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화
제32장 팔레트(1)
뚜두두둑.
준후는 목을 좌우로 꺾고서 건달들에게 다가갔다.
아영과 혜진이 간식을 사러 떠난 지 30분이 지났을 때.
스멀스멀 불안감이 올라온 준후였다.
둘의 복귀가 너무 늦었다.
음식 코너는 그리 멀지 않았고.
음식 코너에 줄이 길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직접 와봤다니 이 사달이 나 있었다.
“준후야, 혼자서는 무리야. 가드 불러올게.”
등 뒤에서 혜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준후가 혼자 건달들을 상대하려고 하자 걱정이 됐던 모양이었다.
“무리가 아니라 물이야.”
“응?”
“저놈들 다 물이라고.”
준후의 입가에 냉소가 어렸다.
건달들을 향한 발걸음에는 주저가 없었다.
“이런, 싸가지 없는 새끼를 봤나? 지가 무슨 영화 주인공이라도 되는 줄 알아?”
“그러게 말입니다. 형석이를 기습한 주제에 똥폼은 다 잡고 말입니다.”
“몸을 보니까 헬스는 쬐까 한 것 같은데. 실전은 다르지잉?”
준후 들으라는 듯 수군거리던 건달들.
그중에서 체구가 건장하고 살집이 있는 사내가 앞으로 나와서 준후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하긴 여자 앞이라고 센 척하는 놈들은 어딜 가나 있기 마련이지.”
“지금 너희들 이야기하는 거지?”
“뭐? 이게 진짜 돌았나?”
준후의 대꾸에 뚱보가 발끈했다.
“맞아. 돌았어. 너희들 때문에 머리 뚜껑이 열리기 직전이야.”
후우우웅.
“아니?”
뚱보가 전력으로 주먹을 휘둘렀지만 주먹은 허공을 갈랐다.
준후는 청풍보를 밟아 주먹을 피하고 뚱보의 측면을 장악한 상태였다.
퍼어어억.
준후의 벽력장이 뚱보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100kg은 되어 보이는 거구가 가뿐하게 허공으로 떠올랐다.
야구 배트에 잘 맞은 홈런볼처럼 쭉쭉 뻗어 나가 풀장에 추락했다.
첨벙!
물기둥이 솟구치고 사방으로 물이 튀었다.
운이 지독하게 좋군.
워터파크라서 산 줄 알아.
무림에서부터 악인들에게는 자비가 없는 준후였다.
마음 같아서야 건달들에게 지옥을 선사하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싸움 구경이 나자 사람들이 한데 모여들었던 것이다.
“어…… 어떻게 지우를 한 번에 날려 버리지? 저…… 저 새끼, 뭐하는 새끼야?”
“보기보다 만만치 않은 놈인 것 같습니다. 형님.”
“뭘 그렇게 속닥거려? 이야기할 거 있으면 같이 하지? 나랑 같이 노는 거 아니었나?”
파바바밧.
준후는 보법을 밟으며 건달들과 바짝 거리를 좁혔다.
화살처럼 달려나가던 준후가 좌측으로 방향을 틀었다.
좌측에 있던 말라깽이 건달의 복부를 어깨로 들이받았다.
“크억.”
짧고 고통스러운 단말마.
첨벙!
말라깽이 역시 손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입수 당했다.
이제 남은 건 형님이라고 불렸던 선글라스를 낀 건달뿐이었다.
똘마니들이 나가떨어지자 당황한 선글라스는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었다.
“야, 우리 말로 하자! 대한민국에서 폭력은 불법이야.”
“이럴 때만? 강제로 내 친구들을 끌고 가려고 했던 건 합법이고?”
“미안하다. 미안해. 그냥 놀고 싶었을 뿐인데 잘 안 되니까 욱 해가지고 그랬지.”
선글라스가 멋쩍어하며 오히려 준후에게 다가왔다.
“용돈이라도 줄 테니까 친구들하고 맛있는 거라도 사 먹어. 알았지?”
건달이 너스레를 떨며 수영복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하지만 주머니를 빠져나오는 손에는 현금이 아닌 한 자루의 커터 칼이 들려 있었다.
후우우웅.
햇빛이 날에 반사되면서 빛을 뿜어내는 커터 칼이 준후의 가슴팍을 향해 날아들었다.
“꺄아아악! 저 사람이 칼을 가지고 있어요!”
“진짜 위험한데? 누가 경찰에 신고 좀 해줘요!”
건달이 칼부림을 시도하자 지켜보던 사람들이 경악하고 동요하기 시작했다.
