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련전봉-849화 (848/853)

제 849장. 양준이 돌아오다

양준의 자질로 뜻밖의 변고가 없으면, 성급 중품 단약을 제련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은 확실했다. 다만 그가 밖에서 변고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고마 일족은 소현계에 봉인돼 있기에 어떤 도움도 줄 수가 없었다.

“아직 연단술이 요구에 미치지 못했다 해도, 시간이 있으면 문안 인사라도 하면 얼마나 좋아!”

려용이 원망하는 말투로 한마디 했다.

사실 양준이 다시 소현계로 들어오는 방법은 무척이나 간단했다. 관노를 찾기만 하면, 이곳에 마음대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떠날 때는 려용 일행이 도울 수 있었다. 때문에 려용은 양준이 왜 이리 오래도록 소식 하나 없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화묵은… 양준이 아마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하던데요.”

“네 생각에는?”

려용이 고개를 돌려 한비를 바라보았다.

“전 양준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 애당초 떠날 때, 몰래 그렇게 많은 정석을 남겨 두었잖아요. 그러니 절대로 매정한 사람은 아닐 거예요. 그리고 아예 돌아올 생각이 없었다면 그 물건들을 남겨 둘 필요가 없었죠. 우리에게 정석을 남겨준 것은 그동안 실력을 높여, 언젠간 우리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을 때 자신을 도울 수 있는 큰 힘이 되기를 바라서가 아닐까요.”

한비는 일말의 고민도 하지 않은 채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려용은 입을 오므리고 미소를 지었다.

“나도 너와 같은 생각이야. 화묵은… 아직 양준에 대해 잘 몰라서 의심할 수도 있지.”

한비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더니 문득 들떠서 말했다.

“그가 남겨준 정석과 단약 덕분에 그동안 일족의 경지가 빨리 향상되었어요. 심지어 입성 경지에 이른 지배자가 두 명이나 늘었잖아요. 그리고 저와 화묵도 곧 경지를 돌파할 것 같아요.”

“그래, 정말 고마운 일이지.”

려용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양준은 떠나면서 대량의 정석과 자신이 제련한 단약들을 남겨주었다. 그것들은 모두 고마 일족에게 필요한 것들이었다. 오랫동안 이곳에 봉인돼 있다 보니, 그들의 정석은 이미 바닥 나 있었고, 단약은 제련할 줄 몰라 영초, 영약을 채집해서 직접 복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단약을 복용한 덕분에 그 효력이 훨씬 더 좋았다.

“새로 진급한 지배자들은 경지가 다져졌어?”

려용이 관심 어린 말투로 한마디 물었다.

“이미 탄탄하게 다져진 듯합니다. 화묵이 줄곧 옆에서 입성 경지의 여러 가지 현묘함을 가르쳐 주고 있고, 그들의 이해력도 좋습니다.”

“잘됐군…….”

“이제 돌아가요. 여긴 바람이 너무 세군요.”

“그래.”

려용은 담담한 눈빛으로 하늘을 한 번 더 바라보고서 한비를 따라 뒤돌아섰다.

바로 이때, 하늘에서 갑자기 ‘우지직’ 소리가 들려왔다. 두 여인은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서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순간 그녀들의 눈동자가 떨리면서 얼굴에는 기쁨이 넘쳐흘렀다.

하늘에서 붉은빛이 번쩍 나타나더니 마신성에서 몇십 리 떨어진 곳으로 떨어졌다. 두 사람은 그 붉은빛 가운데서 익숙한 그림자를 어렴풋하게 볼 수 있었다. 이내 려용과 한비는 서로 마주 보다가 곧바로 빛으로 변해 날아갔다. 이와 동시에 마신성의 어느 한 곳에서 새로 진급한 두 지배자에게 입성 경지의 깨달음을 가르치던 화묵 또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는 신식을 방출해 한동안 감지해 보더니 흥분한 표정으로 나지막하게 소리쳤다.

