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모든 걸 기억하는 천재무사-20화 (20/357)

#<불청객을 맞이하는 삼류무사>

쾅.

단단하기로 유명한 설각산 오목(烏木)으로 만든 탁자가 산산조각 나며 부서졌다.

보고를 하던 밀궁대 부대주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탁자가 부서져 버렸으니 잘못하면 다음에 부서질 건 자신의 머리일지도 모르니.

“그게 무슨 소리냐.”

으르렁거리듯 낮게 깔린 남궁상원의 목소리가 공포심을 더욱 자극했다.

분노를 표하는 건지, 참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기분.

부대주의 말은 더더욱 빨라지기 시작했다.

“약속했던 시간에 대주가 오지 않아 대원들을 이끌고 갔을 땐.”

“죽어 있었다?”

“네, 넵.”

“누구냐? 누가 감히 대계를 망쳤냐 말이다!”

남궁상원이 품고있던 것은 결국 분노였다. 그 분노가 폭발하자. 살기가 사방으로 쏟아지고 건물 밖에 대기하던 밀궁대의 대원들까지 닿아 그들은 굵은 침을 삼켜야 했다.

“그, 그것이…….”

“말하라! 똑바로!”

“하, 한 명이었습니다.”

“한 명? 혼자서 밀궁대원 스물을 상대했다고?”

“그, 그렇습니다.”

“그래서 누구였느냐?”

“그게…….”

부대주는 차마 입을 뗄 수가 없었다. 상대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었던 것.

“알 수 없었습니다.”

“네놈이…….”

“저, 정말입니다. 발자국이 얕고 기습당한 흔적이 있는 걸로 보아 살수가 아닐까 조심스레 예측해 볼 뿐입니다.”

“살수?”

살고자 하는 부대주의 필사적인 마음이 주둥이에 실리자, 평소엔 안 나오던 말이 청산유수처럼 흘렀다.

“네넵. 공통적으로 나타난 흔적에 따르면, 초반엔 암습을 주로 당하고 정체가 들킨 이후엔 정면으로 맞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저희도 정체를 숨기기 위해 불을 껐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살수라…….”

그런 부대주의 간절함이 통했을 까? 남궁상원의 얼굴에 분노가 가시고 의문이 맴돌았다.

남궁상원이 고개를 돌려 자신의 아들인 남궁송주에게 물었다.

“어찌 생각하느냐?”

“살수들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구분할 수 없는 초식을 쓴다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진짜 살수란 말이더냐?”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다.”

“무엇이냐?”

“처음부터 끝까지 암습으로 공격하지 않고, 처음에만 암습을 가하고 뒤에 가선 정면 승부를 벌였다는 점입니다.”

“그렇지.”

“강호 전체를 뒤져보아도 밀궁대의 무사들과 정면 대결을 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살수는 손에 꼽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왕가장을 위해서 일할 이유는 더더욱 없을 거고요.”

“그렇겠지.”

최상급의 살수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존재다.

설사 왕금산이 개인적인 호위를 위해 살수를 고용했다 한들, 그 정도의 살수가 밀궁대의 무사들을 상대했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어찌해야 할까요?”

눈치를 보는 부대주의 말에 남궁상원이 말했다.

“흔적은 지웠겠지?”

“네. 애당초 임무를 시작할 때도 모든 흔적을 지웠습니다.”

“시체를 처리하고 남은 흔적도 모두 지워라.”

부대주가 나가고 남궁상원과 송주만이 남은 내실엔 정적이 감돌았다.

남궁송주가 물었다.

“작전이 새어나갔다 생각하십니까?”

“그럴 리 없지.”

“그럼 우연이라 생각하십니까?”

“흠….…”

애당초 작전이 밖으로 새어나갈 위험 자체를 통제했다.

조각조각 나눈 임무들이 서로 얽히고설키게 만들어, 당사자들도 자신들의 임무를 끝내고 나서야 무슨 일인지 알 수 있게 만들었다.

당초 작전을 알고 있는 것도 상원과 송주, 대주와 부대주 뿐일 텐데. 작전이 새어나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떻게 알고 있었던 걸까요?”

“그놈을 잡아서 물어보면 되겠지.”

“찾을 수 있겠습니까?”

“왕가장이다. 왕소소를 구했다면 그만한 대가를 받고 싶어하지 않겠느냐? 우연히 구하게 된 건지 작전을 알고 있었던 건진. 그때 가서 보면 되겠지.”

“왕가장을 지켜보라 하겠습니다.”

“그래.”

반천(反天)의 대계가 어그러졌다. 이 값은 제대로 받아내야 할 터였다.

#

왕소소 실종 일주일.

무림맹 합비지부장은 일주일 만에 본 왕금산의 모습에 속으로 대경했다.