사태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한편 준후는 선글라스가 수평으로 휘두른 커터 칼을 뒤로 물러서서 가뿐하게 피했다.
“아…… 아니?”
눈을 동그랗게 뜨는 건달.
자신의 공격이 실패했다는 걸 믿지 못하겠다는 눈치였다.
빠아아악!
“크으으윽.”
뒤로 물러섰던 준후의 발차기가 불을 뿜었다.
봉황각.
새처럼 솟구친 오른발이 정확하게 건달의 손목을 후려갈겼다.
이에 건달이 커터 칼을 놓쳤다.
뒤늦게 커터 칼을 회수하려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준후는 커터 칼의 후면을 발로 차서 먼 곳으로 날려 버렸다.
하나 남은 무기를 잃어버린 건달은 세상을 다 잃어버린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저게 용돈이냐? 넌 조카들 세뱃돈도 커터 칼로 챙겨주겠네?”
준후는 멀리 떨어진 커터 칼을 힐끔 쳐다보며 이죽거렸다.
준후는 처음부터 건달의 말을 믿지 않았다. 자고로 악인의 말은 믿는 게 아니었다.
악인의 말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의심해야 했다.
그들의 혀는 뱀처럼 간사하고 교활하기 때문이다.
무림에서 악인이 갱생한다는 말을 믿었다가 뒤통수를 맞은 정파 동료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그래서 준후에게 악(惡)은 잡초였다.
뿌리째 뽑아야만 비로소 제거할 수 있는.
“으으으으.”
건달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준후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왼손으로 다친 오른손목을 부여잡고 있었다. 전투 의지는 이미 상실한 것으로 보였다.
“말해 봐. 넌 조카들 세뱃돈도 커터 칼로 챙겨주냐고.”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건달이 비굴하게 웃으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동생들이 당하니까 갑자기 욱 해가지고. 원래 화가 나면 손에 잡히는 건 아무거나 휘두르는 게 사람 아니겠어?”
“지X하지 마. 넌 사람이 아니야. 아니, 짐승보다 못해.”
건달이 휘두른 커터 칼은 명백한 살수(殺手)였다.
준후였기에 피했을 뿐.
설령 잘 나가는 격투기 선수가 이 자리에 있었다고 해도 그 기습에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커터 칼에 제대로 베였다면.
분명 출혈과 기흉이 발생하는 대참사가 벌어졌으리라.
“근데. 학생.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보는데 날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있겠어?”
건달이 금방 평정심을 되찾고 준후를 도발했다.
“날 때리면 쌍방 폭행이야. 학생도 나랑 똑같이 처벌 받는다구. 그러니까 이쯤에서 끝내지?”
분하지만 건달의 말은 사실이었다. 준후는 더 이상 건달을 손봐줄 수가 없었다.
건달이 먼저 시비를 걸었고.
그 시비에 대해 대처한 것은 정당방위지만.
무방비 상태인 건달을 폭행한다면 준후도 쌍방 폭행을 피할 수 없었다.
“치고 싶으면 쳐. 크크크. 기왕 엎어진 물인데 깽값이나 두둑하게 받지 뭐.”
“기분 좋아 보이네? 이제 네가 내 머리 꼭대기 위에 있는 것 같지?”
“암. 그렇고 말고. 쳐. 쳐 봐 씹X끼야.”
문답무용.
준후는 건달이 입고 있는 티셔츠의 목 뒷부분을 질질 끌었다.
건달은 속절없이 준후에게 끌려다녔다.
“야! 야! 너 뭐 하는 짓이야?”
“알 거 없어.”
준후는 건달의 옷깃을 잡아 풀장까지 끌고 간 후 풀장으로 휙 던져 버렸다.
쓰레기봉투를 던지듯이.
풍덩!
준후의 속 시원한 마무리에 다툼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냈다.
“와. 내 속이 다 시원하네.”
“진짜 멋있었어요. 저런 불량배들은 혼 좀 나야 해요.”
“잘한다. 잘해!”
열렬한 환호성을 뒤로하고 준후는 아영에게 다가갔다.
가드를 호출하러 갔는지 혜진은 보이지 않았다.
“많이 놀랐지? 이젠 괜찮아.”
“바보야. 네가 아무리 강해도 칼 든 건달하고 싸우면 어떻게 해?”
아영이 울상으로 물었다.
준후에게는 당연한 행동이 아영에게는 당연하지 않았던 것이다.
