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842화 (841/853)

제 842장. 설산으로 돌아가다

어느덧 석 달이 지나갔다.

그동안 양준은 연단사 협회에서 무아와 미나를 가르치는 한편, 자신의 연단술을 높이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또한 무아가 눈에 띄게 성장하자, 양준은 점점 더 전력을 다해 그녀를 양성했다. 그 또한 영리하고 조금만 가르쳐도 금방 알아듣는 무아가 무척이나 자랑스러웠다.

어느 날, 단약방에서 바삐 보내던 양준은 문득 기척을 감지하고 하던 일을 멈췄다. 두만이 걱정 어린 모습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세 사람은 얼른 예를 올렸다.

두만은 손을 내젓더니 말했다.

“당분간은 급한 일이 없으면, 밖에 나가지 말라고 말해주러 왔다.”

“무슨 일 있나요?”

미나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요즘 밖이 평온하지 않아… 나갔다가 괜히 번거로운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거 같아.”

두만이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번거로운 일이요?”

미나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계속해 물었다. 그리고 두만이 대답하기도 전에 양준이 눈썹을 찌푸린 채 덧붙여 물었다.

“요즘에 거석성으로 몰려드는 외부인들과 연관이 있습니까?”

두만은 놀라서 양준을 힐끗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맞네. 자네도 알아챈 모양이구먼. 몇 달 전부터 거석성에는 외부인들이 적지 않게 머물고 있다네. 무언가를 알아보는 듯한데, 요즘 들어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네.”

양준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는 연단사 협회에서 나가지 않았지만, 신식을 펼쳐 거석성을 탐지하고 있었다. 때문에, 어떤 변화도 그의 신식의 탐지를 벗어날 수 없었다. 각 세력의 외부인들은 수시로 거석성에 찾아와 생활 물자 또는 수련 물자를 산 다음, 서둘러 떠나는 것이 뭔가 예사롭지 않았다. 특히 요 근래에는 외부인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거석성을 경유지로 삼아 한동안 머물다가 떠나곤 했다. 그리고 다들 설산 쪽으로 가는 듯했다.

양준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고 다시 물었다.

“혹시 구체적인 소식은 모릅니까?”

두만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고월동천의 염정(冉靜)과 라생문의 모달(毛達)이 찾아와서 피독환(辟毒丸) 몇 알을 부탁했다네. 한마디 물었더니, 설산에 깊이 들어가 무언가를 찾는데, 피독환은 위험에 대비하는 거라고 하더군……. 아마도 찾는 물건이 극독과 연관이 있는 모양일세.”

피독환을 복용하면 독소의 침입을 막을 수 있었다. 특히 두만 정도의 연단대사가 제련한 피독환은 거의 모든 독극물을 막을 수 있었기에, 가격이 어마어마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양준은 고월동천의 염정과 라생문의 모달에 대해 들어서 알고 있었다.

거석성을 중심으로 근처에는 천소종, 뇌광신교, 고월동천, 라생문 등 네 개의 큰 세력이 있었다. 양준은 그중 뇌광신교에서 초대 연단사로 있기도 했었다. 또한 애당초 양준이 처음 거석성에 도착했을 때, 두만은 그에게 네 세력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었다. 그중 천소종이 가장 강하고, 나머지 세 세력은 모두 고만고만한데 입성 경지 고수가 없다고 했었다. 염정과 모달은 이전에 죽은 뇌광신교의 교주 하성음과 실력이 비등했고, 모두 초범 경지 3단계였다.

수많은 외부인들이 설산으로 몰려들었을 뿐만 아니라, 근처의 고월동천과 라생문까지 끼어들었다. 양준은 두만의 말에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의 낯빛이 수시로 변하더니 신식이 미친 듯이 밖으로 퍼져 나가며 신혼사선으로 변해 천 리 밖까지 뻗어갔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 양준은 놀란 표정을 짓더니 신식을 거두어들이는 한편 눈빛이 어두워졌다.

“장로님, 저 밖에 다녀오겠습니다.”

