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사문의 명예를 지키는 삼류무사(4)>
어디서 무엇이 바뀐 걸까.
전생에선 내가 나서지 않아도 계철영이 먼저 나를 끌고 주연 자리에 참석했다.
속가제자인 자신이 태을문의 진신 제자에 비해서 얼마나 뛰어난지 자랑을 해야 했으니까.
무엇 때문에 바뀐 걸까. 내가 계철영을 뚜들겨 패서? 성주탁의 주둥이를 닫게 만들어서?
그럼 앞으로의 일도 이렇게 바뀌는 것인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세요?”
숙소를 떠나는 길 진태산은 우려하듯 한마디 말을 내뱉었다.
“삿된 말에 상처 입지 마라.”
어떤 말이든 흘려들으라는 말인데. 그런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과연, 철검문이 어떤 함정을 파 놓았을까. 고민을 좀 해보았지요.”
하루 종일 친절했던 성모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다.
“우리 철검문이 손님을 초대하고 함정을 판다고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십니까? 아니면 연기가 무공보다 성취가 높은 겁니까?”
“하, 낮에도 그렇고 철검문에 커다란 열등감을 가지고 계신가 보네요?”
“열등감이요?”
성모란의 얼굴엔 적대감이 가득했다.
“우리 철검문이 태을문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건 맞아요. 하지만 그건 처지를 바꿔봐도 이해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철검문이 시장의 모리배처럼 행동하지 않아요.”
“그거 확실합니까?”
“……선을 넘으시네요?”
“제가 하나 예견을 하죠. 아마 회갑 잔치가 열리는 동안 결국 태을문은 철검문의 손에 이끌려 사람들 앞에 패대기쳐질 겁니다.”
“철검문은 그렇게까지 졸렬하지 않아요.”
“저 또한 그랬으면 좋겠군요.”
“…….”
성모란은 그때부터 말이 없었다.
성모란이 안내한 전각은 가장 큰 전각 중 하나였다.
안으로 들어서자, 우리가 밥을 먹었던 곳과는 달리 커다란 탁자들이 큰 간격으로 띄워져 있었고 드문드문 사람들이 앉아 고상하게 술을 즐기고 있었다.
“엇! 모란 소저!”
탁자에 앉아 있던 사내들이 일시에 일어나 자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성모란은 그런 모습을 건조하게 보곤 말했다.
“태을문의 진소운 공자세요.”
성모란이 자연스레 나를 소개하고 나 또한 포권으로 인사했지만, 마주 포권을 하는 자는 드물었다.
그나마 고개를 끄덕이는 자들은 양호하고, 별 관심 없다는 듯 성모란에게 계속 말을 거는 자들도 있었다.
성모란은 두 자리가 생긴 곳을 향해 걸어갔지만, 난 그녀와 갈라져 계철영 옆에 앉아 있는 사련의 옆자리에 앉았다.
“굳이 넓은 자리를 두고 왜 여기 앉은 것이냐?”
“주정을 부리는 사람으로부터 사련이를 보호할 사람이 있어야죠.”
“내가 보호하기 위해 옆에 앉아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것이냐?”
“보호할 생각이었다면 이 늦은 시간에 사련이를 불러낼 생각이나 하셨겠습니까?”
“이 자식이?”
계철영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했고, 옆자리에 딱딱한 얼굴로 앉아 있던 사련이 조용하게 말했다.
“여긴 왜 왔어요?”
“그러는 넌 왜 왔어?”
“사형이 오면 ……사고 칠까 봐 대신 왔죠. 쾌화당주님이 자중하라 하셨잖아요.”
“내가 언제 사고를 쳤다고.”
내 별거 아닌 말에 어쩐지 사련이 쿡쿡 웃음을 지었다.
“태을문은 사형제 간에 격 없이 지내는가 보오?”
옥색의 비단을 한껏 차려입은 사내가 이죽거리며 말했다.
만수장의 공추심. 전생에 만난 적이 있는 이였다.
“예법은 강하게 따지지만, 격의는 없는 편입니다.”
“예법이 흔들리면 그것을 격의가 없는 걸로 착각하는 자들이 많지.”
공추심이 주위 여인들의 시선을 맞추며 이야기한다. 공감받고자 하지만 공추심과 시선을 마주치는 여인들은 없었다.