내 이런 모습을 아영이는 무려 7년 동안 지켜봐 왔던 거구나. 그동안 진짜 몹쓸 짓을 했네.
아영과 혜진을 구하고도 준후는 어쩐지 뒷맛이 썼다.
“미안. 앞으로는 조심할게.”
* * *
건달과의 시비는 시비가 붙은 후 1시간 정도가 되어서야 마무리가 되었다.
우선 가드가 출동해서 사건 경위를 들었고.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가드가 경찰을 호출했다.
“저 새파란 놈이 우리를 막 때렸다니까요!”
“이봐요. 저 청년이 혼자서 그쪽 넷을 때렸다는 게 말이 됩니까?”
“킥복싱 같은 걸 익힌 것 같아요. 몸동작이 장난이 아니었다니까요?”
적반하장이라고.
건달들은 준후가 건달들을 폭행했다고 사실을 왜곡했다.
하지만 건달들의 거짓말은 순식간에 들통났다.
현장을 목격했던 이들이 너도나도 준후의 편을 들어주며 증언에 나섰던 것이다.
개중에는 싸움 영상을 휴대폰 동영상으로 촬영한 사람도 있었다.
이에 전황은 급속도로 준후에게 기울었다.
“이 사람들 이거 순 악질이구먼. 특히 당신, 심지어 커터 칼을 휘둘렀어?”
경찰의 서슬 퍼런 지적에 건달 두목은 금붕어처럼 입만 벙긋거렸다.
명백한 증거가 있었기에.
입이 열 개라도 변명 거리가 없었다.
한편 준후는 정당방위로 자신의 몸을 지켰으므로 처벌을 받을 것이 없었다.
“선생님. 혹시 이분들을 그냥 풀어주실 수 있을까요?”
“네? 학생 진심이에요?”
준후의 요청에 경찰이 뜨악한 표정으로 준후를 응시했다.
“이놈들은 넷이서 한꺼번에 덤빈 것도 모자라 커터 칼을 휘둘렀다고요. 이런 나쁜 놈들을 용서하겠다고요?”
“학생, 이제 보니 마음씨가 비단결이네. 정말 그렇게 해줄 수 있어?”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요. 학생.”
“용서해 줘요.”
준후가 의사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으므로.
또 어려 보였으므로.
건달들은 준후를 계속 학생이라고 불렀다.
“선생님. 제가 원하면 이분들 그냥 풀어주실 수 있는 거 맞죠?”
“일단 폭행 건이니까 양쪽이 합의만 된다면야…… 그래도 다시 생각해 봐요. 이런 놈들은 혼 좀 나야 해요.”
“그래도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망신당했으니까 정신을 차렸을 겁니다.”
“맞습니다. 착하게 살겠습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제 생각에는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준후가 통 사정(?)을 하면서 건달들은 현장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경찰 역시 빈손으로 떠났고.
그렇게 사태가 마무리되자.
나중에 합류한 태섭이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준후를 바라보았다.
“서준후, 너 미쳤어? 저 새끼들을 그냥 보내주면 어떻게 해?”
“맞아. 이건 너무 불합리해. 저런 인간들은 봐준다고 해도 나중에 또 이런 짓을 할 게 분명하다고.”
잠자코 있던 혜진도 씩씩거리며 태섭의 편을 들었다.
“가끔은 용서의 미덕을 발휘하는 것도 좋잖아?”
“아니, 용서를 할 게 따로 있지.”
“이 이야기는 그만하자. 미안한데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일단 너희 셋이 실외로 가 있어.”
세 사람과 헤어진 후 준후는 탈의실을 찾았다.
수영복을 반납하고 평상복으로 환복한 후 건달들의 뒤를 쫓았다.
준후에게 된통 당해 흥이 빠진 건달들은 평상복을 입고 있었다.
유유히 워터파크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준후는 건달들을 미행하던 중.
내공이 담긴 손가락으로 얼굴을 매만졌다.
뚜두두둑.
뚜두두둑.
얼굴 골격이 바뀌면서 준후의 얼굴은 전혀 딴사람이 되었다.
* * *
“하…… X발 모양 빠지게. 이게 무슨 망신이냐.”
건달 두목 영진이 얼굴을 찌푸리며 짧고 푸르스름한 머리카락을 손으로 긁적거렸다.
비록 말단급이긴 하지만 영진은 버젓이 지역구 조폭이었다.
그런 자신과 동생들이 새파란 대학생에게 제압을 당해 버렸으니…….
쪽팔려도 이렇게 쪽팔린 일이 없었다.