같은 사람이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한 모습. 후덕한 살점은 홀쭉해져 있었고, 잠은 잔 것인지 두 눈에 핏발이 가득해 있었다.

왕금산이 사막같이 메마른 입술을 벌리며 말했다.

“흔적은 찾았는가?”

사람 목소리라 믿을 수 없는 쇠 긁는 소리에 지부장이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찾긴 찾았습니다만…… 이게 확실치 않은…… 정보라…….”

“보여주게.”

“저, 정보를 조금 더 보충하고 보고드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워낙 사안이 중요하니…….”

이 사건에 불똥을 튀기는 곳이 어딜지 모르겠지만 지금 왕금산의 분노를 받고선 멀쩡한 곳은 없을 것이 분명했다.

“주게.”

“장주님. 마음이 급하신 건 알지만 경솔하게 행하셨다간…….”

“내 딸아이에겐 병이 있네. 이곳 왕부를 벗어나선 삼 일을 견딜 수 없는 몹쓸 병이야. 그런데 지금 일주일이 지났네. 흉수들에게선 아무런 연락도 없고. 내가 인내심을 더 발휘해야 하는가?”

물론 왕금산의 심정이야 잘 안다.

그렇기에 차마 자신의 부실한 보고서를 건네기 더욱 꺼려지는 것이었다.

무공은 기술을 갈음한다 했던가.

흉수들은 비록 전문가의 솜씨로 보이지 않았지만 고수임에는 분명했다.

흔적은 남았으되 누군지 구분할 수 없었고, 누군지 구분할 수 없었기에 흉수를 특정할 수조차 없었다.

급한대로 이런 일을 할 정도로 악독하며, 무림맹의 합비지부에 걸리적거리는 이들의 명단을 몇 가져왔을 뿐이었다.

이것도 평소 교류가 잦았던 남궁가의 조언에 의해 부랴부랴 준비한 자료였다.

맨손으로 온다면 날벼락이 떨어질 것이 분명했으니까.

“내가 일 년에 무림맹에 내는 후원금이 얼마인지 아는가?”

“아! 물론 무림의 안녕을 위해 내주시는 후원금에 대해선…….”

“더 이상 긴말이 필요한가?”

지부장이 굵은 침을 삼켰다.

과연 이 보고서의 파장이 얼마나 퍼질까.

그런 고민을 하던 와중 손은 머리의 지시에 아랑곳 않고 보고서를 왕금산에게 내밀었다.

“견사문…… 혈주보…… 탕현문? 탕현문은 정도 문파 아닌가?”

“그래서 아직 미흡하다 말씀드린 것입니다. 저희가 더 보충해서.”

“되었네. 그대들의 실력은 내 충분히 알았어. 이제부턴 왕부가 직접 나서겠네.”

결국 일이 벌어지겠구나.

지부장은 그렇게 생각했다.

과연 자신은 이 보고서를 책임 질 수 있을까?

잠시간의 불안감을 털어내기 위해 머리를 흔들고 있을 때.

“장주님! 장주님!!”

목이 터져라 왕금산을 부르는 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왕금산의 대답도 듣지 않고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손님인 지부장은 물론이고 주인인 왕금산마저도 미간을 잔뜩 찌푸릴 만큼 불쾌한 행동.

하지만.

“아가씨가 돌아왔습니다!!!”

“……뭐?”

예의 범절을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툭.

지부장이 애써 써왔던 보고서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

산은 겨울을 벗고 봄을 맞이했고, 한겨울의 찬바람은 어느새 따스한 봄바람으로 바뀌었다.

숲속엔 마른 나뭇잎 사이로 새싹이 올라오고, 햇살은 따뜻한 기운을 풍긴 채 겨우내 얼었던 얼음을 녹이고 있었다.

왕소소는 그렇게 봄을 느끼고 있었다.

“이게…… 봄이구나.”

“계절을 처음 느끼나요?”

“제 방은 언제나 한겨울처럼 꽁꽁 얼어 있었답니다. 창문 밖의 여름꽃과 가을 낙엽은 그림처럼 현실감이 없었어요.”

그랬던 자신의 삶이 이젠 다른 평범한 이들의 삶처럼 변했다.

스스로 걷고, 햇살을 받고, 땀을 내고, 지칠 때까지 근육을 혹사시켜도 태양기는 잠자는 듯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

“그래도 무리하지 말아요. 아직 약 기운이 올라 기운이 안정적으로 갈무리되려면 시일이 좀 걸릴 겁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평소 아버님께서 사람들에게 공덕을 많이 베풀지 않으셨습니까. 그 덕분이라 생각하시지요.”

진소운을 바라보는 왕소소의 두 눈은 감동으로 가득 차있었다.

불의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은 것도 대단한데, 자신의 업적을 기리기보단 상대방의 공덕을 치켜세운다.