“아비와 자식 간에 편한 대화를 한다 하여 그것을 예의 없다고 하지 않고, 처음 보는 이에게 예법을 따진다고 하여 그것을 예의 있다고 하지는 않는 법 아닙니까.”
“…….”
반대로 내가 이야기를 하자, 쿡쿡거리며 웃는 여인들이 있었다.
“더구나 처음 보는 상대에게 포권조차 하지 않는 자가 말하는 예법이란 과연 바른 예법이라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드는군요.”
내 말에 웃음을 참던 여인들마저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고 공추심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러자 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들의 표정이 묘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서로 간의 눈빛을 나누고, 들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시작되는 건가?’
전생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
다만 그 당시엔 남궁산에게 시선이 쏠려있어 이게 뭘 의미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던 것뿐.
난 그들에게 공격할 시간을 주며 남궁산을 바라보았다.
개벽신룡 남궁산
남궁세가의 장자이자, 용봉지회의 소속이기도 한 그는 안휘성의 잠룡 중 하나로 불린다.
그 말은 곧 이 자리에서 가장 발언권이 큰 사람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저기 저 개망나니와 구분하기 힘든 혈랑철검이 어울리지도 않게 점잖을 떨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참으로 묘하군요. 계룡상단은 예로부터 철검문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고 알고 있는데, 결국 태을문으로 가신 걸 보니 ‘백팔봉’의 후광이라는 게 참으로 대단하다 생각됩니다.”
“…….”
청죽보의 죽염공자 구양사. 낮에 우리와 시비가 붙었던 이였다.
그는 성모현의 눈치를 한번 보곤 말을 이었다.
“사실 우리도 같은 상황이긴 하지만 백팔봉 선정 기준이라는 거…… 그거참 애매하지 않습니까? 합비에 철검문이라는 걸출한 정도 문파가 있는데, 아직도 태을문이 백팔봉에 들어가 있는 걸 보면 무림맹도 아직 먼 것 같습니다.”
구양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른 남자들이 그의 말에 동조한다.
“하긴, 그렇긴 하지요. 무림맹도 각성을 해야 합니다. 자격 없는 문파들이 백팔봉이라는 직위 아래 얼마나 패악을 부립니까.”
“그렇지요.”
한마디 할 때마다 성모현을 바라보는 것이 성모현에게 단단히 교육받았나 보다.
반면에 성모현은 자신과 상관없다는 듯 술을 들이켜고 있었다.
“여기에 태을문도 와있습니다. 다들 자중하시지요.”
성모란이 당황스런 표정을 지으며 냉랭하게 말했지만, 그것을 두려워하는 이는 없었다.
이미 성모현한테 다 허락받고 하는 일일 테니까.
“솔직히 모란 소저도 조금 억울하단 생각이 드시지 않습니까? 안휘성 전체를 보아도 떠오르는 신흥 기재들 모두 남궁세가와 철검문에 모여 있습니다. 그런데 편하게 무림 학관에 가는 건 태을문이지요. 이런 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무림학관에 응시하기 위해 매번 얼마나 많은 기재가 죽어 나갑니까.”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의 모습에 사련의 표정이 더욱 어둡게 내려앉았다.
“어디 태을문의 입장도 한번 들어봅시다.”
구양사가 채근하는 듯한 이야기에 성모란이 다시금 끼어들었다.
“그만하시죠. 손님으로 오신 분들입니다.”
이 자리의 분위기가 성모현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쯤은 영특한 그녀가 모를 리 없었다.
성모현이 조부의 환갑잔치에서 홀로 패악질을 버릴 만큼 개차반은 아니었기에, 이는 결국 다른 위의 사람들과도 이야기가 다 된 것이란 이야기.
성모란은 자신의 사문이 그렇게 양아치는 아닐 거란 생각에 나를 열심히 두둔했다.
응, 아니야 니네 사문이 원래 이래.
“모란. 자꾸 말 막지 마라. 이런 건설적인 논의를 하기 위해 모인 자리가 아니더냐.”
그때 점잖은 척 술잔을 들이키던 성모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고, 성모란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답했다.
“이게 지금 건설적이라고요?”
아무래도 여자라는 신분으로 문 내의 대·소사에 떨어져 있었던 만큼 내막에 대해선 알 수 없겠지.
“어디 태을문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성모현의 말에 사련이 뭔가 말을 하려 했지만, 입이 쉬이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난 손에 든 닭고기를 내려놓고 사련 대신 입을 열었다.
