아오지 않았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양준에 대한 무아의 태도도 점차 바뀌었다. 원래는 적의를 품고 있었지만, 점차 양준을 좋아했고 심지어 숭배하기까지 했다.

무아는 힘이 넘쳐 온종일 빨빨거리며 다녔다. 그녀의 머릿속은 별의별 기묘한 생각들로 넘쳐났다. 양준은 간혹 그녀가 무심코 내던진 말에서 수확을 얻을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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