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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 쓰는 외과 의사-13화 (13/424)

무공 쓰는 외과 의사 13화

제3장 학교에서(3)

담임선생의 종례가 끝났다.

반 친구들이 시끌벅적 떠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튈 생각하면 뒈진다, 진짜.”

형태가 준후에게 다가와 한마디 하고는 패거리와 교실을 벗어났다.

아까 그렇게 당하고도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었다.

형태 녀석의 생각은 뻔했다.

자기 똘마니들과 함께 싸우면 질 리가 없다고 믿고 있겠지.

하지만 그 믿음이 박살 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놀랍게도 준후는 형태가 예전부터 알고 있던 준후가 아니었으니까.

준후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동안 괴롭힘당하며 쌓인 설움을 오늘 옥상에서 전부 풀어버릴 작정이었다.

무공을 익힌 강자가 약자를 괴롭힌다는 생각 따위는 손톱만큼도 들지 않았다.

준후는 그저 악인을 벌할 따름이었다.

받은 만큼만 되돌려줄 예정일 따름이었다.

“주…… 준후야. 가지 마.”

영호가 불쑥 준후의 앞길을 막았다.

“너 엄청 세진 거 같은데 그래도 형태 패거리는 혼자 상대 못 해.”

“걱정해 줘서 고마운데 괜찮아.”

“하나도 안 괜찮아 보이니까 그렇지.”

영후가 속사포로 말을 이었다.

이 와중에도 준후를 걱정해 주는 사람은 영호뿐이었다.

고마운 녀석.

“내가 선생님 불러줄까? 그러면 형태 패거리가 널 괴롭혔던 게 증명되잖아.”

“그건 안 돼.”

“왜?”

“맞을 사람은 내가 아니라 형태 새끼들이니까. 제발 나를 믿고 그냥 지켜보기만 해.”

준후는 영호의 어깨를 손으로 가볍게 치고 영호를 빗겨나갔다.

그리고 거침없이 옥상으로 올라갔다.

출입구 앞에 서서 기감을 넓히자 기척이 느껴졌다.

문 옆에 한 명.

출입구 위쪽에 위치한 환풍구에 한 명.

준후가 옥상에 들어서자마자 기습을 할 작정으로 보였다.

이 쓰레기 새끼들.

준후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형태 패거리는 단순한 청소년이 아니었다.

청소년의 탈을 쓴 악마였다.

벌써부터 이런 악질적인 수법을 쓰다니.

무림에 있었다면 분명 사파에 속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악의 뿌리를 뽑아주마.

각오를 마친 준후는 힘차게 문을 열어젖혔다.

쿵!

“아아악! 내 코!”

문 뒤에 숨어 있는 녀석들이 자지러지는 비명을 질렀다.

후우우웅.

2층 환풍구에 대기하던 녀석이 준후를 향해 날아들었다.

공중에서 발차기를 시전했다.

준후는 그 궤도가 머릿속에 그려져서 보지도 않고 몸을 옆으로 젖혀 피했다.

“아…… 아니? 이걸 피한다고?”

지상으로 착지한 녀석이 경악했다.

뒤통수에 눈이 다닌 것도 아니건만 준후가 기습을 피했으니까.

“너희들, 재롱 잔치 잘 봤다.”

준후는 2층에서 기습한 녀석의 복부를 정권으로 후려쳤다.

녀석의 몸이 허공에 붕 떴다가 옥상 바닥으로 떨어졌다.

허리가 아픈지 녀석은 허리에 손을 얹고 지렁이처럼 꿈틀거렸다.

자업자득이지.

준후는 문 뒤에 있던 녀석의 얼굴에도 주먹을 한 방 갈겼다.

쌍코피가 주르륵 터졌다.

단번에 두 명을 제압하고 준후는 난간 앞에 서 있는 형태를 향해 돌진했다.

형태의 앞을 세 명의 일진이 막아서고 있었다.

패거리가 순식간에 당해서 그럴까.

다들 위축된 기색이 역력했다.

거리가 좁혀질수록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X신들아! 얼어 있지 말고 빨리 조져!”

“아…… 알았어.”

“그래. 설마 셋이 한꺼번에 덤비는데 지겠어?”

형태의 지시에 떠밀리듯이 달려드는 세 명의 일진.

일진들이 정면과 좌우에서 주먹과 발차기를 날렸지만 준후는 깃털처럼 가볍게 피했다.

내공을 쓰는 무인들과 생사결전을 펼쳤던 준후였다.

풋내기들의 어설픈 주먹질과 발길질은 티끌만큼도 위협이 되지 않았다.