나이 차도 얼마 나지 않는 것 같은데 어른스러운 것 같고, 능력도 대단한 것 같고, 마음 씀씀이도 담대한 것 같고, 외모도…….

“큼큼.”

“괜찮으십니까?”

“…….”

“역시 걷는 건 무리였습니까?”

“그게 아니라. 저…….”

이런 말을 해도 될까?

난생처음 또래 남자를 상대하는 일은 왕소소에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말씀하십쇼.”

“그게…… 혹시 오라버니라고… 불러도 될까요?”

왕소소의 목소리는 점점 기어들어 갔고, 종국엔 진소운이 직접 귀를 가져다 대어야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하하, 그게 편하면 그렇게 부르시지요.”

“……그럼 소소라 불러주셔요. 말도 편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 소소야.”

문득 진소운의 손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하는 것 같은 생각에 왕소소의 심장이 급하게 뛰기 시작했다.

“아, 미안. 이게 습관이 돼서. 여자들은 이런 걸 싫어한다지?”

움찔 거리며 손을 떼는 진소운의 행동에 왕소소는 아쉬움에 입술을 달짝였다.

“아……, 저, 전 괜찮은 것 같은데요. 아직 경험이 없어서.”

“그래. 알았으니 그만 내려가자. 아버지가 기다리시겠다.”

왕가장으로 돌아가는 길.

진소운은 왕소소 자신이 아직 경험하지 못한 세상에 대한 다양한 것들을 말해주었다.

시장에 가면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군것질거리가 있고, 여름엔 호수에 배를 띄워 놀 수 있으며 가을산은 그 무엇보다 알록달록한 색상으로 산책하기 좋다는 둥.

왕소소가 경험하지 못 할 뻔했던 것들, 앞으로는 충분히 경험해 볼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오라버니 저 시장의 당과라는 게 먹고 싶어요. 같이 가주실 수 있을까요?”

“그러자꾸나.”

“오라버니 저 호수의 뱃놀이란 것도 하고 싶어요. 같이 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것도 그리 하자꾸나.”

“오라버니 저 가을산 등산도 해보고 싶어요. 같이 올라가 주실 수 있을까요?”

“산을 오르자면 수련을 열심히 해야 한단다. 괜찮겠느냐?”

“저도 태을심법을 익혔잖아요. 이제부터 태을문의 문도이니 수련을 하러 다니면 되죠.”

“그럼 네가 내 사매가 되는 거구나? 아버지께 잘 말씀드려 보거라.”

대신 왕소소는 자신의 세계에 대한 것들을 진소운에게 설명해 주었다.

“삼 년에 한 번 전국의 지부와 상점의 담당자들이 왕부에 모여 축제를 벌여요. 끝도 없이 음식이 나오고 음악도 중간에 끊기는 일이 없답니다.”

“정말 멋지겠구나.”

“아마 아버지가 오라버니를 위해 큰 잔치를 열어주실 거예요. 그래주시지 않는다면 제가 졸라서라도 열어드리도록 할게요.”

“아버지를 곤란하게 하지 마렴.”

“아마 큰 상금도 내리실 거예요. 저를 무척이나 아껴주시거든요.”

“소소가 얼른 건강해져서 효도를 많이 해야겠구나.”

“저희 집엔 보물도 정말 많거든요. 아마 오라버니께 어울리는 게 있지 않을까 싶어요.”

“많은 보물을 구경했다니 정말 좋았겠구나.”

왕소소는 정말 신나게 이야기를 했다.

자신이 이렇게 말이 많은 사람이란 건 처음 알았다.

하루 종일 걸으며 말만 했을 뿐인데도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이건 병이 나았기 때문인가 다른 이유 때문인가. 아직 어린 왕소소는 이유를 잘 알지 못했다.

“……오라버니?”

왕소소는 한 걸음 물러난 진소운을 바라보았다.

“이제부터 혼자 갈 수 있겠지?”

“네?! 그게 무슨…… 함께 가셔야죠!”

왕소소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너도 알다시피 너의 실종으로 인해 합비 일대에 난리가 나지 않았니. 이런 시기에 함께 간다면 오해를 쌓을 소지가 있단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오라버니! 절대 그럴 일 없어요. 제가 대가를 치르게 해주세요.”

그때 진소운이 성큼 한 걸음 다가왔다.

그러곤 그 투박한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왕소소는 너무 당황하여 두 눈만 부릅뜬 채 붕어처럼 입만 뻥긋거렸다.

“새로운 사매를 얻은 것만으로도 대가는 충분히 치렀단다. 그러니 걱정 말거라.”

“하… 하지만…….”

“태을문에 입문한다 하지 않았더냐. 그럼 이제 자주 볼 수 있겠지. 그러니 걱정 말거라.”