양준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외부인들이 찾는 것이 혹시 자네와 연관이 있는 겐가?”

두만은 깜짝 놀랐다. 방금 전, 그는 세 사람에게 밖에 나가지 말라고 특별히 당부했다. 그런데 지금 양준이 밖에 나가 보겠다고 하자, 그는 잠깐 생각한 끝에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챈 것이다.

양준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저와 연관이 없었으면 싶지만, 보아하니 정말로 저와 연관이 있는 듯합니다.”

두만은 망연하게 양준을 바라보다가, 한참 뒤에야 나지막하게 당부했다.

“그럼 안전에 주의하게나. 기왕이면 먼저 천소종에 돌아가 자네 사숙들과 의논해 보게. 사숙들이 보호해 준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네.”

“네, 알겠습니다.”

양준은 아무렇게나 대답하고는 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양준이 떠난 다음에야 두만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진작 알았으면 말하지 않았을 텐데…….”

미나는 눈썹을 잔뜩 구기고서 물었다.

“이번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그리고 양준과는 또 무슨 연관이 있는 건가요?”

“나도 모르지… 그저 양준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

두만은 괜히 후회되었다. 진작 이럴 줄 알았다면, 염정과 모달에게서 사실을 좀 더 상세하게 알아봤을 것이다. 두 사람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을 보면, 분명 더 많은 내막을 알고 있을 터였다.

*

연단사 협회에서 나온 양준은 곧바로 설산 쪽으로 번개같이 날아갔다. 그는 두만에게서 들은 소식과 자신의 탐지를 통해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다만 일이 이처럼 극적으로 발전할지는 생각지도 못했을 뿐이었다.

양준은 사람이 없는 곳에 이르러, 풍뢰우익을 펼치고 구름층에 뛰어들었다. 다시 신식으로 온몸을 감싸자 누구도 그를 발견할 수 없었다. 아래쪽에는 때때로 무인들이 보였다. 그들은 차가운 바람을 맞받아 앞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사흘 뒤, 양준은 설산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끝없이 펼쳐진 우뚝 솟은 설산은 은빛 단장을 하고 있었다.

양준은 신식을 펼쳐 탐지하다가 곧바로 미약한 반응을 감지하게 되었다. 그는 씩 웃고는 그쪽 방향으로 날아갔다. 다시 반나절이 더 지나, 양준은 흰 산봉우리에 몸을 숨기고서 멀리 한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쪽 방향에는 적지 않은 무인들이 모여 있었는데, 적어도 몇천 명 정도는 되어 보였다. 모두 그동안 거석성을 거쳐 이곳에 온 이들이었다. 몇천 명 가운데서 특별한 신혼 파동이 은연중에 양준과 미묘한 연결이 있었다.

양준은 그쪽 방향으로 전음을 보냈다.

*

그 시각 한 장막 안,

신유 경지 무인 몇 명이 운기 조식하며 회복하고 있었다. 비록 다들 실력이 신유 경지에 이르렀지만, 이처럼 추운 곳에서는 진원의 소모가 어마어마해 오랜 시간 있으면 견디기 힘들었다.

그중 좌선하고 있던 한 청년의 낯빛이 바뀌더니 눈을 번쩍 떴다. 동시에 그의 온몸의 기운이 어지러워졌다.

그의 이상함을 눈치챈 다른 이들이 눈을 뜨고서 청년을 바라보았다. 청년은 무슨 무시무시한 일에 맞닥뜨렸는지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다.

“류귀, 무슨 일이야?”

왼쪽에 있던 사람이 급히 물었다.

류귀는 그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낯빛이 여러 번 바뀌더니, 한참이나 지나서야 얼굴을 찡그리고 말했다.

“아무 일도 없어. 다들 먼저 회복하고 있어. 잠깐 나갔다 올게.”

“지금 나가겠다고? 내일은 그 사람의 단서를 찾기 위해 주변을 뒤져야 한단 말이야. 너 지금 기력을 회복하지 않으면 내일 어떻게 버텨 내려고?”