“너희들, 달밤의 체조 하냐? 아까부터 허우적거리기만 하잖아.”

“이 X새끼가?”

덩치 큰 일진이 사납게 달려들었다. 다짜고짜 준후의 멱살을 잡아 허공으로 들어 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준후는 쇳덩이처럼 무거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천근추의 수법으로 몸의 하중을 더했기 때문이다.

“X발, 왜 안 들리지?”

덩치 큰 일진이 새빨간 얼굴로 끙끙거리며 말했다.

“난 들리는데?”

“뭐가?”

“네 비명 소리.”

준후는 손바닥으로 덩치 큰 일진의 턱을 적당한 힘으로 올려쳤다.

90킬로그램은 될 법한 거구가 허공에 붕 떴다가 바닥에 쿵 떨어졌다.

파바바밧.

청풍보를 밟으며 준후는 번개처럼 나머지 두 명의 일진에게 접근했다.

양손으로 일진의 뒤통수를 감싸 쥔 뒤 심벌을 치듯 서로의 머리를 충돌시켰다.

빠아아악!

“끄아아악!”

두 일진의 이마가 서로 충돌했다.

비명과 타격음이 청명하게 울려 퍼졌다.

이제 형태 패거리 중에 남은 사람은 단 한 명.

우두머리인 형태뿐이었다.

심복들이 일거에 당하자 형태는 퍽 당황한 눈치였다.

이런 그림은 원하지도 않았고 차마 상상도 못 했으리라.

“너, X발, 내가 아는 서준후 맞아?”

형태가 힘겹게 운을 뗐다.

방금 옥상에서 벌어진 일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눈치였다.

“그런 거 같네.”

“야, 우리 예전의 오해는 좋게좋게 풀자. 괴롭힌 건 정말 미안해. 근데 그것도 일종의 관심이었어. 네가 잘 생겨서 질투한 거였고.”

오해?

관심?

형태의 말 같지도 않은 변명에 준후는 싸늘하게 웃었다.

비겁한 놈.

이제 와서 얻어맞을 것 같으니 핑계를 대고 용서를 구해?

형태는 차마 하늘도 구제하지 못할 쓰레기였다.

“천하의 김형태가 언제부터 이렇게 구질구질해졌어?”

“구질구질해도 상관없어. 너랑 해결만 잘 볼 수 있으면.”

준후가 형태에게 계속 다가가면서 둘 사이의 거리가 바짝 좁혀졌다.

주먹이 오고 갈 수 있는 거리가 되었다.

‘역시 지저분하단 말이지. 너란 새끼는.’

준후는 순간 형태의 눈빛에 도사린 살기를 눈치챘다.

형태의 손이 바지 주머니에 들어가는 것도 확인했다.

“X새끼, 걸렸구나!”

형태가 일갈을 지르며 공격하기 직전.

준후는 형태의 등 뒤로 돌아가 오른팔을 꺾었다.

빠드드득.

그러자 형태가 주머니에서 꺼내던 과도가 바닥에 떨어져 금속성을 퍼뜨렸다.

그러니까 형태는 준후를 방심하게 만든 뒤 과도로 찌를 생각이었던 것이다.

정상인이라면 결코 할 수 없는 발상.

형태는 이미 소 악마와 다름없었다.

“아아아악! 놔! 놔라고 X새끼야.”

“원한다면.”

준후는 형태의 등허리를 뻥 하고 걷어찼다. 형태가 형편없이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얼굴부터 지면에 닿았기 때문일까.

형태의 코에서는 쌍코피가 터졌고 이마와 양 볼에는 찰과상이 생겼다.

인과응보라서 불쌍하다는 마음은 티끌만큼도 들지 않았다.

“김형태. 넌 인간 말종이야.”

* * *

형태 패거리를 손쉽게 제압한 준후는 형태와 일대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말도 많았고 듣고 싶었던 말도 많았다.

“김형태, 너 사람 새끼 맞니? 어떻게 과도로 날 찌를 생각을 했냐?”

준후가 혀를 차며 물었다.

형태는 돌아갈 수 없는 선을 넘은 것처럼 보였다.

준후가 무림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과도에 찔려 심각하게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었다.

그만큼 형태의 행동은 위험천만했다.

“쓰…… 쓸 생각은 없었어. 그냥 위협용으로 챙긴 건데…….”

빠아아악!

준후는 거침없이 형태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미친 새끼. 아무리 그래도 정도가 있지.”

“미안. 정말 미안.”