“그 의견에 동의합니다. 새로운 물이 들어와야 연못은 맑은 물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법이지요.”
술을 들이켜던 남궁산도 잠시 술잔을 내려놓았다.
“오호, 그렇다면 태을문도 합비의 철검문이 백팔봉에 들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동의한다는 거군요.”
구양사가 이죽거리며 이야기했고, 난 즉시 장서고를 뒤져 청죽보에 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만통부에는 강호 전역에 걸쳐 문파에 관한 정보를 모으는 기관도 존재했는데, 다사다난한 일이 많았던 청죽보는 비교적 최근까지 정보가 작성되어 있어, 찾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물론 그 새로운 물이 깨끗한 물이라는 전제하에 말입니다.”
“응?”
“뭐, 예로 들자면 여기 청죽보가 있겠군요. 안휘성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는 청죽보는 벌써 백팔봉에 들어오고도 남지요. 근데 왜 백팔봉에 들어오지 못했을까요?”
“그거야 기존의 백팔봉들이 무림맹에 하도 아첨을 해댄 탓이겠지.”
구양사의 말에 남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글쎄요. 무림맹이 그런 하찮은 기관이었다면 진즉에 망하고도 남았겠죠.”
“그럼 우리 청죽보가 백팔봉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이건가?”
“60년 전 일어났던 청죽혈사.”
“…….”
자리에 앉아 있던 이들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긴 그들이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고 청죽보가 필사적으로 소문을 막아놨으니 모를 수밖에.“
“여기 계신 분들은 잘 모르시나? 청죽보 내의 형제들끼리 자리를 두고 칼부림이 일어났었죠.”
왁자지껄했던 장내의 분위기가 일순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가라앉았다.
“정확히는 사문을 물려받지 못한 보주의 둘째가 악심을 품고 제 형을 죽이고 보주의 자리에 앉았죠? 그 과정에서 청죽보의 무사들 절반이 죽음을 면치 못했고 말이죠.”
“이 새끼가!”
콰장창.
구양사의 조부인 구정기는 제 형을 죽이고 보주에 올랐다.
후환을 없애기 위해 형의 혈육과 그를 따르던 이를 모두 죽였다.
우스운 점은 그 이후에 청죽보는 다시 장자 계승의 형태로 이어나갔다는 점이다.
이 치부는 청죽보가 가장 싫어하는 치부 중 하나였다.
“청죽보 아주 훌륭하고 강한 사문이죠. 그런데 저더러 흑도와의 일전에서 청죽보에게 등을 맡기라고 하면……. 글쎄요. 그냥 혼자 전쟁터에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그건 싫군요. 무림맹도 그런 이를 혈맹으로 받아들이는 건 찝찝하지 않겠습니까.”
“나와! 감히 우리 청죽보를 능멸하고도 네놈이 살아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이거 보라지요. 의견을 얘기했더니 결국 검을 뽑아 들려 하는군요.”
구양사의 얼굴이 시뻘겋다 못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현재 백팔봉이 교체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무림맹이 고여가는 백팔봉을 그냥 두는 것도 아니죠. 그런데 그런 것에 불만을 품는다는 건, 체제가 잘못되었다기보단 스스로의 잘못을 제대로 못 보는 데 문제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죽여버리겠어!”
구양사가 달려들려 하자, 성모란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뒤편에서 마혈을 집어버렸다.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일에 장내의 분위기는 아주 엉망진창이었다.
“……지금 뭐 하는 것이지? 청죽보의 구양사는 철검문의 초대로 이 자리에 온 손님이다. 철검문을 무시하는 것인가?”
정신을 놓고 있던 성모현이 차갑게 이야기했고 난 어처구니 심정으로 말했다.
“우리 태을문은 철검문의 잔치를 망치러 온 불청객입니까?”
“…….”
“굳이 안 오겠다는 태을문을 여기 이 계룡상단을 통해 억지로 오게 해놓고 모욕하는 게 철검문이 손님을 대하는 방식인가 보죠?”
“뭣이라……!”
성모현을 비롯한 그와 작당했던 모두가 적의를 보이지만 별달리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누가 봐도 이 일의 발단은 철검문과 그의 일당들이고, 무작정 상대를 제압하기엔 남궁세가의 남궁산이라는 넘을 수 없는 벽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으니까.