영진이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햇살이 쨍쨍했다.
기분 탓일까.
햇살이 자신을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똥 밟았다고 생각하십시오. 형님. 그 새끼, 보통 놈이 아니었습니다.”
“무슨 격투기나 체육 전공하는 놈 같던데요? 몸이 얼마나 날렵하던지.”
“어쨌거나 별 탈 없이 풀려나지 않았습니까? 천만다행이죠.”
동생들의 말 중 민머리 형석의 말이 영진은 가장 마음에 들었다.
확실히 경찰에게 붙들리지 않은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었다.
학생이 처벌을 원했다면.
네 사람은 이렇게 평화롭게 워터파크를 나오지 못하고 경찰서에 가서 귀찮은 조사를 받아야 했으리라.
“손은 매운데 심성은 물러 터진 녀석이었어. 설마 우리를 순순히 풀어줄 줄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머저리 같은 놈. 혹시라도 다음에 만나면 허리를 분질러줄 겁니다.”
“제일 먼저 얻어 터져놓고 큰 소리는.”
“방심해서 당한 겁니다! 제대로 붙으면 제가 무조건 이깁니다!”
영진의 지적에 형석이 발끈했다.
“이 새끼가 누구 앞이라고 큰 소리야? 그 비계밖에 없는 배때지에 칼빵 좀 꽂혀봐야 정신 차리겠어?”
“죄…… 죄송합니다.”
잡담을 나누며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한 사내가 네 사람 앞을 가로막았다.
사내는 30대 초반 정도로 보였다.
턱이 뾰족하고 광대뼈가 튀어나와 다소 얍삽한 분위기를 풍겼다.
“다들 즐거워 보이네? 나도 같이 좀 낄까?”
“X발, 넌 뭐냐?”
영진이 혀를 차며 물었다.
오늘 일진이 안 좋기는 안 좋은 모양이었다.
별 거지 같은 놈까지 시비 거는 걸 보면.
“뒈지기 싫으면 꺼져.”
“싫다면?”
“하…… 가뜩이나 기분 더러운데 꼴 같지도 않은 게.”
“형님. 제가 손봐주겠습니다.”
“그래. 반 죽여 놔.”
호기롭게 사내에게 다가가던 형석은 놀랍게도 사내의 주먹질 단 한 방에 나가떨어졌다.
사내의 옹골찬 주먹이 형석의 안면을 강타했던 것이다.
퍼어어억!
쿵!
“으아아아악! 내 코!”
바닥에 쓰러진 형석이 얼굴을 부여잡은 채 고통을 호소했다.
코피가 터지면서 형석의 얼굴은 피범벅이 되었다.
꼴불견도 이런 꼴불견이 없었다.
“진짜, 오늘 왜 이러냐?”
“시비 걸 땐 좋았지? 반대로 당해보니까 기분이 어때?”
마스크를 쓴 사내의 말이 심상치 않았다.
가만 보니 사내의 체구와 목소리가 어딘지 익숙했다.
순간 형석의 등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너 이 새끼 설마 아까 그…….”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르겠는걸? 혹시 나랑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나?”
“아니…… 그…….”
형석은 말을 잇지 못했다.
사내의 목소리와 체구는 아까 그 학생하고 똑같은 것 같은데 얼굴이 완전 달랐던 것이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영문이람?
혹시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왜? 할 말이 있으면 끝까지 해봐.”
“아니, 너무 말이 안 돼서…….”
“싱겁기는…….”
사내가 어깨를 으쓱하곤 단번에 형석과 거리를 좁혔다.
빠아아아악!
머리에 전해지는 둔탁한 충격.
사내가 형석의 머리통을 한 손으로 쥐고, 다른 동생의 머리통도 나머지 손으로 쥔 후.
서로 박치기를 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 심각한 충격 때문일까.
형석은 낮임에도 별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으으으…… 미친놈. 왜 이런 짓을…….”
바닥에 주저앉은 형석이 가까스로 입을 뗐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개새끼. 정석파 조직원이냐? 근데 장소를 잘못 골랐어. 여기 주차장에 CCTV 쫙 깔렸거든?”
형석은 사내에게 겁을 주었다.
하지만 단순한 협박은 아니었던 게 워터파크 주차장은 실제로 CCTV가 지천이었다.
사내의 얼굴은 고스란히 영상에 찍혀 저장되었을 것이다.
“CCTV. 그딴 건 의미 없어. 왜인 줄 알아?”
“…….”
“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거든.”
사내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