“오라버니…….”

그렇게 말을 마친 진소운이 돌아서서 의젓하게 걸어갔다.

왕소소는 한참이나 진소운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 그때.

“아, 아가씨!!!”

“왕소소 아가씨!!!!”

왕부의 사람들이 하나둘 왕소소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

상금이나 보물이 탐나긴 했지만 무작정 왕소소를 따라 들어갈 순 없었다.

들어가서 내가 구했노라 이야기하자면 사건을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할 것이고, 상금이나 보물을 받기도 전에 납치범과 일당이 아닐까 조사를 받을 수도 있었다.

더구나 무림맹 합비지부까지 나선 마당에 그들이 하지 못했던 걸 내가 해버렸다.

욕심 많은 그들이 과연 가만히 있을까?

“그래도 소기에 목적은 달성했으니까.”

설마 왕소소가 체질로 고생하고 있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덕분에 태을심법을 익히게 되었고, 왕소소 스스로 태을문에 입문하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왕금산이 과연 그것을 허락할까 의문이 들긴 하지만, 어찌 되었든 딸내미 구해주고 체질까지 고쳐주었으니 그런대로 계룡상단이 아쉽지 않을 정도의 후원금을 내주지 않을까? 기대하는 부분이 컸다.

일정부분 왕금산이 도움을 준다면 태을문은 이번 무림학관의 수시입학에서 계철영에게 양보할 이유가 사라진다.

“그럼 무림학관 입학은 사련이가 하고, 입관패는 다른 녀석에게 주는 것으로 해야겠다.”

무림학관 특채입학이든 입관패로 무림학관 입학이든 쉬운 길이 있었지만, 나 혼자 입학해 봐야 바다 한가운데 외로운 섬일 뿐이다.

앞으로의 전쟁에선 내 마음처럼 움직여 줄 수족 같은 이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들이 함께 학관을 이수하지 않으면 무의미했다.

태을문은 백팔봉 중에서도 제일 하위권. 뭔가 세력을 만들려 해도, 뭉쳐지지 않는 눈처럼 형성 자체가 되지 않는다.

더불어 또 한 가지 시험을 치러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학관 시험 도중에 나오는 영약도 다수고 말이야.”

무림학관의 시험이 지옥정시라 불리는 이유는 학관 측에서 시험의 열기를 더욱 지피기 때문이었다.

그중 하나가 학관이 준비한 영약들.

이 영약이 발견되기 시작하면 죽는 사람의 숫자가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학관 입학 전에는 일갑자 이상의 내공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시험이 시작되는 겨울까지 대략 팔 개월 정도.

내공을 더 늘리고, 무공을 어떻게 할지도 생각해 봐야 했다.

“백날천날 소천검법으론 한계가 있으니.”

내공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면서 가장 답답한 부분은 소천검법으로 담을 수 있는 내공의 한계가 있다는 점이었다.

파검식으로 무림맹 주요 문파들의 무공을 파쇄할 수는 있지만 그들이 정작 그 외의 무공을 쓰게 되면 나 또한 내 본연의 실력으로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싸움을 하기 위해선 소천검법은 너무나 명확한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고 광천신장을 쓰기엔 내공이 너무 적고…….”

설매단을 얻을 당시, 함께 얻었던 무공비급. 놀랍게도 비급은 삼백 년 전 과거 무림십존의 일인이었던 광천신군의 것이었다.

오직 한 가지 무공으로 절대 고수의 경지에 올랐던 그였기에, 그의 비급은 반갑기 그지없었으나 문제가 있었다.

광천신장을 한번 쐈다간 내공이 완전히 고갈되어 혼절해버린다는 것.

“호사가들 말로는 광천신군이 이 광천신장을 한 번에 다섯 번 이상 쓸 수 있었다고 하니. 그의 일절은 장법이 아닌 내공이 분명하다.”

결국 돼지 목의 목걸이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그걸 찾아봐야겠지.”

장서고의 가장 깊숙한 곳.

스스로가 믿을 수 없어 머릿속 장서고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놓았던 서적.

“대체 뭘 멍하니 서 있어요?”

“응? 련매?”

사련이 양 볼에 바람을 잔뜩 불어 넣은 채로 날카로운 눈빛을 쏘고 있었다.

“련매라 하지 말랬죠? 대체 어딜 그렇게 쏘다니는 거예요?”

“다 내 사문인 태을문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느라…….”

“됐고. 얼른 들어가 봐요. 손님이 기다리고 있어요.”

“손님? 왕가장에서 벌써 왔다고?”

“왕가장? 대체 무슨 소리예요. 남궁세가에서 오셨어요.”

“응? ……남궁세가?”

“사형이 뭔가 아는 거 아녜요?”

남궁상원이 벌써 알고 찾아온 건가?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다.

1