“……감히, 철검문의 안방에서 철검문을 모욕하는 것이냐?”
“푸흡.”
긴 시간 생각 끝에 성모현이 내뱉은 말은 어이없는 것이었고, 결국 내 웃음은 터져버렸다.
저 황망한 표정의 성모란을 보라지.
“이놈!”
얼굴이 홍시처럼 익어버린 성모현이 탁자를 내리쳤다.
탁자 위의 음식들이 한 뼘이나 튀어 올랐다.
“이렇게 추잡하게 굴 바엔 차라리 친선 비무라도 신청하지, 그러셨습니까. 어쨌든 철검문이 태을문보다 강하다는 건 입증 할 수 있었을 텐데.”
논리의 부족은 분노의 감정을 끌어내는 법이다.
“감히! 철검문에서 그따위 말을 하고 멀쩡히 돌아갈 성싶더냐!”
“아! 혹시 모욕을 주고 꼬투리를 잡아 치도곤을 내고 백팔봉의 직위를 빼앗기 위해선 친선 비무는 너무 부족하다고 여겼습니까?”
“…….”
분위기는 어떤 방향으로도 손 쓸 수 없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성모현은 어떻게든 이 사태를 수습하고자 하지만 불가능했고, 나는 그들의 놀음에 놀아나길 명백히 거부했다.
“……어, 어떤 이유가 되었든 네놈이 철검문을 욕보인 것은 사실이다. 네놈에게 결투를 신청하겠다.”
“…….”
성모란의 표정이 좋지 않다.
성모현이 악수를 둔 것을 눈치챈 것이다.
“하하하하하하하.”
“…….”
멸시의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던 장내의 사람들의 두 눈엔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어려있었고 그것이 썩 나쁘지 않았다.
난 웃음을 뚝- 멈추고 성모란을 응시했다.
“결국 제 말이 맞았지요?”
“…….”
성모란이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내일 오시. 중앙 연무장 어떻습니까. 잔치가 절정에 달해야 가장 많은 사람이 올 테니.”
“……빠드득. 좋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사련이 함께 따라나섰다. 계철영은 우리와 상관이 없다는 걸 피력하듯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그러고 보니, 사람이 미어터지는 와중에도 중앙 연무장에 잔치상을 놓지 않은 걸 보면, 철검문은 회갑연에서 혈투가 일어날 걸 미리 예견하고 있었나 봅니다.”
“…….”
사람들 모두 합죽이가 되어 성모현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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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산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자신은 상관없다는 듯 태연하게 술을 마시며 관망할 뿐이었다.
백팔봉의 싸움이란 결국 아랫놈들끼리의 밥그릇 싸움.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거겠지. 그래도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것은 좀 의문이다. 정말 친분 때문에 참석했다 치곤 너무 무뚝뚝한 것 아닌가?
“대체 무슨 생각이에요.”
사련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그럼…… 문주님과 우리 태을문을 욕하는데 참고 있었어야 하느냐?”
“하지만…….”
“참았다 한들, 오늘의 자리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린 이곳에서 며칠이나 더 있어야 했고, 내일도, 모레도 계속 모욕을 받았을 것이다.”
결국 내가 폭발한 것이 삼 일째였으니, 이건 결국 예견된 일이었다. 아무튼 내 잘못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련이 걱정하지 않게 위로해주었다.
“걱정하지 마라. 몇 대 거하게 맞고 나면 깔끔하게 끝날 일이다.”
난 사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사련은 어린 시절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걸 좋아했었다.
“……하지 마요.”
“어차피 벌어질 일이었다니까.”
“머리 헝클이지 말라고요…….”
그러고 보니 곱게 빗은 머리가 내 손길에 조금 헝클어졌다.
“아, 이건 내가 미안하다.”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들썩거리는 사련.
“어? 우, 우는 것이냐?”
헝클어진 머리를 다시 만져주었지만 사련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았다.
“우, 울지 마라. 자, 봐라 다시 본래 상태로 돌아왔다.”
“하지 말라니까… 진짜….”
사련은 결국 흐느끼며 품속에 파고들어 왔다.
금세 어깨가 축축해지고 있었다.
“미, 미안하다니까.”
사춘기가 돼서 그런가, 사련의 감정 변화는 철검문의 음모보다 예측하기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