“나와 같이 가세!”

그러고는 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새로 진급한 두 지배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화묵의 뒤를 바싹 따랐다.

마신성의 날씨가 급변했다.

고마 일족은 서로 다른 위치에 서서 이변이 발생한 방향을 바라보았다. 지배자들이 모두 출동한 것을 보자, 그들은 수군덕거리기 시작했다. 매번 관노가 사람을 붙잡아 들여보낼 때마다 이런 광경이 나타났었다. 외부인이 소현계에 들어온 게 분명했다. 지배자들은 지금 이 일을 처리하기 위해 가는 것일 터였다.

‘그런데 이번에 들어온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지배자 다섯 명이 모두 출동하는 거지?’

고마 일족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오직 완아만이 흥분해서 주먹을 꼭 쥐고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돌아왔어! 양준이 돌아왔어! 이젠 밖으로 나갈 수 있어!”

양준과 대마신 사이의 관계에 대해, 지배자들 외에는 완아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녀는 이번에 소현계에 들어온 사람이 양준일 거라고 확신했다. 관노는 양준 외에 아무도 이곳으로 들여보내지 않을 것이었다.

몇십 리 밖,

양준과 무겁은 붉은빛을 따라 착지했다. 곧이어 양준은 강한 기운 몇 갈래가 이쪽으로 신속하게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이리 급히 달려오는 걸 보니, 엄청 기다린 모양이군!’

이상하게도 이쪽으로 다가오는 사람은 입성 경지 다섯 명이었다. 게다가 려용이나 한비 모두 실력이 현저하게 향상된 듯했다.

무겁도 강한 기운을 감지하고서 그들의 경지를 확인하고는 저도 모르게 낯빛이 변했다.

“이곳은 어디입니까?”

“소현계입니다. 저와 함께 가죠.”

양준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고는 무겁을 불렀다.

무겁의 얼굴빛이 다시 바뀌었으나 더 묻지 않고 양준의 뒤를 바싹 따랐다. 그는 이곳이 소현계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다. 그는 자신이 양준에게 이끌려 핏빛 관에 들어갔던 것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세상 사람들이 오래도록 궁금해하던 관을 멘 사람의 등에 있는 핏빛 관의 비밀이 소현계란 말인가? 또한 소현계의 기운도 신경 쓰였다. 이곳에는 수많은 마족들이 살고 있는지, 천지간의 기운에는 마기가 배어 있었다.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고수 다섯 명의 마기는 더욱 짙었다.

‘구천성지의 새 성주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거지? 내가 엄청난 곳에 온 건가?’

무겁은 원인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다.

잠시 뒤, 아름다운 그림자 두 개가 먼저 하늘에서 내려와 양준의 눈앞에 섰다.

“주인!”

려용은 다급하게 양준을 불렀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이채가 반짝이는 것이 아마도 양준이 정말 찾아올 줄 몰랐던 모양이었다. 방금 전까지도 그녀는 한비에게 양준이 문안 인사 하나 없다고 불평했었는데, 지금 이렇게 눈앞에 나타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한비가 주인을 뵙습니다!”

한비는 변함없이 차갑게 인사를 건네는 동시에, 눈동자는 양준의 곁에 서 있는 무겁을 훑어보고 있었다. 무겁은 그녀의 눈빛에 저도 모르게 긴장감을 느꼈다. 그러자 그의 몸 밖을 감싸고 있던 초록빛 기운이 불안정해지며 뱀의 혀처럼 날름거렸다. 그는 안정감을 찾으려는 듯이 슬쩍 양준의 곁으로 다가섰다.

이때, 화묵이 새로 진급한 지배자 두 명을 거느리고 달려왔다. 그는 양준을 보자 눈물까지 보일 듯한 모습이었다.

“드디어 돌아왔군요. 결코 우리를 버리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양준이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당신들을 데리고 나가겠다고 약속한 이상, 결코 약속을 어기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보십시오. 이리 찾아오지 않았습니까!”