누군가 다급하게 말했다.

그러나 류귀는 대답도 없이, 진작 종적을 감추고 사라진 지 오래였다. 장막 안의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더는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같은 세력 출신이기에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류귀는 원래 자질이 평범해 경지도 다른 사람보다 몇 단계는 뒤처져 있었지만, 지난 2년 동안 어찌 된 영문인지, 그의 실력이 갑자기 눈에 띄게 향상되더니 이젠 그들과 같은 신유 경지 정상이 되었다.

이번에 그들은 십몇만 리 밖의 설산에 와서 사람을 찾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설산이 끊임없이 이어져 있는 험준한 지형인 데다, 누구도 그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느 곳에 숨어 있는지 알지 못했고, 심지어 그 사람이 설산에 있는 게 확실한 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

류귀는 한참이나 설산을 누비고 나서야,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의 지시대로 널찍한 장막 밖에 다다랐다. 이 장막은 다른 장막과 달리 호화로웠고 밖에는 아름다운 빛이 흐르고 있었다. 장막 안에 정묘한 진법을 친 게 분명했다. 주변의 영기도 끊임없이 장막 안으로 흘러들고 있었다. 다만 신경 쓰이는 것은 장막 안에는 초록빛 기운이 흐르고 있었는데, 은연중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와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였다.

류귀는 장막 밖에 서서,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그는 조심스럽게 주위를 몇 번 더 둘러보고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자, 겨우 용기를 내어 입을 열려 했다. 바로 이때, 장막에 별안간 틈이 생기더니 커다란 손이 뻗어 나와 류귀를 와락 잡아챘다.

신유 경지 정상이라도 이 순간에는 어떤 반항할 힘도 없었다. 류귀는 죽음의 기운이 덮치는 것 같아 온몸을 떨었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낄낄거리는 야릇한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초록색 기운으로 온몸을 감싼 사람이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초록색 눈동자에는 종잡을 수 없는 빛이 번뜩이고 있었는데, 그 눈빛을 마주하자 류귀는 그만 등골이 서늘해졌다.

“대담한데, 감히 내 장막 밖에서 탐지할 생각을 하다니! 말해 봐, 어떻게 죽을래? 네 요구를 만족시켜 줄 테니까.”

초록색 기운에 감싸인 사람이 비릿하게 웃으며 여유 있게 말했다.

류귀는 창백해진 얼굴로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무겁 대인,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저는 뭔가를 탐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런데 왜 내 장막 밖에서 어슬렁거리는 거야? 너희 문주 조관의 명령을 받은 건 아니지?”

무겁이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아닙니다. 저는 다른 분의 부탁을 받고 말을 전하러 왔을 뿐입니다.”

류귀는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서 급히 대답했다.

“부탁을 받았다고? 그게 누군데?”

무겁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건…….”

류귀는 더듬거리며 감히 그 사람의 신분을 말하지 못했다.

무겁이 냉소를 지으며 다그쳤다.

“그 사람이 너 보고 무슨 말을 전하라고 하던?”

류귀는 얼른 대답했다.

“그분께서… 대인을 만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공간’이라는 두 글자를 말하면 대인께서 그분이 누구신지 알 거라고 했습니다.”

류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무겁의 낯빛이 변했다. 그는 손을 휘저어 장막 안에 설치한 모든 금제를 열어 외부의 모든 탐지를 막아 버렸다. 그러고는 미간을 잔뜩 구기고 류귀를 지켜보며 나지막하게 물었다.

“어떻게 그분과 연락이 되는 것이냐?”

류귀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말하지 않으면 안 될까요?”

“네 생각에는?”

무겁이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지켜보았다.

류귀는 한숨을 내쉬고는, 하는 수 없이 있는 대로 다 털어놓았다.

무겁은 류귀가 어떻게 양준과 연락이 되고, 또 어떻게 양준의 명령을 듣게 되었는지 알게 되자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류귀는 그 웃음소리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는 자신의 신혼이 몸 밖으로 빠져나갈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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