“X랄하지 마. 넌 죄책감이 없는 새끼야. 죄책감이란 게 존재했다면 날 괴롭히지도, 과도를 쓸 생각도 못 했어.”

준후는 형태의 사과를 받지 않았다.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단순히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함임을 알았기에.

만약 이곳이 무림이었다면 준후는 형태를 죽였을지도 몰랐다.

형태 같은 부류가 사회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끼치는지 너무나 많이 지켜봐 왔기에.

하지만 준후가 사는 곳은 현대였고.

준후의 꿈은 사람을 살리는 외과의였다.

살인처럼 극단적인 처방은 내릴 수는 없었다.

“너 앞으로 집중 관리 대상이다. 그리고 또 까불면 그때는 나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알았어. 알았다고!”

“지금 나한테 성질부리는 거?”

“그…… 그런 건 아니야. 오해하지 마.”

형태가 비굴하게 웃었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고.

형태는 전형적인 사파 쓰레기였다.

처참한 몰골의 형태를 내려다보며 준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무리 고민해도 형태를 갱생시키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 보였다.

준후는 악인 갱생에도 꽤 탁월한 재능이 있었으니까.

갱생 방법이라면…….

당연히 무력을 이용한 압도적인 지배였다.

악인들은 짐승 같은 놈이라 훈육이 불가능했다.

철저하게 힘의 논리로 악의 싹을 짓밟아 놓아야 했다.

“이야기는 대충 끝난 것 같으니까 정산부터 들어갈까?”

“정산?”

“일단 내일까지 오십만 원 챙겨 와.”

“오…… 오십만 원?”

형태가 입을 떡 벌렸다.

“네가 그동안 나한테 빌려 간 돈이잖아.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지? 안 그래?”

준후가 싸늘하게 웃었다.

형태가 악질인 것은 준후를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괴롭히고 돈까지 갈취했다는 점이었다.

형태에게 돈을 주기 위해 그동안 준후가 했던 고생은 말도 못 했다.

용돈 한 푼 못 쓰고.

부모님께 거짓말을 해가며 교제비를 달라고 했으니까.

이제는 빼앗긴 것을 되찾아야 했다.

“나 돈 없는데?”

“잘 아시는 분이 왜 그래? 없으면 만들어야지. 네가 나한테 했던 말 아닌가?”

준후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걸렸다.

“왜? 못하겠어?”

“아냐. 무슨 일이 있더라도 구해올 게.”

형태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당연히 그렇게 나오셔야지. 그리고 다음으로…….”

준후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다음 정산 항목은 육체적인 괴롭힘이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로 준후는 형태에게 수없이 두들겨 맞았다.

오죽하면 형태 패거리가 준후를 이름 대신 샌드백이라 부르기도 했을까.

형태 패거리가 준후를 때리는 데는 별 이유가 없었다.

심심해서.

재미있어서.

오늘은 날씨가 안 좋아서 등등.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붙여서 준후를 폭행하곤 했다.

그 당시 준후가 느꼈던 처참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을 정도였다.

“넌 좀 맞아야겠다.”

“벌써 많이 맞았는데?”

“응. 아직 멀었어.”

준후는 한 손으로 형태의 뒷목을 잡고 다른 손으로 형태의 이마에 연신 딱밤을 날렸다.

빠아아악!

빠아아악!

분명 손가락을 쓰고 있는데도 주먹을 쓰는 것처럼 강력한 타격음이 터졌다.

딱밤을 맞을 때마다 형태의 머리가 움직였지만 준후는 손으로 고정시켰다.

“아아아악! 그만! 그만해! 머리가 터질 것 같아.”

고통에 몸부림치는 형태.

형태의 이마는 어느새 혹이라도 달린 것처럼 붉게 부풀어 올랐다.

“엄살 한 번 심하네. 누가 들으면 야구 방망이로 때리는 줄 알겠다?”

준후는 문득 딱밤을 멈추고 몸을 일으켰다.

등 뒤에서 슬금슬금 접근하는 인기척을 느꼈던 것이다.

누가 형태와 몰려다니는 놈들 아니랄까 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퍼어어억!

준후의 뒤돌려 차기가 불을 뿜었다.

“커흑!”

뒤에서 급습하려던 일진은 발차기를 얻어맞고 형편없이 나가떨어졌다.

준후는 팔짱을 낀 채 널브러져 있는 일진들을 훑었다.

“지금부터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는 인생의 교훈을 알려줄게. 다들 기대해.”

준후의 오싹한 선언에 일진들의 얼굴에 먹구름이 꼈다.

준후가 알려주겠다는 교훈이 무엇인지 일진들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 교훈이 결코 유쾌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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