한비는 화묵을 흘겨보며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날마다 내 귓전에 대고 주인이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푸념하던 사람은 누구더라?’

“입성 경지가 두 명이나 늘었군요?”

양준은 화묵의 뒤에 서 있는 두 사람을 훑어보며 말했다. 어딘가 낯익었지만 이름을 알 수 없었다.

“주인을 뵙습니다!”

두 사람이 얼른 공수했다.

려용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주인이 남겨둔 물자 덕분에 이 두 사람이 오늘의 성취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이 아이는 단아고, 이 아이는 혈극(血戟)입니다.”

한비는 눈동자에 이채를 띠더니 양준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소리쳤다.

“주인의 성장 속도가 정말 빠르군요. 벌써 초범 경지 3단계라니… 이곳에서 나간 지 꽤 오래되었나요?”

그녀의 말에, 려용과 화묵도 양준의 경지를 탐지해 보더니 순간 놀라는 동시에 못내 기뻐했다.

“그리 오래 지나지 않습니다. 아마 5~6년 정도 됐을 겁니다. 지금 당신들과 한가하게 이야기할 시간이 없습니다. 걸어가면서 이야기합시다.”

양준은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려용 일행은 그의 모습에 덩달아 숙연해졌고, 은연중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인지했다. 마신성으로 가는 길에, 려용은 무겁을 힐끗 보더니 양준에게 다가가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주인, 이 분은 누굽니까?”

양준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밖에서 사귄 친구입니다. 구체적인 상황은 이따가 저 사람에게 물어보세요. 이번에 저는 연단하러 왔습니다.”

“연단요? 그러니까…….”

려용이 엉겁결에 소리쳤다.

“네. 지금 어떤 이들은 관노 선배를 찾고 있고, 어떤 이들은 저를 죽이려고 쫓아오고 있습니다. 때문에 될수록 빨리 당신들을 데리고 나가려고 합니다. 아니면 일이 매우 번거로워질 수도 있습니다.”

“누가 감히 그런 짓을 합니까?”

려용의 기운이 순식간에 흉폭하게 변했다.

“설리라는 마장입니다. 아주 오래전에 무의식중에 마신의 금빛 피를 얻었던 모양입니다. 지금은 저의 피를 눈독들이고 있습니다.”

양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 대답했다.

“마장이라고요? 그럼 오늘날 마족의 마장은 어떤 수준인지 한 번 만나봐야겠군요!”

한비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기회가 있을 겁니다.”

양준은 그녀를 바라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몇 사람이 나란히 걸어가고 있을 때, 무겁은 살짝 뒤처져 조용히 이곳의 지형과 앞쪽 다섯 사람의 경지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살펴볼수록 점점 더 두려움만 쌓일 뿐이었다. 이곳이 어딘지 도무지 알 수 없었고, 다섯 명은 모두 입성 경지였다. 가장 강한 이는 입성 경지 2단계밖에 안 되었지만, 방금 전에 그녀가 화내면서 뿜어낸 위압감은 설리가 주는 압박감 못지않았다. 그리고 나머지 네 명은 모두 입성 경지 1단계였다. 다른 한 여인과 노인은 이미 입성 경지 1단계의 한계에 다다른 듯했고, 몸속의 힘과 기운이 모두 자신보다 더 탄탄했다. 두 사람 중 누구와 싸워도 그는 아마 도망칠 수밖에 없을 것만 같았다.

나머지 두 사람은 입성 경지를 돌파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했다. 방금 전 양준과 그들의 대화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무겁은 이제 갓 입성 경지에 오른 두 사람에게서도 압박감을 느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누구지? 왜 이리 기괴할까?’

또한 그들이 양준을 부르는 호칭도 무척이나 신경 쓰였다. 무겁은 온통 의문투성이였지만, 이럴 때는 조용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묵묵히 사람들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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